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필+1]어필 1주년 파티 후기!

2012년 7월 14일

큰 행사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한 명도 안 오는 악몽을 꾼다고 합니다. 그 정도는 아니었지만, 이번 ‘어필 더하기 1 파티’날이 가까이 왔을 때, 객석이 썰렁하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많았습니다. 특히 전 날 일기예보에서 오늘 오후부터 장마가 시작되고 폭우가 온다고 했기 때문에 더욱 그랬을 겁니다. 그런데 그 전날 밤 무섭게 퍼붓던 비가 오늘 아침이 되자 거짓말처럼 그치고 하늘이 맑게 개이자 오늘 파티가 성공적일 거라는 예감이 들었습니다(혹은 대박일 거라는 예감이 돋았습니다).    

       

인사말에서 김종철 변호사가 이야기 했듯이 어필의 지난 1년간 가장 큰 열매 3가지는 공익/인권 분야의 NGO 활동가들에게 신뢰를 얻었다는 것, 많은 후원자/지지자를 얻었다는 것 그리고 난민 등 의뢰인들의 친구가 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말대로 오늘 수많은 동료 활동가들과 후원자/지지자들 그리고 난민 친구들이 어필의 1살을 축하하기 위해 온 것입니다. 식사가 준비되어 있는 로비에는 계속 밀려드는 손님들로 인해 많은 분들이 죄송하게도 자리를 찾지 못하고 음식 접시를 들고 이리 저리 방황을 하시기도 했습니다. 

     

누구보다도 난민 지원의 어려움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유엔난민기구 한국 대표인 앤 메리 캠벨은 어필을 위해 축하의 인사로 다음과 같은 말로 어필을 격려해주셨습니다. “저는 매일매일 겪는 좌절에도 불구하고 난민 신청자와 난민들의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의지를 보여준 어필에 깊은 감사와 경의을 표합니다.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아 있지만, 어필과 같은 기관들이 난민들을 계속 도울 것이라는 기대에 마음이 든든합니다” 

   이어서 오늘 멀리 안산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오신, 아니 더 멀리 콩고에서 박해를 피해서 오신 M부인이 어필을 위해 다음과 같이 비장하지만 진심어린 축하와 감사의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지금으로부터 8년 전인 2004년에 저는 정치적 이유로 콩고를 떠났습니다…저는 작년에서야 난민으로 인정받았습니다. 저는 본국으로 송환 당해 제 생명이 위태로워 질까봐 공포에 시달렸습니다. 콩고의 정치적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습니다. 매일 다른 이유들로, 수천 명의 남자, 여자, 어린이 그리고 노인들이 죽고 학살을 당합니다. 저와 같은 난민청자들에게는 콩고로 송환시키는 것은 희망과 꿈을 포기하고 죽음을 받아들이라는 말입니다…. 모든 일이 풀리지 않고 제가 모든 희망과 자신감을 잃었던 그 절망적인 순간에, 어필이 저를 위해서 싸워주었습니다. 손을 마주 잡은 채, 우리는 우리가 맞닥뜨린 시련들을 이겨 낼 수 있었고, 이 험난한 여정을 손을 높이 들고 승리를 외치며 끝마칠 수 있었습니다”

오늘 행사의 백미 중에 하나는 아프리카 젬베+춤 공연팀, 에스페랑스(희망이라는 뜻의 불어이름)였습니다. 우리에게 친숙한 잠보(Jambo, 안녕하세요)를 같이 불렀고, 또사카(순종이라는 의미)라는 노래를 할 때에는 코트디브아르 국립무용단 출신이라는 K가 도무지 따라하기 힘든 현란한 춤을 보여주어 객석에서 카메라를 찍느랴 야단이 났습니다. 마지막으로 와까와까라는 노래를 부를 때에는 객석에서 방인성 후원자님과 M부인이 무대로 나오셔서 K와 함께 춤을 추어 우리 모두의 흥을 돋우어 주셨습니다.

     

어필이 비용을 줄이기 위해 인사동으로 옮긴 후에 어떻게 좁은 공간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지를 보여주는 영상, ‘어필 사무실 사용서’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인기를 얻었습니다. 그 영상에서 사무실 사용을 위한 어필의 3가지 원칙이 소개되었습니다. 첫 번째, 메뚜기 원칙: 고정 자리가 없고 출근하는 사람이 그날 자신이 앉고 싶은 자리에 앉아서 일을 한다. 두 번째, 트랜스포머 원칙: 회의가 있을 때에는 책상과 의자를 옮겨 회의에 적합한 대형으로 만든다. 세 번째 여백의 미 원칙: 사무실 안에 물건을 최소화 하고 퇴근할 때에는 책상에 모든 물건을 치운다. 

특별 노래 손님 홍순관님은 우리가 모두 나그네로서 낯선 땅을 사는 사람이지만 그곳을 고향으로 생각하고 살자는 <낯선 땅 여기는 내 고향>, 바람과 천둥과 비와 햇살과 외로운 별 빛, 농부의 새벽이 스며들어 간 쌀 한 톨의 무게는 생명의, 평화의, 세월의, 우주의 무게라는 <쌀 한톨의 무게>를 노래하였고, U2의 Peace on Earth와 Wake up Dead Man를 연상케 하는 인상적인 후렴구 “잠자는 하늘님이여 이제 그만 일어나요 그 옛날 하늘빛처럼 조율 한 번 해 주세요”라를 노래한 <조율>, 그리고 모든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던 <쿰바야>도 불렀습니다. 특히 <쿰바야>에서는 에스페랑스가 함께 하여 기타와 젬베 그리고 아프리카 춤이 어우러졌고, 청중들도 ‘쿰바야 마이로드’를 열정적으로 노래하였습니다.

팁!! http://www.hongsoongwan.com로 들어가셔서 음반 맛보기를 하시면 위 노래들을 다시 들으실 수 있습니다.    

이런 행사에 빠질 수 없는 코너. 퀴즈~ 어진이 변호사가 에코백을 드린다고 하면서 퀴즈를 냈습니다. 어필이 하는 4가지 영역은? (난민과 이주구금자, 인신매매, 기업과 인권 이죠), 어필에 남자는 몇 명? (2012년 7월 13일 현재 김종철, 성무현, 강태승 총 3명입니다), 어필이 위치한 곳은? (안국역 1번출구 걸스카웃 빌딩 505호이죠). 그러나 퀴즈를 맞추신 분들이 있었지만, 그분들 뿐 아니라 그날 파티에 오신 모든 분들에게 에코백을 선물로 드렸습니다.

이 에코백은 인도 캘커타에 있는 인신매매 피해 여성들이 인도 전통 의상을 재활용해서 만든 건데, 어필에서 에코백 안에 편지와 후원약정서를 넣었습니다. 어필은 편지에서 “에코백을 들고 다니시면서 인신매매 등 강제이주된 외국인들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주시고 그 일을 하고 있는 어필도 기억해 주세요”라고 말씀드렸고, 어떻게 모범적으로 후원을 할 수 있는지 어필 이 인턴과 변호사들을 캐스팅하여 자체 제작한 영상을 보여주었습니다. 애드립 충만한 영상인데, 간단히 설명하자면, “후원약정서를 작성한다(http://www.apil.or.kr/715 여기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죠) 스마트폰으로 찍는다 give@apil.or.kr 로 보낸다”입니다.

어필이 문을 열었을 때 후원자는 10명 남짓이었으나 지금은 개인과 단체 모두 합쳐서 200여명이 되었습니다. 용돈을 아껴서 후원하는 학생들, 논문 공모에 당선이 되어 상금을 후원하신 분, 결혼 축의금을 후원하신 신혼 부부 등 후원자들에 관한 감동적인 이야기는 끝이 없습니다. 그 가운에 이번 어필 더하기 1파티는 스위스에서 온 김연우라는 최연소(9살) 후원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어필 아저씨를 만나고 어필과 난민에 대해서 공부한 이야기. 책을 읽으면 용돈을 받는데 난민을 돕는 어필을 후원하기 위해서 책을 많이 읽었다는 이야기. 그런데 가장 감동적인 이야기는 장래 희망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저는 커서 변호사가 되고 싶어요. 평화를 위해 일하고 싶거든요” 변호사와 평화. 거의 생각해보지 못한 조합이라 거기 참석한 변호사들은 놀이터에서 놀다가 폭탄을 맞은 것처럼 충격을 받았습니다. 

*어필 더하기 1 파티에 특별했던 점 몇 가지 추가. 하나, 수퍼 인턴들의 재능으로 만들어진 재치 넘치고 상큼 발랄한 영상. 둘, 어필 더하기 파티를 풍성하게 하기 위한 별도의 후원와 재능기부(맛있는 음식을 준비해주신 김혜진님, 노래 공연을 후원해주신 김승곤, 이병주님, 에코백을 후원해주신 어규현님, 녹화를 해주신 고재웅 감독님). 셋. 난민 친구들과 외국인 손님들과 의사소통하기 위한 영어 슬라이드. 넷, 환경과 주최 측의 부담을 덜어주는 컴퓨터 방명록. 다섯. 아마추어 임에도 불구하고 거의 완벽한 행사 진행.

최종수정일: 2022.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