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2017년 인권경영포럼

2017년 4월 26일

지난 3월 22일 화요일, 어필은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진행된 2017년 인권경영포럼에 다녀왔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와 홍일표 국회의원이 함께 준비한 이번 포럼에서는, 인권경영을 국내 기업 문화의 일부로 정착시키고 국내 기업들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논의가 두 개의 세션에 걸쳐 이루어졌습니다.

 
 
첫 번째 세션에서는 인권경영과 관련한 국제기준과 그를 실천하는 해외 사례들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첫 번째로, 경제협력개발기구 책임경영 실무그룹의 로엘 니우벤캠프[Roel Nieuwenkamp] 의장이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과 NCP를 전반적으로 소개하였습니다.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이란, 46개국의 정부가 가입한 기업의 책임있는 경영에 관한 포괄적인 지침인데요. 5년 전 개정되면서 인권 관련 조항들이 강화가 되었습니다. 해당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정부는 기업들의 인권경영을 장려하고 갈등상황을 중재하는 비사법적 규제수단인 National Contact Point(이하 NCP)를 설립할 의무를 가집니다. 반면 기업에게는 해당 가이드라인이 법적 구속력을 갖진 못하지만, 기업 또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책임경영을 해야 한다는 도덕적 구속력에 묶입니다.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이 UN 기업과 인권 이행지침과 함께 도입한 것이 상당주의의무(due diligence)라는 개념인데요. 기업은 자사 시스템이 지속 가능한 공급망과 책임경영이라는 목표를 추구하는 데에 적합한지 자체적으로 점검을 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기업은 실제적 혹은 잠재적 인권 침해 요소들을 파악, 예방, 완화할 수 있지요. 기업 운영에서 직접 파생되는 리스크만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운영하면서 맺는 관계망을 통해 초래하거나 연루될 수 있는 문제들을 모두 파악하고 관리해야 합니다. 특히 공급망 책임은 단순히 1차 공급업체에만 국한되지 않고, 기업 운영이 인권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따라 여러 단계의 공급업체를 주시해야 합니다.

NCP는 잘못하는 기업들을 처벌하는 법정이 아니라, 기업들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끔 도와주는 문제 해결 메커니즘입니다. 실제로 전세계적으로 2011년부터 2015년까지 NCP 중재 대상으로 채택된 사건의 50% 가량이 당사자 간의 합의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이러한 NCP의 새로운 트렌드는 바로 제도 속에 숨겨진 ‘이빨’인데요. 정부의 규제나 책임감 있는 투자자들의 행동 등, 기업이 OECD 가이드라인을 준수하지 않았을 때 따라오는 불이익을 뜻합니다. 니우벤캠프 의장은 NCP가 기업을 포함한 이해당사자들과 신뢰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을 덧붙이며 발제를 마쳤습니다.

   

유엔 글로벌 콤팩트(이하 UNGC) 한국협회의 임홍재 사무총장 역시 기업과 인권 국제 동향을 개괄적으로 소개하였습니다. 인권증진과 인권 보호는 그 자체로서 본질적 가치라는 설명과 함께 시작된 발표는, 인권 관련 국제 가이드라인과 산업별 인권 국제 가이드라인에 대한 소개로 이어졌습니다. 그중에서도 UNGC는 기업은 국제적으로 선언된 인권 보호를 지지하고, 인권 침해에 연루되지 않도록 적극 노력해야 한다는 인권 원칙을 앞세웠습니다.  또한 UNGC는 여성 경쟁력 강화 원칙, 아동노동 플랫폼, 기후에 대한 배려 등 인권을 기업의 핵심적 가치로 내재화 하기 위한 14가지 이니셔티브를 마련하였습니다.

이어서 OECD 가이드라인과 더불어 국제사회에서 중요한 원칙이라고 여겨지는 유엔 기업과 인권 이행원칙[UN Guiding Principles on business and human rights,이하 UNGPs]을 살펴보았습니다. UNGP의 주요 원칙에는, 인권 존중 의무가 모든 기업에 적용되며, 규모와 상황에 맞는 정책과 과정을 존치해야 하고, 국제적으로 승인된 인권 선언 및 조약을 준수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설립된 UNGP도 한계가 많습니다. 기업이 인권을 존중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한 것이 아니라 인권을 존중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 하였을 뿐 아니라, 그 책임도 인권보호 내지 인권 증진이 아니라 인권존중이라는 좁은 범위에 한정시켰기 때문입니다. 즉 기업은 인권을 존중할 책임을 지면 되고, 국가만이 인권존중과 아울러 인권증진과 인권보호 의무를 부담하게 됩니다. 

   

기업 지멘스[Siemens(주)]의 박종근 윤리경영실장이 마이크를 넘겨받아 지멘스의 준법감시제도에 대해 발표하였습니다. 비자금 스캔들에 대한 검찰 수사를 받기 시작한 2006년부터, 지멘스는 자체적 감찰 활동을 하고 내부 시스템 재점검을 실행하는 등 문제 해결을 위해 신속하면서도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특히 2009년 월드뱅크와 합의를 체결한 지멘스가 청렴성 이니셔티브에 1억 달러 예산을 제공하여 준법감시제도를 적극 발전시켰다는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이렇게 마련된 준법감시제도는 크게 예방, 대응, 감지 단계로 이루어져 있는데, 전 단계를 아우르는 핵심은 바로 경영진의 책임의식과 이행 의지입니다. 이뿐 아니라 한국지멘스는 동북아 기업윤리학교, 페어플레이어 클럽, 윤경 SM 포럼 등 타 단체들과의 공동노력을 통해 반부패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비자금 스캔들보다 넓은 범위의 인권 보호를 위한 활동 또한 지멘스 내부에서 이어지고 있는데요. 200여개의 나라에 진출한 기업인 지멘스에서는 다양한 배경과 정체성을 가진 직원들이 일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다양성이 보장되는 업무 환경을 만들고 유지해나가는 것이 지멘스의 주요 과제 중 하나이며, 직원들이 일과 생활의 균형을 가질 수 있게끔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고 합니다. 문제를 방지하고 지속 가능한 업무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자체 감사 및 외부 감사 기관 고용을 장려하는데, 현재 4200업체가 자체 감사를 실행하고 있고 320업체가 외부 감사 기관의 도움을 받아 직원들의 업무 환경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직원들의 인권 보호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경영진의 책임의식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과 함께 박종근 실장은 발표를 마쳤습니다.

   

이어서 주한 미국 대사관의 그레이스 유[Grace Yoo] 정무 담당 서기관이 기업책임경영에 대한 미국국가정책기본계획[National Action Plan(이하NAP) on Responsible Business Conduct (이하 RBC)]에 대해 설명하였습니다. 2014년 9월 미국 정부는 처음으로 전 정부 차원에서 기업책임경영을 장려하는 계획 수립 목표를 발표하였고, 같은 해 11월 기업, 근로자, 시민사회, 외국 정부 등 이해당사자들과 협의를 추진하였습니다. 이후 뉴욕, 캘리포니아, 오클라호마, 워싱턴 DC에서 4차례 전일 공개 담화를 진행하여 NAP 수립을 위한 주요 쟁점들에 대해 시민들과 소통하였다는 점이 특히 흥미로웠습니다.

미국 NAP에서 이미 진행 중인 활동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1) 미 금융 제도의 건전성을 보호하고 인권, 노동권, 시민권을 보호하기 위해 미국 국내법 빛 규정을 체계적이고 일관성 있게 집행. (2) 기업들이 FTA 환경에서 책임있는 경영 활동(RBC)을 할 수 있도록 지원 및 장려. (3) OECD 뇌물방지 실무그룹의 뇌물방지협약 모니터링 제도에서 주도적인 역할 수행. 이와 더불어 강제노동과 관련된 미국 국내법 집행을 강화하는 신규 활동 또한 진행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NAP는 모든 것을 아우르도록 설계된 제도가 아니므로, NAP를 넘어서는 규제 노력 또한 필요하다는 설명으로 그레이스 유 서기관의 발표가 끝났습니다.

   

곧바로 독일 기업과 인권 관련 국가정책기본계획에 대한 주한 독일 대사관 마커스 하츨만[Markus Hatzelmamn] 상무관의 발제가 이어졌습니다. 독일의 NAP는 공급망 및 가치 사슬 전반의 인권 상황을 개선하고자 하는 목표와 함께 작년 12월 수립되었습니다. 인권 표준 준수를 감사하는 메커니즘과 더불어 구제 조치 및 정책 홍보에 방점을 둔다는 사실이 인상 깊었습니다. 또한 책임있는 경영을 수행한 기업들에게 상을 수여하는 등 기업들의 NAP 기준 준수를 장려하는 인센티브들도 마련되어 있다고 합니다.

독일의 NAP 수립 과정은 미국의 그것과 흡사합니다. 독일 외교부의 주도로 진행되었고, 시민사회, 재계, NGO 등 주요 이해당사자들을 대상으로 컨퍼런스와 전문가 협의를 거쳤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수립되었음에도, 관련 정책들이 아직 모호하고, 기업에 추가적 의무를 부과하지 않았으며, 불응 시 벌금이 부과되지 않았다는 사실 등 아직 개선할 사항들은 남아있다고 합니다.

     

짧은 쉬는 시간이 끝난 뒤 열린 두 번째 세션에서는 한국 인권재단의 이성훈 상임이사가 첫 번째로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이성훈 상임이사는 기업의 인권경영이란 단순한 준법, 윤리경영의 범주를 넘어서는, 더 포괄적이고 적극적인 실천이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UN 2030 지속가능발전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였습니다. 2017년 3월 현재, 기업과 인권을 둘러싼 국내 및 국제 환경이 급변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탄핵 관련 ‘정경유착’, 삼성 뇌물 혐의 재판, 가습살균기 사건 등을 계기로 인권 경영에 대한 논의가 확대되었고, 국제적으로는 UNGP와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이하 SDGs]와의 연계를 통해 인권 경영을 향한 움직임이 확산되었습니다. 특히 유엔의 개발 목표가 밀레니엄개발목표[MDGs]에서 SDG로 바뀌면서 인권환경 개선을 위한 기업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고 합니다.

이성훈 상임이사는 특히나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습니다. 아무리 인권 경영에 관심이 많은 기업이라도 움직임을 선도하는 것에 부담을 느낄 수 있으니, 국가가 나서서 기준을 마련하고 기업들의 이행을 장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기업과 인권 NAP는 다른 NAP와 본질적으로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독일이나 미국처럼 한국 정부 또한 별도의 NAP를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합니다. 이러한 제도가 마련된다면, 기업은 국제사회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책임의식을 갖고 마땅한 변화를 추구해야 할 것이며, 시민 사회 또한 적극적으로 기업 감시에 참여해야 할 것입니다.

   

이어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의 황의동 개발이사가 심평원의 인권경영에 대한 발제를 이어나갔습니다. 심평원의 핵심경영가치는 “조직의 지속가능 및 사회적 책무 실현을 위해 사람 존중을 통한 시민 삶의 질 향상과 행복”이라고 하는데요. 일하기 좋은 행복한 직장을 만들기 위한 조직 내부의 노력들이 인상 깊었습니다. 심평원은 2015년에 공공기관 최초로 “건강보헌심사평가원 인권경영헌장”을 만들어서 선포하였고, 2016년에는 인권경영위원회를 조직하는 등 공공기관의 인권경영 확산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여성 직원이 75%에 이르고 2급 이상의 간부 중 여성이 과반수를 차지하는 단체인 만큼, ‘선택적 근무 시간제’ , ‘모성보호 단축 근무제,’ 자체 어린이집 운영 등 여성이 일하기 좋은 직장을 만들기 위해 일과 가정의 균형을 적극적으로 도모한다고 합니다.

또한 심평원은 국내 및 국외의 인권환경 개선을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습니다. 특히 국내 의료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노숙인, 외국인근로자와 난민 등을 대상으로 의료비를 무상으로 지원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고, 보험 혜택 개편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의료 및 건강 양극화 해소를 위한 정책도 마련하는 중이라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심평원은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제도 및 보건의료비용 지출관리 노하우를 시스템화하여 타국에 전파하고, 세계 각국이 참여하는 공동학습네트워크를 운영하는 등 전 세계의 보편적 건강보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황의동 이사는 공공 기관의 설립 목적에 인권경영이 자연스럽게 포함되어 있는 만큼, 인권경영을 위한 사회적 분위기 조성을 공공기관이 이끌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하며 발제를 마쳤습니다.

   

다음으로 마이크를 넘겨받은 사람은 중소기업중앙회의 이원섭 정책총괄실장이었습니다. 이원섭 실장의 발표 주제는 중소기업 인권경영 추진 실태 및 NAP관련 건의사항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만 350만 개의 중소기업이 있고,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1400만 명에 육박하는데도, 인권경영 이전의 윤리, 준법경영조차도 시행 되지 않는 기업들이 아직 상당수라고 합니다. 따라서 중소기업 내 준법경영을 정착시키는 것이 현재 기업과 인권 NAP의 당면과제입니다. 이를 위해 여러 기관들이 노력하고 있는데요. 고용노동부는 임금, 근로시간, 복지혜택 등 청년 친화적인 업무 환경을 갖춘 중소기업들을 ‘청년친화 강소기업’으로 선정한다는 기준을 만들었고, 중소기업청은 좋은 일자리기업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으며, 중소기업중앙회는 복지나 사회적 책임 등에 대한 모범 기준을 제시하는 “중소기업 표준모델”을 개발하는 중입니다.

발제를 마치며, 이원섭 실장은 중소기업의 인권경영과 준법경영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대기업의 사업 관행 개선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중소기업 중 수급기업 비중이 절반에 가깝습니다. 이렇게 하청을 받아 일하는 중소기업들이 직원복지 및 소비자 보호에 미흡한 부분을 중소기업 혼자만의 책임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납품단가 후려치기, 대기업의 사업영역 침투 등 중 거래 과정에서 중소기업들이 겪는 어려움을 줄일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 인권경영을 정착을 위해 꼭 필요한 것입니다.

   

   

이어서 한국 NCP가 역할 수행을 잘하고 있는지, 어필의 김종철 변호사가 분석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NCP의 주된 의무는 (1)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 홍보 (2) 가이드라인 이행과 관련한 분쟁 해결입니다. 한국 NCP가 제 기능을 잘 수행하고 있는지 판단하려면 위의 의무들을 잘 이행하고 있는지, 이에 적합한 구조를 가졌는지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NCP의 가시성 측면을 살펴봅시다. 현재 한국 NCP 자체 웹사이트와 산자부 웹사이트 내부의 관련 페이지가 운영되고 있긴 하지만, 한국 NCP가 매년 OECD에 제출하는 보고서나 OECD NCP 연례회의 참가보고서 등은 게시되어 있지 않습니다. 게시되어 있는 OECD의  관련 문서들 중에 번역본이 없는 문서들이 많다는 것 또한 아쉽습니다.  가시성과 관련되는 투명성 측면에서도 미흡한 부분이 보입니다. 특히 누가 어떠한 절차와 기준을 통해 NCP 운영위원이 되었는지 알 수 없고, 사무소의 의사에 대한 정보가 웹사이트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은 개선이 필요합니다.

또한, 한국 NCP가 이의신청을 받아 처리한 사건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정보도 웹사이트에서 찾아볼 수 없습니다. 기타 출처를 통해 수집한 자료에 의하면  한국 NCP는 2001년부터 2017년 3월 현재까지 총 24건의 이의신청을 받았는데, 이중 1차 평가를 통과한 사건은 2건뿐입니다. NCP를 통한 실질적 문제 해결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뜻이고, 이 추세가 지속된다면 이해당사자들은 NCP 절차를 이용하고자 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한국 NCP의 접근성은 매우 낮다고 볼 수 있습니다.

OECD가이드라인의 부합성에 대해서도 살펴봅시다. 한국 NCP가 OECD 가이드라인에 맞지 않게 사건을 처리한 가장 대표적인 예시가 바로 포스코를 상대로 한 이의신청입니다. 한국 NCP는 포스코가 현지법(인도의 주법)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1차 평가에서 위 이의신청을 기각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국내법이 국제적 인권기준과 충돌하는 국가에서 기업은 국내법을 위반하지 않는 한 인권존중을 위해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과 부합하지 않습니다. 또한 NCP를 통한 조정 및 중재가 결렬된 사건들에서도 기업의 OECD 가이드라인 준수 여부를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김종철 변호사는 한국 NCP의 공정성과 공평성에 대한 지적과 함께 발제를 마쳤습니다. 우선, 위원들 중에 민간인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한국 NCP의 독립성이 보장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또한 2014년 8월 기준 NCP의 민간인 위원들은 모두 산자부 산하 공공기관 혹은 정부출차 연구기관에 속해 있는 사람들입니다. 한국 NCP가 위원들을 위촉하고 임명하는 과정이 공개적이지 않다는 문제 제기도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산자부가 우즈베키스탄 정부과 섬유 공원 조성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NCP를 산자부에 두었다는 사실 자체가 한국 NCP의 공정성과 공평성에 대한 의문을 갖게끔 합니다. 김종철 변호사의 발제문 전문은 아래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한국NCP평가_김종철 
 
    산업통상자원부의 전병근 해외투자과장이 뒤이어 발표하였습니다. 미리 준비해온 내용 대신 김종철 변호사의 발제에 대한 답변이 주가 되는 발제였는데요. 우선 전병근 과장은 NCP의 주된 역할이 이해당사자들의 분쟁을 직접 해결하는 부분까지 포함하지는 않는다고 반박했습니다. 특히 OECD 가이드라인 이행에 관한 조항들이 모호하기 때문에, 해당 조항들을 어떻게 해석하고 적용하는지에 따라서 NCP 의 역할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기업과 시민단체의 서로 상이한 이해관계를 고려하여 중재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고 강조하였습니다.

또한,  NCP는 비사법적 구제 수단이고 법원처럼 판결을 내릴 수 있는 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NCP가 할 수 있는 최대치는 기업들에 권고를 내리는 것입니다. 기소권이 없기에 자체 수사를 할 수 있지도 않고, 이해 당사자들이 관련 자료를 제출하는 범위 내에서 기능할 수 있는 것이지요. 그렇기에 피이의제기자(기업)들이 주재에 참여하지 않으면 NCP는 사건을 종료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해 하이기스 사례에서도, 기업이 중재에 참여했다면 더 좋은 결과가 나왔을 것이라고 기업에게 권고한 바 있습니다. 다국적기업이기에 그 정도 권고만으로도 기업에게는 나름 부담이었을 것이라고 전병근 과장은 말했습니다.

한국 NCP 의 독립성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현재 NCP를 운영하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경제부처가 NCP를 운영하는 중이라고 합니다. OECD 가이드라인 이행 관련된 보고를 투자위원회 및 이사회에 하고 감독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투자 분야에 참여하는 부처가 담당하는 것이 적합하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전병근 과장은 국내 많은  기업들의 규모가 그리 크지 않다는 점과 해외진출기업 및 다국적기업이 많지 않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구제 절차가 NCP로 일원화되어도 아직까지는 괜찮다는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이번 포럼 덕분에 인권경영이라는 주제에 대해서 다각도로 고민해볼 수 있었습니다. 기업들의 인권경영을 장려하기 위한 범국가적, 비사법적 제도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고, 그것들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해 개괄적으로 배우는 감사한 기회였습니다. 기업들의 사회적 영향력이 커짐에 따라, 구조적 인권 침해를 야기할 수 있는 권력주체로써의 기업의 역할에 대한 관심과 우려가 커지면서 새로운 사회적 함의점들이 제기된다는 사실이 인상깊었습니다. 아직까지는 기업이 자발적으로 갈등 해결 메커니즘에 참여해야만 합의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 등 아쉬운 부분이 많지만, 앞으로 더 많은 관심과 논의 속에서 인권경영환경이 나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나아가서, 독일이나 미국 등 인권경영에 대한 논의가 비교적 활발한 다른 나라들의 사례를 참고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러한 사례를 넘어선 새로운 패러다임의 갈등 해결방식을 고민해볼 필요 또한 느껴집니다. 

(13기 인턴 최호연 작성)

최종수정일: 2022.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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