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송환대기실에 구금된 외국인의 변호인접견을 허가하라

2014년 6월 11일

누구도 만날 수 없는 입국이 불허된 외국인들

공항 내 송환대기실에 구금된 외국인들(특히 난민신청자)이 겪는 어려움 중 하나는 외부의 그 누구도 만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송환대기실을 관리 및 운용하고 있는 행정당국은 송환대기실을 구금시설로 이해하지도 않을 뿐 더러, 변호인은 물론이고 외부의 누구와도 접촉을 시키지 않아 송환대기실을 아예 법적 조명으로 부터 벗어난 공간으로 운용해왔습니다. 이에 외국인들을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은 사건담당 영사등 각국의 외교관 뿐이었습니다.

수년 간 공항난민신청자들을 지속적으로 조력해온 어필은 난민신청자들의 변호인 접견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왔는데요. 이번에 송환대기실에 5개월이상 구금되어 있어 난민인정심사불회부결정 취소의 소와 인신보호법상 구제청구를 대리한 한 난민신청자에 대해서 조력하는 와중에 어필은 4. 25. 인천공항출입국관리소에 찾아가 소송준비를 위해 변호인접견신청을 하였으나, 당국은 ‘입국이 거부된 승객을 만나게 할 선례가 없다’는 이유와 ‘우리가 변호인 접견을 허가할 의무나 권한이 없다’는 기이한 이유를 들어 변호인접견신청을 불허하였습니다.

하지만, 헌법 제12조에서 신체의 자유가 국가로부터 구속된 인간의 변호인 접견권을 자명하게 인정하고 있고, 실제로 구금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소송(예컨대, 인신보호법상 구제청구)이 계속되고 있어서 변호인의 조력이 긴요함에도 일률적으로 이를 불허하는 관행은 당해 외국인의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 분명하다는 판단에 어필은 헌법소원과 효력정지가처분신청을 제기하였습니다. 위 사건들은 전례가 없던 사건이라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에 배당되었는데, 곧 가처분을 인용하는 결정이 먼저 나왔습니다.

송환대기실에 구금된 외국인의 변호인접견신청을 허가하라는 헌법재판소 9인의 견해가 일치된 가처분결정

가처분결정(2014헌라592)_교정됨
“특히 인신보호청구의 소는 항고심 법원이 제1심법원의 결정을 취소하였다. 신청인이 위 소송제기 후 5개월 이상 변호인을 접견하지 못하여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역시 심각한 제한을 받고 있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피신청인의 재항고가 인용될 경우 신청인은 변호인의 접견을 하지 못한 채 불복의 기회마저 상실하게 되므로 회복하기 어려운 중대한 손해를 입을 수 있다. 위 인신보호청구의 소는 2014. 5. 19. 재항고심에 접수되어 재항고에 대한 결정이 머지않아 날 것으로 보이므로 손해를 방지할 긴급한 필요 역시 인정된다.

다. 신청인의 변호인접견을 즉시 허용한다 하더라도 피신청인의 출입국관리, 환승구역 질서유지 업무에 특별한 지장을 초래할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반면, 이 사건 가처분신청을 기각할 경우 신청인은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돌이킬 수 없는 중대한 불이익을 입을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 뒤 종국결정에서 청구가 기각되었을 때 발생하게 될 불이익보다 이 사건 가처분신청을 기각한 뒤 청구가 인용되었을 때 발생하게 될 불이익이 더 크다.

3. 결론

신청인의 이 사건 가처분신청은 이유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관여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 2014. 4. 25. 변호인 접견신청을 위해 인천공항에 찾아갔던 어필 사람들

아직 본안결정은 나오지 않았지만, 위 헌법재판관 9인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나온 가처분 결정으로 인해 입국이 불허된 외국인들을 만나기 위한 변호인접견권의 헌법적 기초를 인정받는 단초가 열렸습니다. 더욱이 위 결정은 난민신청자께서 인신보호법 구제청구의 인용결정으로 송환대기실의 구금에서 해제되어 환승구역에서 임시로 기거하고 있음을 헌법재판소가 알고 있는 상태에서 나온 가처분결정이라 더욱 의미가 있습니다. 송환대기실에 구금되어 있는 사람은 물론이고, 당국이 입국을 불허하여 규범적으로 관할하고 있는 환승구역에 머물고 있는 입국불허자 역시 변호인접견의 필요성이 크다고 본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입니다.

변호인 접견권(Right of Counsel)은 단순히 소송절차에서 변호인을 선임하여 소송을 대리하게 하기 위한 기초로만 작용하지 않고 적법한 법적 조력이 필요한 분야의 모든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특히 신체의 자유가 행정당국에 의해 구금된 자에 대해서는 그 보호의 헌법적 기초와 필요성이 명확합니다. 비록, 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되어 있는 외국인에게도 형사절차를 준용하여 변호인의 특별면회가 인정되고는 있지만,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대체로 그간 형사절차의 구금에 대해서만 논의되고 행정구금에 대해서는 크게 논의되어 오지 않았습니다. 입국이 불허된 공항난민신청자들의 변호인 접견권을 확인하고 당국에 ‘즉시’ 접견을 허가할 것을 명한 이번 가처분 결정으로 인해 입국이 불허된 후 구금상태에서 소를 제기하여도 재판에 출석할 수도 없고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도 없이 오로지 전화통화만 가능했던 난민신청자들이 변호인을 만날 길이 열리게 되었는데, 향후 헌법소원에 대한 결정도 전향적으로 선고되어 차제에 공항난민신청자들에 대해 외국인보호소의 특별면회에 준하는 접견절차가 제도화되는 당연한 결과를 기대해 봅니다.

(이일 변호사 작성)

최종수정일: 2022.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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