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글로벌난민포럼 ②] 한국정부의 “국제사회의 난민문제 해결 노력에 동참하겠다는 말” 믿어도 될까? │ 대한민국 정부 공식 발언의 이면

2020년 1월 10일

대한민국 정부의 글로벌 난민포럼 참여는 어떠했는가?

앞서 소개한 제1회 글로벌 난민 포럼은 난민 글로벌 컴팩트에 참여한 개별 국가들의 공약을 촉구하고 그 이행을 계속 점검해가기 시작하는 계기였다. 대한민국 정부의 경우 다양한 인권협약들의 모니터링 절차에서 한국이 운용하고 있는 난민정책이나 제도에 관한 부분적인 ‘해명’을 해왔던 적은 많았으나, 난민 보호에 관한 대한민국의 입장을 포괄적으로 밝힌 적은 사실 없었다. 따라서 공식 발언 절차에서 대한민국 정부의 입장이 어떻게 발표될 지는 꽤 중요한 관심사였다.  
 
대한민국 정부의 이번 포럼에 대한 참여는 세 가지로 이뤄졌다. 첫째 포럼이 열리기 전 외교부, 법무부의 공약(Pledge) 제출, 둘째 포럼의 여러 부대행사 중 하나였던 “직업과 생계(Jobs and Livelihood)”에 관한 스팟라이트 세션에 공동주최자로 참여한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공식 발표 시간에 3분 동안 대한민국의 난민보호에 관한 입장을 밝힌 것이다.  
 
첫번째 공약은 시간에 맞춰 제출 되긴 하였으나 크게 평가할 만한 새로운 내용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정부 입장에서의 난민보호는 ODA원조를 통한 해외의 난민들에 대한 적절한 인도적 지원사업, 그리고 대한민국을 찾아온 난민들에 대한 좋은 정책과 제도 운용을 통한 난민보호, 이렇게 두개로 나눌 수 있는데 이 부분이 정부 내에서 주무부처가 전자는 외교부, 후자는 법무부로 명확히 나뉘어 있기 때문이다. 유기적이고 통일적인 정책을 조정, 관리하는 구조가 전무하기 때문에 공약에 대해서도 의미 있는 내용을 찾기 어려웠다.  
 
두번째인 스팟라이트 세션은 “전 사회적 접근 : 아태지역에서부터 아프리카까지(The Whole of Society Approach : From Asia Pacific to Africa)”라는 주제로 외교부가 굿네이버스, 코이카,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KCOC)와 함께 공동주최하는 형태로 이뤄졌다. 국내 난민의 직업과 생계에 관해 냉혹한 대한민국 정부가 이와 같은 분야의 세션을 주최하는 것에 의문이 있었으나, 해외의 사례들을 다양한 패널을 통해 발표하며 원만하게 진행되었고, 대한민국 정부가 글로벌 난민 포럼의 핵심 테마인 “전 사회적 접근”이란 것을 한국의 NGO들과도 조율하여 공식적인 의제로 받아들여 공동주최로 참여했다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만한 지점이다.  
 
▲The Whole of Society Approach : From Asia Pacific to Africa 스팟라이트 세션 : 패널 토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글로벌 난민 포럼에 참여한 인권활동가의 입장에서 가장 궁금했던, 부분은 세 번째인 공식 입장발표였다. 대한민국의 발표는 17일 오후 늦게 이뤄졌다.  
 

그럼 대한민국 정부의 공식 발표 내용은 무엇이었나?  
 
한국 정부의 발표에 대해서, 발표 내용을 듣기 전 예측한 것은 이것이다. “대한민국은 후원잘하고 있고, 앞으로 원조를 늘릴 거고, 국내에서는 난민법을 시행하고 난민재정착을 시행 하고 있고 숫자를 두배를 늘렸고”라는 정도의 멘트다. 그런데 정말 그 예상을 단 한치도 벗어나지 않았다.  
 
▲ 대한민국의 입장 공식 발언 중인 이태호 외교부 제2차관 : 현장에서 방송되는 화면을 촬영하였다 
 
실제로 발표문안에 담긴 내용은 6가지 였는데, 6가지 내용의 핵심문장을 그대로 번역하면 이렇다.

  • 첫째, 대한민국은 난민과 실향민들을 위한 인도적 지원을 계속해서, 그리고 진정으로 늘려감을 통해 보다 더 짐과 책임을 더욱 크게 분담해 갈 것이다.
  • 둘째, 대한민국 정부는 2020년부터 2023년까지 1.2백만 달러를 전쟁 및 종료된 전쟁의 상황 속에 놓인 여성과 소녀들의 필요에 집중하는 프로젝트에 제공할 것을 공약한다.
  • 셋째, 대한민국은 내년에 인도적 지원에 관한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의 협력체계를 공식화하여, 정부와 시민사회 NGO들간의 협력을 더욱 강화해나갈 것이다.
  • 넷째, 대한민국은 인도적 지원 – 개발 – 평화((HDP: Humanitarian-Development-Peace)” 연계에 공헌하는 방법으로 난민들에 대한 지원을 확대할 것이다.
  • 다섯째, 대한민국 정부는 계속해서 인력과 인프라의 확충을 통해 한국의 난민보호의 역량을 강화해나갈 것이다.
  • 여섯째, 한국은 장기화된 난민들의 상황에 관한 해결책을 찾기 위한 국제사회의 집단적인 노력에 계속해서 동참할 것이다.

예상을 빗나가지 않은 발표문에서 한가지 놓쳤던 것은 마지막에, “난민보호를 위해 한국의 진정한 연대(Solidarity)를 보여주겠다”는 약간은 어색한 마무리 발언 정도 였다(대한민국 정부의 발언 전문은, 포럼의 모든 자료를 모아 놓은 웹사이트에서 찾을 수 있다. https://www.unhcr.org/events/conferences/5df9f31e4/statement-from-the-republic-of-korea.html) 
 
▲ 글로벌 난민포럼 웹페이지에 등재된 대한민국 정부의 공식발언문 첫장 
 
발표 내용은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는가? – 대한민국 정부가 난민보호에 동참하겠다고 한 의미가 국내 난민들에겐 어떤 의미인가? 
 
▲ 외교부 보도자료(http://www.mofa.go.kr/www/brd/m_4080/view.do?seq=369881)에 기초하여 “전 세계 난민문제 대응에 대한민국도 동참”하겠다는 주제로 보도된 기사들 
 
첫째, 둘째, 셋째, 넷째는 외교부에서 담당하고 있는 부분을, 다섯째, 여섯째는 법무부에서 담당하고 있는 부분에 관한 발표였다. 사실, 외교부에서 관할하고 있는 부분에 관한 네 가지 발표는, 의미있는 인권적 용어들을 사용하긴 했었으나 크게 보아 계속해서 증가 추세에 있는 인도적 지원분야를 언급하는 내용으로 평가할 수 있는데 새로울 것은 없어 보였다. 다만 해외의 난민지원에 대해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의 협력체계를 공식화하겠다는 부분은 앞으로 실제로 잘 작동한다면 유의미할 것인데 앞으로 그 추이를 지켜보아야 하겠다.  
 
보다 눈여겨볼 부분은 다섯째와 여섯째 부분들로서 대한민국 내의 난민들에 대한 보호를 어떻게 하는지에 관한 부분이다. 사실 123개국 국가들의 발표에서 당당하고 감동을 줬던 정부대표단들은 모두 국내에 있는 난민들을 잘 보호하고 있거나, 난민이 보호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한 나라들이었다. 각기 나라를 찾아온 난민들을 좋은 제도를 통해 잘 보호하고 정착할 수 있도록 하지 않는 나라가 난민보호에 관한 입장을 밝힌다는 것은 이상하기 때문이다. 사실 냉정히 말해 난민을 전혀 보호하지 않는 나라도, 해외 원조 금액은 얼마든지 늘려갈 수 있다. 난민들이 자국을 찾아오기는 원치 않고 이를 차단하면서 원조 금액을 늘리고, 자국을 찾아온 난민들이 보호받는 길은 최대한 협소하게 줄여 계속 추방하는 형태의 정부에서 난민을 보호하겠다고 밝힌다면 과연 그 보호의 의미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난민을 보호하겠다는 의사가 진실한지 여부의 판단 준거는 자국으로 피신한 난민들을 국제적인 인권기준에 부합하게 잘 보호하고 있는지 여부가 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대한민국 정부가 밝힌 국내에 있는 난민들에 대한 입장인 “다섯째, 대한민국 정부는 계속해서 인력과 인프라를 확충함을 통해 한국의 난민보호의 역량을 강화해나갈 것이다. 여섯째, 한국은 해결하기 어려운 난민들의 상황에 관한 해결책을 찾기 위한 국제사회의 집단적인 노력에 계속해서 동참할 것이다” 는 사실 매우 의아하다. 다섯 째 입장인 한국 정부의 인력과 구조를 확충하여 난민보호에 대한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설명은 이후에 ‘2012년에 난민법을 아시아 최초로 제정했다는 사실, 난민심사의 전문성을 강화하겠다는 목표, 그리고 그 목표의 일환으로 법무부에 난민심사과를 신설한다는 것’으로 보충되어 있는데 이는 부족한 심사관의 숫자를 늘려 오랫동안 문제로 지적되어왔던 난민인정심사의 속도를 올려 난민신청자의 불안정한 대기를 줄인다는 것이다. 그런데 신속한 심사는 공정한 심사와 함께 가야한다. 신속하게 심사해서 결정을 내리지만 법적으로 위법하거나 부당한 결정을 신속하게 내리기만 한다면 결코 올바른 난민제도라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역량을 강화하여 신속한 심사를 하겠으나, 국제적인 인권 기준에 부합하는 심사를 하겠다는 논의는 없다. 현재 대부분의 난민신청자를 제도를 남용하고 있는 박해의 위험 없는 ‘가장 난민’으로 이해하고 있는 법무부의 입장이 ‘심사의 질을 올리려는 노력 없는’ 신속한 심사와 결부되면,  ‘신속한 기각결정으로 제도를 남용하는 외국인들을 신속히 추방하겠다’로 읽을 수 있다. 2019년 한해 지속적으로 정부입법안으로 추진되었던 소위 신속절차 및 강제송환금지원칙을 일부 수정하는 형태로 난민신청자의 권리를 후퇴시키는 난민법 개정안이 준비되었던 것이 그 근거다. 난민”보호”를 위한 역량 강화라는 표현의 의미가 무색해지는 것이다.  
 
“여섯째, 대한민국 정부는 오랫동안 계속되어온 난민들의 어려운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집단적인 노력에 계속 함께할 것이다”라며 세부사항으로 2015년에 재정착 난민 제도를 아시아에서 두번째로 시작했고 2017년부터는 이를 두배로 늘렸다고 밝혔다. 일부러 그 숫자를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데 연30여명씩 수용해온 난민 재정착을 60여명으로 늘린다는 의미여서 사실 국제사회에 수치를 밝히기 민망한 숫자다. 2018년 기준 난민 재정착을 정부가 직접 시행하고 있는 나라는 29개이고, 2015년부터로 합치면 45개인데 트럼프 대통령이 계속 숫자를 수년간 줄여온 미국의 경우도 2019년 24,033명, 캐나다 13,969명, 스페인 1,192명 뉴질랜드가 862명이다(유엔난민기구 재정착 난민 데이터 사이트 참조 https://rsq.unhcr.org/en/#6moY). 난민 재정착의 숫자가 여러면에서 정체 상태에 있는 세계적 현상을 고려하더라도 대한민국의 세계에서의 정치, 경제적 위상을 고려하면 언급하기 부끄러운 숫자다.   
 
또한 대한민국의 지속적인 연대 노력의 증거로서 또 다시 2012년에 제정된 ‘아시아 최초의 독립된 난민협약 이행법률로서의 난민법’이 발표에서 언급 되었는데, 글로벌 난민포럼에서 국제사회의 질문은 지금 대한민국 정부가 어떻게 보호를 하고 있는지이지, 과거에 어떤 시스템을 만들어서 갖고 있는지가 아니다. 난민법이 7년전에 만들어졌다 하더라도 여전히 난민은 지위를 얻지 못하고 강제송환되거나 구금되고, 이에 대한 인권단체들의 비판이 계속되어오고 있다. 인도적이지 않은 인도적 체류로 전쟁을 피해온 난민들, 주로 시리아나 예멘 국적의 난민들의 경우 강제송환을 면하였을 뿐 이 빈곤의 사각지대에 내몰리고 있다. 급속하게 성장해온 한국의 많은 시스템이 그렇듯, 신속히 도입된 틀은 있으나 틀을 떠받쳐야할 가치와 정신이 희미한 것은 난민제도에도 동일하다. 법이 있는 것이 중요한게 아니라, 그 법이 국제적인 인권기준에 맞게 얼마나 잘 운용되고 있는지가 중요한고 현재는 그 마저도 부족한 부분이 많아 개정이 필요한 상황인데 2012년의 사건을 언급한 것은 사실 그 외에는 국제사회에 내세울 것이 많지 않은 옹색한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된다.  
 
▲ 2019년 9월 30일 평등행진. 한국사회에 만연한 소수자 차별과 혐오에 대항하는 목소리 중 하나로 난민을 환영한다는 메세지가 보인다 
 
왜 이렇게 공식 발표는 아쉬울 수 밖에 없는가? 
 
대한민국 정부의 발표의 맹점을 비판하며 12월 21일 난민인권네트워크에서 발표한 성명 “[성명] 한국정부는 국제사회를 향한 공허한 기만을 중단하고, 난민협약과 난민 글로벌 컴팩트의 요청에 따라 난민추방이 아닌 난민보호를 시작하라”(링크 : http://bitly.kr/HqIDFuB)에서 다음과 같이 단호한 어조로 타당하게 지적한 대로, 이와 같이 아쉬운 발표는 예견된 일이었다고 보는데 왜냐하면 ‘난민보호’에 대한 정책적 입장이 정부 내에 통일된 형태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글로벌 난민포럼의 대한민국 공식 발표의 이면에는 해외에 원조를 늘리지만 대한민국에 난민이 오지 않았으면 하는 외교부처의 입장, 한국에 가급적 난민이 없었으면 하고 심사기준을 가혹하게 운영하고 출국을 유도하는 법무부의 입장이 혼재되어 있는데, 그러한 혼선은 사실 난민보호와는 역행하는 것이다. 

“글로벌 난민 포럼은 1년 전부터 예정되어 있었지만, 현 정부는 난민보호에 관한 아무런 입장도 없고, 그와 같은 입장을 정책적으로 반영할 기구도 없다. 이에 해외의 난민원조사업을 추진하는 외교부와, 국내 난민을 관리, 추방하는 법무부가 각자의 일을 하고 있다. 그런데 사실 외교부는 해외에 원조를 조금씩 늘려 갈테니 국내에 난민이 들어오면 안된다는 내심의 입장을, 법무부는 가혹한 난민심사로 난민이 한국을 피난처로 찾는 것을 단념하라는 신호를 보내며, 심사기준을 지나치게 상향하거나 절차적 권리를 축소해서 난민들을 추방해야 한다는 내심의 입장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난민보호에는 정확히 역행하는 두 부처가 글로벌 난민포럼이 다가오자 급하게 이와 같은 한국 정부의 내심을 은폐할 몇 줄의 공약을 11월 말에 급히 만들어 겨우 발표하여, “난민보호”에 대하여 무엇인가 하고 있는 것처럼 대한민국의 체면을 적절히 세웠을 뿐이다.” 
 

그럼에도 국제사회의 난민보호를 위한 노력에 대한민국도 동참하겠다는 형태의 표현의 근본적 의지 자체는 부정하고 싶지 않다. 현재의 한국의 난민보호에 관한 현실을 냉정히 살펴볼때, 제도, 구조는 물론 한국 정부가 ‘난민보호에 관하여 진정한 연대를 보여주겠다’라는 발언을 진정한 결과로 보여주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더욱이 글로벌 난민포럼이라는 중요한, 그러나 고도의 정치-외교적 행사의 장에서 그 이상을 확연히 기대하긴 어려울 수도 있다. 오히려 위와 같은 발언의 의미와 진정성, 그 구체성에 관해서는 앞으로 끈질기게 묻고, 이행하도록 하며 구조와 실제 정책 속에 반영되도록 하지 않을 수 없다.한국이 국제사회에 주는 메세지는 난민을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것인가, 아니면 난민을 기피해야할 대상으로 보고 차단하며 해외 원조만을 조금씩 늘려가는 것인가. 글로벌 난민포럼에서 본 국제사회 속 대한민국의 난민보호에 관한 이미지는 아직 전자로 보여지진 않는다. 대한민국 정부의 발표의 진정성 믿어도 될까? 믿음에 필요한 근거를 찾기 위해서 지속적인 관찰과 시민사회의 옹호활동이 계속해서 더 끈질기게 요구된다.  
 
(공익법센터 어필 이일 변호사 작성) 

최종수정일: 2022.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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