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판> 씨네토크 feat. 김세진 변호사

2015년 11월 20일

사진 / 칸느영화제 제공

 

2015 칸느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자끄 오디아르 감독의 <디판>

얼마 전에 국내상영이 개시되었었는데요, 늦가을 쌀쌀한 저녁에 신촌 필름포럼의 아늑한 지하 상영실에서 500ml 물 한 병과 함께 영화를 관람한 이후, 어필의 김세진 변호사가 참여한 씨네토크에 함께 해보았습니다. (KPI 주최, 임세은 진행)

               

사진 / CGV아트하우스 페이스북 제공

 

 베를린, 칸느, 베니스를 세계 3대 영화제라고 부르는데, 이번에 <디판>이 황금종려상을 수상하게 된 이후 반전이다, 깜짝 수상이다 등의 반응들이 있었습니다. 다른 영화들을 제치고 <디판>이 상을 받은 이유는 칸느 영화제의 시대의식이 크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전쟁을 피해 온 사람들이 피난처 같은 곳에서 겪어야 하는 전쟁과, 가족이라는 공간 안에서도 겪는 전쟁의 현실을 그린 점에서 화해와 공존에 대한 의미를 전달하는 점이 높게 평가 받은 것 같습니다.김세진 변호사님은 영화를 어떻게 보셨나요?

사실 영화가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이 있어서 제가 유일하게 중간에 숨을 쉴 수 있던 장면들이 나뭇잎과 코끼리가 나오는 장면들이었어요. 그런데 마지막 장면은 감독의 영화적 상상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화에선 해피엔딩이지만, 현실에선 살인죄 기소에 이어 난민이 프랑스에서 테러를 일으켰다는 뉴스가 뜨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네 사실 영화적 설정이 스리랑카인 캐릭터 설정, 종교적 색채 탈피, 마약거래 주거지 거주 등 현실과는 다를 수 있는 부분들이 분명히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그 안에 난민인정 절차 등 법적인 부분도 섞여있던 것 같은데요, 난민의 자격과 인정범위 등의 역사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난민 지위의 인정은 1951년 ‘난민 지위에 관한 협약’ 체결과 함께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섯 가지 사유에 해당되어야 난민 지위가 허락되는데요, 1) 인종, 2) 종교, 3) 국적, 4) 특정 사회집단 또는 5) 정치적 의견으로 인해 본국에 돌아가면 박해를 받을 위험이 있는 사람들이 심사를 거친 이후 난민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영화 설정상 타밀인은 국적, 민족에 해당되겠죠.

한국은 이 협약을 1992년부터 비준하게 되었어요. 그때부터 난민인정을 해야만 하는 의무를 가지게 된 것이죠. 그런데 2013년에서야 비로소 난민법이 생기게 되었어요. 이 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난민지원네트워크에서 고생을 많이 했답니다. 사실 난민인정절차를 국가 차원에서 시행하는 법이 통과된 사례는 아시아에선 최초이자 유일한 사례에요. 일본에 계신 변호사님들이 굉장히 부러워하고 계시죠. 이것은 협약을 지켜야 하는 국가의 사례지만, 그러지 않을 경우, 예를 들어 태국 같은 나라는 UNHCR에서 대신 절차를 진행하는 경우도 있답니다.

영화에서도 보셨겠지만 프랑스랑 한국의 절차가 조금씩 차이가 있어요. 영화에선 편안한 분위기에서 심사관이 질문을 하고 통역관이 도와주기도 했지만, 한국에선 그렇게 편안한 분위기는 아니고 통역이 영화에서처럼 난민을 적극 도와주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죠. (물론 영화적 설정일 수도 있겠지만요.) 또한 유수프가 디판과 처음 만나서 인사하는 말이 ‘고용센터에서 연락 받았습니다’ 인데, 한국은 난민을 위한 직업 알선이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럼 혹시 난민이 받을 수 있는 다른 혜택은 있나요?

난민 관련 기사의 댓글을 보면 대부분 ‘왜 우리 세금으로 이들을 지원하는가’ 하는 부정적 내용이 많이 있는데, 사실 세금으로 난민에게 지원되는 것은 없다고 봐야 해요. 이들에게 있는 혜택은 본국으로 강제송환되지 않을 권리가 인정된 범위 안에서 보험비와 교육비를 내면 의료와 교육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어요. 하지만 사실 이것이 현실적으로 얼마나 잘 활용되는가는 또 별개의 문제에요. 학교는 갈 수 있지만 취학통지서는 나오지 않아요. 그리고 사실 교장이 거부하면 학교를 다니지 못해요. 사실 한국은 부가가치세가 높은 나라이기 때문에 난민이 세금을 뺏어먹는 것보다 경제적 소비를 통해 세금으로 나라에 주는 혜택이 오히려 더 클 것이라고 봅니다.

 

난민의 도움 중 하나가 노동력인 것 같은데 정작 이들을 위한 혜택은 별로 없는 것 같네요.

프랑스는 혁명을 통해 자유, 평등, 박애 등의 개념이 역사적으로 뿌리를 내렸잖아요. 제도적 지원이 더 많을 것 같지만, 여론조사를 통한 국민정서를 보면 난민반대가 64%라고 해요. 평등이 중요한 나라의 국민이지만 이 거부감은 많은 경우 ‘그들이 우리의 일자리를 뺏어간다’는 경제적 압박감에서 나오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사실 난민의 직업은 프랑스 국민 대부분이 꺼리는, 일반적으로 선호도가 높지 않은 직업이 대부분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득불평등으로 인해 너무 각박한 상태에서 거부감이 들고 경쟁자로 겨냥하게 되는 것이죠. 테러를 IS만의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프랑스 국적 무슬림들이 살면서 보이지 않는 차별을 받으면서 분노가 쌓이는 현실도 고려해야 해요. ‘똘레랑스’ 라는 말이 상대방을 존중해주는 것이지만 프랑스 이민정책은 사실 동화정책에 가까워요. 이민정책 실패의 차원에서도 고려해봐야 하는 것이죠.

 

(관객1) 한국의 난민 신청자에겐 어떤 혜택이 있나요?

영화에 보면 디판이 미키마우스 머리띠를 쓰고 열쇠고리 등등을 팔다가 경찰에 쫓겨 도망치는 장면이 있는데요, 이것은 직업허가 없이 돈을 버는 게 불법이기 때문이에요. 한국에선 난민신청자에게 몇 가지 혜택이 있어요. 1) 신청 6개월 이후 취업이 가능하고요, 2) 신청한지 6개월동안 생계비를 지원 받을 수 있어요. 그리고 3) 지원센터가 있어요. 그렇지만 제도가 있어도 현실은 달라요.

취업의 경우 G-1이라는 임시비자를 발급받는데, 고용주의 입장에서 노동자의 노동 지속가능성이 불투명하기 때문에 고용을 잘 하지 않아요. 또한 제도상의 오류가 있는데, 취업을 하려면 고용계약서를 먼저 받아 와야 취업허가서를 받을 수 있어요. 아직 고용되지 않은 상태에서, 고용받기 위해 고용주로부터 계약서를 받아야 하는 펜로즈의 계단 같은 제도적 오류인 것이죠.

생계비도 홍보가 안 되어 있어서 사실 많은 경우 난민들이 몰라서 신청을 못해요. 신청했을 경우는 승인 확률이 50%이고, 개인과 가족에게 식구 수에 상관없이 일관적으로 월 40만원을 받게 되어요. 물가에 비해 매우 적은 양이에요. 그래서 이 분들이 생계를 유지하는 방법은 대부분 교회 같은 종교단체의 지인들을 통해 도움을 받는 것을 많이 보았어요. (영화에서 디판도 종교단체 안에서 정서적 교류를 하는 장면이 여러 번 나오는데 이런 커뮤니티가 재정적 정서적 면에서 난민에게는 매우 중요해요)

난민지원센터는 위치가 영종도에 있는데요, 21억원을 투입한다는 곳이지만 바로 옆에가 헬리콥터장 같은 벌판이고, 사람이 살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환경이에요. 여기서 사는 난민신청자는 80명 정도인데, 한국에서 난민신청 이후 대기중인 사람이 4000명인 것을 감안하면 (1%에도 미치지 않는 것이죠) 지원센터라는 혜택의 활용도가 얼마나 낮은지 알 수 있어요.

  

[펜로즈의 계단 같은 제도적 오류] 사진 /  Youtube 제공

 

(관객 2) 제가 예전에 한국 정치에 회의를 느껴서 호주로 정치적 망명을 가고 싶었는데요, 그럼 난민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건가요?

한국인의 경우 해외에서 난민으로 인정된 사례들이 몇건 있어요. 주로 동성애, 양심적 병영역거부 사례에요. 그런데 최근에는 한국인은 다른 나라에서 난민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거의 없어요. 최근 캐나다의 경우에는 한국을 난민이 발생하기 힘든 국가로 지정하기도 했어요.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호주에서 난민신청을 하신다면, 호주 정부는 질문하신 분의 정치적 의견에 한국 정부가 주목하고 있는지를 판단하려고 할거에요. 만일 그 점을 입증하시면 가능할 수도 있어요^^

 

마무리 멘트를 부탁드려요.

파리에서 인터뷰를 한 아버지와 아들의 대화를 인용하고 싶네요.

 

기자 :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니? 그 사람들이 왜 그런 짓을 했는지 알아?

아이 : 네. 왜냐하면 그 사람들은 진짜 진짜 나쁘거든요. 악당들은 착하지 않아요. 그리고… 우리는 아주 조심해야죠. 왜냐하면 집을 옮겨야 하니까요.

아빠 : 어, 걱정하지 마라. 우린 이사 안 가도 돼. 프랑스가 우리 집이야.

아이 : 하지만 나쁜 사람들이 있잖아요. 아빠.

아빠 : 그래. 하지만 나쁜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어.

아이 : 그들은 총도 있고 우릴 쏠 수도 있어요. 왜냐하면 그 사람들은 진짜 진짜 나쁘거든요.

아빠 : 괜찮아. 그 사람들이 총을 가지고 있을진 몰라도 우리에겐 꽃이 있거든.

아이 : 하지만 꽃은 아무것도 못하잖아요. 그건… 그건…

아빠 : 아냐. 꽃은 그럴 수 있어. 봐봐. 사람들이 꽃을 놓고 있잖아. 총에 맞서 싸우는 거야.

아이 : 보호해 주려구요?

아빠 : 그렇지.

아이 : 그럼 양초들도요?

아빠 : 그것은 어제 떠난 사람들을 기억하기 위한 거야.

아이 : 꽃과 양초들은 우릴 보호하기 위해 여기 있어요.

아빠 : 맞아.

기자 : 이제 기분이 나아졌니?

아이 : 예, 나아졌어요.

아이의 표정에 불안감이 사라지는 순간이 있어요. 저는 이것이 신이 인류에게 희망을 주기 위한 연출이라고 생각해요. 두려움이 엄습할수록 희망을 잃지 않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네, 사실 희망이 없는 것처럼 보여도 진짜 없는 게 아니거든요. 희망을 잃지 말아야겠습니다. 김세진 변호사님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이로써 영화 <디판>의 씨네토크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10기 인턴 김단비 작성)

최종수정일: 2022.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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