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인권권고 분야별 이행사항 점검 심포지엄 후기

2012년 12월 28일

제2회 유엔인권권고 분야별 이행사항 점검 심포지엄

12월 6일, 유엔 인권권고 분야별 이행사항 점검 심포지엄이 열렸습니다. 한국이 유엔으로부터 받은 권고를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 점검하고 앞으로의 이행계획을 논의하는 자리였습니다. 아동권리협약(CRC), 여성차별철폐협약(CEDAW), 국가별 인권상황 정기검토(UPR), 이행 메커니즘 이렇게 4개의 세션으로 구성되어 유엔권고 뿐 아니라 인권 전반에 관한 중요한 쟁점을 다루었습니다. 중요하지 않은 말이 없어서 모든 것을 기록하고 싶지만 특별히 기억에 남는 부분과 전체적인 감상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대신하겠습니다. 아쉽게도 세션 3, 4에만 참석했기 때문에 세션 1, 2에 대해서는 심포지엄 책자를 통해 배운 바를 적겠습니다.

>>Session 1 아동권리협약(CRC)

아동권리협약은 국가가 아동을 보호할 책임 및 국제적 기준을 최초로 규정한 조약입니다. 한국은 1991년 일부 조항을 유보한 채 비준하였고, 3,4차 통합보고서까지 총 3차례 협약이행에 관한 보고서를 제출하고 그에 관한 최종견해(권고)를 받았습니다.

권고 내용과 이행에 관한 발표 중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출생등록제도입니다. 출생등록제도는 UPR 심의에서도 중요하게 다루어진 이슈로 공익법센터 어필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외국 사례를 조사한 바 있습니다. 부모가 난민 신청 중에 태어난 아동의 경우 본국에 출생등록을 하기 어려워서 무국적자가 될 위험이 많기 때문입니다. 발제자께서는 비밀입양이나 제3자의 출생신고를 통해 아동이 매매될 가능성을 방지하기 위해 산부인과 등을 통해 출생 후 바로 등록이 되는 자동 등록제도로의 변화가 바람직하며 난민 신청 중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자녀, 미등록 이주아동 등 출생등록이 되지 않은 이주 아동들도 국적 획득이 아니더라도 출생 사실을 공식적으로 증명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또한 비호신청․난민 아동, 이주상황의 아동 보호에 관한 권고를 받고 관련법을 개정했음에도 불구하고 몽골 출신 미등록 이주아동을 성인과 같은 보호시설에 구금하였다가 4일 만에 강제출국시키고, 출국과정에서 수갑을 찬 채 이동하게 하는 일이 벌어진 것을 보고 법 개정만으로 인권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Session 2 여성(CEDAW)

한국 정부는 1983년 유엔여성차별철폐협약(CEDAW)에 가입한 이후 4차례에 걸쳐 협약이행과 관련된 최종견해를 제기 받았습니다. 다른 인권 분야에서와 마찬가지로 보고서를 제출과 권고사항 이행과정에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했는데요, NGO 뿐만 아니라 입법부, 사법부도 함께 회의에 참여한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일을 추진하셨던 신혜수위원님께서 작년에 여성가족부와 외교부 사이를 오가며 겨우 advisor 지위를 얻어내는 것조차 너무 힘들었다는 말을 통해 이 또한 노력 끝에 얻어낸 성과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또한 발표자들이 공통적으로 주목한 것은 여성폭력이었습니다. 여성 폭력은 차별금지법 제정 지체와 함께 시급한 검토가 필요한 분야로 선정되어 위원회로부터 2013년까지 중간보고를 요청받은 상태입니다. 이에 조영숙 한국여성단체연합 국제연대센터장님은 정부보고서 심의과정에서 현 여성가족부가 여성정책을 주관하는 부처로서의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면서 2013년 보고서 준비하는 과정에서 실현되어야 할 핵심과제로서 ‘여성폭력근절을 위한 국가행동계획 수립과 이를 추진할 수 있는 여성부의 강화 그리고 대통령 직속 성평등위원회의 설치’를 꼽으셨습니다. 남윤인순 민주통합당 의원님께서도 국회의 주요 이행 상황으로 아동․여성대상 성폭력 대책 특별위원회 구성․운영 결과를, 그리고 현재 논의 중인 과제로 차별금지법 제정 등을 소개하셨습니다.

그리고 협약의 실질적인 이행과 이를 위한 거버넌스(governance)의 중요성을 강조하신 분도 많았습니다. 조영숙 센터장님은 협약에 대한 국내 이행과정이 실제상의 여성차별철폐를 이루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며 .향후 보고서 작성과정에서 정부는 NGO들과의 정보공유와 내용협의를 제도화하기 위한 거버넌스(governance)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협약의 국내이행이 제도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고 하셨고, 홍현주 여성가족부 국제협력과 과장님께서도 법과 제도상의 평등을 어떻게 실질적인 평등으로 이끌어 갈 지가 현재 해결해야 할 가장 큰 과제라고 하셨습니다. 양현아 교수님께서도 법과 정책의 수립과 집행에 있어 한국사회와 여성의 현실이 제대로 포섭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하셨습니다. 그리고 여성인권에 대한 포괄적이면서도 살아있는 인권틀(framework)을 견지하는 것이 필요하며 행정-입법-사법, 무엇보다도 시민운동을 통해 시민의식을 고양시키는 ‘젠더 거버넌스’ 체계의 구축이 중요해 보인다고 하셨습니다.

>>Session 3 국가별 인권상황 정기검토(UPR)

세션 3은 공익법센터 어필 김종철 변호사님의 사회로 진행되었습니다. 발제자이신 장영석 민변 국제연대위원장님은 그리고 UPR 심의 권고 사항 별로 국가인권정책 기본계획(NAP)과 실무그룹 당시 정부 답변, 이에 대한 NGO측의 입장을 표로 정리하여 제시했습니다. 그 중 국가인권위원회, 사형제도, 여성․아동 인신매매 및 성착취․강제노동, 표현의 자유, 국가보안법 등을 직접 설명하셨습니다. 그리고 정부 답변이 1차 UPR에서와 동일한 내용을 반복하고 있다며 과연 인권개선을 위한 의지가 있는지 물으셨습니다. 또한 실제 인권상황 개선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다양한 법 제․개정과 정책 과시로 끝난다면 오히려 인권현안에 대한 관심을 흐릴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셨습니다.

이어진 토론에서 홍관표 법무부 인권정책과 서기관님은 13일 협의회에서 정부입장을 최종결정하고 나서야 권고별로 수용 여부를 말할 수 있다며 양해를 구하셨습니다. 그리고 시민사회 측에 대한 대답으로 차별금지법 제정 권고의 소관부처는 법무부라는 것, 고문방지협약 선택의정서 상 고문방지위원회를 만들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인권위원회가 협약 상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임을 밝혔습니다. 또한 20쪽짜리 정부 보고서와 1시간 10분 동안의 답변시간에 담을 수 있는 내용은 한정적일 수 밖에 없다고 하셨습니다. (이에 백가윤 참여연대 평화국제팀 간사님은 각주나 미주를 사용하는 등 여러 방법이 있는데도 정부는 선택적 통계만 제시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정부 측 두 번째 토론자는 백경아 외교통상부 인권사회과 서기관님이었습니다. 발제자의 의견에 공감하고 시민사회의 참여를 지지했습니다. 동시에 외교부가 처한 어려움을 이야기하며 사실상 국제개발협력은 개발․경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인권을 고려하는 접근법은 아직 시작단계이므로 시민단체들과의 협력을 통해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국가인권위원회 이석준 인권정책과 과장님께서 정부가 UPR 권고사항 70개 모두를 수용해야 한다는 인권위의 입장과 정부가 권고 수용여부에 대한 의견서를 작성할 때 고려해야할 사항을 이야기하셨습니다. 위원장님은 인권위원회를 시민사회와 국가를 잇는 ‘가교’라고 표현하시며 이 역할을 훌륭히 수행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UPR에 관련된 여러 행사에 참석해서 알게 된 것이지만, 국가인권위원회는 그 존재만으로도 국제사회에 한국이 인권국가라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는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점에서 지난 몇 년간 국가인권위원회의 기능이 저하되고 UPR 권고까지 받게 된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이며, 이제는 정치적인 변화에 관계없이 독립성과 권한이 보장되어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 토론자인 백가윤 참여연대 국제평화팀 간사님은 이행과정의 문제점을 포괄적으로 다루셨습니다. 그 중 정보공개의 불투명성에 관한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정부측에서 시민사회단체가 제출한 UPR 권고 이행방안에 관한 공개 질의서에 대한 답변을 하지 않은 것, 2011년 12월에 발행한 보고서를 2차 UPR 심사가 다가올 시점인 2012년 5월 30일에야 공개한 것, 일본 등 27개국이 자발적으로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에 UPR 이행 평가와 관련한 중간 보고서를 제출한 것과 달리 한국 정부는 중간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것 등이었습니다. 그리고 UPR 권고사항 및 자료를 한국어로 정확하게 번역하는 것이 시급하며, 회기 때 제네바에서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웹캐스트 영상을 한국의 대중들에게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뒤이어 UPR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며, 우선순위를 정해 정부-인권위-시민사회가 함께 권고사항을 이행해 나가야한다는 김종철 변호사님의 멘트로 세션 3은 마무리되었습니다.

>>Session 4 이행 메커니즘

이행 메커니즘은 세션 4의 주제이지만, 앞선 세 개의 세션과 플로어 질문에서도 계속 언급되었습니다. 23일 제2차 UPR 후속조치 관련 시민사회간담회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 런데 이행 메커니즘에 관해 정부와 시민사회 측에서 의견을 달리한 부분이 있어 이를 소개합니다. 신혜수 유엔사회권위원회 위원님의 사회로 진행되었습니다.

1. UPR을 비롯한 유엔인권권고 이행은 법적 의무인가? UPR은 최저기준?

황필규 변호사님(공감)은 유엔인권권고 이행이 법적인 절차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오재창 위원님(대한변협 국제인권특별위)도 국제인권법은 전통국제법체계의 혁명으로 국가들에게 강요할 경우 오히려 지키지 않을까봐 느슨히 규제하는 것일 뿐이라고 하셨습니다. 플로어 토론에 참여하신 한 변호사님도 국제인권법은 헌법 6조에 의해 법적인 효력이 있는데 조약에 가입하고 나서야 이를 고려하거나 정부에서 ‘배려’한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잘못된 자세라고 비판했습니다.

반면 외교통상부 이경아 인권사회과 서기관은 UPR 제도상 권고사항의 수락 여부는 해당국가가 결정하도록 되어 있으며, 모든 권고사항을 수락하고 이행하여야 하는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해 견해 차이를 보였습니다.

이와 별개로 백가윤 참여연대 간사님을 비롯한 여러 시민단체에서는 UPR은 외교적 교류가 있는 국가들로부터의 권고이기 때문에 최소한의 기준에 불과하며, 우리가 인권이사국이라면 적어도 UPR 권고를 지키는 노력 정도는 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 이석준 인권정책과 과장님께서도 인권위는 한국이 70개 권고 모두를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습니다.

2. 국민정서? 안보? – 인권 홍보․캠페인은 누구의 의무인가

장영석 민변 국제연대위원회 위원장님이 세션 3에서 발표하신 바에 의하면, 정부는 사형제도에 관해서 ‘여론을 고려하여 폐지가능성 검토’, 국가보안법에 관해서 ‘개정․폐지에 국민적 합의 필요’, 대체복무제에 관해서는 ‘남북관계의 긍정적 변화와 사회적 공감 필요’라는 입장입니다.

이에 장영석 위원장님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 측에서는 정부가 지금 당장 권고를 수용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이를 수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인권교육 등을 통하여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수용 불가 입장에 대해서는 토론회 등을 개최하여 시민사회와 끊임없이 의견을 교환하여야 할 것이며, 정부가 내세우는 이유가 타당하지 않다면 권고를 바로 수용할 것을 주장했습니다.

반면 이경아 서기관님은 정부에 캠페인까지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하시며, NGO 측에서 더 잘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3. 시민사회 참여 시점과 방법은?

시민사회단체 측에서는 정부가 UPR 이후 보고서 작성, 이행 전반에 걸쳐 정보(소관부서, 진행사항, 질문에 대한 답변 등)를 투명하게 공개할 것과 시민사회의 의견을 듣는 것을 요식행위로 여기지 말 것을 요구했습니다.

반면 홍관표 서기관님은 새로운 법 제정과정을 공개했다가 항의단체 방문으로 며칠 간 업무가 마비되었던 사례를 말씀하시며 이런 사정을 감안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국가인권정책협의회에 이행점검단을 두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셨습니다.

이행점검단에 대해 사회자인 신혜수 위원님께서는 진일보한 정책이지만,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실질적으로 반영하기에는 부족하다며 그 전 단계인 실무협의회에 시민사회를 포함시키거나 유엔인권권고특별위원회 등 실무협의회와 병존하는 기관을 구성해서 보고서 작성 단계에서 실질적으로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하셨습니다.

세션 3, 4에 대한 전체적인 감상은, 실무협의회를 거쳤음에도 지난 23일 열렸던 시민사회간담회 때와 비교하여 진행상황에 대해 별로 알 수 있는 것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시민사회 측의 ‘공격’에 정부가 ‘방어’하는 식으로 진행된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황필규 변호사님께서도 말씀하셨지만 다른 부서도 아니고 인권을 담당하는 부서라면 ‘다른 나라에 비해 나은 편이다’라거나 ‘모든 권고사항을 수락할 의무는 없다’라는 답변으로 일관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UPR 권고사항 이행이라는 목표를 위해 인권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키고 어려움을 함께 나누는 방식으로 협력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나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인데 오늘 심포지엄에서 곧 열릴 재판 결과에 영향을 줄 만한 말이 나올까 해서 참가했다’는 어느 참가자에게서 느낀 안타까움을 전하며 후기를 마치겠습니다.

(4기 인턴 권민지 작성)

 

최종수정일: 2022.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