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국민연금과 사회책임투자 – 기업인권네트워크 월례회의 참석 후기

2018년 1월 15일

  2017년 01월 09일 하늘이 눈으로 새하얗게 덮인 저녁, 환경운동연합 건물 1층 카페에서 기업인권네트워크 월례회의가 열렸습니다. 본격적인 월례회의에 앞서 참여연대 김남희 복지조세팀장님께서 국민연금기금과 사회책임투자에 대한 강연을 해주셨습니다. 

강연 내용

  국민연금은 국민들의 노후를 위하여 국가에서 시행하는 소득보장제도입니다. 구체적으로, 국민연금은 사회보험의 일종으로 소득이 있을 때 보험료를 납부하였다가 은퇴 이후 또는 예기치 못한 사고나 질병으로 장애를 입거나 사망하였을 때 본인 또는 유족에게 매월 연금을 지급하여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국가에서 시행하는 소득 보장제도입니다. 현재 국민연금 기금의 규모는 2017년 10월 말 기준 618조 원으로 측정됩니다. 이는 세계 3위 수준에 달하는 액수이며, GDP 대비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국민연금기금은 최대 2,561조까지 쌓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민연금의 막대한 기금은 한국의 특수성에서 기인합니다. 지난 몇십 년 동안 한국은 생산가능비중이 높고 노인 비중이 낮은 나라였습니다. 그 당시엔 5년만 가입하면 연금 혜택을 누릴 수 있었지만, 은행 이자가 높은 까닭에 많은 사람이 가입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따라 국가는 사회보험의 형태로 강제가입을 유도했고, 결국 현재 가입자 수는 2천만 명이 넘지만 수급자는 500만 명이 채 되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이에 대한 기본적인 문제 의식은 국민연금이 수익률을 극대화한다는 목적으로 지속가능한 사회를 파괴하는 기업에 투자해서 자금을 대주고 있다는 점입니다. 국민연금기금은 국민들이 낸 보험료로 조성이 되고, 기본적인 존재 목적은 국민들의 노후를 보장하는 기금이기 때문에 국가균형발전에 대해 원칙을 지켜야 함에도 불구하고 실상은 그렇지 못한 상황입니다.  국민연금기금은 규모의 급속한 성장과 보유주식 확대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책임을 고려하지 않은 부적절한 투자관행이 끊임없이 발생했습니다.  
  국내 책임투자의 현황과 문제점을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ref] 고려대 산학협력단 연구용역 중간 결과 자료 [/ref]  
  국내 책임투자 시장 규모는 2015년 말 기준 총 7조 8,650억원에 이릅니다. 한국의 책임투자 시장에서 국민연금 등 공적연기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90%에 이르는데, 이중 국민연금의 비중은 97%로 압도적입니다. 2006년 국민연금은 국내주식 자산의 한 유형으로 책임투자를 도임한 것인데, 국민연금의 책임투자는 ‘주식형’으로 운용되고 있으며, 2016년 말 기준 전체 위탁자산 대비 16.36%이내 주식 자산의 6.2% 수준에 불과한 상황입니다.  
  국민연금은 ESG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책임투자를 수행하고 있으나 체계적인 가이드라인이 부재하고,  ESG 시스템이 기금 운용 프로세스에 명확히 반영되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무엇보다, 기금운용본부 내 책임투자 원칙 수립, 투자 집행, 피드백을 담당하는 부서가 있으나 이를 총괄하는 컨트롤 타워가 부재한 상황입니다.  
 
  이에 대해, 기업의 인권존중 의무를 되내여주는 압박 수단 중 최근에 주목을 받고 있는 ‘투자자 압박’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공공연금 같은 경우에는 수탁자 의무, 혹은 신의성실의무 (Fiduciary Duty) 측면에서 인권적으로, 그리고 책임투자를 위해 기금을 운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신의성실의무와 책임투자 정책, 그리고 스튜어드십 코드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겠습니다.  
 
신의성실의무 (Fiduciary Duty) 
  신의성실의무 (Fiduciary Duty)란 기관투자가는 투자자의 이익을 위해 최선의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 투자자의 신뢰와 기대를 배반해선 안된다는 원칙을 일컫는 용어입니다. [ref] 한경 경제용어사전 [/ref] 최근 미국 등 선진국에선 기업 경영의 대리인들이 주인 (주주) 들의 이익보다 자신의 이익을 먼저 챙기는 주인-대리인 문제 해결을 위해 연기금이나 펀드의 경영진 감시를 제도적으로 강화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책임투자 정책 
  책임투자 정책은 투자 결정시 ESG 요소들을 고려할 뿐 아니라 기업관여를 통해 투자 대상 기업과 경영자에게 적극적으로 영향을 주어 ESG 요소들을 개선시키는 것을 일컫는 포괄적인 개념입니다. 이때, 기업 관여 (engagement)는 공개적이고 공식적인 절차를 통한 주주행동으로 의사를 관철시키는 것과 경영진과의 비공개 대화 등과 같이 경영자와 기업에 영향을 주는 활동을 모두 포함합니다.  
 
스튜어드십 코드 
  스튜어드십 코드란 국내 상장사에 투자한 기관 투자자가 타인의 자산을 관리,운용하는 수탁자로서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이행해야 할 세부 원칙과 기준 (기관투자자의 적극적인 주주활동을 위한 의결권 행사 지침) 입니다.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주주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위탁받은 자금의 주인인 국민이나 고객에서 이를 투명하게 보고하도록 하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인 셈입니다.  
 
국민연금의 책임투자 원칙 수립 및 이행을 위한 정책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등장했고, 이에 대한 반응으로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를 국민연금에 도입하겠다고 공약을 채택하였으며 국민연금은 논의 과정을 거쳐 2018년 내에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상황입니다. 이에 대해 재계에서는 정부가 국민연금,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자를 활용해 상장사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른바 ‘연금 사회주의’가 생길 것이라는 우려를 하였지만,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더라도 적용하는 범위와 대상은 아주 제한적으로 시작해 국민적 공감대를 이뤄갈 것이고, 기업은 경영 간섭을 우려할 수 있는데 이를 불식할 투명한 관리기구와 원칙을 만드는 것이 선결돼야 하고, 국민은 수익성 하락을 걱정할 수 있는데 건강한 기업이 장기적으로 수익성이 높다는 외국 사례를 벤치마킹해서 불안을 씻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ref]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7/12/01/0200000000AKR20171201069400017.HTML [/ref]  
 
  아울러, 환경운동연합의 김혜린 간사님은 시민사회의 대응 방안으로 국민연금 사회책임투자 강화 방안을 제안하는 정책 제안, 시민사회의 입장 전달 및 정책 제안 등 거버넌스 활동에 활발히 참여하도록 이해관계자 논의 채널 구성, 그리고 언론기고, 토론회 개최 등 대중 활동의 중요성에 대해 발제해주셨습니다.  
 
  

                        <사진 출처: [ref] https://www.theguardian.com/sustainable-business/parents-pensions-screwing-up-childrens-future [/ref] > 
 
 이어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의 이종오 사무국장님께서 사회책임투자에 관해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더욱 반영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셨습니다. 특히, 스튜어드십 코드가 제정되고 사회책임위원회가 생기면 연금 운용에 대해 조사를 할 수 있게 되고, 이에 시민사회에서는 이슈를 관철시키는 중요한 통로로 이용해야 함을 언급하시며, 거버넌스 과정에서 목소리를 담을 수 있는 위원 구성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셨습니다.  
 
  또한, 이종오 사무국장님께서 ‘Push Your Parents’ 캠페인을 소개해주셨습니다. ‘Push Your Parents’ 캠페인은 2013년 12월 2일 옥스포드 대학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 캠페인의 슬로건은 ‘부모님의 연금이 기후변화의 연료가 되고 있다는 걸 아세요?’ 입니다. 연금 가입자인 부모가 자신의 연금이 어떻게 쓰이는 지에 대해 무관심하다면, 이 연금은 기후변화를 촉진시키는 기업의 자금줄이 되고, 결국 미래 세대인 자신들에게 큰 위협으로 다가온다라는 구조를 인식하고, 미래 세대들이 부모를 밀고 (push), 부모는 연금기관을 밀고, 연금기관은 기업을 밀어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자는 캠페인입니다. [ref] http://www.kosif.org/board/bbs/board.php?bo_table=interview&wr_id=287 [/ref] ‘Push Your Parents’ 캠페인은 아래와 같이 연금 수혜자들이 자신들의 연금에 요구할 사항을 만들었습니다. [ref] https://www.responsible-investor.com/article/pyp_cam/ [/ref]
 
— 자산소유자에 대한 보고서 작성시 기후변화 리스크를 어떤 식으로 알렸는지를 명시할 것 
— 석탄 산업만을 영위하는 기업에 대한 투자를 철회할 것 
— 녹색 경제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것  
— 신규 화석연료 채굴 프로젝트와 자신의 이해관계에 반하는 로비를 하는 기금에 회사가 돈을 낭비하지 않도록 할 것 
— 모든 가입자와 그 아이들의 이름으로 정부가 기후변화에 대응한 조치를 취하도록 요구할 것  
 
  ‘Push Your Parents’는 국민이 자신이 가입한 연기금 및 보험이 적절한 안전 프로세서를 가지고 있는 기업에만 투자하도록 촉구하는 일환의 운동입니다. 비록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Top – Bottom’식의 운동이 아닌, ‘Bottom – Top’ 방향으로 미래 세대인 국민 스스로가 연금기관을 압박하여 사회책임투자를 유도하는 시도는 다시금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고 생각합니다.  
 
    기업인권네트워크 월례회의는 여러모로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다양한 맹점이 있는 국민연금의 현주소에 대해 알 수 있었고, 바람직한 복지 실현을 위한 개선 방안에 대해 고민할 수 있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많은 국민의 권익을 위해 국가기관 제도 운용의 허점에 대해 지적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시민사회의 노력에 대해 논의하는 현장을 직접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14.5기 인턴 김준우 작성)

최종수정일: 2022.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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