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논평: 제9조 신체의 자유(유엔자유권위원회의 자유권 규약 제9조에 대한 일반논평 제35호)

2014년 11월 1일

유엔자유권위원회의 자유권 규약 제9조에 대한 일반논평 제35호

유엔인권조약의 이행감독 기관인 조약기구들은 해당 조약에 대해 일반논평을 내놓는데, 이것은 관련조약 조항에 대한 일종의 유권해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이하 자유권 규약)의 조약기구인 자유권 위원회에서 2014년 10월 28일 자유권 규약 제9조인 ‘신체의 자유와 안전의 권리’에 관한 일반논평(제35호)를 발표했습니다. 자유권 규약 제9조는 다음과 같이 규정되어 있습니다.

제9조1. 모든 사람은 신체의 자유와 안전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 누구든지 자의적으로 체포되거나 또는 억류되지 아니한다. 어느 누구도 법률로 정한 이유 및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는 그 자유를 박탈당하지 아니한다.

  2. 체포된 사람은 누구든지 체포시에 체포이유를 통고받으며, 또한 그에 대한 피의 사실을 신속히 통고받는다.

  3. 형사상의 죄의 혐의로 체포되거나 또는 억류된 사람은 법관 또는 법률에 의하여 사법권을 행사할 권한을 부여받은 기타 관헌에게 신속히 회부되어야 하며, 또한 그는 합리적인 기간 내에 재판을 받거나 또는 석방될 권리를 가진다. 재판에 회부되는 사람을 억류하는 것이 일반적인 원칙이 되어서는 아니되며, 석방은 재판 기타 사법적 절차의 모든 단계에서 출두 및 필요한 경우 판결의 집행을 위하여 출두할 것이라는 보증을 조건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4. 체포 또는 억류에 의하여 자유를 박탈당한 사람은 누구든지, 법원이 그의 억류의 합법성을 지체없이 결정하고, 그의 억류가 합법적이 아닌 경우에는 그의 석방을 명령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법원에 절차를 취할 권리를 가진다.

  5. 불법적인 체포 또는 억류의 희생이 된 사람은 누구든지 보상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이번 일반논평은 1982년의 것을 대체하는 것인데요. 제16호로 발표한 일반논평은 총 4항으로되어 있었으나, 제35호로 대체해서 발표한 것은 총 67항으로 분량도 상당히 늘어났지만, 다루는 주제도 포괄적이고, 그 동안의 외국의 주요 관련 판례들과 자유권 규약의 주요 결정례와 권고들을 망라해서 담고 있습니다(일반논평 제2항).

난민과 이주구금을 멘데이트 중에 하나로 하고 있는 어필에서는 이 일반논평 가운데 어필의 멘데이트인 난민과 이주구금과 관련된 부분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1. 신체의 자유의 중요성

자유권 규약과 사회권 규약은 세계인권선언의 내용을 구체화 하고 조약의 형태로 규범화 했다고 볼 수 있는데, 신체의 자유를 규정한 자유권 규약 제9조는 세계인권선언에서 가장 처음 나오는 실체적인 권리입니다. 그 만큼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신체의 자유는 개인에게도 소중하지만, 역사적으로 사람들로 하여금 다른 자유를 누리지 못하게 하는 가장 전형적인 방법이 그 사람의 신체의 자유를 박탈하는 것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사회적으로도 중요한 권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제2항)  

2. 신체의 자유의 의미와 주체 그리고 적용범위

신체의 자유는 일반행동의 자유를 뜻 하는 것이 아니라 몸을 가두는 것으로 부터 자유할 권리에 관한 것입니다. 이 신체의 자유의 주체는 제9조 1에도 나오는 것과 같이 ‘모든 사람’입니다. 여기에는 ‘외국인’, ‘난민’, ‘난민신청자’, ‘무국적자’도 포함됩니다(제3항)

제9조 2의 일부와 3의 전부는 형사절차와 관련되어 적용이 되지만 나머지는  신체의 자유를 박탈당한 모든 사람에게 적용이 됩니다(제4항)

3. 신체의 자유의 박탈의 의미

신체의 자유의 박탈은 자유권 규약 제12조에서 규정한 이동의 자유에 대한 침해와 비교했을 때 더 좁은 공간에서 움직임을 더 심하게 제한하는 것인데, 여기에는 당연히 이주구금을 포함하는 행정구금, 공항의 제한된 구역에 가두는 것, 심지어 비자발적인 이송까지 포함됩니다(제5항)

4. 국가의 신체의 자유 보호의무

국가는 신체의 자유를 존중해야 할 뿐 아니라 제3자에 의해 신체의 자유를 침해당하는 것으로 부터 보호하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는데, 여기에는 합법적인 기관의 불법적인 신체의 자유 침해로 부터도 보호하는 것도 포함됩니다(제7항)

개인이나 사적인 기관이 국가로 부터 위임을 받아 체포와 구금의 권한을 행사하는 경우 국가는 그들이 제9조를 준수할 수 있도록 해야하고, 그들이 자의적이거나 불법적인 구금과 체포를 하지 않도록 해야 하며, 그들에 의해 자의적이거나 불법적인 구금과 체포가 저질러 진 경우 효과적인 구제를 해야 합니다(제8항)

5. 자의적인/불법적인 구금/체포 금지의 의미

자유권 규약 제9조 1의 두번째 문장은 자의적 구금 내지 체포 금지를, 세번째 문장은 불법적인 구금 내지 체포 금지를 규정하고 있는데,  불법 구금/체포는 법에 근거가 없거나 법이 정한 절차를 따르지 않고 행한 구금/체포입니다(제11항). 

자의적인 구금/체포는 불법구금/체포 보다는 조금 더 넓은 개념으로, 부적절, 부정의, 예측가능성의 결여, 적법절차의 부재, 합리성의 결여, 필요성의 부존재, 비례성 위반과 같은 개념과 연결이 되어 있습니다(제12항) 

따라서 자의적인 구금/체포와 불법적인 구금/체포는 중첩하기도 합니다. 어떤 체포/구금은 불법적이기는 한데, 자의적이지는 않고, 어떤 체포/구금은 합법적이지만 자의적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체포/구금이 자의적이면서 불법적일 수도 있습니다(제11항)

따라서 신체의 자유를 박탈하려고 할 때에는 법적인 근거가 있어야 하고, 자의적인 구금이 되지 않도록 법에 따른 절차를 마련해야 합니다(제14항)

6. 피구금자에 대한 처우와 자의적인 구금

피구금자에 대한 처우는 자유권 규약 제7조와 제10조가 다루고 있는 문제이지만, 피구금자가 구금된 목적과 무관한 처우를 당한다면 그것은 자의적인 구금 문제가 됩니다(14항)  

7.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행정 구금과 자의적인 구금

안전에 대한 위협 등에 대응하기 위한 행정 구금은 자의적 구금으로 흐를 여지를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위협에 대응할 다른 효과적인 수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구금의 수단을 사용하는 것은 아주 예외적인 경우(위협이 현재적이고, 직접적이고, 긴급하다는 것과 대안적인 방법이 없다는 것을 국가가 입증한 경우)가 아니라면, 자의적인 구금이 됩니다(제15항)

국가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기간 이상으로 행정구금을 하고 있지 않으며, 구금에 상한이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합니다. 또한 행정구금에 대해서는 신속하고 정기적인 사법심사 내지 사법부와 동일한 정도의 독립적성과 공정성을 갖춘 재판기관에 의한 심사가 이루어져야 합니다(제15항) 

또한 피구금자는 법적인 조력을 받을 수 있어야 하고, 자신이 왜 구금되었는지에 관한 근거와 관련된 정보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합니다(제15항)

8. 이주구금과 자의적인 구금

이주구금 자체는 자의적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주구금이 정당화 되기 위해서는 합리성, 필요성, 비례성을 갖추어야 하고, 구금이 장기화 되면 구금이 자의적인지 여부에 대해 심사를 받아야 합니다(제18항)

난민신청자의 경우 불법적으로 입국하였다고 하더라도, 난민신청청접수, 입국에 대한 수속, 신분확인을 위해 짧은 기간 구금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특별한 사정(예를 들어, 타인에 대한 범죄의 위험, 안보를 해칠 행동을 할 위험)이 없다면, 난민인정절차가 진행되는 공안 그 이상 구금하는 것은 자의적 구금이 됩니다(제18항)

이주구금의 경우 구금보다 덜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방법(보증금 제출, 정기적인 보고 등)으로 동일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면 그 방법을 고려해야하고, 정기적인 평가와 사법심사를 받아야 합니다(제18항)

이주자에 대해 구금을 할 때 구금이 그에게 미치는 육체적, 정신적 영향에 대해 고려를 해야 하고, 구금의 필요성이 인정이 되더라도 구금 장소는 적절하고, 위생적이고, 형을 집행하는 장소가 되어서는 안됩니다(18항)

이주자가 무국적자라서 또 다른 이유가 있어서 추방/강제퇴거를 못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으로 그를 구금하는 것을 정당화해서는 안됩니다(2094/2011, F.K.A.G. v. Australia, para. 9.3. 제18항).

이주아동의 경우 구금을 해서는 안되면, 예외적으로 구금하더라도 구금은 최후의 수단이 되어야 하고 최소한의 기간에 그쳐야 하면, 기간이나 환경에 있어서 아동 이익 최우선의 원칙을 고려해야 합니다. 특히 부모를 동반하지 않은 아동의 경우 그 취약성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제18항)

9. 자의적/불법적 구금에 대해 석방을 구하는 절차를 밟을 권리

제9조 4는 피구금자/피체포자에게 신체의 자유가 박탈된 것에 대해 법원에 구제를 받을 수 있는 절차를 진행할 권리를 부여하고 있어, 법원이 지체 없이 구금의 불법성 여부에 대해 심사를 해고 석방명령을 내리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것 역시 이주구금이나 법적인 근거 없는 구금에도 적용됩니다.(제39항, 제40항)

이렇게 법원을 통해 구제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는 체포/구금된 순간 부터 적용이되며, 상당한 기간을 기다려야만 구체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해서는 안됩니다(제42항, 일반논평이 언급한 관련 판례인, Torres v. Finland, para. 7.2에서는 상당한 기간을 7일이라고 하였습니다)

처음에는 구금이 합법적이었지만, 그 구금을 정당화해준 상황이 바뀔 경우 불법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법원이 구금이 정당하다고 판단한 이후에도 일정기간이 지나면 다시 판단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피구금자에게 주어야 합니다(제43항)

불법구금이라는 것은 국내법을 위반한 구금 뿐 아니라 제9조나 다른 관련 국제협약을 위반한 구금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구금에 관한 국내 사법 구제절차가 어떻게 되어있든지 간에, 제9조 3에 따라 앞에서 이야기한 의미의 불법구금에서 피구금자가 구제 받을 수 있도록 사법적인 구제절차가 마련되어야 합니다(제44항)

이러한 구제절차는 법원을 통해서 이루어져야 하는데, 예외적으로 특별한 재판소가 담당하도록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재판소는 입법부와 행정부로부터 독립되어 있고 사법적인 독립성을 가지고 있는 기관이어야 합니다(제45항)

이러한 구제절차가 있어야 한다고 해서, 반드시 사법심사가 자동적으로 진행되도록 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피구금자나 그의 대리인이 청구하도록 해도 됩니다. 그러나 일정한 피구금자에게 그러한 구체절차를 밟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자유권규약 제9조 3 위반입니다. 또한 형식적으로 그러한 구제절차를 밟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피구금자가 그러한 권리를 효과적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그에게 관련 정보를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고지를 해야 하고, 변호인에게 신속하고 정기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합니다(제46항)

신체의 자유가 박탈된 사람은 이러한 절차를 밟을 권리가 주어져야 할 뿐 아니라, 지체 없이 결정을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제47항)

10. 자의적/불법 구금에 대해 배상을 청구할 권리

불법으로 구금된 사람은 배상을 구할 권리를 가지게 되며, 협약국은 재량이나 시혜가 아닌 실행가능한 권리로서 보장을 해야 합니다. 배상의 대상이 되는 불법구금은 실체적으로 자의적인 구금일 경우에도 해당되지만, 제9조 위반을 절차적으로 위반한 구금일 경우에도 해당됩니다(제49조 부터 제51조)

11. 제9조와 자유권 규약의 다른 조항과의 관계

자의적 구금은 자유권 규약 제7조가 금지하고 있는 고문, 비인도적, 굴욕적 처우 등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구금이 제7조에 반하지 않기 위해서는 일정한 조치가 필요한데, 그 중에 몇 가지만 이야기 하면 다음과 같습니다(제56항과 제58항). 

피구금자가 독립적인 의사와 변호사에게 신속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피구금자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그의 권리가 무엇인지 고지해야 하며, 특히 난민신청자의 경우에는 유엔난민기구와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어야 하며, 모든 구금 시설을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기관이 방문하여 조사를 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외부와 의사소통을 할 수 없는 장기적인 구금(prolonged incommunicado detention)은 제7조 위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제56항)

자의적인 장기 구금을 당할 수 있는 나라로 외국인을 송환하는 것은 제7조 위반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제57항)

이동의 자유를 규정한 자유권 규약 제12조와 제9조는 보완적으로, 이동의 자유의 심각한 제한 형태가 신체의 자유 제한입니다. 어떤 경우에는 이 두 조항이 모두 적용되기도 합니다. 이주자를 비자발적으로 이송하면서 이동의 자유를 제한하기도 하는데, 강제송환이나 추방을 이행하기 위한 구금은 제9조에서 말하는 구금에 해당됩니다(제60항)

아동이 구금될 경우에는 제9조 뿐 아니라 아동의 보호에 관한 제24조가 중첩적으로 적용됩니다(제62항)

자유권 규약 제2조 1은 “이 규약의 각 당사국은 자국의 영토 내에 있으며, 그 관할권 하에 있는 모든 개인에 대하여……어떠한 종류의 차별도 없이 이 규약에서 인정되는 권리들을 존중하고 확보할 것을 약속한다”라고 되어 있으므므로, 신체의 자유에 관한 제9조 역시 한국의 영토 내에 있으며, 그 관할권 하에 있는 모든 사람에 대해 적용됩니다(제63항).

(김종철 변호사 작성)

최종수정일: 2022.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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