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보노 한주희 원장님과 인도적 체류자 무함마드 아리프의 만남

2015년 5월 11일

 

화성외국인보호소에 18개월동안 구금되었다가 여러 법률조력 끝에 비록 난민인정을 받지는 못하였지만 인도적 체류지위를 받고 풀려난 Mohammad Arif(가명) 이야기 기억하시나요?(http://apil.tistory.com/1496). 그 이후로 아리프씨는 본국으로의 강제송환을 면하고 한국에서 안전하게 생활하고 계십니다. 그런데 아리프씨는 송환의 위험을 피할 수는 있게 되었으나 여전히 한국사회에서 살아가면서 여러 어려움들을 겪고 계십니다. 그 누구보다 친절하고 따뜻한 맘씨를 가진 아리프씨지만 한국 사람들도 행복하게 살아가기 어려운 이 땅에서, 제도적으로 그가 겪는 어려움들은 무엇이 있을까요? 그 중 가장 어려운 점 중 하나는 몸이 아파도 병원에 가기가 어려웠다는 것입니다. 

▲ 사무실에 방문하실 때마다 죄송스러울 정도로 계속해서 선물을 들고 오시는 따뜻한 아리프씨

감기에 걸려도, 머리가 아파도 병원에 갈 수가 없었고, 오랫동안 치통이 찾아와도 병원에서 검진은 받을 뿐 선뜻 치료비를 낼 수 없어 걸음을 돌렸던 아리프씨의 사연은 왜일까요? 

 한국에서 쫓아내진 않겠으나 병원에 편히 가게할 수는 없다? : 인도적 체류자의 건강권

난민신청을 하였으나 난민으로 인정받지는 못한 아리프씨가 받은 체류자격은 ‘인도적 체류자격(G-1-6)’입니다. 난민협약상 난민으로 보긴 어렵지만 여러 인도적 사정을 고려하여 송환시키지는 않겠다는 취지의 보충적 결정입니다. 인도적 체류지위를 받은 외국인들은 1년마다 연장하여야 하지만 한국에서 사실상 영주할 수 있습니다.

▲ 인도적 체류자들에게 발부되는 난민불인정결정 통지서

그런데, 인도적 체류자에 대해서 현행법은 ‘취업허가를 할 수 있다’라는 규정만을 두고 있을 뿐 아무런 권리규정을 두고 있지 않습니다. 이에, 난민으로는 인정받지 못했지만 인도적 체류자(G-1-6)들은 국민에게 보장되는 모든 사회보장제도에서 벗어나 있는데, 특히 건강보험 가입자격 배제 문제가 심각합니다. 왜냐하면, 건강보험법 시행규칙 별표9에서 ‘지역가입자가 될 수 있는 외국인의 체류자격’에 인도적 체류자(G-1-6)가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건강보험법 시행규칙 별표9

 그런데 당국이 특정 난민에게 한국에서 사실상 영주할 수 있도록 체류는 허가하면서 건강보험지역 가입자격을 배제하는 것은 ‘인도적 견지에서 한국에서 쫓아내진 않겠다. 있고 싶으면 계속 있어도 된다. 하지만 병원에는 가지 말아라’와 같은 모순이어서, 그 자체로 도대체 무슨 ‘인도적’ 고려가 담긴 체류인지 의문일 뿐 아니라, 체류외국인의 건강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게 됩니다.

이에,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2014. 1. 이미 인도적 체류자분들께서 건강권침해 문제를 지적하며 제기한 진정에 대해 심사하면서 당연하게도”인도적 체류자의 지역건강보험 가입제한에 대한 정책개선권고”를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발한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국가인권위원회의 제도개선권고로부터 1년여가 지난 2015. 1. 16. 보건복지부장관은 이를 불이행하겠다는 취지로 다음과 같은 공문을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에게 발송하였습니다.

  

공문을 살펴보면 ‘국내 거주 및 경제활동 목적이 아니’라는 것과, ‘가입자의 보험료를 통해서 마련되는 재원으로 운영되는 건강보험에 가입시킬 수 없다’라는 것이 근거였는데, 이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설명입니다. 이미 당국이 인도적 체류자에게 1년마다의 연장을 조건으로 한 ‘국내 거주’를 허가하였고, 취업허가를 통해 ‘경제활동’을 허가하고 있으며, 인도적 체류자가 가입료를 내지 않는다는게 아니라 ‘인당 월 약9만원에 달하는 고액의 지역건강보험가입료를 납부해서라도 보험혜택을 받겠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1년이 지난 후에 나온 답변이 이런 정도라는 것에 허탈할 따름입니다. 애초에 사실상 영주할 수 있는 인도적 체류자에게 ‘기타’체류자격을 표시하는 G-1비자를 주는 것 자체가 문제인데, 결국 이러한 제도적 공백 속에 인도적 체류자들은 병원에 발걸음을 옮기지 못하고 아픔을 끌어안습니다.

2013년말 인도적 체류자의 수가 177명에 불과했던 것과 달리, 작년 시리아 난민신청자들에 대한 대거 인도적 체류의 허가로 2014년말 기준 716명으로 인도적 체류자의 수가 늘어난 지금, 시급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무함마드 아리프의 치과 진료를 해주신 프로보노 한주희 원장님

아리프씨는 노동현장에서 매일 일하면서 두통과 몸살들을 겪을 때도 있었지만, 가장 힘들었던 것은 치통이었습니다. 오랫동안 치료를 받지 못했던 치아의 상태가 좋지 않았고 본국에서 이미 사고로 빠진 앞니 하나는 손을 쓸수도 없었습니다. 언젠가는 이태원에 있는 치과에 용기를 내어 검진을 받으러 갔지만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충치 치료 하나당 수십만원의 비용을 내야하는 것을 알고서는 결국 15,000원의 검진비만 내고 치과에서 걸음을 돌린 적도 있었습니다.

▲정으로 가는 치과 한주희 원장님

 

이러한 사정을 알고 있었던 어필은 무함마드 아리프를 도와주실 의사분을 여러 경로로 찾아왔었습니다. 그런데, 다행히도 교대역 1번출구에 위치한 ‘정으로 가는 치과‘의 한주희 원장님께서 소식을 간략히 전해들으신 후 선뜻 도와주시겠다는 의사를 표하여 주셔서 이일 변호사는 아리프씨와 함께 한주희 원장님을 오늘 만나뵈러 갔습니다. 따뜻한 분위기의 치과에서 원장님을 만나뵌 후 전체적인 검진을 해보니, 다행히도 여러 군데의 오래된 충치치료, 앞니의 임플란트 치료가 필요한 것을 제외하고는 아주 큰 문제는 없었던 상황이었습니다.

진찰과 상담끝에 원장님께서 아리프씨의 여러 사정을 이해하시고, 흔쾌히 치료를 기꺼이 도와주시기로 하셔서, 오늘 드디어 아리프씨는 10여년만에 처음으로 한국에서 사랑니를 발치하고 훌륭한 치과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 정기적인 치료일정을 통해 오랫동안 속을 썩여왔던 충치도 여럿 치료하고 발치된 상태에 있던 앞니도 해넣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한국에서 아리프씨가 여러 차례 한국 사회에서 경험했던 “쫓아내지 않으면 되었지, 외국인이 병원치료까지 뭘 바래?”와 같은 차가운 무의식적인 메세지를 이제 뒤로 하고, 훌륭한 치료를 통해 오랫동안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나가실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메세지를 들은 좋은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작은일이지만 이렇게 어려운 사정에 놓인 분을 만나 도울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상담과 진료 내내 환한 미소를 한번도 잃지 않으셨던 한주희 원장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따뜻한 마음과 도움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어필도 지속적인 활동을 통해 인간다운 삶을 모두가 평화롭게 누리며 살아갈 수 있도록 더욱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이일 변호사 작성)

최종수정일: 2022.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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