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방문조사: 환대와 연대의 감동을 누리다

2015년 10월 1일

  *께레따로 시내를 걷고 있는 희망법의 김동현 변호사님과 어필의 김세진 변호사

환대와 연대의 감동을 누린 멕시코 방문 조사

공익법센터 어필이 사무국으로 일하는 기업과 인권 네트워크(Korean Transnational Coprporations Watch)는 아름다운 재단의 지원으로 2014년 부터 외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의 인권 침해를 방문조사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2014년 관련 포스팅을 아래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김세진 변호사의 방글라데시 방문 포스팅 http://apil.tistory.com/1633

-김종철 변호사/김다애 전 연구원의 베트남 방문 포스팅 http://apil.tistory.com/1671

2014년에는 방글라데시와 베트남과 필리핀을 방문조사했는데, 2015년에는 기업과 인권 네트워크 최초로 아메리카 대륙에 있는 나라들을 방문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래서 희망법의 김동현 변호사님과 어필의 김세진, 김종철 변호사는 9월 1일 부터 12일까지 멕시코를 다녀왔습니다.

위 현지 조사는 멕시코 현지 단체인 Cereal과 함께 진행하였고, 조사 결과를  담은 보고서 역시 공동으로 발표하기로 하였기 때문에 주요 조사 내용에 대해서는 추후 자세히 이야기 하겠습니다. 기대해주세요~. 그래서 여기서는 궁금해 하실 분들을 위해 12일 동안 저희들이 어떻게 멕시코에서 보냈는지 간단히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Cereal 사무실에 붙어 있는 멋진 로고

우선 멕시코에 가기 전에 걱정이 많았습니다. 안전하지 않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간단히 구글링을 해보니 미국무부에서 2015년 5월 나온 자료가 검색이 되는데, 대충만 읽어봐도 “멕시코 일정 지역은 여행하기에 위험”,”범죄 조직에 의한 납치, 자동차잭킹, 강도”,”2013년에 미국 여행객의 81명이 살해되었고, 2014년에는 100명이 살해되었다고 보고됨”이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습니다.

*http://travel.state.gov/content/passports/en/alertswarnings/mexico-travel-warning.html

실제로 한국 대사관에서 하윤호 상무관님을 만나 대화를 하면서, 마약 카르텔이라고 하는 마약밀매조직을 멕시코 정부에서도 제압하고 있지 못하고 있으며, 한국교민들 중에도 납치와 살해의 피해자가 된 사람들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저희가 멕시코를 방문했던 9월은 마약 카르텔에 의해 아요치나파 교대생 43명이 실종된지 1년이 되던 때였습니다. 아직까지 학생들의 행방과 실종 경위가 정확히 파악되고 있지 않지만, 지방 교대 차별에 반대하는 학생들을 경찰의 사주를 받은 마약밀매조직이 납치하여 살해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년전 43명의 교대생 실종에 항의하는 과달라하라 지역의 벽화

이렇듯 저희들은 멕시코로 가기 전에 안전에 대한 걱정을 잔뜩 했습니다. 그래서 저희를 떠나 보내는 날 동료들의 표정에는 안타까움 가득했습니다. 하지만 저희들은 멕시코에서 아주 안전한 여행을 했습니다. 매우 위험하다고 하는 미국과의 국경지대도 가고 밤 늦게 돌아다니기도 했지만 말입니다.

*여러 겹의 담으로 막혀 있는 멕시코의 티후아나와 미국의 샌디에고 사이의 국경

우리가 안전하게 멕시코 방문 조사를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Cereal이라는 현지 단체의 활동가인 펠리페가 코디네이터로 저희를 그림자 처럼 안내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이번 방문 조사를 통해 저희는 Cereal과 펠리페가 저희들에게 해주는 것을 보고 진정한 “환대와 연대”가 어떠해야 하는지 제대로 배웠습니다.

*해박한 지식으로 멕시코 역사와 프리다 칼로에 대해 설명하는 펠리페

이번 여행의 특징 중에 하나가 동선이 굉장히 길다는 것입니다. 저희는 항공료를 아끼기 위해서 가장 싼 비행기를 탔는데, 첫번째 방문지인 티후아나(Tijuana)는 아래 지도에서 보는 바와 같이 미국 서부인 샌디에고 바로 아래 쪽이지만, 저희는 뉴욕을 거쳐 멕시코 시티로 간 다음에 티후아나로 갔습니다.

*멕시코 지도인데, 면전이 한국의 40배 정도라고 합니다.

티후아나는 미국과의 접경지대여서 많은 마킬라도라(Maquiladora)라고 하는 조립 가공업체들이 모여있었습니다. 한국 기업들 중에는 주로 자동차나 전자 산업과 관련한 기업들이 많이 있었는데, 이들이 여기에 모여 있는 이유는 미국과 멕시코 사이에 체결된 자유무역협정(NAFTA)을 활용하여 관세없이 미국으로 수출하기 위해서 입니다. 저희들은 티후아나에서 4일 정도 머물면서 한국 기업들에 고용된 노동자들을 인터뷰 하였습니다.

*노동자들을 기다리는 희망법 김동현 변호사님, Cereal 펠리페, 어필 김세진 변호사

인터뷰는 스페인어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나중에 녹취를 하기 위해서는 잘 녹음하는 것이 중요한데, “대답해줘”라는 난민 영화로 잘 알려진 김연실 감독님은 저희가 멕시코 현지 조사 가는 것을 듣고는 전문가용 녹음기를 선뜻 빌려주셨습니다. 이번 멕시코 방문 조사를 하면서 이렇듯 예기치 못한 환대와 선물을 많이 받았는데, 이름을 밝힐 수는 없지만 방문 조사를 할 때 느린 핸드폰을 쓰면 연락이 안 되어서 위험할 수 있다고 하면서, 고가의 핸드폰과 대용량 보조배터리를 구해다 주셨던 분도 있었습니다.

*전문가용 녹음기의 위용

두번째로 우리가 방문한 도시는 멕시칼리(메히깔리)였습니다. 티후아나에서 차를 타고 3시간 정도 갔을 뿐인데, 티후아나는 가을인데 비해 멕시칼리는 40도나 되는 한 여름이었습니다. 거기서 우리는 역시 한국 기업에서 일하는 멕시코 노동자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였습니다. 멕시칼리에서 노동자들을 인터뷰 할때 기억이 나는 장면이 있는데, 노동자들은 인터뷰를 하면서 “한국인 매니저 XX가 참 나쁜 짓을 많이해요”라고 말하고 나서 우리의 얼굴을 보더니 (우리가 한국인이라는 것을 알고는) “미안해요”라고 하는거에요. 미안한건 우린데 말이죠. 또 저희들에게 이렇게 날씨가 더운데 26시간 동안 비행기를 타고 날라와줘서 고맙다고 합니다. 이렇게 와서 이야기를 들려줘서 고마운 것은 우린데 말입니다.

*한국기업에서 일하는 멕시코 노동자들의 인터뷰를 녹음, 녹화, 녹취하고 있는 조사팀

저희의 원래 계획은 티후아나와 멕시칼리에서 노동자들을 만나고 멕시코 시티와 께레따로에서 이해관계자만을 만나고 돌아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펠리페로 부터 놀라운 환대를 받고 나서, 도대체 Cereal이라는 단체가 어떤 곳인지 더 알고 싶고 그 단체의 활동가들과 사귀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계획을 수정해서 Cereal 사무실이 있는 과달라하라(Guadalajara, 위 지도에서 멕시코 시티 왼쪽 위에 있는 도시인데 멕시코에서 두번째로 큰 도시입니다)로 갔습니다.

*과달라하라 시내를 걸으면서 조사 방향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는 Cereal의 David과 김동현, 김세진 변호사

Cereal은 멕시코 내에서 노동자들을 위해 일하는 몇 안되는 NGO인데, 멕시코 예수회에서 42년 전에 만든 Fomento라는 모단체에 속해있는 단체로 30년 동안 노동자들을 위해 일을 해왔다고 합니다. Cereal은 원래 산업 전반의 노동자를 지원하는 단체였으나, 수년 전부터 전자산업에 고용된 노동자의 역량을 강화하고 조직화 하는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합니다.

*노동자들에 대한 역량 강화 프로그램으로 하고 있는 영어 회화 수업에 참여한 조사팀

과달라하라에서 하루를 보낸 후 바로 멕시코 시티로 갔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한국 대사관에서 하윤호 상무관을, 코트라에서 김건영 본부장을 만났습니다. 이분들과 대화하면서 멕시코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지형들을 더 자세히 알 수 있었는데, 한국 기업들이 직접 투자한 영역은 주로 광물(구리와 코발드 채굴)과 에너지(미국의 세일일 가스를 사서 전기를 생산), 자동차(완제품 및 자동차용 강판 생산), 그리고 전자(TV와 냉장고와 세탁기 등을 조립) 등이 었습니다.

상무관님은 멕시코 투자가 늘어나는 이유에 대해서 임금이 싸고, 45개국과 FTA를 맺었기 때문에 무관세로 수출이 가능하고, 부가가치세 등을 환급하는 등의 세제 혜택이 있기 때문이라고 하였습니다(하지만 최근 멕시코 정부는 재정 수입의 30%에 해당하는 석유의 가격이 하락하여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어서 부가가치세 환급이 제대로 이루어 지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주멕시코 한국 대사관 마당에 도착한 조사팀

멕시코는 1994년 한국과 함께 OECD에 들어갔기 때문에, 다국적 기업에 관한 OECD가이드라인 이행을 위한 NCP가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멕시코는 여러 형태의 NCP를 시도하다가 2008년 경제부에서 NCP를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조사팀은 한국 NCP와 비교도 하고 멕시코에서 조사한 한국 기업들을 멕시코 NCP에 진정하는 가능성을 알아보기 위해 멕시코 NCP를 방문했습니다. 1시간 정도 NCP 디렉터인 Miguel Angel Galindo Vega와 이야기를 하면서 멕시코 NCP가 인적/물적 자원이 부족(디렉터를 포함하여 스탭이 3명에 불과함)하여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NCP가 무슨 일을 해야하고 어떤 방향으로 가야하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알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특히 “지금까지 NCP 진정이 5건이 있었는데, 모두 initial assessment 단계에서 기각이 되었는데, 그 이유 중에 하나가 기준이 너무 높았고 동일한 사건이 법원에 계속 중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NCP는 법적인 절차가 아니고 사람들에게 우호적인amicable 절차이므로 기준을 낮추고 사람들이 더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는 말에 놀라기도 했습니다.

*NCP 디렉터/스탭들과 희의를 마치고 실루엣만 나오게 찍은 사진

포멘토의 사무실에서 <기업과 인권 리소스 센터>의 라틴 아메리카 담당 연구원이 케린과을 만나, 멕시코를 포함한 브라질 등의 한국기업들의 인권침해 이슈에 대해 이야기 했습니다. 케린은 라틴 아메리카에 있는 기업들에게 UNGP에 기초하여 만든 질문을 보내 어떻게 경영을 하고 있는지 답변을 요청했는데, 한국 기업들이 회신을 잘 하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케린은 멕시코와 브라질에 있는 한국기업의 산재 문제, 노조 문제, 토지 수용과정에서의 문제, 부당해고의 문제 등을 이야기 하였습니다.

 

*기업과 인권 리소스 센터의 라틴 아메리카 담당 연구원 케린과의 미팅

멕시코 시티에서의 마지막 일정은 Cereal의 모단체인 Fomento의 디렉터 루베니아(Rubenia Figueroa)를 만나는 것이었습니다. 루베니아는 대학을 다닐 때 포멘토와 세레알에서 자원봉사를 한 것을 하다가 세레알에 자리가 비어서 6개월 동안 일을 하게 된 것을 계기로 이후 지금까지 8년동안 일을 하게 되었다고 하는데, 이 디렉터는 다음과 같이 포멘토를 소개하였습니다.
 
“42년 전에 예수회에 의해 설립된 포멘토에는 5개의 프로젝트가 있는데, 그 5개의 프로젝트는 크게 노동자들을 위한 것과 선주민을 위한 것이 있습니다. 과달라하라에 있는 Cereal가 노동자들을 위한 프로젝트 중에 하나입니다. 멕시코 시티에도 Cereal이 있는데, 그곳은 광산 노동자들을 지원하는 프로젝트입니다. 그리고 선주민을 위한 프로젝트는 멕시코에서 가장 가난한 8개의 선주민들과 그들의 말을 쓰면서 함께 살면서 일하는 것입니다. 그 프로젝트의 목적은 선주민의 인권을 옹호화고 그들이 가진 3가지를 보존하는 것입니다. 즉 문화와 언어와 토종 옥수수씨가 그것입니다. “
 

*활동가가 되기 전에 수녀였다고 하는 포멘토의 디렉터

포멘토의 선주민을 위한 프로젝트를 설명하면서 토종 옥수수 이야기가 나오자, 김종철 변호사는 한국에도 토종 씨앗이 사라져서 큰 문제인데, 농부들이 원래를 다년생 작물임에도 불구하고 단년생으로 조작된 수입 씨앗을 사서 쓰고 있다고 했습니다. 디렉터는 그 이야기를 듣고 멕시코에서는 유전자 조작 옥수수의 피해 때문에 몬산토를 상대로 소송을 시작했다고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너무 다양한 멕시코 토종 옥수수들

이번 조사의 마지막 방문지는 께레따로라는 곳입니다. 저희들은 여기서 인권변호사로 잘 알려지 로레니아라는 변호사를 만났습니다. 이분은 멕시코 인권운동의 역사를 설명하시면서, 최근에 헌법 개정으로 국제인권법을 포함한 국제법이 헌법과 동일한 효력을 갖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사회적 약자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보장 받기 위해 헌법소송을 활용하는 경우는 거의 드물고, 오히려 큰 기업들이 자신들도 헌법상 권리의 주제라고 하면서 기업의 이익을 위해 헌법소송을 하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번 멕시코 방문 조사를 통해 한국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멕시코의 아름다운 문화와 맛있는 음식도 누릴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랫 동안 기억에 남았던 것은 Cereal이라는 단체와 Felipe가 보여준 환대와 연대의 정신이었습니다. 펠리페는 언제 우리에게 자신의 단체에 대해 설명하면서 “Cereal의  궁극적인 목표는 노동자들과 끊임 없이 연대함으로서 그들에게 희망을 심어주는 것이다”라고 했던 적이 있습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니 우리에 대한 Cereal의 환대와 연대가 왜 특별했는지 조금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포멘토 사무실에서 루베니아와 펠레페와 함께

(김종철 변호사 작성)

최종수정일: 2022.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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