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자 김대인 교수님 인터뷰

2012년 5월 17일

<Affiliation? APILiation!>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김대인 교수님>

  정치학자이자 평화운동가인 더글러스 러미스(Douglas Lummis)는 근대적인 주체 중심적 억압 구조, 착취적 지배 구조를 답습하는 국제적 개발 사업과 맹목적 세계화를 반대하는 주저『경제성장이 안 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經濟成長がなければ私たちは豊かになれないのだろうか)』를 통해 ‘개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주체-대상의 도식으로부터 자아와 타자의 관계성으로, 주어 중심 사유에서 동사 중심 사유 및 실천으로 이행해온 현대철학사조와 각종 운동들의 흐름에 걸맞게, 보다 나은 세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개발’이 강자들의 약자들에 대한 명령과 갈취가 아닌 ‘관계 맺기’, ‘동행’으로 그려져야 한다는 그의 비전에서 비롯한 제안이었습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개발’의 진정한 의미는, 주체나 대상 어느 한 쪽에만 얽매이지 않는 ‘관계’와 ‘상생’ 속에서만 비로소 그 전모가 드러날 수 있는 성질의 것입니다.

  개발전문가, 경제성장전문가라 하면 자칫하면 차가운 마음을 지닌 사람일 것이라 다짜고짜 오해하는 사람들도 세상에 없지 않습니다. 쿠츠네츠 곡선, 선성장 후분배 정책 특유의 차가움과 날카로움이 항간에 흔히 떠도는 이미지인 까닭입니다. 이런 이미지와 지적 흐름에 염증을 느낀 러미스가 위와 같은 책으로 성장주의적 사유를 격렬하게 비판하기도 했을 터입니다. 하지만 어필이 만난 김대인 교수는 특별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자아와 타자의 관계성을 탐구하는 학문으로서의 법학을 만나고 느낀 끝에 그 길을 걷고자 마음먹게 해줄 고결한 감수성을 젊은 시절부터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번 길을 정한 이후로는 그 길을 걷는 것을 통해 어떻게 하면 이웃들을 더 잘 도울 수 있을지를 줄곧 고민해왔습니다. 소명을 자기 스스로 찾아서 짊어질 줄 아는 사람은 아름답기 마련입니다. 돕고자 하는 진심이 담긴, ‘관계’, ‘상생’, ‘사회적 책임’으로서의 진정한 ‘개발’을 주창함으로써 국제사회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참사랑을 전하는 소명을 다하고자 언제나 노력하는 김대인 교수를 뵙고서 첫 후원자 인터뷰를 가졌습니다!

1. 어필에 기부하기로 마음먹으신 이유를 여쭤 봐도 될까요?

  우선은 김종철 변호사님을 오래 보아온 사람들 가운데 한 사람으로서 김종철 변호사님을 신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종철 변호사님은 교조적인 마인드에 국한되지 않고 항상 열려있어서 타자를 받아들일 수 있으면서도, 늘 그 올바른 중심은 확고하게 지니고 있을 줄 아시는 분인지라 뵐 때마다 배울 게 많습니다. 김종철 변호사님은 사상적 기반을 갖추는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실천하시는 점을 존경하고 있으며, 그 점을 닮고 싶습니다.

  김종철 변호사님뿐 아니라 어필에서 하고 있는 일들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어필에서는 다국적 거대 기업들이 개발도상국에서 노동법 기준을 잘 준수하면서 사업을 벌이는지 모니터링하고 관련 OECD 의견도 낸 바 있다고 들었습니다. 최근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인 저 또한 기업 인권과 국제화에 관심이 없을 수 없습니다.

  물론 시장경제질서를 완전히 포기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시장경제가 본질적으로 지닐 수밖에 없는 여러 병폐들을 시정할 수 있는 중요한 개념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활용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필의 기업 인권 모니터링 활동이 이러한 책임에 대한 시민 사회의 의식을 각성시키는데 기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난민 돕기 활동도 광의에서는 그런 맥락에서도 이해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난민 분들이 우리나라에 정착하면 외국인 근로자로서 노동을 제공함으로써 임금을 받아 생활하게 되실 터인데, 이 경우에도 고용주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이나 도리에 대한 한국 사회의 의식을 고취시키고 관련 운동을 벌이는 것이 난민 분들의 삶의 질 증진에 주효할 수 있습니다. 어필의 여러 활동들을 지지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열심히 지원하고 싶습니다.

2.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에 관심을 갖게 되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개발도상국의 경제개발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는 틈틈이 아내의 영향을 받다보니 자연스럽게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타자를 돕는 일을 하면서도 왜, 어떻게, 얼마나 도와야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결여되어 있다면 바람직하지 않겠죠. 연구하다보면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질문이 떠오를 수밖에 없는 필드였던 겁니다, 무상협력사업은.   각종 국제 협력 및 개발에 대한 탐구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관심의 계기였다면, 각종 국제 협력 및 개발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게 된 가장 큰 계기는 바로 제 아내입니다. 제 아내는 외교통상부 산하기관으로서 대외원조를 담당하고 있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에서 10년 간 근무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관련 얘기를 많이 듣게 되었습니다. 이를테면, 국제개발협력(IDC)의 현황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 연애 때부터 많이 들었어요. (^^) 여자 친구의 관심사에 자연히 관심을 갖게 되었고, 곧 제 전공분야와 연결 짓는 작업도 시도해보게 되었습니다. 제 전공인 행정법이 국제개발협력과는 어떻게 접목 될 수 있는지를 탐구하다가 공공조달 분야와 조우했을 때 무릎을 탁 쳤죠.

  공공조달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와 같은 공공기관들이 필요한 물품, 용역, 공사를 구매하는 과정을 다루는 분야인데, 이 공공조달 부문의 효율성 증진이야말로 개도국의 경제발전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하였습니다. 이후 일련의 공공조달과정을 행정법의 관점에서 연구하면서 보다 나은 공공조달과정을 창출할 수 있을 지식을 낳으면 그것을 통해 개발도상국의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를 들면, 도로, 댐, 항만, 공항 등의 대규모 사회간접자본시설을 갖추는 과정에서 국가와 건설회사 간의 계약이 투명하면서도 효율적으로 체결되지 못한 개발도상국들 – 대부분의 부패지수 최상위 랭킹 국가들, 독재 국가들 – 은 결코 제대로 경제성장해오지는 못했습니다. 성장한다 해도 기형적인 분배 양상을 보일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저는 보다 건강한 성장을 가능케 할 공공성을 탄탄한 제도로 구체화하고 보장하는 연구를 진행해왔습니다. 공공조달과정에 참여하는 기업들로 하여금 어떻게 공공성을 간과하지 않도록 할 것인가를 고민하던 저는, 어떻게 기업들로 하여금 사회적 책임을 다하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정신에 당연히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제 학문적 삶의 논리적 귀결이지만 동시에 심정적, 영적 귀결이라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공익 법 센터 어필의 활동과 취지에도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죠.

3. 자라온 가정환경은 어떠셨는지요? 그 속에서 어떤 계기로 삶의 방향을 잡으셨는지요?

   제 아버지께서는 법률가(변호사)셨습니다. 무료변론을 통해 많은 어려운 분들을 도우시는 분이셨습니다. 그런 아버지를 바라보면서 자란 덕분에 어린 마음으로도 법률가로서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싶다고 막연하게나마 생각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대학에 와서 그런 고민을 구체화할 수 있었던 계기는 바로 경제법을 전공하신 권오승 교수님의 수업이었습니다. 독실한 기독인이셨던 선생님께서 “성경의 핵심은 바로 사랑이다.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 성경과 주님께서 주신 소명을 대할 때엔 하나님과 나의 관계성을 고민해야 한다면, 법전과 인간의 법을 대할 때엔 이웃과 나의 관계성을 고민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이웃을, 온 인류를 더 잘 사랑할 수 있을까, 그것이야말로 실정법의 근본문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제3세계 개발도상국들이나 가장 가까이에서 찾기로는 북한같이 어려운 처지에 빠진 우리의 이웃들을 법을 통해 돕는 것, 그것이 바로 법률가들의 소명이다”라고 가르치셨는데 이 가르침에 크게 감화되었던 기억이 납니다.

  결국, 아버지, 그리고 스승님의 가르침이 제 삶의 궤적을 개도국 지원 방안 연구 쪽으로 은은하게, 때로는 격렬하게 이끌어 줬다고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4. 그 동안 전공 분야에서의 학업과 연구를 통해 어떤 성과를 내셨는지, 그리고 앞으로는 어떤 비전을 실천하고 싶으신지 말씀해주십시오.

  제가 가진 지식으로 어려운 이웃 국가들을 돕고 싶은 소망을 늘 품고 있었는데 마침내 인도네시아를 도울 기회가 제게 찾아왔습니다. 물론 몽골, 베트남, 캄보디아, 아프리카의 국가들, 가나, 코트디부아르 등지에서 한국으로 파견 연수 온 외국공무원실무진들에게 강의할 기회는 그 동안 가져왔었지만 본격적인 파견 자문은 처음인지라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기획재정부에서 주관하는 경제발전경험 공유 사업(KSP: Knowledge Sharing Program)은 우리나라의 발전경험을 개도국과 나누는 프로그램인데, 이 프로그램을 통해 공공조달 분야와 관련하여 인도네시아에 자문을 제공할 수 있는 직무를 받아 내일 모레에 인도네시아로 출국합니다. 이 기회에 대해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단순히 제가 이 직무를 받은 것에 감사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이웃나라를 지식을 통해 도우면서 살 수 있는 기회가 그것을 목표로 공부해온 학자에게 주어질 수 있다는 사실, 그 자체에도 감격하였습니다. 이제 이러한 직역 분담이 가능한 시대가 되었으니, 배우는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이제는 정말로 오직 단 하나, 보다 제대로 된 지식을 갖춰서 그를 통해 지혜로워짐으로써 보다 잘 정련된 실력과 권능을 체화시키는 것만 남은 것 같습니다.

  제가 세부적으로 공부하고 있는 전공분야의 성과들을 어떻게 하면 이웃을 돕는데 쓸 수 있을지를 궁구하다보니 오히려 제 자신의 연구대상에 대한 접근방법이나 사고방식이 보다 자유롭고 창의적이면서도 가치 있는 형태로 다듬어지는 경험도 하게 되었습니다. 행정법 자체를 공부할 때에도 행정법 발전상을 역사적 맥락, 전(全)지구적 맥락에서 거시적으로 바라보려고 노력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우리나라 행정법제사와 행정법에 따른 국가행정역사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자기 스스로 던지다보니 한국행정법만을 미시적으로 연구할 때는 지니지 못했던 소위 ‘차별성’이 생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의 경험을 개발도상국들과 제대로 나누려면, 공시적으로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들도 다뤄가면서 우리나라의 비약적인 발전상을 설명하는 것이 주효하고, 통시적으로는 현재의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과거의 우리나라도 보여줌으로써 우리나라가 대체 어떤 시행착오를 거쳐 여기까지 도달할 수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게 주효합니다. 제가 지닌 근본적인 문제의식과 소명의식이 제 학문세계를 더욱 풍요롭게 하고 사회에 대한 기여도 보다 제대로 할 수 있게 해주는 성질의 것인 점에도 감사합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정말 매순간 감사할 일이 많군요.

  물론 교수가 되면 실적에 대한 부담이 없을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소위 말하는 그 실적으로 쳐주는 외국 방문, 외국 자문, 논문주제 발견 및 선정, 논문 작성, 강의 교습 등이 모두 좋아하는 일들이라서 저는 정말 이 축복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일을 기쁘게 할 수 있다는 점, 연구하고 싶은 분야를 연구하며 하고 싶은 공부를 평생 동안 할 수 있다는 점, 너무 좋고 과분해서 감사하다는 말 외에 달리 표현할 방도를 찾기가 어렵네요. ^^

궁극적으로는 북한 정치경제체제의 정상화에 많은 노력을 경주할 자격을 얻고 싶습니다. 탁월한 전문성을 지닌 인력으로서의 자신을 잘 갈고 닦아서 언젠가 북한 정상화에 꼭 기여하고 싶습니다. 언젠가는 북한의 체제 전환이 일어날 터이기에, 그 순간이 닥쳐왔을 때 쓰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게 제 목표입니다.

5. 가정에서는 어떤 아버지신가요? ^^

  아들이 둘 있는데 큰 애는 초등학교 6학년이고 작은 애는 4학년입니다. 그리고 여식으로는 만 두 돌을 맞이한 귀여운 고명딸이 하나 있습니다. 

  이 아이들이 앞으로 더 크면 어떻게 변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반드시 좋은 대학 들어가고 부와 명예를 거머쥐는 것을 목표로 삼기보다는, 국제적 감수성을 지니고서 온 인류 이웃들을 섬기는 삶을 살 줄 아는 사람으로 키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 물론 우리 둘째가 벌써 교수를 꿈으로 정하긴 했네요, 그러고 보니. 비록 점점 일이 많아지고 제 자유시간이 줄어들면서 아이들과 갖는 시간을 내기 힘들어지고 있긴 하지만, 아이들 취미가 기특하게도 아침 산책인지라, 집 근처 성곽 옆 산책로를 따라 아이들과 함께 산책을 자주 할 수 있어서 정말 좋습니다. 덕분에 아이들과 대화하고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이 없어지지 않습니다.

  학문함에 있어서는, 음, 궁극적으로는 제 아이들이 바르고 깊은 세상의 이치들에 언젠가 숙달된다면 더 이상 바랄게 없을 것 같고요, 일반적인 공부에 임해서는 아무래도 억지로 공부하기 보다는 자기 주도적으로 자신의 공부를 이끌어 갈 줄 아는 사람으로 자랐으면 좋겠습니다. 왜 이 공부를 해야 하는지를 고민할 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언제나 이런 고민들을 할 동기를 부여해주고 있습니다.

6. 마지막으로 어필에게 해주시고픈 조언이나 주문할 점이 있으시면 말씀해주십시오.

  어떤 조직이든 초기에는 포커스를 맞추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포커스를 맞추는 것을 통해 조직의 목적에 전적으로 공감하는 사람들, 확실한 후원자들을 확보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설령 소수에 불과할지라도, 정말 확실하게 도와줄 의지가 있는 사람들과 함께 일을 조금씩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포커스를 맞추면서 확실하게 잘하는 분야를 축적하다보면 확실하게 도와 줄 의지가 있는 유효 후원자들의 수도 어느새 늘어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봅니다. 선택과 집중이 주효할 시기로 보입니다.

  그리고 이제 막 로스쿨을 졸업한 파릇파릇하고 때가 덜 묻은 분들이 적극적으로 어필 조직에 참여하면 더욱 생동감 있고 활기차면서도 미래대비가 잘 된 조직이 될 것 같습니다.

  언제나 어필이 잘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재정적인 문제도 조속히 안정적으로 해결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어필의 프로젝트들과 비전이 좌절되거나 사멸되지 않고 앞으로도 계속 잘 이어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어필, 제법이다(制法利多)!

(3기 인턴 송시은 변호사 인터뷰 진행 및 취재)

(3기 인턴 강태승 편집)

출처: http://www.apil.or.kr/1095 [공익법센터 어필 (Advocates for Public Interest Law)]

최종수정일: 2022.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