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이주 모델의 특징과 한계: 스티븐 카슬 교수 강연회 후기 “아태지역의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와 사회변혁 그리고 국제이주”

2012년 9월 14일

2012년 9월 13일 목요일, 한양대학교 에리카(ERICA) 캠퍼스에서 ‘아태지역의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와 사회변혁 그리고 국제이주(Neo-liberal globalisation, social transformation and international migration)’ 라는 주제로 강연회가 있었습니다. 발표자 스티븐 카슬(Stephen Castles) 교수는 난민과 국제이주, 사회 변혁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날 강연회에서 그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이 현재의 이주 정책을 계속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변화를 촉구했습니다. 이를 위해 인류역사의 긴 시각에서 파악한 ‘이주‘ 개념과 전세계적인 이주 패턴, 그리고 아시아 지역에서 일어나는 이주의 특색을 설명했습니다. 배운 바를 간단히 정리해보겠습니다. 

 

스티븐 카슬 교수에 따르면 이주(international migration)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행위이며, 사회전환(social transformation)의 과정입니다. 오늘날 진행되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는 18-19세기 산업혁명처럼 삶의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를 초래하는 사회전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를 맞아 불평등이 심화되고 산업과 사회 구조가 급변하는 환경에서 사람들은  도시-지방 간, 혹은 국가간 활발하게 이주하는 것으로 대응(저항)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주를 ‘문제’가 아니라 변화의 ‘일부’로 이해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이주의 패턴을 분석해보면, 대부분의 이주는 남반구에서 북반구로, 개발도상국( Less Developed country)에서 개발국(MDC)으로 이루어집니다. 아시아에도 6천만명의 이주자가 거주하고 있지만, 전체 인구 대비 이주자 비율은 매우 낮습니다. 특히 동아시아의 경우 1~2%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아시아 지역의 이주에는 특색이 있습니다.  첫째는 이주의 패턴이 복잡해졌다는 것입니다. 2, 30년 전에는 이주자를 송출하던 국가들로 이제는 이주자들이 몰려들고 있습니다. 숙련 노동자 이주, 결혼 이주, 교육 이주, 난민 이주 등 이주의 양태도 다양해졌습니다.

 

둘째는 정부의 이주 정책이 다소 폐쇄적이라는 것입니다. 아시아 국가들은 노동력 부족 해소를 위해 이주를 장려하면서도, 국가의 정체성(단일 민족, 인종이나 종교 밸런스)은 그대로 유지하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임시 이주만 염두에 둔 이주 정책을 폅니다. 가족 결합이나 영구적 정착을 막고 이주노동자들이 쉽게 시민이 될 수 없도록 하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장기적이고 현실적인 이주 정책을 세울 수 없게 되고, 이주자들의 정착 가능성과 다양성을 외면한 채 정부의 지원이 협소한 집단에게만 돌아가게 됩니다. 고용주들이 우수한 인력을 고용하는 데에도 방해가 됩니다. 

 

하지만 스티븐 카슬 교수는 이런 식의 정책이 유지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3D 업종에서 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아시아 국가들의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고, 숙련 노동자들의 임금이 상승하면서 숙련 이주 노동자 수요마저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종래 여성의 일이라고 여겨져 왔던 일(간병, 가사, 예능 등)을 대신할 사람이나 배우자를 구하기 위해 다수의 여성 이주자들을 필요로 한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결국 이주는 아시아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입니다. 해외 동포들(디아스포라)의 이주를 장려하여 이주가 가져올 변화를 피해보려고 하지만, 이는 해외 동포들이 이미 현지화되어 있음을 간과한 생각이라고 그는 말했습니다.

 

그의 결론에 따르면 정부가 현실을 인정하고, 국민들에게 이주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것을 솔직히 밝혀야 합니다. 그리고 장기적이고 효과적인 이주 정책을 펼쳐야 합니다. 다행히 아시아 지역에서는 이주자 비율이 낮기 때문에 새로운 대안을 세울 시간이 있다고 합니다. 사회가 점점 민주화되고 인권의식이 성장하고 있는 것도 이주 정책 변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 했습니다.

 

 

발표가 끝난 후에는 플로어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한국의 현실과 정부의 역할에 관한 질문이 많았습니다. 기억에 남는 것들을 문답 형식으로 정리해보겠습니다.

 

문) 정부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의 반다문화주의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답) 정부가 전체 스토리(우리 사회는 이주로 인해 변할 것이다)를 이야기 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시민들의 인식 변화를 주도해야 한다. 특히 노동조건 악화를 우려한 저임금 노동자들의 반발에 이주 노동자들을 희생양으로 삼아서는 안된다.

 

문) 이슬람 이주자들로 인한 호주, 미국의 사회 변화에 대해 설명해줄 수 있나?

답) 변한다. 그러나 이슬람 이주자들을 다른 이주자들과 완전히 다르다고 보는 것은 고정관념이다. 기독교, 이슬람교인의 가족, 생명, 노인 존중에 대한 가치관이 거의 차이가 없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문) 정부의 공중 보건 정책은 어떠해야 하는가?

답) 미등록 이주자에게도 최소한의 보건 의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영국 내무부에서 의사들에게 미등록 이주자 치료시 신고하도록 한 적 있다. 그러나 발각될 위험에 처한 이주자들이 치료를 받지 않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결과적으로 사회 전체로 위험이 확산될 수 있기 떄문에 영국 의사들이 반대를 하여 결국 무산된 사례 있다. 그리고 의료전문인력이 이주 문제에 대해 교육을 받을 필요 있다. 의사들은 한국이라는 환경에서 이주자들이 처하는 문제가 무엇인지, 기온의 차이, 가족과의 이별 등으로 인해 만성적으로 질병의 위협에 노출되어 있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

 

스티븐 카슬 교수는 경험상 인터뷰에서 이주자들이 하는 말(금방 떠날 것이다)을 그대로 믿으면 안된다고 했습니다. 가족이 생길 수도 있고, 삶의 조건이 변하면 이주가 장기화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Asian migration model이 한국을 비롯해 식민지배를 받았던 국가들이 새롭게 자신들의 국가를 만들어나가면서 생긴 것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모델은 지속 가능하지 않기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하며 강연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4기 인턴 권민지 정리)

출처: http://www.apil.or.kr/1175 [공익법센터 어필 (Advocates for Public Interest Law)]

최종수정일: 2022.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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