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난민과 난민협약 1(F)/33(2)

2018년 6월 22일

요즘 난민 출신국 상황이나 난민정책에 관한 이야기 뿐 아니라 난민협약에 관한 해석론까지  SNS에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논의의 수준이 “한국에도 난민이 있었구나”였는데, 이제는 시민들이 난민협약에 관해 논쟁도 하고 있으니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여론 조사 기관에서는 한국 정부가 우리를 찾아온 난민을 보호해야 하는지를 묻는 것은 아주 부적절한 물음입니다. 난민협약을 비준했으니 이제 난민을 보호할 의무는 윤리적인 것이 아니라 법적인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난민협약상 난민정의에 해당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한국정부가 난민협약에 따라 보호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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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난민협약상 심각한 범죄를 저지르거나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사람까지 난민으로 보호를 할 필요는 없다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물론 특정 종교와 인종과 출신국 난민을 모두 싸잡아서(예를 들어 제주도에 있는 예멘 출신 난민 모두를) 잠재적인 범죄자 내지 테러리스트로 취급한 채 그러한 논의를 하는 것은 어떤 식으로든 정당화 될 수 없는 인종주의적인 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개별적인 판단을 기초로 심각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으로부터 난민 보호를 제외시키고, 국가 안보와 난민 보호를 양립시키려고 하는 것은 타당한 것입니다. 사실 난민협약도 그렇게 규정이 되어 있습니다.

난민협약 제1조에서 난민정의를 규정한 다음 제3조 이후에 난민의 권리에 관해 규정하기 전에 제2조에서 “모든 난민은 자신이 체재하는 국가에 대하여 특히 그 국가의 법규를 준수할 의무 및 공공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조치에 따를 의무를 진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또한 제1조 F에서는 난민정의에 해당하는 사람이라도 일정한 범죄를 저지를 사람들은 난민으로 보호하지 않도록(협약의 규정을 적용 안할 수 있다가 아니라 적용하지 않도록)하고 있습니다. 또한 제33조 제2항에서는 체약국이 난민이라고 하더라도 국가안보 등을 이유로 추방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난민협약 제1조 F와 관련해서 예멘 사람들은 난민으로 보호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예멘 난민에 대해서 (예멘이 조혼 풍습이 있다더군요) 13세 이하의 여성과 조혼을 한 남자라면 국내 현행법 적용하면 미성년자 강간에 해당되니 받아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를 보았어요. 캐나다에서도 crime against humanity는 난민 신청자격 미달 조건이고.. 유죄 판결이 없더라도 commit 했으면 해당된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여성이 13세 미만일 때 결혼했으면 국내법상 강간이고.. 이런 이들의 난민신청은 거절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의견을 봤는데 합당하다고 느껴졌어요. 유민의 생각은 어떤지 궁금하네요”

그 중에 하나가 예멘에서는 조혼의 풍습이 있는데 13세 미만의 여성과 결혼을 한 예멘 남자들은 한국 형법상 미성년자 의제 강간죄를 범한 것이기 때문에 난민협약 제1조 F에 따라 난민 신청을 거절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위와 같은 주장에 대해 우선 말씀드릴 것은 한국 정부는 난민 신청은 거절해서는 안 되고 난민 신청을 받고 심사를 해서 난민협약 제1조 F의 배제 사유에 해당하는지를 심사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제주도에 온 난민들이 과연 조혼을 했는지도 사실 확인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난민협약 제1조 F는 위 세 범주에 해당하는 범죄자를 처벌하지 않고 그들을 난민으로 보호를 한다면 난민제도 취지가 몰각되기 때문에 둔 중요한 규정으로 이러한 내용은 이미 세계인권선언 제14조 제2항(“이 권리는 비정치적인 범죄 또는 국제연합의 목적과 원칙에 반하는 행위만으로 인하여 제기된 소추의 경우에는 활용될 수 없다”)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1조 F는 세 범주의 범죄자에 “해당된다고 인정되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자는 표현을 쓰고 있으므로 어떤 사람이 위 세 범주에 해당하는 범죄자인지에 관한 증거는 명백하고 확실해야 합니다.

난민협약 제1조 F에서 말하는 세 범주의 범죄자는 첫째 “평화에 반하는 범죄, 전쟁범죄, 또는 인도에 반하는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고 둘째 “피난국에 입국하기 전에 그 국가 밖에서 중대한 비정치적인 범죄를 저지른 자”이고 셋째는 “국제연합의 목적과 원칙에 반하는 행위를 한 자”입니다. ‘평화에 반하는 범죄’는 불법적으로 전쟁을 일으키는 것이고, ‘전쟁범죄’는 민간인을 폭격하거나 금지된 무기를 사용하는 등 전쟁 중에 불법을 저지르는 것이고, ‘국제연합의 목적과 원칙에 반하는 행위’의 경우에는 국가의 원수 등이 국제법적인 질서를 교란하는 행위 등을 의미하므로, 앞에서 말하는 예멘 난민의 조혼으로 인한 미성년자 의제강간과는 무관한 범죄입니다.

미성년자 의제강간이 될 수 있는 조혼과 관련해서 문제가 되는 것은 제1조 F 중에 ‘인도에 반하는 범죄(crime against humanity)’와 ‘비정치적인 중대한 범죄’입니다. 그런데 ‘인도에 반하는 범죄’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난민협약에서는 알 수 없고 국제형사재판소의 실체법 규정이라고 할 수 있는 로마규정을 봐야하는데, 그 규정 제7조에 따르면 관련 범죄의 유형을 11개로 나열을 하면서 살해나 고문 뿐 아니라 강간 등의 행위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행위가 인도에 반하는 범죄가 되려면 “민간인 주민에 대한 광범위하거나 체계적인 공격의 일부로 그 공격에 대한 인식을 가지고 범”한 경우여야 합니다. 따라서 한국에서 난민 신청을 한 예멘 남자들 중에 13세 미만의 여성과 조혼을 한 사람이 있는지는 개별적으로 확인을 해야 하지만, 그 사람들 중에 13세 미만의 여성과 조혼을 했다고 하더라도 인도에 반하는 범죄이기 때문에 난민협약 제1조 F의 난민배제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기 힘들 것입니다.

그러면 마지막 남은 것은 피난국에 입국하기 전에 그 국가 밖에서 중대한 비정치적인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그런데 이 조항의 취지는 난민제도를 범죄인 인도(extradition)를 피할 목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므로, 해당 행위가 출신국과 피난국 모두에서 범죄로 처벌되는 것이어야 하며 국제법상 범죄인 인도에 해당하는 범죄의 요건을 갖추어야 합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13세 미만과 결혼을 하면 미성년자 의제강간이 될 수도 있겠지만, 예멘에서는 그러한 조혼이 범죄가 아닙니다(참고로 미국의 뉴헴프셔 주에서는 법적으로 만 13세 여성과 결혼을 할 수 있도록 되어있고, 만 12세와의 결혼을 인정한 판례도 있습니다). 따라서 13세 미만의 여성과 조혼을 했던 예멘 국적의 난민이 조혼을 이유로 난민협약 제1조 F에 따라 난민보호로부터 배제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제주도에 온 예멘 난민들 중에 한국에 오기 전에 13세 미만의 여성과 결혼을 한 사람이 있다고 하더라도 난민협약 제1조 F에 따라 보호로부터 배제될 수는 없다고 할 것입니다.

두 번째로 난민협약을 가지고 제주도에 있는 예멘 사람들을 난민으로 보호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 중에는 난민협약 제33조 제2항을 그 근거로 들기도 합니다. 6월 19일 이범의 시선집중에 나온 이억주 목사는 제주도에 있는 예멘 난민들을 보호하는 것에 우려를 표시하면서 “단순히 인도적인 차원에서 접근을 하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받아들이는 국가가 무조건 받아들이고, 강제송환을 금지하고 그런 것은 아닙니다. 난민협약 제33조에 보면, 국가안보 위험이나 국가 공동체 위험한 난민에 대해서는 강제송환금지의 예외를 인정하고 있습니다”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단순히 인도적인 차원에서 접근을 하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받아들이는 국가가 무조건 받아들이고, 강제송환을 금지하고 그런 것은 아닙니다. 난민협약 제33조에 보면, 국가안보 위험이나 국가 공동체 위험한 난민에 대해서는 강제송환금지의 예외를 인정하고 있는 것을 봅니다. 난민을 받아들일 때 지금처럼 너무 온정주의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냐 하는 시각들이 많습니다”

앞에서 우리가 한국에 온 난민을 보호할 의무는 난민협약을 비준한 이상 법적인 의무이기 때문에 난민을 단순히 ‘인도적인 차원’에서나 ’온정주의’로 받아들여서는 안된다는 위와 같은 주장은 자세한 설명이 필요 없이 타당하지 않습니다. 난민협약 제33조를 보면 제1항에서 난민을 추방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규정하고 있고, 제2항에서는 이에 대한 예외로 두 가지 경우에는 그것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 두 가지 경우에 해당하는 사람은 첫째 국가의 안보에 위험하다고 인정되기에 충분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자이고, 둘째는 특히 중대한 범죄에 관하여 유죄의 판결이 확정되고 그 국가공동체에 대하여 위험한 존재가 된 자입니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했듯이 추방이 가능한 예외에 해당하는는 사람인지 여부를 이야기 할 때 제주도에서 난민신청 한 예멘 사람들 전체를 싸잡아 그러한 판단을 해서는 안 되고 개별적으로 판단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제주도에 있는 예멘 난민들은 난민협약 제33조 2항의 두 번째 경우에는 해당하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단순히 국가공동체에 대해 위험한 사람을 추방해도 좋다는 것이 아니라 ‘특히 중대한 범죄’(particularly serious crime이라고 해서 이중적인 조건을 달았음)에 관하여 유죄의 판결이 확정을 받은 사람 중에서 국가공동체에 대해 위험한 사람을 추방 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입니다. 중대한 범죄는 보통 살해, 강간, 방화, 특수강도 등으로 보기 때문에 특히 중대한 범죄는 이것들 보다 더 심각한 범죄인데(그렇기 때문에 학자들은 제1조 F의 전쟁범죄 또는 인도에 반하는 범죄 등에 준하는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합니다), 제주에 있는 예멘 난민들이 그러한 범죄를 저지렀다는 이유로 유죄의 확정 판결을 받은 바가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난민협약 제33조 제2항의 적용 여부는 제주도에 있는 예멘 난민 중에서 국가의 안보에 위험하다고 인정되기에 충분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자에 해당되는지 여부만 남았습니다. 그러나 여기에도 해당하기 힘들다고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무사증 입국이라고 하더라도 이들이 모두 출입국항에서 입국허가를 받았다는 것은 일응 이들의 입국이 국가안보에 관해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출입국관리공무원이 판단을 잘 못해서 입국한 사람 중에 이에 해당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난민협약 제33조 제2항에서 “국가의 안보에 심각하게 위험하다고 인정되기에 충분한 상당한 이유“라고 했기 때문에, 단순히 난민이 어느 불법적인 그룹에 속해있다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그 사람의 존재나 행위가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영토나 시민에 대한 무장 공격이나 헌법기관의 파괴와 같은)한국에 가장 근본적인 이익에 직간접적으로 실체적인 위해를 줄 실질적인 가능성이 공정한 절차에 근거해 입증이 되어야 하므로, 제주도에 있는 예멘 난민들이 여기에 해당할 가능성은 지금으로서는 거의 없다고 할 것입니다.

게다가 난민협약 제33조 2항의 추방 가능 조항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비준한 고문방비협약 및 자유권 규약 또는 국제관습법인 강제송환금지원칙에 의해서 어떠한 경우이든 그 사람을 고문이나 비인도적이거나 굴욕적인 처우나 처벌을 당할 곳으로 보낼 수 없다는 것도 잊어서는 안됩니다.

결론적으로 난민협약의 목적과 취지는 난민을 보호하는 것이지만, 난민협약은 심각한 범죄자가 처벌을 피하는 수단으로 난민제도를 악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과 국가안보 등을 이유로 난민임에도 불구하고 그를 추방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든 특정 종교, 인종, 출신국에 속했다는 것을 근거로 그 사람들을 보호가 배제되거나 추방이 가능하다고 추정해서는 안 되고 난민협약 제1조 F와 제33조 제2항에 해당여부를 개별적으로 판단하되, 난민협약 외의 고문방지협약이나 자유권규약 등이 규정하고 있는 강제송환금지원칙에도 위반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김종철 변호사 작성)

최종수정일: 2022.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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