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신매매, 피해자보호 그리고 기업과 인권

2015년 12월 3일

인신매매, 피해자보호 그리고 기업과 인권 -제15회 아셈인권세미나 참가 후기

1. 들어가며 – Fish and TIPs in S. Korea

스위스 몽트뢰라는 아름다운 곳에서 2015년 11월 24일부터 26일까지 아시아 유럽 미팅(ASEM)의 주관으로 ‘인신매매’를 주제로 하는 인권세미나가 열렸습니다. 어필의 김종철 변호사는 아셈으로 부터 초대를 받아 2박 3일 동안 50여개국에서 온 100여명의 정부 관료들과 시민사회 활동가들과 논의하면서 인신매매의 새로운 흐름 내지 이슈에 대해서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또한 한국에서의 인신매매 상황에 대해 발제를 하기도 했는데, 인신매매(Trafficking in Persons)을 보통 TIP라고 부르기도 하기 때문에 어업과 유흥업 분야에서의 인신매매 이야기를 하면서 발제문의 제목을 Fish and TIPs 라고 했습니다. 발표를 하면서 1)어업과 유흥업에서 어떻게 이주노동자들이 인신매매를 당하게 되는지, 2)그 인신매매 피해자들을 지원하면서 어떻게 국내외적으로 사법적 그리고 비사법적으로 다양한 수단들을 사용했는지 , 3)그리고 한국의 인신매매에 대응의 문제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법과 정책 그리고 이행의 측면에서 비판을 하였습니다.

문제점과 관련해서는 가) 대표적으로 팔레르모 의정서를 비준하려고 하지만 제대로 된 이행 법률이 없기 때문에 인신매매자가 처벌을 받지 않고 인신매매 피해자가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점, 나) 외국, 특히 송출국의 인신매매 대응 노력을 반영하고 통합하려는 정책이 없기 때문에 외국의 노력이 헛수고에 그치게 된다는 점, 다) 법 집행 공무원이 인신매매 피해자를 식별하기는 커녕 그들을 범죄화하고 구금하고 강제송환하여 재트라우마를 겪게한다는 점을 지적하였습니다. 발제 전문을 보려면 아래 첨부파일을 참고하세요.

 fishandtips_JC- final.pdf

앞에서 인신매매의 새로운 이슈 내지 흐름이라고 이야기를 했는데, 세미나를 참가하면서 배운 것을 크게 서너가지로 정리를 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a)하나는 인신매매를 대응하기 위한 규범과 메커니즘이 급속도로 지난 10년 사이에 늘어났다는 것입니다. b)둘째는 인신매매를 접근하는 방식이 인권에 기반한 특히 피해자 보호 중심으로 발전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c)세째는 인신매매 이슈와  기업과 인권 논의가 습합되는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인신매매 피해자 보호와 관련해서 국가의 인권보호 의무를 더 넓게 인정하려는 경향이 생긴 것도 포함이 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 동안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인신매매에 대응하는 것이 쉽지 않으며 새로운 도전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2. 인신매매에 관한 규범과 메커니즘의 발달

가. 국제적인 차원

인신매매라는 말이 처음으로 국제조약에 등장하는 것은 1904년 Convention against White Slavery였습니다. 그 이후로 비록 자세하지는 않지만 로마규정(국제형사재판소에 관한 규정), 자유권규약과 유엔여성차별철폐협약 그리고 유엔아동권리 협약에 인신매매에 관한 규정이 포함 되었습니다.

 아동권리협약.hwp

 여성차별철폐협약.hwp

 자유권 규약.hwp

 유엔고문방지 협약은 인신매매에 대한 언급은 하고 있지 않지만, 인신매매 특별보고관은 인신매매가 고문이나 굴욕적이고 비인도적인 처우에 해당한다는 것을 밝힌 바 있습니다. 따라서 어필에서는 2015년 11월 17일과 18일 양일간에 있었던 중국에 대한 고문방지위원회 심의를 대비해서 많은 탈북여성들이 중국에서 인신매매를 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정부가 강제송환할 까봐 두려워 보호를 요청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유엔고문방지협약을 위반한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제출하였고 이에 관해 로비를 하였습니다.

그러나 2000년 팔레르모 의정서라고 하는 인신매매 의정서에서 비로서 인신매매에 대한 최초의 국제적인 정의(definition)가 규정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팔레르모 의정서가 만들어진 이후에 본격적으로 인권의 관점에서 인신매매를 접근하는 두개의 주목할 만한 발전이 있는데, 첫째는 2002년 OHCHR이 UN Recommended Principles and Guidelines on Human Rights and Human Trafficking를 만들었다는 것이고, 둘째는 2004년 유엔인권위원회의 전신이 유엔인권위원회(Commission)가 인신매매에 관한 특별보고관을 세웠다는 것입니다(현재 인신매매를 멘데이트로 하고 있는 특별보고관은 인신매매 특별보고관 이외에 이주 특별보고관과 현대적인 형태의 노예제도에 관한 특별보고관을 들 수 있습니다).

2004년 만들어진 이후 10년이 지난 것을 기념해서 2014년 인신매매에 관한 특별보고관은 관련 보소서를 유엔 총회에 제출을 하였습니다.

 A-HRC-26-37-Add1_en.doc

 A-HRC-26-37-Add2_en.doc

 A-HRC-26-37_en.doc

UNHCR도 난민의 맥락에서 인신매매를 접근한 가이드라인과 보고서 등을 계속 펴내고 있으며, UNICEF 역시 2006년 인신매매 피해자인 아동의 처우와 식별에 관한 가이드라인 등을 발간했습니다.

2004년 UNODC는 인신매매 의정서에 대한 이행 입법 가이드를 만들었고, 2011년 OHCHR은 앞에서 말한 UN Recommended Principles and Guidelines on Human Rights and Human Trafficking를 구체화 하기 위해 Commentary를 발간을 했습니다.

가장 최근에 나온 규범은 2014년 채택된 ILO 강제노동협약에 대한 의정서를 꼽을 수 있습니다. 위 의정서는 강제노동 목적의 인신매매에 대한 대응에 대해 직접적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팔레르모 의정서 등과 같은 인신매매에 관한 국제규범을 강화하고 보완하려는 취지를 담고 있습니다.

위 ILO 의정서는 2016년 11월 9일 발효를 앞 두고 있는데, 한국은 2014년 위 ILO의 의정서의 모 협약인 강제노동협약이 ILO 8대 핵심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비준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또한 인신매매가 노예제도에 이를 정도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에 대한 금지는 국제관습법의 일부에 해당될 정도가 되어 관련 조약에 비준하지 않은 국가라고 할 지라도 그 규범에 구속을 받게 됩니다.

나. 지역적인 차원

인신매매에 관한 규범과 메커니즘은 지역적인 차원, 특히 유럽을 중심으로 최근 많은 발전이 있었고,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중심으로는 법적인 강제력이 있는 다자간 협약 보다는 주로 선언(예를 들어 2004년 아세안 인신매매 방지 선언) 내지 양자 협정 내지 MOU가 많았는데, 2002년 남아시아 지역협력연합의 성매매 목적 인신매매 방지 협약에 이어, 아셈 인권 세미나가 열리기 이틀 전인 2015년 11월 22일에 역사적인 아세안 인신매매 협약이 채택이 되었습니다(협약 전문은 아래서 다운로드를 받을 수 있습니다).

 ACTIP.pdf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인신매매 대응을 위한 다양한 MOU 내지 협정을 체결했는데, 태국은 캄보디아, 라오스, 미안마와 각 체결을 하였고, 베트남은 캄보디아, 중국, 라오스, 태국과 각 체결을 하였습니다. 한국의 경우에도 인신매매 피해자가 발생하는 송출국가와 관련 MOU 내지 협정을 체결하여 양국에서 인신매매에 대한 대응이 서로 반영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유럽의 대표적인 인신매매 관련 규범으로는 2005년 유럽평의회의 인신매매 협약(위 협약이 채택될 당시 그에 관한 자세한 Commentary도 함께 나왔습니다)과 2011년 EU의 인신매매에 관한 지침(지침이지만 EU 회원국에 대해 직접적인 법적 강제력이 있음)을 들 수 있습니다. 위 협약은 2015년 10월 현재 43개국이 비준을 했는데, 유럽 평의회는 비준한 국가의 협약 이행을 모니터링하기 위해 GRETA라는 전문가 그룹을 만들어 정기적으로 국가 보고서를 펴내도록 했습니다. EU는 위 지침 이외에도 인신매매 근절을 위한 2012년부터 2016년까지의 전략을 세웠고, 그 전략을 조정하기 위한 EU Anti-Trafficking Coordinator를 2011년 임명을 하였습니다(현 Coordinator인 Myria Vassiliadou도 아셈인권세미나에 참석을 하였습니다).

3. 인신매매 논의에 있어서 인권에 기반한 접근

-특히 피해자 보호를 중심으로 

기존에는 인신매매에 관해서 주로 이주의 관점과 범죄 대응에 관점에서 접근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인신매매 의정서가 채택된 이후 달라진 점은 인권의 관점, 특히 인신매매 피해자 보호의 관점에서 인신매매를 접근을 한다는 것입니다.

인신매매 피해자 보호와 관련해서 가장 중요한 것 중에 하나가, 앞에서 언급한 저의 발제문에도 나오듯이, 인신매매 피해자 식별입니다. 식별이 안되거나, 잘못 식별되거나, 늦게 식별되는 경우 그 이후 여러 피해자 보호 서비스는 무의미해집니다. 따라서 법집행 공무원이 실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인신매매 피해자 식별지표가 있어야 하고 정기적으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인신매매 피해자가 식별이 되었으면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여러 정부 혹은 민간 기구에 피해자를 효과적으로 연계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유럽의 OECE/ODIHR에서 개발한 국가연계(회부)메커니즘(National Referral Mechanism)을 보면 어떻게 인신매매 대응 정부기구와 일반 정부기구 그리고 시민단체 사이에 인신매매 피해자를 효과적으로 연계해야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식별되고 연계된 인신매매 피해자에게 국가는 본격적인 보호에 앞서서 추가적인 착취와 손해를 막기 위한 즉시적인 보호를 제공해야 합니다. 여기에는 착취의 장소에서 빨리 인신매매 피해자를 이동시킨다든지, 긴급한 의료적인 조치를 하는 것 등이 포함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인신매매 의정서 제6조는 인신매매 피해자를 위한 보호 조치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을 자세히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a)숙소, b)상담과 정보제공, c)심리적인 것을 포함한 의료 서비스, d)고용과 교육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유럽 평의회 인신매매 협약과 EU 인신매매 지침에는 한 층 더 상세히 규정을 하고 있는데, e)임신과 장애 등 피해자의 특별한 필요에 주의하여야 한다는 것과 f)피해자에게 최소 30일 동안의 숙고 내지 회복을 하는 체류 허가를 해 주어야 한다는 것과 g)필요한 경우 위 체류 허가를 연장해주어야 한다는 것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당연한 것이지만 이러한 보호 조치는 비차별적으로 이루어 져야하고, 피해자의 동의 하에 이루어져야 하며(EU 인신매매 지침 제11조, 유럽 평의회 인신매매 협약 제12조), 피해자의 프라이버시권이 존중되어야 합니다(인신매매 의정서 제6조, 유럽 평의회 인신매매 협약 제11조).

 IOM에 따르면 돌아간 인신매매 피해자가 다시 인신매매를 당할 가능성이 최소 20%가 된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신매매 피해자를 돌려보낼지 여부와 과정에 있어서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유럽 평의회 인신매매 협약 제13조는 30일 동안의 숙고 내지 회복 기간을 규정해 두었고 이러한 체류 허가는 형사절차 참여 등의 이유로 연장이 가능하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유럽의 회원국은 협약 보다 더 긴 숙고 내지 회복 기간을 국내법에 규정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영국은 45일, 체코는 60일, 독일과 네델란드는 90일, 이탈리아와 노르웨이는 6개월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인신매매 피해자의 보호와 관련해서 중요한 것 중에 하나가 인신매매자를 처벌하는 형사절차에 참여하는 것과 민사절차 등을 통해 구제를 받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절차에 관한한 적절한 정보와 법률적인 지원을 받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인신매매 피해자에 대한 보호 조치의 전제가 되는 것이 인신매매 피해자의 체류와 관려된 권리(유럽 평의회 인신매매 협약 제 15조는 법적인 구제를 받는 것과 체류와의 관련성에 대해 규정하고 있음)와 비구금과와 비범죄화입니다. 인신매매 피해자가 보호를 받기 전에 본국으로 송환되거나, 구금되어 있거나, 처벌 받는다면(처벌 받을 두려움을 갖게 된다면), 앞에서 말한 여러 보호 조치들이 무의미해지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재피해를 막기 위해서 귀환하는 과정과 돌아간 후에도 인신매매 피해자에 대한 보호가 필요합니다. 안전하고 될 수 있는 한 자발적인 귀환이 되도록 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 돌아갈 나라에 대한 위험 분석이 필요합니다. 인신매매 피해자의 체류에 관한 권리도 중요하지만 이와 함께 돌아갈 권리가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인신매매 피해자가 난민인 경우이거나 인도적인 이유로 돌아갈 수 없는 경우에는 관련 규범을 통해 보호를 받아야 합니다. 돌아가는 과정에서도 안전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동행이 필요한 경우도 있을 수 있으며, 돌아간 후에도 재인신매매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재통합 서비스가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이에 대해서는 2015년 OSCE의 인신매매 피해자의 귀환에 있어서의 인권에 관한 이행지침이 상세히 다루고 있습니다).

4. 인신매매 이슈와 ‘기업과 인권’ 논의와의 접점

-국가 책임의 확대 경향

오늘날 중소기업 뿐 아니라 다국적 기업들도 인신매매자가 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어업에서 벌어지는 인신매매를 생각해 보면 선주들 중에는 다국적 기업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또한 제조업이라고 하더라도 다국적 기업의 공급망에서 인신매매 내지 강제노동에 해당하는 일들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유엔 기업과 인권 이행지침’이 채택된 이후 발전된 기업과 인권에 관한 논의들이 인신매매 대응과 관련되어 적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반대로 ‘기업과 인권 이행지침’의 연성법적인 성격으로 인해 구속력 있는 규범으로 기업을 규제하는데 한계가 있지만, 그나마 인권 침해의 정도가 심각한 인신매매와 강제노동의 영역에서는 경성규범이 예외적으로 생기기 쉽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인신매매에 있어서 기업과 인권 논의는 결국 기업에 어떤 범위에서 책임을 물을 것인가 하는 것과 피해자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구제할 것인가, 그리고 국가에게 어떠한 인권 보호 의무를 인정할 것인가, 즉 유엔 기업과 인권 이행 지침의 용어로 한다면 ‘기업의 인권 존중 책임’과 ‘구제에의 접근’과 ‘국가의 인권 보호 의무’의 문제로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가. 인신매매와 관련된 국가의 인권보호 의무

일반적으로 국가는 제3자의 침해로 부터 피해자의 인권을 보호할 의무가 있습니다. 1) 이 인권 보호 의무라는 것을 인신매매에 적용하면 국가는 제3자에 의한 인신매매를 사전적으로는 예방하고, 사후적으로는 적절하게 대응할 의무가 있습니다. 2) 보호 대상은 출신국이든 종착국이든 경유국이든 간에, 인신매매 유형에 관계 없이, 그 해당 국가의 영토 내에 있거나 실효적인 지배 안에 있는, 시민과 외국인 상관 없이, 모든 사람입니다. 3) 최근에는 국제적으로 역외적용이 인정되고 있기 때문에 그 나라 사람(자연인이든 법인이든)이 앞에서 말한 그 제3자가 되어 외국에서 외국인에 대해 인신매매를 범한 경우에도 국가의 보호의무가 발생합니다. 4) 그리고 이러한 의무를 이행하지 못하면 국가는 책임을 져야 합니다. 5) 하지만 제3자의 인신매매 행위에 대해 국가는 무제한적인 보호 의무가 있다고 보기 힘들기 때문에, Due Diligence를 다 한 경우에는 책임(의무)을 면한다고 할 것입니다(UN Recommended Principles and Guidelines on Human Rights and Human Trafficking, 제2원칙).

국가의 인신매매와 관련된 보호 의무 중 a) 사후적인 대응 의무에는 피해자를 보호하고 피의자를 조사하고 가해자를 처벌하는 것 등이 포함될 것입니다. b) 그런데 사전적인 예방 의무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인신매매가 발생하는 요인에는 추진요인(push factor, 인신매매 피해자를 보내는 요인)과 흡입요인(pull factor, 인신매매 피해자를 끌어들이는 요인)이 있기 때문에 예방의무도 추진요인과 관련된 의무와 흡입요인과 관련된 의무로 나누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인신매매 의정서 역시 이러한 제9조 제4항에서 추진요인을 제5항에서 흡입요인과 관련된 국가의 예방 의무를 전제로 규정을 하고 있습니다.

 인신매매 의정서 제9조 제4항은 “당사국은 빈곤, 저개발 및 동등한 기회의 결여와 같은 인신매매, 특히 여성과 아동을 인신매매에 취약하게 만드는 요인을 완화하기 위하여 양자 또는 다자 협력을 포함하는 조치를 하거나 강화한다”라고 하고 있고, 제9조 제5항은 “당사국은 인신매매를 야기하는 모든 형태의 인신매매, 특히 여성과 아동의 착취를 조장하는 수요를 억제하기 위하여 양자 및 다자 협력을 포함하여 입법 조치 또는 교육적, 사회적 또는 문화적 조치와 같은 그 밖의 조치를 채택하거나 강화한다.”라고 하고 있습니다.
 인신매매와 관련한 국가의 보호 의무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판결 중에 하나는 유럽인권재판소의 Rantsev v. Cyprus and Russia 판결입니다.

러시아 출신의 Ranstev가 사이프러스에 와서 카바레에서 연예인으로 이주 노동을 하게 되었는데, 거기서 성매매를 강요당한 후 도망친 후 업주에게 붙잡혀 경찰에게 넘겨 졌으나,  경찰은 Ranstev를 보호하지 않고 다시 업주에게 넘겼고, Ranstev는 업주로 부터 벗어나려고 하다가 아파트에서 떨어져 사망한 사건입니다.

Ranstev의 아버지가 죽은 딸을 대신 해서 러시아와 사이프러스를 상대로 유럽인권재판소에 제소를 하였는데, 그런데 유럽인권재판소는 유럽인권협약 4조(노예, 노예상태, 강제노동 금지 조항)를 근거로 1) 연예인 비자로 들어온 여성들이 인신매매 피해자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한 법적인고 행정적인 틀이 없기 때문에 사이프러스 정부는 유럽인권협약 4조 위반이라고 했습니다. 2)또한 사이프러스 경찰이 Ranstev가 인신매매 피해자라는 합리적인 의심을 가질 만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보호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이프러스 정부는 유럽인권협약 4조 위반이라고 했습니다. 3) 그리고 러시아 정부는 인신매매에 대해서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고 하면서 유럽인권협약 4조를 위반했다고 했습니다.ᅠ 

유럽인권재판소는 제4조에서 인신매매에 관한 국가의 의무를 도출했는데, 그 의무란 1)인신매매를 대응하기 위한 법적인고 행정적인 틀을 갖출 의무 2)당국이 인신매매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할 의무 3)그리고 인신매매에 대해 제대로 조사할 절차적 의무입니다.ᅠ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내용은 국가 당국이 인신매매의 위험을 알았거나 알았어야 하는 경우, 그러한 위험에서 그 사람을 벗어나게 할 힘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한 것이다라고 판단 한 부분입니다.

*2014년 염전노예 사건에서 강제노동과 학대에 시달린 피해자가 경찰의 도움을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구제조치를 하기는 커녕 염전주인에게 다시 돌려보낸 뒤 착취를 당한 일이 있는데, 이것은 위 유럽인권재판소 판결에 의할 때 국가 당국이 피해자가 인신매매를 당하고 있음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을 그러한 위험으로 부터 벗어나게 할 힘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므로, 한국 정부는 그 염전노예 사건 피해자의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나. 인신매매와 관련된 기업의 인권 존중 책임

‘유엔 기업과 인권 이행지침’에 따라 기업의 인신매매와 관련된 인권존중 책임을 이야기 해보면, 기업은 자신이 인신매매를 야기하지 말아야 할 책임뿐 아니라 인신매매에  연루되지도 말아야 할 책임이 있고, 일정한 경우에는 해당 기업의 자회사나 하청기업, 피용자 등에 의한 인신매매도 예방하고 줄여야할 책임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 정책과 경영 구조를 바꾸고, 어떻에 인신매매와 관련된 책임을 이행 했는지에 대해 보고를 하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유엔 기업과 인권 이행지침에 따른 이러한 책임은 모두 법적인 구속력이 없는 한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각 국가들은 인신매매의 영역에서 위 유엔 기업과 인권 이행지침을 이행하기 위해 법적 구속력이 있는 규범들을 만들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EU 인신매매 지침 제5조와 유럽평의회 인신매매 협약 제22조는 인신매매를 기업 자신이 직접 범했다고 봐야하는 경우 뿐 아니라, 자신을 위해 일하는 자연인에 대한 감독의 소홀로 인해 기업의 이익을 위해 인신매매가 저질러진 경우에도 기업이 형사처벌을 지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영국의 현대 노예금지법 제정 운동을 주도한 Anti-Slavery의 Klara와 함께

또 보고(reporting)와 관련해서는 EU 비재무적 정보 및 다양성 정보 공개에 관한 지침과 2014년 영국의 현대 노예법 금지법 제54조(공급망에서의 투명성)와 2010년 미국 캘리포니아 공급망 투명성 법에서는 (그 나라에서 사무소 등을 두고 사업을 하는) 일정한 규모의 기업에 대해서는 공급망 등에서 인신매매에 대응하는 등 관련 책임을 행한 보고를 의무적으로 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2015년 8월 처음으로 위 캘리포니아 공급망 투명성 법을 근거로 소송이 제기가 되었는데, 코스트코(Costco)가 태국에서 강제노동에 의해 양식된 새우를 들여와 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위 법의 공시 의무에 맞지 않게 공시를 해왔다는 것입니다.

다. 인신매매 피해에 대한 구제에의 접근

유엔 기업과 인권 이행지침의 구제에의 접근은 구제 방법을 국가기반의 구제와 비국가기반의 구제로 나누고 국가기반의 구제는 사법적인 구제와 비사법적인 구제로 나누어 규정을 하고 있습니다.

인신매매와 관련해 국가기반의 구제 논의가 의미가 있는 것은 기업이 인신매매를 직접 야기한 경우 뿐 아니라 제3자의 인신매매에 연루가 되거나 공급망이나 자회사 등을 통해 인신매매를 저지른 경우에도 형사적이고 행정적이고 민사적인 책임을 지도록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법적인 구제방법과 관련해 극복해야 할 여러 과제가 많지만, 형사적인 책임과 관련해서는 a) 인신매매의 정의가 너무 협소하게 규정되어 있는 것, b) 기업과 같은 법인에게 범죄주체 혹은 형벌 주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 문제이고, 민사적인 책임과 관련해서는 입증이 쉽지가 않아 손해배상을 인정 받기가 쉽지 않은 문제도 있지만, 인정이 되더라도 a) 징벌적인 손해배상이나 b) 집단적인 손해배상을 인정하지 않아 손해배상 자체가 기업에게 인신매매 억제의 효과가 없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비국가기반의 구제와 관련해서는 피해자 입장에서 의미가 있는 것은 인신매매자를 상대로 기존에 기업과 인권과 관련해서 사용한 수단들을 광범위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소비자 운동을 하거나 투자자를 압박하는 것 그리고 브랜드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 등이 그것입니다.

 2007년 십수명의 노동자들이 불가리아와 루마니아 등에서 모집이 된 후 Kronos라는 독일 회사에 고용이 되어 벨기에 고속도로 휴게실에 딸린 화장실에서 일을 했습니다. 그 고속도로 휴게실은  N. V. Carestel Motorway Service의 소유였지만, N. V. Carestel Motorway Service는 Kronos에게 화장실 청소를 맡겼습니다. Kronos는 위 노동자들에게 7주 동안 하루도 쉬는 날 없이 아침 7시부터 저녁 10시까지 휴식시간 없이 일을 시켰습니다. 임금이 지불되지 않았고 계약이 종료된 후에 주겠다고 했습니다. 숙소도 너무 열악했을 뿐 아니라 주기적으로 노동자들은 협박을 당했습니다. 사건에 대해 2012년 벨기에 켄트(얀 반 에이크의 어린양의 그림으로 유명한 곳이죠!) 법원은 Kronos에 의해 학대와 착취를 당한 노동자들에 대해 N. V. Carestel Motorway Service에게 인신매매죄의 책임을 물었습니다. Carestel 이 고의적으로 Kronos의 학대와 착취를 묵인하지 않았다면 그 노동자에게 그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고, 노동자들이 학대와 착취를 당하고 있다는 것을 안 후에도 Kronos와의 계약을 종료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농촌 이주노동자들은 Kronos보다 더 열악한 상황에 처해 있어 보입니다. 한국에 Kent 법원이 있었다면 그 농촌 이주노동자들을 고용한 사람과 이러한 상황을 알면서 송입한 기관은 인신매매죄로 처벌을 받겠지요.

5. 나가며

-인신매매와 관련한 새로운 도전들

과거에는 주로 성착취 목적의 인신매매에 관한 주제가 논의의 대부분을 차지 했으나 이제 는 사람들이 노동착취 목적의 인신매매에 관해서 점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어업과 농업 그리고 가사업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의 인신매매에 대해 주목을 하고 있습니다

 가사노동에서의 인신매매와 관련해 스위스 등 유럽의 외교관들의 가사 노동자 착취의 이슈가 언론에 너무 자주 올랐고, 아셈 회의에 각국 대사관 직원들이 많이 참석했기때문에, 첫번째 비공식 세션은 스위스 외교부 주최로 “어떻게 외교관들의 집에서 가사업과 관련한 인신매매를 대응할 것인가”라는 주제를 다루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10여년 동안 인신매매 대응과 관련한 부단한 노력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인신매매 피해자로 식별되는 숫자는 적고 그렇게 식별되는 사람들 대부분은 성착취 인신매매 피해자들입니다. 예를 들어 2014년 전세계적으로 인신매매 피해자로 식별된 사람의 숫자는 44,462명에 불과했고, 그렇게 식별된 75%가 성착취 인신매매 피해자였습니다(ILO에 따르면 성착취 인신매매가 44% 노동착취 인신매매가 47%로 후자가 더 높습니다). 또한 같은 해 전세계적으로 인신매매로 기소가 된 사람의 숫자는 10,051명이고 그 중에 418명 만이 노동착취 목적의 인신매매자였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기소가 된 사람 중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은 반도 안됩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요? 2013년 4월부터 12월까지 인신매매로 수사기관에 접수된 사건은 11건이고 이 가운데 2건만이 기소가 되었습니다. 2014년에는 49건이 접수가 되었지만 역시 기소는 4건에 대해서만 이루어졌고, 2015년 1월부터 10월까지 접수된 57건 중에는 1건만이 기소가 되었습니다. 형법이 2013년 개정된 이후 인신매매로 유죄 판결을 받은 건수는 지금까지 딱 2건에 불과합니다.

이와 아울러 인신매매에 대응과 관련해서 새로운 도전들이 있는데, 1) 유럽을 중심으로 범죄를 강요하는 인신매매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소매치기, 허위결혼, 마약운반, 위조품 생산, 구걸을 하게 할 목적으로 인신매매를 하는 것입니다. 유럽에서는 이런 형태의 인신매매가 4%나 해당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범죄를 강요하는 인신매매의 피해자는 범죄를 저질렀다는 자책과 두려움 때문에 당국의 보호를 요청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인신매매자는 수사망을 회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더 심각합니다. 따라서 이러한 인신매매 피해자는 대부분 기소가 된 후에야 식별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한국의 경우에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소매치기 등 범죄를 강요하는 인신매매의 비율은 그리 높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성매매 목적으로 인신매매를 하는 경우에도 일종에 범죄를 강요하는 인신매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성매매가 합법화된 나라에서는 상관 없지만 한국의 경우에는 성을 파는 것도 불법이고 범죄이기 때문입니다. 성을 사는 것을 범죄화 하더라도 이렇게 성을 파는 것까지 범죄화하고, 특히 강요된 성매매 까지 범죄화 할 경우 성매매 목적으로 인신매매를 당한 여성들이 처벌의 두려움 때문에 보호를 받기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2) 두번째 도전은 인간밀수(밀입국 smuggling)과 인신매매와의 경계가 갈 수록 모호해지고 구별하기 어렵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3) 세번째로는 인신매매에 대한 통계 등 지형을 가늠하기가 쉽지 않고 정부의 인신매매 대응 노력에 대해 평가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4)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2000년 인신매매 의정서의 인신매매의 정의가 가지고 있는 한계가 노정되었다는 것입니다. 착취보다는 이동이라는 행위에 촛점이 맞추어져 있으며, 모협약이 국제적인 조직범죄에 관한 협약이기 때문에 인신매매가 되기 위해서는 국가간에 벌어진 것이어야 하고, 3인 이상이 가담된 조직범죄여야 합니다.

이번 아셈인권 세미나를 참석하면서 크게 두 가지를 배워게 되었느데, 첫째는 인신매매에 대응하고자 하는 국제사회의 논의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국제적인 논의를 잘 따라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내에서 혹은 지역에서 발생한 인신매매 피해자들을 지원하면서 얻게되는 구체적인 통찰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둘째는 어필의 멘데이트들이 인신매매를 중심으로 연결이 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난민과 인신매매 피해자는 강제이주자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고만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인신매매가 앞에서 살펴본 것 처럼 기업과 인권이라는 이슈와 연결이 되고, 인신매매 피해자의 보호와 관련해서는 법 집행공무원이 식별을 못 해서 이주 구금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 또한 많은 난민들이 그 특수한 취약성으로 인해 인신매매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인신매매와 이주주금 그리고 난민 이슈가 서로 연결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2015년 여러 언론에 등장한 바와 같이 미안마의 로힝가 난민들이 태국과 말레이자아로 피하려다가 오히려 인신매매자에 의해 참혹하게 희생을 당하고 있습니다. 인신매매자들은 이들을 태국과 말레이지아 국경의 인신매매 캠프에 감금해 두고 미안마에 있는 가족에게 몸 값을 요구하는데, 캠프에 있는 동안 이들에게 강간과 살인, 고문이 광범위 하게 일어납니다. 그리고 몸 값이 지불되지 않는 로힝가들은 태국 어선으로 팔려가서 강제노동을 하게 됩니다. 이것은 난민이 인신매매 피해자가 되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종철 작성)

최종수정일: 2022.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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