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성명] 청와대, 법무부의 난민 청원 답변에 대한 입장 – 정부는 난민 절차와 처우에 있어서 난민협약 이행하고 인종주의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라

2018년 8월 1일

[난민네트워크 · 제주 난민 인권을 위한 범도민 위원회 공동성명]

 
청와대, 법무부의 난민 청원 답변에 대한 입장

-정부는 난민 절차와 처우에 있어서 난민협약 이행하고 인종주의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라-

 
1. 청와대와 법무부는 오늘(8/1) 오전 11시 50분 ‘난민법, 무사증 입국, 난민 신청허가 폐지’ 청원 답변 공개’라는 골자의 보도자료를 발행했다. 청와대는 답변에서 난민보호의 국제적 책무를 고려하되 국민의 안전을 위해 난민신청자의 신원 검증을 강화하고 난민제도를 악용하는 신청자는 정식 난민심사 절차에 회부하지 않도록 하고 신속한 난민 심사를 위해 심사인력을 늘리고 난민심판원을 신설하겠다고 답변했다. 난민네트워크와 제주 난민 인권을 위한 범도민 위원회는 이러한 정부의 안일한 대책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정부에게 난민 협약을 이행하고 인종주의를 극복하는 방향으로 난민 정책을 수립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2. 우선 현재 난민 보호가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는 청와대와 법무부의 한국의 난민보호 수준에 관한 인식은 다음과 같이 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전세계 난민협약국의 평균 난민보호율은 38%이고 세계평균 난민보호율은 50%이다. 한국 GDP의 2배이고, 면적은 3배, 인구수는 2배인 독일은 최근 5년간 100만명 가까운 난민을 보호하여 우리의 200배에 해당하는 난민을 보호하고 있으나, 한국은 현재 총 849명의 난민을 보호하고 있어 난민인정율이 4%에 불과하여, 인구 1,000명 당 난민 보호 인원이 193개 유엔회원국(난민협약국 142개국) 중에 139위이고 OECD 35개국 중에 34위이다.

3. 한국의 난민보호 수준이 이렇다면 청와대와 법무부가 “난민법을 폐지하거나 난민협약을 탈퇴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우리 실정에 맞는 합리적인 난민정책이 필요하다”, “서구사회의 부작용을 반면교사 삼겠다” 등의 총론적인 입장을 내놓은 것은 매우 안이하고 부적절한 일이다.

4. 한국 정부가 1992년에 비준한 난민 협약은 법적인 구속력이 있는 규범이고 헌법 제6조 제1항에 따라 국내법과 같은 효력이 있다. 따라서 법을 집행하는 기관인 청와대와 법무부의 입장은 우선적으로 어떻게 난민협약을 제대로 이행할 것인가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난민인정 절차와 난민의 권리에 관해서 위 난민협약의 문언과 목적과 취지를 거의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5. 한국에서 난민 지위를 신청한 사람들에 대한 인정 심사에 있어  독립성, 전문성, 신속성, 공정성, 투명성이 부재하다는 것은 여러차례 지적된 바 있다. 청와대가 이번 답변에서 “부족한 심사인력과 통역전문가 늘리고 국가정황정보를 수집하는 전문 인력을 확충”하겠다고 한 것도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대안으로 제시한 난민심판원 설립은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 현재 난민 인정 심사를 담당하는 공무원을 전문성 있는 사람으로 확충, 대체하고 그들에게 출입국 당국으로부터의 독립성을 부여하는 것이 더 적절한 해결책이다. 제대로 된 심사를 할 수 있도록 국가정황정보센터를 설립하는 것도 시급히 필요하다.

6. 또한 청와대와 법무부는 신속성과 관련해 “진정한 난민은 보호하고 허위 난민신청자는 신속하게 가려내겠다”다고 하면서 그 방안으로 “난민제도를 악용하는 것이 명백한 신청자는 정식 난민심사 절차에 회부하지 않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정식 난민심사 절차라는 것은 난민신청자에 대한 인터뷰와 국적국정황정보를 확인하는 것인데, 이러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어떻게 진정한 난민을 가려 내겠다는 것인가? 박해를 피해 타국에 와서 난민 지위를 신청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난민 지위 인정은 인생이 달린 문제이다. 한 사람의 인생을 ‘신속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이유만으로 제대로 된 검토 없이 졸속적으로 진행해서는 안된다. 난민절차의 신속성이라는 그 자체로 절대적인 가치가 될 수 없고, 독립성, 전문성, 공정성, 투명성의 가치와 함께 가야 한다.

7. 난민의 처우와 관련해서 난민협약은 제 3조부터 34조까지 난민신청자와 난민인정자의 권리를 규정하고 있는데 그러한 권리를 보호하고 존중하며 증진할 의무는 협약국인 한국에 있다. 따라서 한국 정부는 어떻게 난민협약에 따라 예멘 난민신청자를 보호할 것인지 그 대책을 제시해야만 했다. 난민신청단계에서 생존권이 위협을 받게 되면 사실상 강제송환의 결과를 가지고 오기 때문에 정부는 제주도에 있는 예멘 난민신청자의 권리 보장을 더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 난민인정자의 처우와 관련해 정부가 제안하고 있는“난민이 수동적으로 지원과 보호를 받는데 머무르지 않고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 자립할 수 있도록 관련 정책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는 그 자체로는 환영할 만한 입장이다. 그러나 ‘멘토링 시스템’등이 사례관리사(case worker) 등의 전문가로 하여금 난민협약상의 권리를 난민들이 누리도록 하는 취지에 맞춰져야하지, 정부발표안에 따라 이들을 일방적으로 통합시키고 관리하기 위한 취지로 이루어져서는 안된다.

8. 마지막으로 이번 청와대와 법무부의 답변에는 난민 및 난민신청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에 대한 대책 및 심화되고 있는 인종주의에 대한 대책이 전무하다. 한국사회의 깊은 병이라고 할 수 있는 인종주의는 오랜 기간 동안 정서적인 인종주의와 제도적인 인종주의가 서로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진화를 해왔다. 그렇기 때문에 난민보호에 있어서 무엇보다도 인종주의를 극복하는 것이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이번 답변에서는 이러한 인종주의에 대한 대책이 없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심지어 정부의 정책 자체가 인종주의에 기반하고 있어 심각한 우려를 자아낸다.

9. 특히 “SNS 계정 제출의무화, 마약검사, 전염병, 강력범죄 여부 등 엄정한 심사 진행”을 하겠다는 계획은 한국인이 아닌 외국인, 특히 난민신청자 전체를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하는 제도를 도입하려는 시도로, 전형적인 인종차별적 정책이다. 한국은 이미 유사한 정책으로 여러 차례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은 전례가 있다.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외국인 영어교사의 근로계약 연장을 위해 HIV 및 마약 검사를 요구하는 한국 정부 정책이 인종차별철폐협약 위반이라고 판단한 바 있고 (CERD/C/86/D/51/2012),  유엔 자유권 위원회는 외국인 영어교사의 비자 연장을 위한 HIV 및 마약 검사 요구가 유엔 자유권 규약 상의 차별금지와 사생활의 자유를 위반한 것이라는 결정을 지난 7월 내린 바 있다 (CCPR/C/123/D/2273/2013).  따라서 위와 같은 정부의 대책은 법적인 구속력이 있는 규범인 자유권 규약을 위반할 뿐 아니라 인종차별철폐협약에도 반하여 위법하다.

10. 청와대와 법무부는 답변 말미에 시민사회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여 정책을 세우겠다고 하였는데, 그러한 태도 자체는 적극적으로 환영하는 바이다. 그러나 그러한 의견 수렴이 난민혐오와 인종주의적인 시각에 의존해서 정부의 난민보호의 실패에 대한 정당화 과정이 되어서는 절대 안 되고, 어디까지나 난민 협약을 이행하고 인종주의를 극복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끝.

▣ 난민네트워크 (17개 단체)

공익법센터 어필, 공익변호사와 함께하는 동행, 공익사단법인 정,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공익인권센터 드림(DREAM), 국제난민지원단체 피난처, 난민인권센터, 동두천난민공동체, 세이브더칠드런, 아시아평화를향한이주MAP, 이주여성을위한문화경제공동체 에코팜므, 안산시글로벌청소년센터, 이주민지원공익센터 감동, 이주민지원센터친구, 재단법인 동천, 한국이주인권센터, 휴먼아시아

▣ 제주 난민 인권을 위한 범도민 위원회 (2018년 7월 17일 기준, 39개 단체/무순)

기독교장로회 제주노회 정의평화위원회, 천주교제주교구이주사목센터 나오미, 제주불교청년회, 제주4·3희생자유족청년회, 제주여성인권상담소시설협의회, 제주여민회, 제주여성인권연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제주지역본부, 정의당 제주도당, 녹색당 제주도당, 노동당 제주도당, 민중당 제주도당, 4·3연구소, 강정국제팀,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주민회, 강정친구들, 개척자들, 글로벌이너피스, 기억공간re:born, 제주대안연구공동체, 제주생태관광협회, 제주평화인권연구소 왓, 생태예술치유여행 오롯, 바라연구소-평화꽃섬,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제주다크투어, 제주민권연대, 제주민예총, 제주장애인연맹DPI, 제주장애인인권포럼, 제주주민자치연대, 제주차롱사회적협동조합,제주참여환경연대, 제주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제주평화인권센터, 주)제주착한여행, 진실과 정의를 위한 교수 네트워크, 지구마을평화센터, 핫핑크돌핀스

최종수정일: 2022.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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