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국적과 이주배경 아동 출생등록에 관한 컨퍼런스 정리(2013.11.8.)

2013년 12월 2일

2013년 11월 8일 금요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무국적과 이주배경 아동 출생 등록에 관한 컨퍼런스를 김종철변호사, 김세진 변호사, 김신홍 인턴이 함께 다녀왔습니다. 이 날 김종철 변호사는 무국적자 지위 인정을 위한 방안 토론자로 참석하였습니다. 이 컨퍼런스를 통해 우리가 평소에 알고 있던 ‘무국적’ 과 ‘출생 등록’ 두 가지 개념을 잘못알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요. 그래서 이 개념들을 정확하게 여러분들에게 설명하고 알리기 위해 간략하게 소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출생등록이란 무엇일까요?

-사전적 의미로는 행정법상 일정한 법률사실 또는 법률관계를 행정청 등 특정한 등록기관에 비치된 장부에 기재하는 일을 말합니다. 따라서 출생등록이란 개인이 출생을 하여 사회 속에 존재하게 된 사실을 국가의 공문서에 기재하므로써 공식화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출생등록과 관련해서는 일반적으로 크게 3단계의 행정적인 절차가 시행됩니다. 개인은 국가의 공공기관에 출생의 사실을 신고하고, 국가는 그 사실을 등록합니다. 그리고 개인은 그 등록한 사실을 증명할 수 있도록 하는 공문서의 발급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완벽한 출생등록이란 출생의 신고, 등록, 증명의 절차를 모두 포괄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렇다면 출생등록을 하는 목적은 무엇일까요?

출생등록은 개인과 국가 사이에 발생하는 공식적인 행위이기 때문에 개인과 국가의 각각 입장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출생등록을 개인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의 사회적 및 물리적 존재를 국가로부터 공식적으로 인정 받음으로써, 그에 따른 개인의 권리를 보호받거나 청구할 뿐만 아니라 그에 따르는 의무를 다하겠다는 선언을 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 국가의 입장에서 보면 개인의 존재를 공식적으로 인정함으로써, 그 개인의 권리보호나 의무 부과의 책임을 다하겠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출생등록 관련 법령 및 제도

(1) 가족관계 등록제도의 일부로서 출생의 신고, 등록, 증명

대한민국에서 아동이 출생하였을 때 그 사실을 국가에 등록하는 절차는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에 따릅니다. 대한민국 국민인 아동이 출행하면 부모는 자녀의 출생을 신고할 의무가 있습니다. 2007년 법률의 제정 당시 법률안이 밝히는 제정 이유에 따르면 즉 대한민국 법률상 출생신고의 목적은 신분변동 사항의 기록 및 관리와 그 등록정보의 증명서 발급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 법률은 출생신고를 국민의 의무로 규정하는 반면 그 권리적인 측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출생에 관해 확인할 수 있는 증명서는 가족관계증명서인데, 출생의 증명만을 목적으로 하는 별도의 출생증명서는 없습니다. 한편 법률은 출생신고 시 출생증명서를 첨부해야한다고 정하고 있는데, 이 서류는 출생한 아동의 부모 이외의 출생의 사실을 확인한 기관증명서에는 출생아 부모의 성명, 연령, 직업, 본적, 산모의 주소, 출생장소, 출생일자, 임신월수, 출생아 성별, 출생자의 신체사항 등 자세한 정보가 포함되어있으나 아동의 이름은 포함되어있지 않습니다. 더욱이 이 문서는 출생사실을 국가가 확인하는 공문서는 아닙니다. 여러 다른 국가들과 달리 대한민국에서는 정부가 발급하는 별도의 출생증명서가 없고, 대신 출생증명서라고 했을 때 의사나 조산원 등이 발급하는 증명서를 통칭하기 때문에 이와 관련하여 혼란이 발생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2) 출생등록과 국적: 대한민국 국적자만을 위한 가족관계등록제도

그러면 대한민국의 가족관계등록제도에 따라 이주배경아동은 어떻게 출생등록을 할 수 있을까?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은 그 목적을 국민의 출생, 혼인, 사망 등 가족관계의 발생 및 변동사항에 과한 등록과 그 증명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이라고 하고 있기 때문에 외국인은 기본적으로 그 대상이 아닙니다. 다만 “가족관계등록부의 작성 및 기록사항”과 관련하여, “가족으로 기록할 자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사람(외국인)인 경우에는 성명, 성별, 출생연월일, 국적 및 외국인등록번호( 또는 국내거소신고번호 등)”를 기록하도록 하고 있는데(제9조 제2항 제4호), 이는 이미 가족관계 등록부에 등록되어있는 대한민국 국민이 혼인이나 입양 등을 통해 외국인과 새로이 가족관계를 형성하였을 때 그 사항을 기록하는 것일 뿐입니다.

결국 외국인 부모사이에서 출생한 자녀는 부모의 국적국의 법에 따라 출생등록을 해야 하며, 대한민국에 주재하는 국적국의 재외공관에서 출생신고를 하거나 재외공간이 그러한 업무를 담당하지 않을 경우 본국에서 직접 출생신고를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부모의 본국법이 대한민국 등 해외에서 출생한 자국민의 자녀의 출생등록에 관하여 절차를 마련하지 않았거나, 부모와 국적국 사이의 관계가 재외공관등을 통해 행정절차를 밟기 어려운 상태인 겨우에는 자녀의 출생을 등록할 방법이 없게 됩니다. 출신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난민, 난민신청자, 무국적자가 이러한 상황에 해당하며, 미등록 외국인 역시 체류자격을 이유로 본국의 재외공관으로부터 행정적 지원을 받을 수 없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3) 외국인 아동의 출생신고 서류 접수: 신고는 가능하지만 등록은 불가능

가족관계등록은 대한민국 국적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제도이지만 외국인이 가족관계 등록부에 전혀 기재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외국인이 대한민국의 국민의 부모나 자녀, 배우자일 경우 해당 대한민국 국민의 가족관계를 기준으로 기록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외국인인 사건본인이 가족관계등록신고를 접수하면 등록이 될 수가 없고, 특종신고서류편철장목록에 기록한 후 접수증을 신고인에게 즉시 교부 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출생신고 역시 마찬가지인데, 외국인 부모가 자녀의 출생신고 서류를 지방자치단체에 제출할 경우 “가족관계등록부에 등록 되어 있는지가 분명하지 아니한 사람 또는 등록되어 있지 아니하거나 등록할 수 없는 사람으로 간주하여 가족관계등록부작성에 관한 신고 이외의 가족관계등록신고로 처리합니다. 그리고 그 신고는 접수장에 기록하고, 가족관계등록부 존재신고가 있을 때까지 특종신고서류편철창에 편철하여 둡니다. 그런데 특종신고서류편철장에 편철되는 출생신고서는 보관만 될 뿐이기 때문에 출생등록이 된 것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즉 신고는 하였으나 등록은 안 된 경우입니다. 따라서 등록에 대한 증명도 할 수가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출생신고가 특종신고서류로 편철되었다 하더라도 대한민국 국민 또는 지역 거주 주민으로서의 신분보장이나 제도적 혜택도 전혀 발생하지 않습니다.

본국에 자녀의 출생을 신고하기 어려운 처지에 있는 국내체류 외국인들은 이와 같이 특종신고 서류편철 제도를 이용하여 출생신고 서류를 대한민국 정부에 제출하는 경우가 많다고 알려지고 있습니다. 자녀의 출생 사실을 공공기관이 인지할 수 있게 하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역시 외국인 부모가 합법적인 체류자격을 가지고 있지 않을 경우 어려움이 있을 수 도 있습니다. 출입국관리법이 정하고 있는 공무원의 통보의무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합법적인 체류자격을 가지고 있지 않아 강제퇴거 대상으로 분류되는 미등록 외국인이 대한민국 내에서 출생한 자신의 자녀를 출생신고를 하기 위해 관할 시청, 구청, 읍면사무소 혹은 동 주민센터에 갔을 때 담당 공무원이 해당 외국인이 강제퇴거 대상이라는 사실을 발견할 경우 지체없이 법무부에 통보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결국 미등록 외국인이 출생신고 서류를 제출하고자 할 때에는 강제 퇴거의 위험을 무릅쓰고 할 수 밖에 없습니다.

(4) 출생등록과 주민등록 차이: 신분등록제도와 거주지등록제도

대한민국에서 개인의 신분을 증명 및 확인하는 데 가장 널리 사용되는 문서는 주민등록증과 주민등록번호입니다. 그래서 주민등록제도가 개인의 신분을 등록 및 증명하는 제도로 이해되는 경우가 있는데, 사실은 그러하지 않습니다. 출생등록을 포함한 가족관계등록은 개인의 신분을 등록 및 증명하는 제도인 반면에 주민등록제도는 개인의 거주사항을 등록 및 증명하는 제도로 서로 별개의 것입니다. 대한민국 국민이 자녀를 출산하면 가족관계등록제도에 따라 출생 신고를 하고, 그 신고 사항은 주민등록법에 따라 주민등록표에도 기록됩니다. 그러면 해당 아동은 주민등록번호를 부여받고, 그 번호는 다시 가족관계등록부에 기재 됩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신분증명서인 주민등록증은 만 17세가 되면 발급됩니다. 주민등록제도의 대상자는 주민인데, 주민은 “30일 이상 거주할 목적으로 그 관할 구역에 주소나 거소를 가진 자”로 정의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외국인은 예외”라고 정하고 있습니다. 즉 주민등록제도에서도 외국인은 배제되는데, 이는 외국인은 “외국인등록제도”를 통해 별도로 관리되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주 배경 아동 가운데 대한민국 국민인 아동은 출생신고와 함께 주민등록이 되고 주민등록번호도 발급받게 되지만,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지 않은 아동은 주민등록제도에 접근할 방법이 전혀 업습니다. 대한민국에서는 ‘주민’의 범위를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 제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편 대한민국 안전행정부는 “외국인주민”이라는 개념을 사용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한국국적을 가지지 않은 자 가운데 “외국인등록을 하는 90일 초과 체류자”, 한국국적을 가지고 있는 자 가운데 혼인 등의 사유를 통한 “귀화자”, 그리고 이들의 자녀가 포함됩니다. 체류자격이 없는 미등록 외국인은 포함되지 않습니다. 즉 외국인주민에 관한 정책은 출생등록이나 이주배경 아동의 등록에 관해서는 지원하는 바가 없다고 보아야 합니다. 다만 정부가 외국인주민을 파악하면서 외국인 자녀를 별도로 구분하여 그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는 점은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도 부모의 체류자격이 합법적이지 않은 미등록 외국인인 경우 그 아동들은 여전히 이러한 제도에서 배제되어 있습니다.

(5) 출생등록과 외국인등록의 차이: 출생의 확인과 체류자격의 부여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이주배경 아동을 비롯한 모든 외국인이 대한민국에서 체류하고자 하면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그 목적에 맞는 체류자격을 가져야합니다. 또한 90일을 초과하여 대한민국에 체류하려면 “외국인등록”을 해야합니다. 체류자격과 외국인등록은 대한민국 정부가 국내에 체류 중인 외국인을 관리하는데 가장 기본이 되는 자료로, 법무부가 운영, 관리합니다. 국내에서 출생한 이주배경 아동 가운데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지 않는 아동은 가족관계등록제도나 주민등록제도의 대상에 포함되지 아니하며, 대신 체류자격 관리와 외국인 등록의 대상이 됩니다. 부모가 모두 외국인인 이주배경 아동이 국내에서 출생하면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체류자격을 받아야 하는데, “출생한 날부터 90일 이내에” 받아야합니다. 이를 위반할 경우 과태료부과처분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 출생한 외국인 자녀의 ”체류자격 부여“를 신청할 때 제출하여야 하는 기본적인 서류는 출입국관리법 시행규칙에 따른 통합신청서와 함께 아동 본인의 여권이나 여권신청접수증, 출생증명서등입니다.

즉 아동이 대한민국에 체류자격 부여를 신청하기 전에 이미 아동의 국적국 정부에 출생등록을 하고 국적을 확인 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받는 체류자격은 이주배경 아동의 출생을 신고, 등록, 증명하는 기능을 갖지 못합니다. 이때 자녀가 부여 받는 체류자격은 부모의 체류자격에 따라 다른데, 부모와 같은 체류자격을 받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동반(F-3)의 자격을 부여 받습니다. 한편 난민의 국내출생 자녀의 경우 부모의 출신국과의 관계로 인해 재외공관 등을 통해 출생신고와 여권 등 신분증 발급을 신청하는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따라서 부모가 난민을 인정받아 체류자격이 있는 난민이라 하더라도 그 자녀는 여권 등 신분증이 없어 ”체류자격 부여“ 신청을 할 수가 없습니다. 결국 부모가 했던 것과 같이 체류자격을 받기 전에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난민인정절차를 거쳐 난민의 지위를 인정받아야하고, 부모와 같이(F-2)의 체류자격을 받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체류자격은 크게 90일 이상의 장기체류자격과 90일 미만의 단기체류자격으로 나눌 수 있는데, 장기체류자격을 가진 외국인은 외국인등록을 해야 합니다. 이는 국내출생에 따라 체류자격을 부여 받은 이주배경 외국인 아동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됩니다. 외국인등록을 하지 않으면 강제퇴거 될 수 있으며, 1년 이상의 징역, 금고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 질 수 있습니다. 외국인등록이 되면 법무부가 관리하는 외국인등록 시스템에 기록되고, 외국인 등록번호와 외국인 등록증을 발급받습니다. 외국인등록번호와 외국인등록증은 대한민국에서 외국인이 생활하는 데 가장 필수적인 신분증입니다. 부모가 합법적인 체류자격을 가지고 있는 이주배경 아동의 경우 국적국(혹은 국적국의 재외공관)에서의 출생등록 및 국적부여, 대한민국 법무부의 체류부여를 거쳐서 외국인 아동의 출생 사실을 확인할 수 있으나, 그렇다고 외국인 등록증이 출생을 증명하는 공식적인 서류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합법적인 체류를 증명하는 서류일 뿐입니다.

부모 가운데 한쪽이 미등록 외국인인 국내출생 이주배경 아동의 경우 합법적인 체류자격이 있는 부 혹은 모의 체류자격에 따라 대한민국에서 합법적인 체류자격을 부여받고, 외국인등록증도 발급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국내에서 출생한 외국인 아동의 체류자격은 부모의 체류자격에 따라 정해지기 때문에, 부모가 모두 미등록 외국인인 국내 출생 자녀도 마찬가지로 미등록 외국인이 됩니다. 부모와 자녀가 모두 강제퇴거 대상이 된다는 것입니다. 물론 외국인등록 절차 등을 통한 출생사실의 기록도 기대 할 수 없습니다.

(6) 출생등록과 무국적: 무국적 아동의 출생등록

대한민국에서 출생한 아동이 출생등록을 할 수 있는 제도는 가족관계등록제도인데, 가족관계등록부에는 대한민국 국민 혹은 대한민국 국민과 가족관계를 형성한 사람만 기록됩니다. 그런데 출생을 통해 대한민국 국민과 부모-자녀의 가족관계가 형성될 때에는 혈통주의, 양계주의 원칙에 따른 국적법에 따라 그 자녀에게 자동으로 대한민국 국적이 부여가 되고, 가족관계등록부에의 등록의무가 발생합니다. 가족관계등록증명은 대한민국에서 국적을 확인하는데 가장 기본적인 문서입니다. 그러나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지 않은 채 국내에서 출생하는 아동의 경우, 대한민국 정부는 그 아동의 국적을 인정하는 국가에서 먼저 출생등록과 함께 국적을 인정받고 그에 따라 국내에서 체류자격 부여 및 외국인등록을 하도록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국적국과의 관계 등의 문제로 국적국으로부터 출생확인을 받기 어려운 형편에 있는 난민 및 난민 신청자, 미등록 외국인의 경우 출생등록을 하기 어려운 상황에 빠집니다.

그런데 아예 부모가 국적국이 없는 무국적자의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대한민국의 국적법은 “부모가 모두 분명하지 아니한 경우나 국적이 없는 경우” 대한민국에서 출생한 자는 국적을 취득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즉 부모가 모두 무국적인 경우 그 자녀가 대한민국에서 출생하면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대한민국에서 발견된 기아(버려져 있어 부모가 확인되지 않는 아동)는 대한민국에서 출생한 것으로 추정”하여 국적을 취득할 수 있습니다. 무국적 아동이 대한민국에서 출생하면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게 되므로, 가족관계등록 상의 출생등록을 할 수가 있습니다. 단 가족관계등록의 기준이 될 부모가 없기 때문에 새로이 등록부를 작성해야 합니다. 하지만 부모 가운데 한쪽이 무국적자가 아닌 외국인인 경우에는 다른 외국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아동과 마찬가지로 대한민국에서 출생신고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없습니다.

사실 무국적이라는 개념이 최근 이주배경 아동과 관련하여 많이 쓰이고 있는데, 그 쓰임이 서로 달라 혼란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국제적으로 가장 널리쓰이고 있는 무국적의 개념은 무국적자의 지위에 관한 협약에 따라 어떠한 국가에 의하여도 그의 법률의 시행 상 국민으로 간주되지 않는 자로 정의 됩니다. 협약에 따르면 어떤 개인이 자신이 무국적자임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국가로부터 자국민이 아님을 확인 받아야하는데, 그렇다고 전 세계의 모든 국가들로부터 그러한 인정을 받아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유엔난민기구의 협약 해석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협약 상의 “어떠한 국가”한 “개인이

(그 영토에서) 출생이나 혈통, 혼인, 거주 등을 통하여 어떤 형식으로든 ‘관계’를 맺은 국가”만을 의미하는데, 즉 개인이 이러한 국가로부터 자국민이 아니라는 확인을 받으면 무국적자로 인정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협약 상의 무국적자를 ‘법률상 무국적자’(stateless de jure)라고도 부릅니다. 협약 상의 무국적자는 국가가 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러한 인정절차를 갖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무국적자 지위 보장을 위한 협약의 기본적인 의무사항도 국내법에 반영하지 않고 있습니다. 결국 현재 대한민국 정부의 적극적인 인정으로 무국적자의 지위가 보장되는 사람은 없으며, 대신 국내에서 확인되는 법적 무국적자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은 “해외에서 무국적을 인정받고 국내에 입국한 경우”나 국내에서 대한민국 “국적취소”로 인해 무국적 상태가 된 경우입니다.

한편 국제사회는 협약에서 정하는 법률상 무국적자에 포함되지 않지만 그와 유사한 상황에 처한 사람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즉, 국적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무국적(statelessness de facto)’과 같은 상황에 처한 사람이 있다는 것이고, 이들의 지위 및 보호에 관한 논의도 국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사실상 무국적자에 대해서 보편적으로 합의된 정의는 없으나, 대체로 “국가보호의 부재로 인한 사실상 무국적자 (해외에서 국적국 정부의 외교적 보호나 영사 지원을 받지 못하는 자)”와 “자의적 부인에 의한 사실상 무국적자 (해외에서 유효한 사유로 국적을 자의적으로 부인하는 자)”로 구분됩니다. 이러한 정의에 따르면 난민은 사실상 무국적자로 구분될 수 있습니다.

이와는 별개로 국적을 입증하지 못하거나 국적이 확정되지 않는 사람은 아직 법률상 혹은 사실상 무국적자라고 보기 어려운데, 이럴 경우는 ‘국적미확인자(unidentified person)’라고 구분됩니다. 국적미확인자는 오랜 기간 국적이 확인되지 않으면 법률상 무국적자가 혹은 사실상 무국적자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6기 김효연 인턴 작성)

최종수정일: 2022.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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