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영화 <대답해줘>,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난민이야기

2015년 12월 1일

지난 11월 26일 저녁, 공감 월례포럼에서는 김연실 감독님의 다큐 <대답해줘>를 상영했습니다. 여기에는 어필의 김세진 변호사님도 패널로 함께하여 난민에 대해 궁금했던 점들을 묻고 답하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유난히 추운 날이었지만, <대답해줘>속의 검게 반짝이는 피부를 가진 예쁜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덜덜 떨리던 몸도 마음도 금세 녹아 내리는 것 같았습니다.   

콩고를 떠날 수 밖에 없었던 유니스, 제제, 브라이언의 부모님들은 낯선 한국 땅에서 이 아이들을 낳았습니다. 부모님은 콩고에서 왔지만 한 번도 콩고에 가본 적 없는 아이들. 이 아이들의 세상은 날 때부터 지금까지 ‘한국’이었기에, 작은 입으로 너무나 당연하게 “나는 한국사람이야, 우리는 한국 국적이야.”라고 말합니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이 예쁜 아이들이 어느 나라 사람인지 늘 궁금해합니다. 사람들의 “어디서 왔어?”라는 쉬운 질문이, 아이들에게는 가장 어려운 질문이 되었습니다.

이 질문이 무슨 뜻인지 알게 된 아이들은 “콩고에서 왔어요.”라고 대답하지만, 그 대답이 맞는지는 대답하는 아이들도 저도 알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되묻습니다. “엄마, 나는 어느 나라 사람이에요?”   

우리나라에 있는 무국적 아동, 2만명. 무국적 상태가 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대답해줘>속의 아이들은 부모님이 난민 신청자이기 때문에 콩고와 한국 어느 쪽에서도 국적을 받을 수 없었습니다. 무국적 아동들은 그 많은 숫자에도 불구하고 출생등록조차 하지 못한 채 한국에 머물고 있습니다. 존재가 증명되지 않는 아이들이 되는 것이죠. 그러나 부모의 신분에 관계없이 아이들은 ‘존재’ 로서 존중 받아야 하기에, 우리나라는 1991년 UN아동권리협약에 가입하고 이 아이들을 존중하겠노라고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출생등록1조차 되지 않아 사각지대에 내몰리는 아이들은, 무국적 아동의 숫자만큼 많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출생등록제도가 없습니다.)

 

– 김연실 감독님.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다큐멘터리를 전공한 김감독님은 <대답해줘>에서 아이들의 평범한 일상을 담아냈습니다. 감독님은 “난민도 우리와 같은 사람들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고, 아이들이 이웃으로 평범하게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주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경향신문 인터뷰 중에서)

 

*한국 내 무국적 아동에 대해 많은 매체들의 지속적 우려

☞ 추적60분, 한국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 왜 한국인일 수 없나, 무국적아동 2만명 시대 

☞ 세상으로부터 박탈당한 ‘국적 없는 아이들’

*UN아동권리협약을 준수하기 위한 출생등록제도

☞ 무국적과 이주배경 아동 출생등록에 관한 컨퍼런스 후기에서 자세히 다루었습니다.

☞ 최근 이자스민 의원이, 국제의원연맹(IPU) 난민 국적권 보장에 관한 회의에서 ‘무국적 상태방지: 모든 출생 아동에게 국적 보장’을 주제로 연설을 했습니다.

 

“시리아 난민 200명”으로 대표되는 오보로 많은 국민들이 불안감에 휩싸였던 것이 얼마 지나지 않았습니다. (시리아 난민 200명의 진실)

많은 수의 난민이나 무국적아동이 우리에게 두려움으로 다가오는 건 왜일까요? <대답해줘>속에서 만난 난민들과 그들의 아이들은 놀랄 만큼 우리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데도요.

김연실 감독님은 우리 모두가 갖고 있는 ‘낯선 것에 대한 불안감과 두려움’을 이야기 했습니다. 얼마 전 올 사람이 없는데 밤마다 문을 두드리는 사람 때문에 매 번 두려워했던 기억을 나누면서, 그 사람이 경비아저씨였음을 알게 됐을 때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지던 두려움에 대해서 이야기 했습니다. 우리가 난민들과, 그리고 이 아이들과 눈 맞추고 이야기 해 보지 않고 이들의 숫자에 놀라고 두려워하는 것은 어쩌면 감독님이 겪은 그런 두려움인지도 모릅니다.

 

– <대답해줘>속 한 장면. 평범하디 평범한 일상

시리아 난민 사태로 원하든 원치 않든 자국을 떠나는 사람들의 여정에 대한 영상을 보면서, 제가 가장 슬펐던 건 그들이 나와 똑 같은 사람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차라리 나와 전혀 다른 존재들이라면, 차라리 내가 전혀 공감할 수도 없는 차원의 존재들이라면 슬프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피난 하는 와중에도 울고, 웃고, 불안해하고, 희망을 찾기도 하고, 미래를 걱정하기도 하고, 더 나은 미래가 어디 있을까 살피며 발걸음을 옮기는 그들이 내 모습과 너무나 닮아있어 슬펐습니다. 그저 그들이 처한 상황이 비참한 것일 뿐, 나와 같았습니다.

  

사람들 사이에서 내가 동떨어져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의 당혹감과 불안감. 이런 감정을 느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요? 우리는 끝없이 어딘가에 속하고, 누군가에게 속하기를 원하니까요. 그러는 와중에 누군가가 해주는 “괜찮아”라는 말 한마디가 얼마나 큰 위로이고 위안인지, 정체성이라는 것이 서로 받아들여줌 속에서 자라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영화 상영 후, 김연실 감독님과 김세진 변호사님은 세 아이들의 근황을 전하며 웃기도 하며 눈물짓기도 하며, 이 아이들을 너무나 사랑하고 있음을 눈빛으로 보여주었습니다. 이 아이들을 존재자체로 끌어안아주는 사람들이 있으니, <대답해줘> 속의 아이들은 고통스러운 혼란 속에서도 따뜻한 사람으로, 오히려 한국을 따뜻하게 품어줄 만큼 넓은 사람으로 자랄 것만 같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문득 생각난 노래, 루시드폴의 Kid 가사를 나눕니다. 따뜻한 목소리로 부른 노래가 집에가는 길을 채워주어 고마웠습니다.
 
(이슬 연구원 작성)

    

 
  1. 흔히 하는 오해 중 하나는 출생등록과 국적부여의 관련성 여부인데, 출생등록은 국적부여와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다만 출생등록은 아동의 신분, 나이, 가족관계 및 출생지를 증명하는 기능을 가지며 아동의 안전을 보장하고 교육, 의료, 가족결합 등의 아동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출발점이 됩니다. 출처: http://www.apil.or.kr/1750 [본문으로]
최종수정일: 2022.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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