각하와 소수의견: 외국인구금 규정의 위헌여부에 대한 헌재결정

2016년 4월 28일

무기한 구금을 가능하게 하는 출입국관리법 제63조 제1항에 따라 장기구금되었던 이란 출신 H씨를 위해 어필은 2013년 7월경에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송을 제기를 하였습니다. 

양복을 입고 헌법소송신청서를 제출하러 가는 어필의 이일 변호사

위 헌법소송은  H씨를 위해 제기한 것이었지만, 정기적인 사법심사 없는 무기한 구금 규정 때문에 수 많은 외국인들이 그 동안 심각한 인권 침해를 당해왔습니다. 

어필이 지원한 이란 출신 난민 분 중에는 3년 10개월 동안이나 구금이 된 분이 있었고, 현재는 외국인 보호소에 있는 외국인 중에는 4년 동안 구금된 사람도 있다고 합니다. 

어필이 헌법소송을 제기하면서 주장한 것은 어떻게 보면 너무나도 당연하고 간단한 것입니다. 체류 자격을 이유로한 외국인 구금의 경우 행정기관의 명령으로 구금이 시작되는데, 구금이 장기화 되어도 정기적으로 구금의 적법성과 필요성에 대해 사법기관이 심사를 하지 않을 뿐 아니라, 구금의 상한이 없어서 무기한 구금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구금은 자유권 규약 제9조가 금지하고 있는 자의적 구금이고 헌법 제12조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2년 반이 지난 2015년 4월 28일 헌법재판소가 위 소송에 대해 각하 결정을 내렸습니다(오마이갓). 위 헌법소송을 제기한 이후에 H씨가 난민으로 인정을 받아 구금에서 풀려났기 때문에 재판의 전제성이라는 소송요건이 없다는 것입니다. 2012년에도 구금되어 있는 나이지리아 출신 난민신청자를 위해서 같은 헌법소송을 제기한 바 있는데, 그때에도 그 난민신청자가 소송을 통해 난민 인정을 받고 풀려나게 되자, 헌법재판소는 각하를 한 적이 있습니다.

선고 방청권을 받고 좋아하는 어필의 정신영, 김종철 변호사와 김태욱 인턴

헌법적인 판단이 매우 중요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심리를 이렇게 질질 끌면서 재판의 전제성이 없다고 각하를 하다니, 비겁하거나 너무 일을 쉽게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장기 구금되어 있던 외국인이 난민으로 인정을 받아 풀려났다면, 그 사람은 애초에 구금되어서는 안되었던 사람이라는 이야기이므로, 장기 구금을 가능하게 했던 해당 조항에 대한 헌법적인 판단이 더 필요하다고 봐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오늘 결정은 9명 중에서 4명의 재판관이 출입국관리법 제63조가 위헌이라는 소수의견을 냈기 때문에 의미가 굉장히 크고 진일보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정미, 강일원, 이진성, 김이수 재판관이 소수의견을 냈는데, 비롯 사건이 각하가 되었지만 소수의견을 들으면서 살짝 소름이 끼쳤습니다.   

  • 다수의견은 헌법적 해명의 필요성에 대해서 아무런 언급조차 하지 않은채 본안을 회피하고 있음.

헌법재판소는 헌법소원에서 재판의 전제성이 없는 경우에도 헌법적 해명이 긴요히 필요하거나 심판대상 조항으로 인한 기본권 침해가 반복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헌법질서의 수호자로서 본안 판단을 해왔으며 이것이 헌법재판소의 확립된 판례입니다. 다수의견은 심판대상 조항에 대해서 심판의 이익이 인정되는 경우인지에 대한 아무런 판단 없이 단지 소의 이익이 소멸되었다는 것을 이유로 전제성이 없어서 부적법하다고 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헌법재판소의 확립된 입장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입니다. 다수의견은 재판의 전제성이라는 요건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면서 판단해야 할 헌법적 해명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조차 하지 않은 채 본안을 회피하는 것입니다. 

 
  • 심판대상 조항이 위헌 여부의 판단은 외국인의 신체의 자유와 직결되는 매우 중요한 헌법문제.

심판대상 조항의 위헌여부에 대한 판단은 외국인의 출입국과 난민신청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인의 신체의 자유와 직결되는 매우 중요한 헌법문제이며 아직 재판소의 해명이 이루어 지지 않았으므로 해명의 필요성과 심판의 이익이 인정됩니다. 

 

  • 상한이 정해져 있지 않은 구금은 그 자체로 자의적 구금.

심판대상 조항은 보호기간의 상한을 설정하고 있지 않아서 강제퇴거명령을 받은 자에 대한 무기한 보호를 가능하게 합니다. 기간의 상한이 정해져 있지 않은 보호는 피보호자로 하여금 언제 풀려날지 전혀 예측할 수 없게 한다는 점에서 신체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입니다. 국제적 기준이나 미국, 독일 등 외국법령에 의하더라도 구금의 상한이 반드시 법률에 규정되어 있어야 하고, 상한이 정해져 있지 않은 구금은 그 자체로 자의적 구금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 남용우려 때문에 강제송환 되지 아니할 권리를 가진 난민신청자를 강제퇴거명령의 집행확보를 위해 계속 구금하는 것은 이율 배반.

또한 강제송환되지 않을 권리를 핵심으로 하는 난민신청자들은 강제퇴거명령 집행의 확보를 목적으로 하는 심판대상 조항이 애초에 예정하고 있는 자들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적어도 난민신청자들은 강제퇴거집행을 지연시키거나 난민신청절차를 남용할 목적을 취하지 않는 한 보호대상에서 제외할 필요가 있습니다. 남용우려 때문에 강제송환 되지 아니할 권리를 가진 난민신청자를 강제퇴거명령의 집행확보를 위해 계속 구금하는 것은 이율 배반입니다. 

 

  • 심판대상조항은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고 적법절차 원칙에도 위반되어서 헌법에 위반.

결국 심판대상 조항은 청구인의 신체의 자유를 침해합니다. 심판대상 조항에 의한 보호는 형사절차상 인신구속에 준해서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임에도 보호의 개시나 영장단계에서 독립된 중립적 기관이나 사법 기관이 관여하고 있지 않고 청문의 기회도 제대로 보장되어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적법절차 원칙에도 위반되어서 심판대상 조항은 헌법에 위반됩니다.  

   위헌의견이 4명이고 각하의견이 5명이어서 결국 각하결정을 받게 되었지만 4명이나 되는 재판관이 소수의견에서 출입국관리법 제63조 제1항이 위헌이라고 하면서, 자의적 구금에 대해서, 난민과 강제퇴거명령 확보를 위한 구금에 대해서, 외국인의 신체의 자유에 대해서 분명한 입장을 밝혀주신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각하의견을 낸 5명 중에 2명의 재판관은 보충의견으로 출입국관리법 제63조 제1항이 합헌이지만 문제가 많기 때문에 입법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외국인에 대한 부당한 장기구금이 발생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 실정에 맞는 합리적인 기간을 보호기간의 상한으로 설정하고 그 기간 안에 출입국, 난민관련 절차가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는 한편, 보호기간이 3개월이 넘는 경우에는 연장할지 여부에 대한 판단은 사법부가 심사하도록 하여 외국인의 인권보호에 진일보한 입법정책을 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입니다. 

   법무부를 비롯한 출입국 당국은 비록 이 헌법소송이 각하가 되었지만, 소수의견과 보충의견을 통해 출입국관리법 제63조 제1항의 문제점을 알게 되었을 것입니다. 어필은 정기적인 사법심사 없는 무기한의 구금을 통해 외국인의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 규정의 개정을 위해 계속 옹호활동을 해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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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철 변호사 작성)

최종수정일: 2022.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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