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노포비아와 미디어 규율 혹은 활용

2013년 7월 24일

제노포비아 대응 전략으로서의 미디어 규율과 활용

*아래의 글은 2013년 5월 16일과 7월 17일 어필의 김종철 변호사가 ‘이주정책포럼’에서 발표한 내용들을 정리한 것입니다.

제노포비아 대응 전략으로서의 미디어 규율과 활용_정리.pdf 

  1.난민법 검색어 1위

“텔레비전에서 보는데, 국제전화 광고가 나오더라고요. 그런데 캐나다에 전화를 하면, 금발의 여자가 전화를 받는데, 아프리카에 전화를 거니 고릴라가 전화를 받는 겁니다”

이 말은 아프리카 출신의 어떤 난민이 한 말입니다. 그 동안에도 미디어들은 외국인들에 대한 보도를 하면서 인권적인 측면 내지 인종차별의 관점에서 거의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불법체류자’와 같은 배제의 언어를 그대로 유통하기도 하고, 아무런 맥락도 없이(한국인들의 범죄율과 비교를 하지 않거나, 이주자들의 수적인 증가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고) 이주자들의 범죄율이 높아졌다고 보도 하기도 합니다. 객관적인 증거 없이 난민과 테러리스트를 연결시키는 그런 기사를 내보내거나, 무죄추정의 원칙을 따르지 않고 이주자들의 혐의사실을 자극적으로 보도합니다.

그런데 최근 여성을 잔인하게 살해한 중국교포인 오원춘 사건을 다루면서 미디어들은 경쟁적으로 선정적인 보도를 하였고, 이것이 인터넷 포털 사이트와 SNS 등 새로운 미디어를 통해서 증폭되면서 인종혐오를 부추였습니다. 그 전에도 반다문화 캠페인을 하는 그룹들이 있었는데, 오원춘 사건을 계기로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을 통해 도를 넘은 외국인 혐오 운동에 가담을 해서 2012년 말에는 ‘난민법’을 검색어 1위에 올려 놓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2013년 7월 1일 시행되기로 되어 있는 난민법에 대해 아래와 같은 근거 없는 악성 추측들을 인터넷에 유통시켰습니다.

“이제 내년부터 헬게이트 열릴거다. 난민들 케이스가 들어온다. 정착한다. 파벌 만든다. 깽을 만들어서 범법행위를 한다. 왜냐?  구로나 안산 쪽 가서 한번 봐라. 거긴 우리나라 땅이 아녀. 난민들이 한해 2만명 가량이 내년부터 한국으로 올 거라는 통계 보고 가 있어. 그런대 이미 해외 난민들 사이에서는 한국은 꿀의 땅이라고 소문이 나있어. 그들이 깽이나 범법자가 되기 쉬워 진다는 거야. 막말로 장기 밀매 만 알아도 그거 돈 쉽게 버는 방법만 알아도 쉽게 그쪽으로 가는 거야. 거기다 인권단체의 보호를 빌미로 발뺌하면 이건 경찰들도 속수 무책이 돼버린다. 막말로 이슬람 문화권의 난민들이 와서 터전 잡고 그 안에서 깽 조직 만들어서 전국구로 제패해 버리는 수가 있다. 우려라고 할지 모르지만 대부분의 난민법이 시행 되고 있는 나라에서 가장 문제되는 내용이다. 그리고 난민법 발효 돼서 들어오고 나서 터전 잡고 나면 막말로 2015년부터는 시민들의 광장에서 총격전을 볼 수도 있을 거야. 총의 거래가 나 밀수입이 난민들의 주 수입원이 되기도 해…”

이러한 상황을 보면서 그 동안 어필이 하는 일과 관련해서 대중들을 설득하고 그들의 마음을 얻는 일에 소홀히 했다는 생각과 함께 이 어려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한숨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유럽의 나라들과 호주 등과 같이 이주자에 대한 처우 문제를 가지고 정치적인 입장 차이에 따라서 극렬하고 대립하는 양상까지는 치닫지 않다는 점에서 아직 늦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2. 새로운 미디어에도 주목

이처럼 인종차별과 제노포비아 문제를 대응함에 있어서 갈수록 미디어의 중요성 실감하고 있습니다. 특히 새로운 미디어인 인터넷을 주목해야겠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제노포비아 아젠다들이 확산이 되고, 그 지지자들이 리크루팅 되는데, 무엇보다 청소년과 아동들이 가장 크게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2012년 인종주의에 관한 특별보고관은 더반 선언과 그 행동프로그램 이행에 관한 보고서를 유엔사무총장에게 제출하면서 특별히 인종주의와 인터넷을 연결시켰습니다.   

3. 관련된 국제규범

이와 관련된 국제규범을 알고 있으면 좋을 듯한데, 미디어와 관련된 인종주의 금지에 관한 대표적인 국제 규범들에는 인종차별철폐협약 제4조와 자유권 규약 제20조가 있습니다(자유권 규약 제20조의 액션 플랜과 관련한 2012년 OHCHR이 주도한 지역별 전문가 미팅 보고서도 한번 보시기 바랍니다)

특히 인종차별철폐협약 제4조는 1)인종적 우월성이나 증오에 기반한 사상을 퍼트리는 행위 2)인종차별을 고무하는 행위 3)인종주의에 근거해서 폭력을 하라고 고무하는 행위를 국가 법으로 처벌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한 자유권 규약은 표현의 자유를 규정한 이후에 제20조에서 “차별과 적의 또는 폭력적인 선동이 될 인종적 증오의 고취(advocacy)는 법률에 의해 금지한다”라고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성규범 이외에 다양한 연성규범soft law들도 있습니다.

유엔인종차별위원회의 ‘비시민 차별에 대한 일반권고’는 국가는 인종에 근거해서 정치인들이나 미디어(인터넷을 통해)가 인종에 대해 고정관념을 형성하거나(stereotyping) 낙인을 찍는 행위에 대해 대응해야 한다”고 하고 있습니다. 

(제노포비아와 관련한 가장 대표적인 국제문서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는)더반 선언은 “언론이 이주자와 난민에 대한 잘못된 이미지와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만들어 내서 제노포비아 확산에 기여하고 있는 점을 우려하면서, 국가로 하여금 미디어가 인종주의와 인종차별, 제노포비아에 기반한 고정관념을 형성하지 않도록 권고할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또한 인터넷을 포함한 미디어가 고정관념형성을 하는 것을 피하고, 잘못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을 막아서 제노포비아 확산을 근절하기 위한 자체적인 규율 수단과 행동수칙(code of conduct)을 제정할 것을 권고하였습니다.   

4. 관련된 국제인권기구의 권고

제노포비아와 관련된 국제기구의 권고들도 있습니다. 1993년부터 유엔인종차별철폐위원회에서는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거의 비슷한 권고를 계속하고 있는데, 미디어와 직접 관련된 것은 많지 않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바 있는)인종차별철폐협약 제4조 이행하는 법률 제정 할 것, 국내법상 차별금지 원인으로 인종을 포함시킬 것, 인종차별 문제에 대해 법 집행 공무원을 교육할 것(1993년, 1996년)

-인종차별철폐협약 제4조 이행하는 법률 제정할 것, 국내법상 차별금지 원인으로 인종을 포함시킬 것, 인종차별 피해자에게 법률구조를 제공할 것, 인종간 결혼으로 낳은 아동이 인종적인 차별 받지 않도록 캠페인 등을 포함한 조치를 취할 것, 위와 같은 캠페인 위한 더 많은 예산을 배분할 것(1999년),

-인종차별철폐협약 제4조 관련해서 국내법 재검토할 것, 인종차별과 인종혐오를 부추기는 행위를 처벌하는 입법을 할 것, 인종차별철폐위원회의 개인진정절차를 홍보할 것, 인종차별관련 국내법 이행 시 더반 선언을 고려할 것(2003년),  

-인종차별의 정의를 국내법에 포함시킬 것, 차별금지 사유에 인종을 포함 시킬 것, 차별금지

법을 제정할 것, 인종을 이유로 유발된 범죄를 금지하고 처벌하는 규정 둘 것, 인종차별과 관련한 내용을 교과서에 담을 것, 판사와 경찰과 검사와 변호사에게 제노포비아 관련 교육을 할 것(2007년).

2012년 8월 31일에 나온 유엔인종차별철폐위원회의 한국에 대한 최종견해에서는 “국내법 질서에서 인종차별철폐협약을 이행할 때 (2001년에 채택된)더반 선언과 액션 프로그램과 더반 리뷰 컨퍼런스에서 (2009년) 채택한 결과 문서와 이와 관련한 유엔인종차별철폐위원회의 일반권고(33)를 고려할 것, 다음 보고서에서는 더반 선언과 액션 프로그램 이행과 관련한 조치들을 담을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인종차별철폐위원회의 권고들을 살펴보면서, 국가가 제노포비아에 대해 미디어를 제대로 규율하고 활용하도록 하기 위해서 UPR, 유엔인종차별특별보고관(정확하게는 Special Rapporteur on contemporary forms of racism, racial discrimination, xenophobia and related intolerance), 인종차별철폐위원회, 유엔난민기구 집행이사회 등을 유엔인권메커니즘을 적극 활용할 필요성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5. 인터미션

중간에 들었던 생각은 미디어에 대해서는 대결 양상으로 가는 것은 부적하고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고, 제노포비아와 관련해서 미디어의 규율과 활용을 논하기 전에 우선 모니터링이 제대로 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6. 미디어 모니터링

우선 시민사회에서 미디어에 나타난 제노포비아적인 sign들을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신속하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 중에 하나가 대응하지 않으면 대중들에게 이런 것들이 용인된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입니다. 특히 인터넷은 아동과 청소년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치므로 모니터링이 절실히 필요합니다(COMBATING RACISM, RACIAL DISCRIMINATION, XENOPHOBIA AND RELATED INTOLERANCE THROUGH 참조). . 

제노포비아에 특화된 것은 아니지만, 문화다양성의 측면에서 국내 미디어 모니터링과 관련한 주목할 만한 연구에는 [2012년 문화다양성시대 다문화 미디어 재현 안내서…]가 있는데, 비록 신문과 인터넷을 그 연구 대상에서 제외하였지만, 소위 ‘다문화’와 관련한 대중음악, 영화, TV 드라마, TV 교양 프로그램, TV 오락 프로그램, 광고 등을 대상으로 분석을 했으니 좋은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요약은 맨 앞에 첨부한 이 글 PDF 파일 참조) 문화다양성 시대 다문화의 미디어 재현 안내.pdf

   7. 법적인 미디어 규제

제노포비아를 노골적으로 부추기는 미디어의 행위를 규율하는 법과 메커니즘을 만들 필요도 있을 것입니다. 이 경우 처벌 규정과 함께 처벌되는 행위가 무엇인지 정확히 정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그렇다면 ‘인종’의 개념에 대한 더 깊은 고찰이 전제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The Council of Europe Covention on Cybercrime(2004) and its Additional Protocol(2006)은 제노포비아와 제노포비아적 성격의 행위 범죄화한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제노포비아 범죄의 경우 기소가 되고 처벌될 수 있도록 법 집행 공무원에 대한 교육이 필요할 입니다.

   8. 미디어의 자율적인 규제

그러나 강제적인 수단, 특히 형사적인 수단은 보충적으로 적용해야 합니다. 표현의 자유와의 충돌되는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물론 표현의 자유는 제한이 가능한 자유이지만, 다른 자유의 기반이 되는 자유라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반화 할 수 없겠지만, 유럽인권재판소에서 제노포비아 관련해서 기자에게 유죄를 선고한 판결이 표현의 자유 위반이라고 한 판결을 보시기 바랍니다(1994, Jerslid v. Denmark. The European Court of Human Rights.)

제노포비아와 관련된 이슈는 사람들의 마음을 바꾸는 문제이고, 이것은 강제적인 것으로만은 안 된다는 것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율규제가 중요한 것입니다(같은 의미에서 제노포비아를 대응하기 위해서는 최악의 언론 기사를 공표하여 비판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좋은 언론 상을 제정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할 것입니다).

자율규제의 한 가지 방법은 미디어에서 제노포비아와 관련한 자체 교육을 할 수 있도록 하거나, 가이드라인 내지 규약을 만들도록 하는 것입니다. KBS 방송제작 가이드라인의 경우에도 인종차별과 관련한 내용이 있지만, 추상적으로 규정되어 있는데, 이와 관련한 해외의 사례 몇 가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언론에 관한 로마 헌장(유엔난민기구와 이탈리아 National Press Federation, National Council of Journalists협력하여 제정한 것임): 1)적절한 용어 사용하기(부록으로 용어집 첨부), 2)(외국인의 범죄 증가율과 같이)부정확하고 단수화하고 왜곡된 정보를 퍼트리지 않기(피상적인 보도의 폐해 방지), 3)현상의 근원적인 원인을 찾기 위해 전문가와 협의하기, 4)대학과 연구소 및 이해관계자와 협력해서 독립적인 모니터링 센터를 세우기(언론에 나타난 이주자의 이미지 분석하기), 5)제노포비아 대응 관점에서 잘하는 기자에게 줄 상을 제정하기. BBC 제작가이드라인: 1)콘텐츠에 따라서 영국사회에 존재하고 있는 편견과 단점을 반영 할 수도 있으나 그것을 영속화 하는 것은 금지, 2)인종 등에 대한 고정적인 가정을 피해야 하고, 편집상 정당화 될 때에만 해당 방식으로 인물 묘사 가능, 3)시청자의 기대 수준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코믹한 효과를 위해 고정관념을 과장하여 묘사할 수 있으나, 부주의한 또는 의도하지 않은 고정관념에 시청자가 불쾌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인지, 4)3인 이상의 어린이가 출연하는 경우 반드시 소수인종의 어린이를 포함하도록 하고, 어린이 프로그램 진행자의 경우 인종적 구성을 배려하도록 구성

이러한 해외의 가이드라인을 보면서 들었던 생각은 기존의 미디어 뿐 아니라 웹 호스팅 서비스를 하는 회사의 경우에도 제노포비아와 관련한 행동수칙(code of conduct) 내지 사용자에 관련한 규율(service term)을 둘 필요가 있고, 제노포비아와 관련된 미디어를 모니터링하기 위해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중립적인 기구 설립할 필요가 있고, 인종주의 자료를 쉽게 보고하기 위한 온라인 진정/보고 메커니즘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9. 규제의 대상이 아닌 활용의 수단으로서의 미디어

앞에서는 제노포비아와 관련해서 미디어의 타율적 내지 자율적 규제에 대해 이야기 했는데, 미디어를  규제의 대상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창조적인 캠페인 수단으로 삼아야 합니다. 문화 다양성에 관해 인터넷을 통한 인식제고 활동과 캠페인을 하고, 대중매체를 통해 넓은 시청자들을 상대로 홍보를 할 필요가 있을 뿐 아니라(난민의 날 6월13일, 인권의 날 12월 10일, 인종차별철폐의 날 3월 21일을 활용하면 좋겠지요), 오피니언 리더 그룹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디어를 통한 적극적인 캠페인과 관련해서 떠오르는 3가지 생각은 1)우선 다른 인종에 대한 편견은 근거 없는 두려움에서 오는 것이므로 대중들이 개인적인 이야기들에 노출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고, 2)’타자와 정제성’과 같은 근본적인 이슈도 함께 다뤄져야 하며, 3)피상적인 다문화 캠페인이 가지는 부정적인 영향(기존의 고정관념 강화)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10. more speech

제노포비아와 관련해서 미디어를 규제하는 방법이 아니라 캠페인 등에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강조하면서,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과 인종주의에 관한 특별보고관의 연합보고서에 나온 시와 같은 글로 이 글을 마치려고 합니다.

“hatred speech에 대한 전략적인 대응은 more speech

문화적인 차이에 대해 교육하는 more speech

다양성을 증진시키는 more speech

소수자들의 역량을 강화하고 그들에게 말할 기회를 주는 more speech…

more speech는 그들의 행동 뿐 아니라 그들의 마음까지도 바꿀 수 있는…

최고의 전략”

(김종철 변호사 작성)

최종수정일: 2022.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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