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영화 <가버나움> with 시네토크

2019년 3월 4일

 
 
 
어필은 지난 1월 24일, 한반도평화연구원에서 주최하는 시네토크에 다녀왔습니다. 이번 27회 시네토크에서 함께 관람하고 얘기를 나눴던 영화는 <가버나움>이었습니다. 성결대 심혜영 교수가 사회로, 공익법센터 어필의 김세진 변호사와 필름포럼의 조현기 PD가 패널로 참석했습니다.

영화 <가버나움>에서 작고 힘없는 소년 자인이 짊어지고 가는 삶의 무게는 믿기지 않을 만큼 가혹하여 보는 이를 안타깝게 합니다. 하다못해 케첩 통에도 만들어진 날짜가 적혀있는데, 자인은 부모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 이 세상에 태어나지도 않은 존재로 위태롭게 그 삶을 이어갑니다. 하지만 자인은 살아가려는 의지를 쉽사리 포기하지 않습니다. 존중 받고 싶었고, 사랑 받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자인이 영화의 마지막에 자신을 태어나게 한 죄로 부모를 고소하면서, 신은 그러기를 원하지 않는 것 같다고, 자기가 바닥에 짓밟혀 살길 바라는 것 같다고 말할 때 가슴이 참 아팠습니다. 결국 영화는 생애 처음으로 신분증을 만들기 위해 사진을 찍는 자인의 환한 미소로 막을 내리지만, 여전히 저 미소를 되찾지 못한 이들이 얼마나 많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난민과 관련한 맥락의 얘기들을 나누며 김세진 변호사로부터 시리아 내전에 대한 설명을 들었습니다. 시리아 내전은 정부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던 시위대에 정부가 무력으로 대응하자 이에 분노한 국민들이 반군을 결성해 발발한 전쟁으로, 현재는 테러집단 IS와 더불어 미국과 러시아 등 주변 국가까지 가세해 국제전의 양상을 띠고 있습니다. 설명을 듣고 영화를 떠올리며, 국민을 지켜야 할 군인의 총구가 되려 국민을 향했던 역사가 한국 현대사에 쓰여 있기도 하고, 만약 2016년, 당시 국가의 불의함에 대항했던 촛불을 마주한 것이 만에 하나 정권교체가 아닌 무력대응이었다면 우리는 지금 어떤 현실을 살고 있을지 상상해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정작 국내에서 이렇게 정부의 박해를 피해 도망쳐 온 사람들을 향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습니다. 작년 여름, 500여명의 예멘 난민들이 제주도에 도착했을 때 형성되었던 여론만 봐도, 대다수의 국민들이 미지의 땅에서 온 이방인들을 어떻게 대할 것인지 쉽게 짐작이 갑니다. 알고 보면 똑같은 사람들이고, 나도 얼마든지 똑같은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이 실제적으로 와닿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잘 모르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내가 그들보다 조금 더 우월한 입장에 서서 종교로, 인종으로, 문화로 그들과 나를 구분짓고 까닭없이 미워하기가 더 쉬운 것 같습니다.

마지막까지 근본적인 문제 해결의 근처에도 다다르지 못하지만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가 갖는 의미가 크다고 느껴집니다. 영화에는 이런 전쟁뿐만 아니라 조혼, 아동학대 등으로 나고 자란 곳을 도망쳐 나와 심지어는 타국의 난민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이들의 삶, 또한 누군가에게는 생소한 개념인 미등록 아동이 처한 현실을 잘 그려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그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이방인이었던 그들의 처지에 공감하게 합니다. 이렇게 한번이라도 그들의 삶을 알게 하고, 그렇다면 과연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얘기를 나눠보게 함으로써, 이 영화는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쥐어주고 있습니다.

영화를 보고 시간이 많이 지났음에도 세상 모르게 천진난만한 요나스의 표정과 자기 몸집의 반만한 아기를 끝까지 안고 다니던 자인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영화를 만든 이들의 바람처럼, 더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이야기를 알게 되고, 작은 목소리들이 모여 하나의 큰 움직임으로 이어지길 소망합니다. 
 
[16기 인턴 김영현 작성]

최종수정일: 2022.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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