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자인터뷰] 무술전도사 배준렬 후원자님을 소개합니다.

2014년 11월 10일
태권도 3단 보유자였지만 뚱뚱한 몸매와 순한 인상으로 인해 방과후 골목에서 돈을 뜯기는 등 학교 폭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던 준렬. 그런 그에게 처음으로 용기를 준 사람은 중학교에서 음악을 가르치시던 김만범 선생님이었다.“너는 몸무게가 나가니 그 장점을 최대한 살리면서 운동하면 강해질 수 있다. 자신의 몸을 자신의 의지대로 사용하는 것, 바로 그것이 중요하다.”

알고 보니 집안 삼부자가 엄청난 무술실력을 보유한 중국 무술의 고수였던 스승. 준렬은 그에게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배웠다. 얼마 지나지 않아 준렬은 무술을 통해 교우관계도 돈독해 지고 폭력에 대한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스승의 뒤를 따라 무술 전도사의 길을 걷기로 했다.

그리고 20년 후…

(사진) 오른쪽이 배준렬 님!

그는 어필의 후원자가 되었다.

      이번 후원자 인터뷰는 영웅물에서 볼 수 있을법한 이야기로 시작해봤습니다(급 마무리 죄송합니다). 이야기의 실제 주인공이신 배준렬 님은 2013년부터 어필을 후원해오고 계시는데요. 후원자님이 어느날 호신술 강좌와 같은 형태로 어필에 재능기부를 하고 싶다는 연락을 주셨습니다.

호신술의 ‘호’자도 그간 들어본적이 없던 어필은 구성원과 인턴들이 모여서 후원자님과 시간을 맞추어 1시간30분 정도 강의(?)를 들었습니다. 이번 후원자 인터뷰는 호신술 강의와 후원자님에 대한 소개로 엮어보았습니다.      

배준렬 후원자님을 소개합니다.

준렬 님은,

중국무술 경력 15년(대만 매화문 계열)

칼리아르니스(영화 ‘아!저!씨!’에 나오는 무술!!!!) 3단 지도자

태권도 3단

특공무술 3단

우슈 2단

대회입상경력 우슈협회장배 금메달 1개

생활체육협회장배 금1개

명지대학교 총장배 금1개, 동1개

경찰행정학 학사와 심리치료학 석사

보유자이기도 합니다.

얼마 전 엄청난 호응을 얻었던 ‘자전거와 함께 달리는 어필의 제네바 출장: 자전거 편(http://www.apil.or.kr/1629)’ 기억하시나요? 모두가 어필 변호사의 엄청난 ‘혁명성’에 감동할 때, 배준렬 후원자님은 그 포스팅을 보면서 출장을 많이 다니는 어필 식구들에게 ‘호신술 강의’라도 해서 도움을 드렸으면 하는 생각을 하셨다고 합니다.

“제네바 캠핑 포스팅 올라온 것 보고, 사실 저는 엄청나게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것(위험한 상황에 부닥치지 않기 위해 평소에 조심하고 준비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 평소에 생각하지 않고 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한 번 방문해 이야기를 나누고 몇 가지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사실, 저는 무술과는 거리가 아주 먼 사람이라 이런 만남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잘 예상하지 못했고, 처음엔 어떤 맥락으로 이런 강좌가 열린거지 하고 놀라기도 했는데요. 막상 배준렬 님을 만나 강한 ‘나눔’의 의지를 접하고 보니 이해가 가게 되었습니다.

“제 은사님은 음악 선생님이셨지만 자신이 가진 기술 중의 하나인 무술을 학생에게 가르치고 나눠주신 분입니다. 저는 어쩌다가 수혜를 받았지만, 그 덕분에 참 힘들었던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누군가가 베푼 친절이 어떤 한 사람에게는 소중한 기회가 될 수 있죠. 선생님 덕분에 고등학교 생활을 밝게 할 수 있었습니다.”

배준렬 님이 주변에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는 것이 익숙한 것은 이런 경험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 후원자 인터뷰도 준렬 님이 직접 어필 사무실에 방문해서 재능기부를 해주셨기 때문에 성사되었는데요. 번역, 통역, 영상 촬영 및 편집, 디자인 등 다양한 영역의 재능을 기부하는 것도 어필의 ‘가치를 향한 같이 걷기’에 참여하시는 방법의 하나이죠. 그런데 ‘호신술’이라는 재능을 기부받는 것은 처음이라 어필 식구들 모두 다소 긴장되고 기대되는 마음으로 참여했습니다.        창의적이고 실용적인 호신술 강좌

강좌는 어설픈 기술을 연습해도 실제로는 전혀 활용할 수 없기 때문에, 그것보다 위급상황에서 인간의 심리가 겪게 되는 과정을 느껴보며, 어떤 마음가짐을 갖고 있어야 하는지 즉,’마인드셋(Mindset)의 변화가 중요하다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사실 생각해보거나, 접해본 적이 없었던 내용이었습니다.

“첫째로 위험한 상황에 가지 않으려고 사고해야 하고, 둘째로 전술을 알고 있어야 하고, 셋째로 공격방법을 알아야 합니다.”

 

(사진) 배준렬 님이 직접 갖고 오신 가빈 드 베이커의 <범죄 신호> (한국어판은 온라인구입불가능… 원제는 The gift of tear : survival signals that protect us from violence)

배준렬 님의 호신술 강좌는 칼리아르니스의 유래부터, 간단하게 연습해볼 수 있는 호신술 동작 등 알찬 구성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직관을 믿어야 한다”는 것이었는데 준렬 님은 가빈 드 베이커의 <범죄신호>를 인용하며 모든 사람에게는 직관이 있고, 여러 가지 신호를 감지해서 위험 신호를 보내올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덧붙여 실제 위급 상황에서는 대부분 교감신경계 각성의 결과로 분당 심박수 146bpm~175bpm 상태인 컨디션 그레이상태, 또는 인지처리 능력이 저하되고, 거리감각상실, 근접시야 상실, 스트레스성 난청 등의 신체적 증상이 나타나고 대부분의 운동신경이 마비되는 컨디션 블랙상태가 된다고 하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첫번째로는 위험한 장소에 가지 않고, 위험한 시간대에 움직이지 않는 등 스스로 위험한 상황에 처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셨습니다.

하지만 혹시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될 경우, 어떤 상황에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 시뮬레이션(심리적 연습)을 해놓으면 많은 부분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스스로 보호할 수 있다고 합니다. 내가 가진 기술(무기)이 무엇인지, 어떤 조건 및 환경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 지, 다양한 상황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한데, 이런 정보들을 바탕으로 시뮬레이션(심리적 연습)을 해보는 것이죠. 이를테면, 내가 지금 있는 이 건물에 화재가 발생하면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요즘 안전의식에 대한 관심이 높은데, 이 맥락에서 ‘시뮬레이션’을 해보는 것은 안전을 지키는 데 필요한 정보들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지 확인해 볼 기회이기도 합니다. (앞으로 어필 오리엔테이션에서는 안국동 걸스카우트 건물의 비상구가 어디 있는지에 대해서도 공유가 될 예정입니다!)

준렬 님은 다양한 위험 상황 중에서도 괴한을 만났을 경우를 대비해 쉽게 연습해볼 수 있는 공격방법도 시범을 보여주셨는데요, 복잡한 것이 아니라 여성들이 활용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정보들이라 간단하게 공유해드립니다. 기본적으로 아래 방법들은 팔이 망가지는 한이 있더라도 더 중요한 생명을 지키는 것, 반격의지를 보여주어 괴한이 ‘심약한 사람’으로 보고 선정한 목표물에서 벗어나는 것과 연관되어 있었습니다.

 

방법1. 주먹으로 내려치기
 
주먹을 단단히 쥐고 위에서 아래로 공격해들어오는 상대방의 손을 가격하는 방법.

(사진) 주먹으로 내려치는 시범을 보여주시는 배준렬 님(우)과 아픔을 참고 있는 어필의 이일변호사(좌)

(사진) 한번 따라 해보는 류수경 인턴과 김세진변호사

그리고 생각보다 아주 아픈 공격 기술에 감동하여 손뼉을 치는 김진우 인턴   

방법2. 둥글게 둥글게주먹을 쥔 양손으로 샌드백을 치듯이, 하지만 힘을 주어 아주 강하게 ‘둥글게 둥글게’를 반복해 전면공격을 막아내며 반격의지를 보여주어 단념케하기
(사진) ‘둥글게 둥글게’ 시범 중인 이일 변호사 (너무 빨라 보이지 않는 손)

 

(사진) 열심히 ‘둥글게 둥글게’를 연습 중인 김세진 변호사와 류수경 인턴(역시 너무 빨라 보이지 않는 손). 그리고 그 옆에 아주 심각하게 노트필기를 하고 있는 엠마 연구원.

 

방법3. 도구를 이용하기
소형 플래시(Flashlight)나 잡지 둥글게 돌돌 마른 잡지, (우레탄 케이스를 씌운) 핸드폰을 손에 쥐고 ‘주먹으로 내려치기’를 응용하는 방법.

(사진) 무술 전도사의 손에서는 얇은 잡지도 무기가 될 수 있다!

따라 해보신 분 계시나요? 🙂        사진에서 보셨듯이 준렬 님의 호신술 시범 상대방은 어필의 슈퍼맨 이일 변호사였는데요, 배준렬 님이 어필을 알게 된 계기는 준렬 님이 계시던 군법무실에서 법무관으로 일했던 이일 변호사가 제대 후 어필에서 일하게 되면서라고 합니다.

(사진) 군대에서 시작된 인연이 나눔으로 승화!

“제 경우, 어필이 한국 체류 중인 외국인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관심이 갔습니다. 제가 10년 전 즈음에 호주에서 1년 정도 생활했습니다. 난민은 아니었지만, 외국인으로서 겪는 불편함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시스템적으로도 개선되면 좋을 것 같은 부분들에 대해 고민을 했었거든요. 그 경험 때문에 한국에서 사는 외국인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 같습니다.”

이후 지속해서 어필을 후원해오고 계신 배준렬 님. 저는 짧은 호신술 강좌를 통해 준렬 님이 어필의 ‘가치를 향한 같이 걷기’에 어떤 마음으로 동참하고 계시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흥미진진한 인생스토리와 따뜻한 마음을 가진 후원자님도 직접 만나고 저에게 필요했던 호신술 강좌도 듣는 일거양득의 시간이었죠! 부산에 거주 중이시면서도 일부러 시간을 내셔서 어필을 찾아주신 배준렬 후원자님, 감사합니다.

아,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계실 것 같아 참고로 말씀드리면,

배준렬 님은 무술 은사님과도 여전히 자주 만나고 계시고, 아주 가깝게 지내고 계신다고 하는데요, 은사님이 당신이 나눠주신 나눔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있는 제자의 모습을 보면서 얼마나 대견해 하실지 생각하니 마음이 훈훈해졌습니다.

(사진) 배준렬 후원자님 가족입니다. ☺

준렬님이 어필에게 남기고 싶으신 한마디는?

 “호신술은 위급한 순간을 모면하기 위한 수단일 뿐입니다. 조화로운 삶을 위해선 한가지 운동을 꾸준히 하는것이 좋습니다.” 

나눔의 마음과 특정 이슈에 대한 관심(준렬 님의 경우에는 ‘외국인’)이 만나 또 다양한 형태의 나눔으로 이어지는 여정. 어필의 ‘가치를 향한 같이 걷기’에 동참하시는 다른 분들의 이야기도 궁금해지는데요, 다음에는 어떤 후원자님을 만나게 될까요? 기대해주세요!

(엠마 연구원 작성)

최종수정일: 2022.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