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유혈사태와 한국기업

2014년 1월 13일

2014년 1월 3일 오전 10시(현지시간)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의류노동자들의 시위에 군부대가 동원되어 유혈 진압되는 사건이 발생하였습니다. 

남의 나라 일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사실은 한국기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경찰이 쏜 총을 맞고 쓰러진 캄보디아 노동자, 출처: I Love Cambodia Hot News 페이스북]

   작년 7월 총선 이후 캄보디아에는 부정선거를 규탄하는 시위가 시작되었고[ref]캄보디아 부정선거 항의 유권자들 경찰차 방화, http://www.yonhapnews.co.kr/international/2013/07/28/0601060100AKR20130728067400084. 2013/07/28 19:32송고,연합뉴스 [/ref],작년 12월 25일부터는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의류노동자 수천명도 이 시위에 합류하였습니다. 이들은 올 초 1월 2일, 갭이나 올드 네이비, 아메리칸 이글, 월마트를 위한 의류를 생산하는 한미 합작사인 ‘약진통상’ 공장  앞에서 항의 시위를 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시위에 캄보디아 최정예 ‘911 공수여단'(Air­borne 911 Bri­gade)이 투입되어 발포만 하지 않았을 뿐 AK-47 소총, 쇠파이프, 진압봉, 새총 등으로 무자비하게 유혈진압하였고, 의류노동자 10명이 군부대로 연행되었습니다[ref] Three Days of Terror State Forces Crack Down on Garment Factory,http://www.licadho-cambodia.org/album/view_photo.php?cat=61,LICADHO [/ref].

        [약진통상앞에서 시위를 하는 노동자들을 진압하는 모습,  출처 : camwatchblogs]

한국 봉제기업과 911 공수여단의 관계

그런데 위와 같이 약진통상 앞에 캄보디아 최정예 911공수여단이 투입된 것은 우연이 아니라 한국 봉제기업의 요청으로 인한 것이라는 기사들이 보도되었습니다. 

2014년 1월 3일자 캄보디아데일리에 따르면,   약진 통상 앞 진압 현장에 911 공수여단의 사령관이자 여단장의 조카인 차 소포른(Chap Sophorn)이 있었는데, 그는 왜 캄보디아 특수부대가 공격용 소총까지 들고 한국 소유 공장을 보호하는 이례적인 조치에 나섰는냐는 질문에  “명령에 따를 뿐”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하였고[ref] http://www.cambodiadaily.com/archives/paratroopers-deployed-at-garment-protest-15-detained-injured-49960/ [/ref],   2014년 1월 5일자 경향신문은,   캄보디아 주재 한국대사관 측은 한국 업체인 약진통상이 유혈충돌의 계기가 된 군부대 출동을 요청한 것과 관련해 “경찰에 신고를 해도 잘 오지 않고 조업은 못하는 어려운 상황에서 가능한 인맥을 동원해 군부대에 요청을 한 것으로 안다”며 “부대가 (보호) 임무와 다르게 행동한 것 같다”고 말했다는 기사를 내었습니다[ref] 캄보디아 한국 업체들 “노조 상대 손배소 추진”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01052116375&code=970207,입력:2014-01-05 21:16:37ㅣ수정 : 2014-01-05 22:05:2 [/ref].

약진통상과 911 공수여단과의 관계를 확인하고자 시민사회 단체는 약진통상 측에 질의서를 보냈습니다. 이에 대해 약진통상은 “캄보디아나 한국 정부 기타 여하한 단체에 대하여도 시위와 관련하여 접촉하거나 어떤 요청을 한 바가 없으며 전적으로 캄보디아 정부의 진압활동에 따른 사안임을 명백히 하니 이에 대한 오해가 없기를 바랍니다”라고 해명하였습니다. 

그러나 현지 활동가들이 전하는 바에 의하면, 

약진통상과 부대는 인접한 곳에 위치하여 공장과 부대 사이에는 비밀 통로가 있으며, 약진 측에서 부대에 전력을 공급해 주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911 공수여단의 전현직 간부가 때로 약진 쪽으로 자리를 옮겨 물류창고 관리 등을 맡아 월급을 받고 일하다가 부대로 복귀하기도 하며, 심지어 약진의 경비는 모두 911 공수여단에서 맡고 있으며 경비 업무를 맡는 사병의 월급은 반은 회사 측에서, 반은 군에서 나온다고도 합니다. 그리고 이전에도 약진 공장에서 노사 분규가 발생할 때마다 911 공수여단 부대에서 투입되어 위압감을 조성한 적도 있다고 합니다.  

캄보디아 한국대사관의 연루 

한편 2014년 1월 6일 주 캄보디아 대한민국 대사관은 페이스북에

“사태 발생 초기에 우리 기업들의 우려를 전달하면서 조속한 업계 정상화를 위해 각별한 관심을 가져줄 것을 요청하는 대사명의 서한을 훈센총리에게 발송하였으며, 총리에게 일일보고를 하는 국가대테러위원장과 접촉하여 현 상황이 외국인투자자에게 미치는 깊은 우려를 전달하였고, 이로써 주재국 정부 당국이 금번 상황을 심각히 고려하고 신속히 대처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고 생각한다”…”실질적인 조치로는 군 및 경찰당국과 우리 업체 보호를 위해 긴밀히 협조해 오고 있는바, 특히 수경사령부에 우리업체와 동반 방문하여 실상을 전달하였으며 그 결과에 따라 방화나 약탈에 대비하여 군이 카나디아 공단내 기업중 우리 업체에 대해서만 직접 보호조치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고 발표하였습니다.

즉 주캄보디아 한국 대사관은 시민들의 시위에 발포가 되어 사람이 죽는 등 유혈진압이 된 상황에서 애도의 한마디 없이, 대사관의 조치들로 캄보디아 정부가 이번 사태에 신속하게 개입하여 한국 기업만 직접 보호를 받았음을 자랑한 것입니다. 이 후 이러한 대사관의 태도를 비판하는 댓글들이 많이 달리자 한국 대사관은 “불필요한 문제를 불러일으킬거 같다며 페이스북 글을 내렸습니다[ref] Rare gov’t insight in Korea docs, http://www.phnompenhpost.com/national/rare-gov%E2%80%99t-insight-korea-docs,Thu, 9 January 2014,the Phnom Penh [/ref].

 

                        [1월 6일 주 캄보디아 대한민국 대사관 페이스북 글 캡쳐사진 ]

그러나 주 캄보디아 한국대사관은 12월부터 시작된 시위의 확산을 막고자 취한 조치를 주민사회에 보고하였는데, 이에 따르면 한국 대사관의 요청에 대하여 옌틴엥(Om Yentieng) 선임장관은 “캄보디아 정부가 과거 폴포트 치하의 유혈사태에 대한 학습효과로 인해 신중한 대응을 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답하였다고 합니다[ref] http://ecambodia.co.kr/news/view.html?section=145&category=152&no=6612 [/ref]. 과연 한국 대사관이 어떠한 요청을 하였길래 옌티엥 선임장관은 이러한 답변을 해야 했던 것인지 매우 궁금합니다.  

유혈진압의 근본적인 원인-한국기업들의 최저임금 인상 반대

사실 공수여단의 개입에 한국기업 및 한국대사관의 요청이 있는지 여부를 떠나서 이번 유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한국 업체들도 참여하고 있는 캄보디아 의류생산자 협회인 GMAC(Garment Manufacturers Association in Cambodia)가 캄보디아 정부가 요구한 최저임금 인상 관련 협상 자체를 거절하고, 최저임금이 인상될 경우에 공장을 이전하겠다는 협박을 한 데에 있습니다[ref] http://www.siemreap.co.kr/bbs/board.php?bo_table=tb01&wr_id=61&cate_id=2010,20140108 [/ref]. 

임금 인상도 아니고 최저임금을 인상하라는 것인데 왜 GMAC는 협상조차 거부하였을까요? 사실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한국기업들은 최저임금을 바로 임금으로 책정해 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캄보디아 의류산업의 최저임금은 아시아지역에서 방글라데시 다음으로 제일 낮습니다. 최근 몇 년간 캄보디아의 경제성장률은 평균 7%에 달하고 있지만 최저임금은 평균 5%의 물가 상승률에도 못 미쳐 의류노동자의 실질임금은 계속 하락하였습니다. 실질임금 삭감으로 인해 의류노동자는 영양이 부족한 값싼 음식으로 연명하며 과도한 잔업을 택할 수밖에 없었고, 지난 2년 간 4,000명 이상의 노동자들이 사업장에서 기절한 것으로 보고되어 최근에 국제사회에서 중요한 이슈로까지 부각되었습니다[ref] 해외한국기업감시가 작성한 취재요청서의 첨부자료1 “캄보디아 노동자들은 왜 최저임금 160 달러를 요구하는가?” [/ref].  

[프놈펜 공장의 바깥에서 노점상이 파는 비닐봉지에 든 카레를 먹는 노동자들, 출처: KI MEDIA]

이에 노동부는 임금 관련 노조와의 협상 자리에 GMAC의 참가를 종용하였으나 GMAC는 이를 거부하였고, 오히려 최저임금을 인상할 경우 공장문을 닫을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전하였고, 결국 정부는 월 157~177달러 최저임금을 권고하는 정부연구용역의 결과에도 불구하고 2013년 12월 24일에 2014년 최저임금 수준을 95달러(전년 대비 15달러 인상)로 발표한 것입니다.  

그러나 최근 캄보디아 한 연구소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식량, 옷, 주거, 전기, 가스, 물, 통신, 교통, 의료, 교육 등을 포함한 1인당 월 평균 최저생계비는 164달러 수준입니다. 따라서 파업노동자들은 과도한 임금 인상은커녕 그들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 최소한 필요하다고 인정한 만큼의 임금만을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한국봉제기업들은 현지 의류봉제업체들을 주동하여 캄보디아 의류 생산자 협의회로 하여금 파업으로 인한 기물파손과 조업 차질을 이유로 노조집행부를 대상으로 하는 손해배상소송을 하도록 부추기기까지 하고 있습니다[ref] 캄보디아 진출 한국업체, 시위 피해 손배소 추진,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4/01/05/0200000000AKR20140105036200084.HTML? input=1179m,2014/01/05 14:22 송고) [/ref].     이에 어필이 속해 있는 해외한국기업감시는 1월 10일 외교부 앞에서 한국기업과 정부에 각성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으며,  앞으로 더욱 철저한 진상조사를 위해서 캄보디아 현지에 진상조사팀을 보낼 예정입니다.

          [1월 10일 외교부 앞 시위에서 피켓팅을 들고 있는 어필의 변호사들과 인턴들]

캄보디아 노동자들이 올려달라고 하는 최저임금은 우리나라 돈으로 16~17만원 정도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한국기업들이 파는 옷은 그들의 최저 임금을 넘는 것도 많습니다. 이 정도의 노동생산성을 가지는데도 한국 봉제기업들은 캄보디아 노동자들의 정당한  최저임금 요구에 자신들의 안전을 위한 것이라며 공수부대를 요청한 것도 모자라 손해배상청구까지 한다고 하고 있습니다. 한국 봉제기업들에게 재산상의 피해는 보이지만 노동자들이 흘리는 피는 보이지 않는지 묻고 싶습니다. 캄보디아 노동자도 인간입니다. 그리고 사람의 죽음 앞에 감정과 책임을 느낄줄 아는 것이 인간의 모습일 것입니다. 

                                                                               (김세진 변호사 작성)

최종수정일: 2022.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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