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법 개정이 난민들에게 끼치는 영향

2016년 8월 18일

 지난 7월 10일 법무부는 새로운 국적법 개정안에 대한 입법예고[ref]국민의 권리 의무 또는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법령 등을 제정ㆍ개정ㆍ폐지하는 경우에는 입법안의 취지 및 주요 내용을미리 예고하여 입법 내용에 대한 문제점을 검토하여 국민의 의사를 수렴 반영하여 국민의 입법 참여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제도 (시사상식사전, 박문각)[/ref]를 한 바 있습니다. 기존에는 단순히 국내에서 5년 이상 체류한 외국인도 한국 국적 신청이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국내에 5년 이상 체류했을 뿐만 아니라 영주 자격이 있는 외국인만 ‘일반귀화’ 신청을 통한 한국 국적 취득이 가능하게 하도록 하겠다는 것인데요. 이를 통해 기존에 문제가 되었던 임시체류자들의 귀화 허가제도 남용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 그 골자입니다.

<8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국적법 일부 개정법률안’ 입법예고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는 이필영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국적통합정책단장 2016.7.8 / 연합뉴스> 

국적을 취득한다는 것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써 가지는 각종 권리를 국가에게 주장할 수 있으며, 또한 공직에 대한 선거권, 피선거권을 통해 정치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이므로 결코 아무에게나 쉽게 허락해 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하면 국민이 아닌 채로 살아간다는 것은 자신이 엄연히 한 나라의 구성원으로 살아가고 있으면서도 국가로부터 자신의 권리를 충분히 보장받지 못하며, 공동체의 일원으로써 자신의 목소리조차 낼 수 없다는 뜻입니다.

<재일 조선인으로써 한국과 일본 어느 쪽에서도 국민으로 살 수 없었던 아픔을 담은 서경식 교수의 책 난민과 국민 사이/ www.peoplepower21.org

대한민국에 잠시 들렀다가 갈 뿐인, 즉 ‘자신이 돌아갈 곳이 있는’ 외국인들은 국적 취득에 큰 관심을 두지 않을 것입니다. 문제는 당장 ‘자신이 돌아갈 곳이 없는’ 난민, 그리고 무국적자들인데요. 

이들은 장기간 (또는 일평생) 한국에서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야 하는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이들, 즉 대한민국 국민들이 누리는 혜택을 똑같이 누리지 못하는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이들에게 있어 한국 국적이 가지는 의미는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닙니다. 그들의 일생이 걸린 문제이지요.  

밑에서 자세히 살펴보겠지만, 이번에 법무부가 예고한 국적법 개정안은 이러한 난민, 무국적자들의 귀화 신청을 더 어렵게 하여 이미 권리의 사각지대에 놓인 난민들의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결혼이주여성을 비롯해 외국인들이 한국국적을 따기란 결코 쉽지 않다/경남신문> 

이번 글을 통해 어필은 이번 국적법 개정안이 어떠한 문제가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특히 우리나라가 가입한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이하 난민협약), 그리고 난민에 대한 다른 나라들의 국적 취득 요건 및 선례들을 참고하여 더 바람직한 난민 통합 과정을 모색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누군가는 얻는 게 간절할 수 있는 대한민국 국적 / http://nurinamu.tistory.com/527>

   대한민국 국적법 이모저모

1948년 12월 20일 제정된 우리나라 국적법은 부계혈통주의와 속인주의를 원칙으로 채택하였고 이중국적과 영주권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 부계혈통주의가 부모 양계혈통주의로 변화하고 국제 조류와 국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자는 취지에서 2010년에는 복수국적의 보유가 일부 허용되는 등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또한 국민 및 영주자격자의 배우자, 난민, 고액 투자자, 그리고 그들의 미성년 자녀 등을 대상으로 하는 영주 (F-5) 체류자격이 2002년에 도입되기도 했습니다. 

우선 우리 나라의 현행 국적법 중 일반 귀화 요건, 즉 외국인이 대한민국 국민이 되기 위한 일반적인 요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제5조(일반귀화 요건)

외국인이 귀화허가를 받기 위하여서는 제6조나 제7조에 해당하는 경우 외에는 다음 각 호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1. 5년 이상 계속하여 대한민국에 주소가 있을 것

2. 대한민국의 「민법」상 성년일 것

3. 품행이 단정할 것

4. 자신의 자산(資産)이나 기능(技能)에 의하거나 생계를 같이하는 가족에 의존하여 생계를 유지할 능력이 있을 것

5. 국어능력과 대한민국의 풍습에 대한 이해 등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기본 소양(素養)을 갖추고 있을 것

현재 난민들이 국적 신청을 할 때는 부모 또는 배우자가 한국인인 경우에 적용되는 제 6조 간이귀화 요건이나 국익에 기여할 것으로 인정되는 이들에게 적용되는 제 7조 특별귀화 요건이 아닌 이 일반귀화 요건을 적용받습니다. 딱히 난민이라 해서 귀화 신청에 특별한 혜택이 있는 건 아니라는 얘기지요.

그런데 이러한 귀화요건에 몇 가지 문제점이 제기되어 왔습니다. 우선 2002년에 도입된 외국인의 영주자격신청이 귀화신청 요건과 중복되거나 오히려 더 까다로운 모순이 있다는 것입니다.

출입국관리법 시행령 별표 1. 영주자격(F-5)

법 제46조제1항 각 호의 강제퇴거 대상이 아닌 사람으로서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 

가. 대한민국 「민법」에 따른 성년이고, 본인 또는 동반가족이 생계를 유지할 능력이 있으며, 품행이 단정하고 대한민국에 계속 거주하는 데에 필요한 기본 소양을 갖추는 등 법무부장관이 정하는 조건을 갖춘 사람으로서, 주재(D-7)부터 특정활동(E-7)까지의 체류 자격이나 거주(F-2) 체류자격으로 5년 이상 대한민국에 체류하고 있는 사람

  나. 국민 또는 영주(F-5) 체류자격을 가진 사람의 배우자 또는 미성년 자녀로서 대한민국에 2년 이상 체류하고 있는 사람 및 대한민국에서 출생한 것을 이유로 법 제23조에 따라 체류자격 부여 신청을 한 사람으로서 출생 당시 그의 부 또는 모가 영주(F-5) 체류자격으로 대한민국에 체류하고 있는 사람

다. 「외국인투자 촉진법」에 따라 미화 50만 달러 이상을 투자한 외국투자가로서 5명 이상의 국민을 고용하고 있는 사람 

………

체류 자격과 상관없이 5년 이상을 대한민국에서 거주하면 되는 일반귀화요건과는 달리 영주자격은 주재, 특정활동, 거주 등의 체류자격을 가진 채로 5년 이상 체류하였을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주아동 영주권 캠페인에 참여한 이주노동자 자녀/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

영주 체류 자격 얻기보다 국적 취득하기가 더 쉬우니 뭔가 아이러니한 상황이지요. (이 때문에 단순 체류 연장을 목적으로 국적 신청을 하는 외국인이 늘어난다는 비판이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일반 귀화 요건 중 ‘품행이 단정할 것’ 이라는 조항이 너무 애매모호하여 자의적 판단의 위험이 있다는 지적 등도 나왔습니다.     국적법 개정안과 영주자격전치주의  그리하여 2016년 7월 11일 법무부는 다음과 같이 개정안의 추진 배경을 설명하며 국적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였습니다. 

2016년 7월 11일자 법무부 보도 자료에 따르면 이번 국적법 개정안의 추진 배경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체류·영주·국적의 이민자 유입 구조를 체계화하고, 귀화자와 국적회복자의 국민으로서 소속감과 자긍심을 고취할 필요가 있습니다. 

(2) 국가안보와 사회질서 등에 위해가 될 수 있는 외국인의 귀화를 방지하고 국적 업무 관련 관계기관과 원활히 협력하여 국민이 되기에 적합한 사람만 국적을 취득할 수 있게 하여야 합니다. 

(3) 또한 국적심의위원회의 주요 내용과 귀화 요건인 ‘품행단정’을 구체화할 근거를 법률에 규정하여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민자 유입 구조를 체계화한다고 하지만, 사실상 현행 국적법 체계로는 국민이 되기에 적합한 사람을 걸러내기에 충분치 않으니 법을 개정하여 국적취득 요건을 더욱 엄격히 하고 법률상 모호한 부분을 구체화 하겠다는 것입니다. 

너도나도 단순히 체류연장을 목적으로 귀화신청을 할 수 없도록 ‘확실히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 만한 준비’가 되었다고 판단되는 사람만 국민으로 받아주겠다는 뜻인데요. 

그럼 어떠한 점이 개정, 또는 추가되었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1) 일반귀화 영주자격 전치주의 도입

    – 외국인이 5년 이상 계속하여 대한민국에 주소가 있고 대한민국에서 영주할 수 있는 체류자격(영주자격)을 가지고 있어야 일반귀화 허가 신청이 가능하도록 하였습니다. 

    – 현재는 장기체류허가를 받지 못한 임시체류자의 경우 영주자격 청은 불가능하지만일반화 신청은 가능한 모순이 있습니다. 향후, 영주권 전치주의 도입으로 임시체자의 국내 체류 연장을 목적으로 한 국적신청은 가능해집니다. 

(2) 국민선서, 국적증서 수여제도

       – 외국인이 귀화 또는 국적회복을 할 경우에 국민선서를 하고 국적증서를  받은 때에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도록 개선하였습니다.

(3)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 귀화 요건화

         –  귀화 요건으로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및 공공복리를 저해하지 않는다고 법무부장관이 인정할 것”을 추가하였습니다.

(4) 귀화 요건인 “품행단정”의 구체화 근거 마련

        – 품행 단정에 대한 구체적 판단 기준을 하위법령에 둘 수 있게 위임하는 근거를 국적법에 마련하였습니다.

크게 바뀐 점은 이렇게 네 가지입니다.

사실 첫 번째 변화인 영주자격 전치주의, 즉 영주자격을 얻은 이들에 한해서만 국적취득이 가능하게 하는 제도의 경우 이미 지난 2012년 6월 법무부가 도입하고자 한 적이 있었으나 무산된 바 있습니다. 

당시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에 의하면 난민과 이주노동자는 아예 영주자격을 신청할 수 없었기 때문에, 난민과 이주노동자는 귀화신청에 필요한 영주 거주기간을 충족시킬 수 없게 되어 귀화신청 자체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새누리당 이자스민 의원이 2012년 10월 8일 국회 정론관에서 영주권 전치주의 입법개정안에 대해 반대의 뜻을 밝히고 있다 / 천지일보(뉴스천지)> 

다행히도 이번에 새로이 예고된 국적법 개정안의 경우 난민도 영주자격을 신청할 수 있기에 국적 신청 대상자에서 완전히 제외되지는 않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문제는 남아 있습니다. 우선 기존 국적법에는 체류 자격과 상관없이 5년만 대한민국에 거주시 귀화 신청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으나,  개정 국적법은 5년의 기간 뿐만 아니라 영주 자격을 요구하므로 난민은 우선 영주 자격을 얻어야 합니다. 

그런데 영주 자격(F-5)을 얻기 위해서는 거주 비자(F-2)를 받아 5년간 한국에 거주해야 합니다. 

결국 난민은 난민 신청 – 2 이상의 기간 – 난민 인정 -> 거주 비자(F-2) 발급 – 체류 5년 – 영주 자격 신청 – 영주 자격 취득 -> 국적 신청 – 약 2년의 심사기간 – 국적 취득이라는 멀고도 험한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최소 9년(!)은 걸리는 과정이네요. 원래는 5년이었던 귀화 신청 요건이 최소 9년으로 훌쩍 뛰었습니다. 

<개정 전>

정치적 박해로 인해 미얀마에서 대한민국으로 온 A씨(남)는 난민 신청을 했으나 거절 당한 후 의의 신청을 거쳐 3년이 지나서야 난민 인정을 받았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이 되고 싶었던 A씨는 한국어를 공부하고 일도 열심히 하여 생계를 유지할 능력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난민 인정을 받은 지 2년 후에 A씨는 귀화 신청을 하였고, 2년의 심사 기간을 거쳐 한국에 온 지 7년 만에 대한민국 국민이 되었습니다.

<개정 후>

종교적 박해로 인해 남편과 함께 파키스탄에서 대한민국으로 온 B씨(여)는 난민 신청을 하여 2년 후에 난민 인정을 받았습니다. B씨는 그 후에 한국에서 아이를 낳았지만, 부모가 둘 다 외국인인지라 아이의 출생신고도 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국적을 취득하고 싶어 요건을 찾아보았지만 먼저 거주 비자를 받은 후 5년 후에 영주 자격을 얻어야 귀화 신청이 가능하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난민 신청을 한 지 7년이 지난 지금, B씨는 영주 자격만이 있을 뿐 아직도 자신이 살고 있는 나라의 국민으로 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난민협약 및 타국 국적법과의 비교    우리 나라가 1992년에 가입한 난민 협약은 난민의 귀화 과정에 있어서 그 절차를 신속히 행하기 위해 협약국이 모든 노력을 다 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신속한 귀환 절차”의 적용 사례로, 일반적으로는 국적 취득에 있어 요구되는 8년의 거주기간을 난민의 경우 3년으로 줄인 헝가리 법을 들 수 있습니다.

난민협약 제34조   귀 화  체약국은 난민의 동화 및 귀화를 가능한 한 장려한다. 

체약국은 특히 귀화 절차를 신속히 행하기 위하여 또한 이러한 절차에 따른 수수료 및 비용을 가능한 한 경감시키기 위하여 모든 노력을 다한다.

또한 난민협약 34조 두 번째 요건인 “절차에 따른 수수료 및 비용의 경감”의 적용 사례로, 캐나다의 경우 2000년 2월부터 영주권 신청 난민의 경우 The Right of Landing Fee (현재는 Right of Permanent Residence Fee, 영주권비)를 면제해 주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유럽 국가들이 난민 지위를 얻은 이들에게 국적 취득 요건을 완화(체류 기간, 비용해 주는 제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난민에 대한 귀화 규정 있음

난민에 대한 귀화 규정 없음

(배제 대상 아님)

일반인과 같음

일반인보다 완화

배우자와 높음

일반인보다 완화

배우자와 같음

일반인보다 완화

배우자보다 완화

체코 공화국, 리투아니아

오스트리아, 불가리아, 핀란드, 그리스, 헝가리, 슬로베니아

덴마크, 독일, 아이슬란드, 이탈리아, 몰도바, 루마니아, 스페인, 스웨덴

벨기에, 프랑스, 아일랜드, 슬로바키아

크로아티아,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말타, 네덜란드, 노르웨이, 폴란드, 포르투갈, 스위스, 터키, 영국

난민 행정절차 비용 감액 정도

해당 국가

완전 면제

아일랜드

상당한 수준의 감액

그리스 (700€ – 600€ = 100€)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떨까요? 위에서도 살펴보았듯이 난민이라 해서 특별히 귀화 절차 요건을 완화해 주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간이귀화 요건이나 특별귀화 요건은 부모 또는 배우자가 한국인인 경우, 또는 국익에 기여할 것으로 인정되는 외국인 고급 인력들에게만 적용됩니다.  

오히려 영주자격전치주의가 도입될 시 국적 취득까지 필요한 체류 기간이 늘어나 ‘귀화 절차의 신속성’을 요구하는 난민협약과 정 반대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비용 문제는 어떠한가요? 귀화신청시 수수료 또한 1인당 10만원을 내야 합니다.

난민이라고 해서 수수료가 면제 또는 경감된다는 규정은 없습니다. 절차에 따른 수수료 및 비용을 경감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는 난민협약 34조의 정신이 여기에는 잘 반영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2013년 한국 난민 인정자 중 국적 취득자 비중 및 설문조사 / 한겨레>

2016년 5월 기준으로 전체 난민 인정자 가운데 한국 국적 취득자는 33명에 불과합니다.  난민들이 한국 국적을 가질 마음이 없어서 그런 건 아닐까요? 물론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국적 취득을 원하는 비율도 만만치 않습니다. 특히 자식이 있는 난민들의 경우 그들의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국적을 취득하여 자식들에게 안정된 삶을 물려주고 싶어합니다. 

참고로 캐나다에서 2001 년에 CIC 와 캐나다 통계청 합동으로 조사된 자료에 의하면, 1996 년과 1997 년에 도착한 이들의 59 퍼센트가 2001 년까지 시민권을 얻었습니다. 우리 나라 전체 난민 중 국적 취득자는 4 퍼센트에 불과한데요. 이러한 국적 취득 비율로는  체약국은 난민의 동화 및 귀화를 가능한 한 장려한다”라는 난민협약 34조의 내용이 제대로 지켜진다고 보기 힘들지 않을까요?     반쪽자리 영주자격전치주의   사실 영주자격전치주의가 문제가 되는 것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외국인이 귀화 신청을 하기 위하여 먼저 취득해야 하는 영주체류자격은 국민은 물론 난민법에 의거한 난민 지위와 비교해 보아도 복지 및 권리 보장 면에서 허점이 많습니다. 

아동복지법과 노인복지법 상에는 외국인에 대한 명시적 언급이 없어 보호가 필요한 아동이나 노인에 대한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습니다. 더욱이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경우 외국인에 대한 특례조항을 통해 결혼 이민자 중 일부만을 포섭하고 있을 뿐 영주자격자에 대한 규정이 없습니다.

<영주자격의 복지 및 권리 보장 범위 /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물론 영주자격전치주의 자체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제도인 것은 아닙니다.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등을 포함한 많은 국가들이 영주권과 같은 장기 체류자격을 취득하고 일정 기간이 지난 다음에 국적을 취득할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이질적인 문화를 가진 외국인이 급격하게 국민이 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충격 및 언어 문제 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체류 기간 및 자격 심사를 거친 다음에야 국민으로 받아주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한 점에서 영주자격전치주의는 분명 일리가 있습니다. 한국과 같이 고유하고 독특한 문화 및 언어를 가진 나라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더욱 그러할 것입니다. 

<영주자격전치주의를 시행 중인 국가들 – 미국, 호주, 캐나다, 영국 등>

그러나 위에서 언급한 국가들의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영주자격자에게 시민권자(국민)와 다름없는 사회보장 권리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국적 취득을 하기 전 이주민에게 영주자격으로 몇 년간 거주할 것을 요구하더라도 한국과는 달리 이주민이 그 사회에서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생활해 나가는데 큰 문제가 없습니다.

따라서 만약 영주자격전치주의를 도입한다고 하면 지금과 같이 충분한 복지혜택 및 권리보장을 기대할 수 없는 국내 영주자격을 먼저 보완한 다음에 국적법 개정 논의를 진행하는 것이 합당할 것입니다.     이 땅에서 모두가 걱정 없이 살 수 있기를…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이번에 예고된 국적법 개정안은 난민들의 삶에 있어서 득보다는 실이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난민협약의 정신이 반영되지 않은 기존의 국적법혜택이나 권리보장 없는 영주자격을 요구하는 영주자격전치주의, 그리고 여기서는 다루지 않았지만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및 공공복리를 저해하지 않는다고 인정될 것 및 품행 단정 요건 또한 여전히 자의적 판단의 논란이 될 수 있는 사항들입니다. 

따라서 앞으로의 국적법 개정에 있어서 영주자격 취득자의 권리 보장 및 혜택 범위 증가 등이 영주자격전치주의와 반드시 같이 논의되어야 하며, 또한 우리나라가 가입한 난민협약의 정신을 살려 난민의 거주 기간 요건 또는 심사 기간의 축소 및 절차 진행에 필요한 비용의 절감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석동현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에게서 귀화증서를 받고 있는 최초의 난민 출신 귀화자 아브라함 씨/ 법무부>

2010년 3월 9일 에티오피아 난민 출신 아브라함 씨(한국 이름 ‘도신조’)는 난민으로서는 최초로 우리 국적을 취득하였습니다. 당시 법무부는 난민에 대한 귀화절차장 편의제공을 권고하고 있는 난민협약의 정신을 존중하여 일반절차보다 6개월 정도 단축된 1년만에 귀화 허가를 하게 되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난민협약상 난민으로 인정받기 전이라도 난민정의를 충족하고 있다면 난민이고, 난민절차를 통해서 난민으로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난민인 사람을 확인하는 것 뿐이라는 것을 볼 때, 당연한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그러므로 5년의 거주기간은 난민인정 후 부터 기산할 것이 아니라, 한국에 입국하여 체류한 후 부터 기산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난민 협약의 정신이 반영된 사례가 단순한 일회성, 선심성 이벤트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조건만 맞는다면 (예: 성실성 구비, 사회통합프로그램 이수, 생계능력 유지 확인 등) 해당 난민의 귀화 요건을 완화하는 일을 구체적으로 제도화 하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그러한 조건을 만족시키기 어려운 이들을 돕는 시스템 또한 마련하여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한 채 사회에서 낙오되는 난민들이 없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이수자에게는 국적필기시험 면제, 면접시험 적극 반영, 국적취득 신청 후 대기기간 대폭 단축 등의 혜택이 있는 사회통합교육과정 / 안산인터넷뉴스>  난민들은 기존의 삶의 터전을 모두 잃어버린 채 한국에서 새로운 희망을 찾아나서는 이들입니다. 어쩌면 이들에게 있어서 대한민국 국적은 태어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인으로 살아가는 우리가 느끼는 것보다 더 간절하고 귀한 것으로 다가올지도 모릅니다.

<누군가에게는 떠나고 싶은 나라, 누군가에게는 반드시 가야 할 나라 / 세계일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단순히 난민들이 국적을 취득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이 진정으로 한국 사회에서 우리와 함께 공존할 수 있는 길을 함께 찾아나가야 하는 것입니다. 이제는 배제가 아닌 연대의 질문을 던질 때입니다.   

(11.5기 인턴 정창대 작성)

최종수정일: 2022.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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