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유혈진압 현지조사 결과 발표회 후기

2014년 3월 31일

지난 27일, 어필 공간 사이多에서 해외한국기업감시 주최로 ‘캄보디아 유혈진압 현지조사 결과 발표회’가 열렸습니다. 어필을 포함한 여러 시민단체들은 올해 초 발생한 캄보디아 의류노동자들의 최저임금 인상 파업에 대한 캄보디아 당국의 유혈진압이 한국기업 및 한국정부와 무관치 않다는 문제 제기를 해 왔는데요. 오늘 발표회는 어필 김종철 변호사의 사회로, 그간 현지 조사를 통해 파악된 캄보디아의 종합적인 상황 및 한국기업, 정부의 연관성을 둘러싼 쟁점을 시민 분들과 공유하고 시사점과 추후 대책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언론 보도와 기업인권에 대한 높은 관심 때문인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굉장히 많은 분들이 참여해 주셨고, 공간 사이多가 가득 차 뜨거운 열기가 문 밖까지 전달될 정도였습니다.

 

[현지 실태 조사 결과 보고서와 시원한 음료수!]

 

[참석자 분들의 열기가 넘치는 보고서 발표회 @공간 사이多]

1. 캄보디아 현지 실태 조사 보고 (류미경 민주노총 국제국장)

 첫 발제를 맡은 류미경 민주노총 국제국장은 캄보디아 파업 발생의 배경과 경위에 대해 설명하며, 이번 사건이 한국 기업만의 특별한 문제라기보다는 캄보디아의 국가, 산업적 맥락에서 발생한 사건임을 먼저 지적했습니다. 생계비보다 낮은 최저임금과 최저임금이 곧 임금 기준이 되어버리는 캄보디아의 의류 산업 현실이 한국 뿐 아니라 대만, 중국 등의 생산업체들, 나아가 H&M, 아디다스 등 바이어들의 이해관계와 맞물려 들어가면서 발생한 문제라는 설명이었습니다.

 이번 파업은 노동자들의 기대는 물론 정부가 발표한 생계비에도 한참 못 미치는 최저임금 인상안 발표를 들은 기층 노동자들의 분노와 자발적 의지로 인해 발생한 것이었으며, 최저임금을 둘러싼 투쟁은 아직 현재 진행형입니다. 이 과정에서 한국 기업 역시 참여하고 있는 캄보디아 의류생산자협회(GMAC)는 최저임금 인상안에 줄곧 반대하는 입장을 펴 왔고, 파업 이후에도 교섭을 회피하고 있습니다.

 

[(좌측부터) 강은지 국제민주연대 활동가, 류미경 민주노총 국제국장,

김종철 공익법센터 어필 변호사, 황필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2. 캄보디아 파업과 한국기업 및 한국정부의 연관성 (강은지 국제민주연대 활동가)

 이어서 강은지 활동가(국제민주연대)는 한국기업 및 정부의 연관성과 관련하여, 시민단체들의 최초 문제제기 이후 한국 기업과 대사관이 공격적으로 해명한 내용을 조목조목 재반박하면서, 여전히 합리적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으며 한국 기업 및 정부는 이에 대한 책임있는 설명을 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내용을 발제했습니다.

 캄보디아 유혈사태는 앞서 설명했듯이 한국 기업의 문제라기보다 국가, 산업 차원의 문제가 그 근본 원인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국 기업이 이번 사태에 책임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약진통상 앞 시위에서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을 뿐이지, 대규모 시위의 발생 및 이에 대한 진압 또한 총기 발포만을 제외하고는 사망자가 발생했던 카나디아 공단 시위에 준하는 비정상적 폭력 진압의 형태로 이뤄진 것이 엄연한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약진통상과 폭력 진압의 주체였던, 인권침해로 악명높은 911공수여단 사이의 밀접한 관계(여단장의 약진 지분소유, 군부대와 약진 사이의 비밀통로 존재, 한국경비업체 CSC와 911공수여단 사이 유착 의혹 등)에 대한 증언, 국가대테러위와의 접촉을 시사하는 유혈진압 직후 한국 대사관 페이스북에 올라왔던 글 등 한국 기업 및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유혈 진압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음을 의심케 하는 정황들이 상당 부분 존재하는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대사관이 유혈진압 이후 사망한 노동자들에 대한 단 한 마디 유감 표명도 없는 태도로 ‘국가 이익과 국민 및 투자 보호’만을 자신의 역할로 한정짓고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은 책임있는 태도라 할 수 없다는 지적도 이어졌습니다.

 위와 같은 논의에 덧붙여, 911 공수여단을 비롯한 인권침해 의혹 부대들에 대한 한국의 공적, 사적 군사 지원에 대한 제재 근거가 없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되었습니다. 한국 정부는 ’10, ’12년 최소 두 차례에 걸쳐 캄보디아에 군용품을 양도했는데, 911공수여단의 경우 입수 경로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한국군 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민간 교류 차원이긴 하나 한국군 출신 교관에게 훈련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인권침해 연루 부대에 대한 공적, 사적 군사 지원을 금지하는 법안이 마련되어 있지만, 한국의 경우 이를 금지할 법적 근거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입니다. 

 

3. 전망과 대안

 이어진 토론에서, 공감의 황필규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최저임금 논의가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비중을 가지는 캄보디아 현실이라는 맥락에서 보아야 한다고 전제하면서 향후 개선의 단초보다는 악화될 가능성이 많아 보인다고 우려했습니다. 파업을 매우 엄격하게 한정짓고 있는 캄보디아에서 이번 파업은 불법으로 규정되어 있어, 갈등이 해소되기 어려워 보입니다. 사건 이후 몇 달의 시간이 흐르고 있지만, 캄보디아 정부는 피해보상은 커녕 가해자 처벌조차 하지 않고 있고, 국제 바이어들 역시 신속한 서명발표 및 방문 절차를 밟긴 했지만 구체적 해결 방안 마련에 나서지는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결국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황필규 변호사는 먼저 이 사례를 넘어, 해외 한국 기업의 인권 침해 발생시 어디까지 감독할 수 있을지 지금까지의 사례들에 대한 종합적인 정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습니다. 나아가 캄보디아 노동법 개악 문제에 대한 지속적 관심, OECD가이드라인 및 진정 등 국제메커니즘 활용, 바이어 및 투자자 등 행위자들을 대상으로 한 직접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언급되었습니다. 청중 분들 또한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해 주셨는데요, 한국의 이주노동자들이 처한 현실과 캄보디아 사태의 원인이 크게 다르지 않으므로 연대를 모색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제안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캄보디아 유혈 진압 관련 사진 전시회]

4. 나가며

 이번 토론회에 참석하면서 느낀 점은 해결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캄보디아 파업 유혈 진압이라는 비극적 사건은 한 국가, 한 기업의 문제라기보다 노동자, 국가, 기업, 바이어, 투자자, 소비자 등 여러 행위자가 구조적으로 얽혀 있는 문제이며, 따라서 이 문제를 대하는 우리의 책임은 행위자로서 우리가 다른 행위자들과 ‘연결되어 있는 존재’라는 것을 인식하는 데서 출발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한국 정부나 기업은 우리가 그들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직접적인 책임이 없다면 나와 상관이 없다는 식의 대사관이나 기업의 태도는 책임 있는 관계를 맺는 사람의 모습이라기보다는 무관심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오늘 보고서 발표회에 오신 분들의 모습은 우리가 캄보디아 노동자들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생각하고, 어떻게 책임 있는 관계를 만들어갈 것인지 고민하고자 하는 우리 사회의 건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문제가 놓여 있지만, 그들의 이야기가 더 나아질 수 있도록 우리가 문제를 인식하고 노력하는데서부터 우리의 이야기 또한 더 나아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어필을 비롯한 해외한국기업감시 참여단체들은 앞으로도 서로간의 네트워킹을 통해, 캄보디아 사건을 중요한 모멘텀으로 삼아 이후 큰 틀에서 제도적 변화를 모색해 나갈 계획입니다. 해외한국감시에서는 현재 추가적 현지 조사를 계획하고 있고, 실태조사 및 개선방안에 대한 연구도 지속적으로 수행할 예정에 있습니다. 앞으로도 관심을 가져 주시고, 함께해 주세요!

(7기 인턴 김윤진 작성)

*이달 발표의 기초가 된 보고서를 아래에 첨부합니다.

140327_KTNC Watch_캄보디아_pdf

최종수정일: 2022.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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