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필밥터디] 탈북자의 이중국적과 제3국에서의 난민신청 문제

2013년 3월 21일
한국 법에 따르면 북한 사람도 법적으로 남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아십니까? 그렇기 떄문에 북한 난민의 이중 국적 문제가 떠오르고 있습니다. 탈북자들이 실업이나 차별과 같은 이유 때문에 남한 사회에서 살기 어렵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남한으로 오지 않고 제3국으로 가서 난민신청을 하는 많은 탈북자들이 생긴 것이지요.
 
탈북자들이 미국이나 호주 등 제3국에 망명 요청 시 국제법 상 생기는 해석의 어려움이 있습니다. 과연 이들을 북한 국적 이외에 남한 국적을 이미 소지하고 있는 “이중 국적자”들로 봐야 하는지, 아니면 실제적으로는 북한 국적만을 소지한 “일반 망명 신청자”로 봐야 하는지 다른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외대 국제지역대학원의 Andrew Wolman 교수님의 논문인 “북한 망명 요청자와 이중 국적 문제 (North Korean Asylum Seekers and Dual Nationality)”을 살펴보며, 이 모호한 해석의 대안이 될 수 있는 “실제 국적 (Effective Nationality)”라는 개념을 알아보기로 하겠습니다.
 
 
난민 협약이 보는 이중 국적 
탈북자들이 법적으로 모호한 위치에 놓이게 되는 이유는 국제법도 대한민국법도 그들의 입지를 명확하게 규정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먼저 난민 협약 (Refugee Convention)에 따르면, “난민”을 규정하는 중요한 항목 중 하나는 자국의 보호 부재입니다. 그러므로 이중국적자인 경우에는 망명자에게 두 나라의 보호를 모두 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보여야한다는 이중부담이 있습니다.
 
그러나 “국적”은 여러가지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현재 국적을 소지하고 있지 않지만 지원 후 국적 취득이 가능한 경우, 과연 국적을 소지하고 있다고 해석해야하는지, 국적을 정의할 때 명목상/법상 형식에 기반하는 것으로 충분한지 (formal nationality), 아니면 국적이 가지는 실제 효력에 기반해 망명자가 특정 권리를 가질 때에만 국적을 가지고 있다고 해석해야할지 (effective nationality) 다른 의견이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탈북자의 경우 어떠한 상태를 일컬어 “국적을 소지하고 있다”라고 규명해야 할지가 불분명하기에 문제가 됩니다.
 
 
남한 정부가 보는 탈북자의 남한 국적 
해석의 문제는 난민 협약에만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물론 위에서 언급되었듯, 남한 법의 골자가 되는 헌법과 국적법에 따르면 간단히 북한 사람은 남한 국적을 소지하고 있다고 결론낼 수 있습니다. 일단 헌법에서는 북한을 남한 영토로 정의하고, 국적법에서는 남한 사람을 부모로 가진 모든 사람은 남한인으로 규정되고 있습니다. 결국 이 두 법에 따르면, 둘 다 외국인인 부모에게 태어난 경우를 제외하고는 한반도에 태어난 모든 사람은 남한 국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하면, 제3국에 망명 요청을 하는 탈북자 역시 자동적으로 남한인으로 취급받아야 하고, 남한에서의 탄압 가능성을 설득력있게 제시하지 않는 한 그들의 망명 요청은 거부 될 것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깔끔한 해석이 가능하지 않은 이유는 세 번째 법, “보호법”으로 불려지는 2001년 제정된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법”인데, 바로 여기서 명목/형식상 국적과 실제적 국적이 다를 수 있는 가능성을 볼 수 있습니다. 이 보호법에서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경우 탈북자를 “보호대상자로 결정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1. 보호법의 2조항은 “보호대상자”를 “북한이탈주민”으로, “북한이탈주민”을 “북한에 주소와 직계 가족, 배우자, 직장 등을 두고 있는 자,” 그리고 “북한을 벗어난 후 외국의 국적을 취득하지 아니한 자”로 정의합니다. 이 조항에 따르면 한쪽이 중국인인 부모 밑에서 태어난 탈북자는 대한민국 정부의 보호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 것입니다. (실제로 이같은 경우 때문에 무국적 탈북자가 겪고 있는 고충이 발생되는 것이지요. 관련기사)
 
2. 보호법의 3조항은, “대한민국의 보호를 받으려는 의사를 표시”한 북한이탈주민에 대하여 적용됩니다.
 
3. 그리고 9조항은 다음과 같은 범주에 드는 사람들을 또한 제한합니다: (1) 국제형사범죄자, (2)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자, (3) 위장탈출 혐의자, (4) 체류국에 10년 이상 생활 근거지를 두고 있는 사람, (5) 국내 입국 후 1년이 지나서 보호신청한 사람, (6) 그 밖에 보호대상자로 정하는 것이 부적당하다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람 등입니다.
 
 
그렇다면 남한 정부의 입지는?
보호법까지 고려할 때, 남한 정부의 입지는 무엇일까요? 북한 주민은 과연 남한 국적을 소지하고 있는 이중국적자로 처우받아야 할까요? 가장 큰 문제는 남한 정부가 입지 자체가 모호하다는 점입니다. 한편에서는 (Wolman 교수가 인용한 주 캐나다 남한 대사관의 관계자와 외교부의 관계자에 따르면) 특정 종류의 탈북자는 남한 국민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고 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남한으로 입국을 금지당한 탈북자들의 케이스를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2004년 외교부는 북한 주민이었다는 사실만 규명되는 “즉시” 남한 국민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밝혔고, 2005년 외교부 담당자는 보호법 9조항에 해당되는 탈북자에게 입국 절차가 “다르고” “어려울” 수 있다고 했으나 불가능하다고 매듭짓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보호법 9조항 등에 해당하는 탈북자들에겐 국적 재신청 경로 또한 열려있습니다. 단지 여기서 주시해야 하는 사항은 이 법적 경로는 모두 한국 내에서만 가능하기에 외국에 있는 탈북자에게는 열려있지 않습니다.
 
 
제3국의 판결 사례 
이와 같이 남한 정부의 입장부터 모호하기 때문에 과연 탈북자들이 남한 국민으로 처우받을 수 있는지, 그리고 그렇다면 실제적으로 받는 처우를 어느 정도까지 국적 소유와 동일시 해야할지 해석의 어려움이 있습니다. 실제로 탈북자들의 제3국으로의 주 목적지가 되는 미국, 호주, 캐나다, 영국 네 나라의 판결을 살펴보면 이 어려움이 명실히 드러납니다.
 
  미국
  • 2004년 “North Korea Human Rights Act (북한인권법)” 통과
  • 북한국적 소지시 남한국적 또한 소지했다고 보지 않을 것을 명시
  • 미흡한 숫자지만 그나마 망명 성공률 높음
 호주
  • 2010년 이전 이중국적 문제제기 되지 않음
  • 북한 망명신청자는 북한국적만을 가진 것으로 취급 후 망명자격부여, 그러나 당시 탈북자가 남한에 입국/거주 권리가 있다는 점을 내세워 제3국의 보호가 가능하다고 보고 보호거부
  • 2010년 이후 이중국적 제기, 남한의 헌법/국적법에 기반해 탈북자가 남한국적을 소지하고 있다고 결론
 캐나다
  • 남한 보호법 상 북한 망명신청자가 보호 받을 수 있는지 여부 확인 끝에 보호 가능성이 불투명한것으로 결론
  • 그러나 남한 헌법/국적법은 검토하지 않음
 영국
  • 북한주민인 이상 남한국적을 가지고 있다고 확인, 동시에 실제로 북한주민은 남한입국이 가능하다고 결론
  • 그러나 당시 망명자가 10년 이상 중국에 거주했음에 기반, 남한당국에서 망명자를 보호대상의 탈북자로 여기지 않을것으로 결론짓고 사실상 남한국적을 소실한 상태의 일반망명자로 바뀌었다고 판단
도표를 통해 네 나라 다 각기 다른 법적 근거에 기반해 다른 결론을 냈음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점이 있다면, 어느 나라도 “실제적 국적” 이라는, 곧 국적은 실제적인 법적 효력을 가지고 있을 때에야 국적으로 정의내려질 수 있다는 법적 논리를 채택하고 있지 않습니다.
 
실제적 국적 effective nationality 이란?
그렇다면 “실제적” 국적이란 무엇을 뜻할까요? 망명자에게 첫째로는 입국, 둘째로는 주거의 권리가 제공될 때에만 비로소 “실제적으로” 국적을 소지하고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난민협약의 정신과도 더 걸맞다는 주장입니다. 유엔난민기구 핸드북 (주로 권고의 기능을 가집니다)을 보면 법적 의미에서 국적 소유와 실제로 정부로부터 받을 수 있는 보호를 구분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어서, 보호 요청 이후 정부로부터 거부 당햇을 경우에는 망명자를 이중국적자로 취급할 수 없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실제적” 국적이라는 잣대를 쓰기 시작하면 다음과 같이 생각할 수 있다. 북한 주민에게 주어지는 남한 국적은 두 가지 상황에서는 실제적이지 않다고 결론내릴 수 있을 것입니다. 첫째로 남한 당국이 입국을 금지하거나, 상식적인 시간 내에 입국 허가를 내리지 않는 경우인데, 이 경우는 사실 중국 등 다른 몇몇 나라에서 이미 일어나는 상황이기에 타당합니다. 둘째로는 망명자가 외국인 부모가 있거나 보호법 9조항이 해당되는 경우 남한 국적은 실제적이지 않다고 판단 내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두 가지 상황을 제외하고는 북한 주민은 남한 국적을 소유하고 있다고 보아도 무방합니다.
 
Wolman 교수님의 주장에 따르면 궁극적인 문제도 해결책도 남한 정부에게 있습니다. 현재 남한 법에 기반해서는 정확히 어느 경우에 탈북자의 입국이 허가되지 않는지 알기 어렵기에, 이 논문은 남한 정부에게 보호법 개정을 통해 입국 불허하는 경우를 더 명쾌히 밝힐 것을 촉구함으로 마무리짓고 있습니다.
 
(5기 인턴 김인애)
최종수정일: 2022.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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