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방문 조사 스케치: 현지 한국기업 인권 침해 실태 파악을 위한 베트남 방문 조사

2014년 12월 15일

 

2014년 12월 2일 부터 12일까지 베트남 진출 한국 기업의 인권 침해 실태를 파악하기 위한 방문 조사 스케치

   [베트남의 흔한 뒷 골목] 베트남 현지 조사를 다녀온 유정 팀장님과 어필의 김다애 연구원과 김종철 변호사

기업과 인권 네트워크에서 함께 일하는 유정 팀장님과 같이 어필의 김다애 연구원과 김종철 변호사는 12월 2일부터 10일 동안 베트남에 다녀왔습니다. 아름다운 재단이 지원하는 해외 한국기업 인권침해 실태 조사의 일환으로 갔다온 것입니다. 호치민에서 3일 머문 후에 하노이에 가서 6일 그리고 다시 호치민으로 내려와 1일을 지내면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만나고 왔습니다. 현지에서 발견한 내용에 대해서는 12월 29일 있을 보고 대회에서 자세히 말씀 드리고 여기서는 맛보기로 아주~ 조금만 소개해드리겠습니다.

[CDI 사무실] 베트남에서 노동관련한 이슈를 다루는 몇 안되는 NGO에 방문한 조신한 조사팀.

기업과 인권 네트워크는 지난 수년 동안 여러 나라들을 방문해서 그곳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의 인권 침해 사례를 조사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베트남 조사는 처음부터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가장 어려웠던 점 2가지만 꼽으라고 한다면, 정보에 대한 접근이 제한되어 있는 것과 현지 코디네이터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2가지 어려움의 원인은 믿고 협력할 현지 시민단체를 찾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다른 나라의 경우에는 한국 기업의 인권 침해 사례에 대해 현지 NGO가 어느 정도 대응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저희들이 결합을 한 적이 많았는데, 베트남의 경우에는 그것이 통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방문 직전에 서울시 NPO 지원 센터의 정선애 센터장님으로 부터 CDI라는 단체를 소개를 받고 연락을 하게 되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re:열심히+search:찾다] 이해관계자가 누구인지 또 누구를 만나야 하는지 열심히 찾고 찾아 다니는 어필의 김다애 researcher

   방문 조사를 가기 수개월 전부터 누구를 만나야 할지 몰라 “캐슈넛 사기 위해 시장을 방문하는 것” 말고는 정해진 일정이 없다고 농담 삼아 말을 했는데, 10일 동안의 방문 조사를 마치고 난 후에는 “짧은 시간에 주요 이해관계자들은 거의 만난거 같다”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것이 가능할 수 있었던 이유는 김다애 연구원이 이해관계자들을 열심히 찾고 연락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외국투자기업의 노동권 준수와 관련된 논문을 찾은 후에 그것을 쓴 통 덕 탕 대학교 총장에게 연락을 해서 호치민시의 노조연맹 집행부를 소개 받았고, 위 집행부의 소개로 한국 기업의 노조 지도부를 소개 받았습니다. 또 하노이 대학의 이계선 초빙교수님, Global Standards와 Oxfam과 ILO와 Better Work 그리고 베트남 노동보훈사회부(MOLISA. Ministry of Labour, Invalids and Social Affairs) 산하의 연구기관인 ILSSA도 집요하게 면담 요청을 해서 미팅이 성사가 되었습니다.  

[베트남 노총]VGCL이라고 불리우는 베트남 노총 집행부와 간담회를 갖고 난 후에 ‘누가 봐도 기념 촬영 포즈’로 사진을 찍은 조사팀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의 인권침해 이슈라는 것이 많은 경우 노동권에 대한 침해이기 때문에, 베트남 노총의 도움 없었다면 큰 그림을 보는 것은 고사하고 정보 자체에 접근하는 것이 힘들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베트남에 가기 진전에 유정 팀장님을 통해 국제노총에서 일하시는 윤효원 선생님을 만나 베트남 노총인 VGCL을 소개 받게 된 것은 저희들에게 큰 행운이었습니다. VGCL은 거의 모든 베트남 기업에서 일어난 노사분규에 관한 통계를 가지고 있었는데, 한국기업이 대만 다음으로 노동분쟁이 많은데 대부분이 노동법 위반 사례라고 하면서, 2009년 부터 2014년 12월 현재까지 약 800여건의 노동분쟁이 한국기업에 있었다고 했습니다. 주로 임금, 휴식시간, 노동시간, 사회보험 미지급, 강압적인 노무관리 등과 관련해서 분쟁이 발생한다고 하였습니다.

[ILSSA] 베트남 노동부 산하 연구소 중에 하나인 일사(ILSSA)를 방문해 엘사(Elsa) 포스를 가진 디렉터와 간담회를 가진 조사팀

베트남의 최저임금이 저희가 방문하기 며칠 전에 새로 조정이 되었는데, 최저임금은 노사정이 각 5인씩 참여하는 국가최저임금협의회에서 결정을 한다고 합니다. 그러데 저희가 방문한 ILSSA(Institute of Labour, Science and Social Affairs)의 디렉터가 그 협의회의 정부측 대표 5명 중 한명이어서 베트남의 최저임금에 대해 자세히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정부는 최저임금과 최저생활임금을 구분을 하는데, 지금은 최저임금이 최저생활임금의 70% 밖에 안 된다고 합니다. 또한 최저임금이 너무 낮게 책정이 되어 있어서 그것을 가지고는 비숙련 노동자들이 기본적인 생계를 유지할 수 없다고 합니다. 그리고 최저임금이 화이트 칼라를 포함해 베트남의 모든 노동자들의 임금 산정의 기준이 되어 최저임금이 조정이 되면 모든 노동자들의 임금이 그에 비례해서 조정이 된다고 합니다. 최저임금이 비숙련노동자들의 임금 인상을 가져올 뿐 아니라 화이트 칼라 노동자나 공무원의 임금까지도 그에 비례해서 인상된다고 생각하니, 임금 격차는 최저임금 인상에도 불구하고 더 벌어기게 되는 것은 아닌지, 최저임금이 비숙련 노동자의 기본적인 생계유지의 관점이 아니라 정치적 혹은 거시 경제적인 관점에서 결정되는 것은 아닌지 하는 걱정이 들었습니다. 

[박닌(Bac Ninh) 산업공단의 한국기업] 박닌 노조연맹의 소개로 산업공단에 있는 한국기업을 방문해 노측과 사측 모두와 함께 간담회를 하고 있는 조사팀

원래 베트남을 방문 조사하기로 한 이유는 2014년 1월 타이응웬성에서, 삼성전자 공장을 건설하는 삼성물산이 고용한 사설경비업체와 노동자들 사이의 대규모 무력충돌의 원인을 조사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삼성 전자 공장을 방문하지는 못했고, 박닌 노조연맹의 소개로 다른 한국기업을 방문해서 사측과 노측의 이야기를 모두 들을 수 있었습니다. 베트남의 노조의 구조를 보면, VGCL이라는 베트남 노총이 있고, 63개 성(province)과 시에 Federation of Labor (FOL)이라는 노조연맹이 있고 그 아래 산업별(sector), 지역별(district) 노조 연합 내지 EPZ 노조 연합이 있습니다. 그 노조 연합 아래 작업장 별 단위 노조들이 속해있는데, 조합원 수가 큰 기업 노조의 경우에는 직접 Federation of Labor에 속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박닌 FOL의 경우 산하에 1개의 EPZ 노조 연합, 8개의 산업 노조 연합, 8개의 지역 노조연합, 9개의 기업 노조가 있습니다. 

[박닌에서의 점심식사] 박닌 노조 연맹의 집행부의 환대를 받고 맛있는 점심 식사를 마치고 얼굴에서 빛이 나는 조사팀    

베트남 사람들이 정(情)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한국 사람들과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조사팀은 한국에서 인삼차와 마스크팩 그리고 생강차를 선물로 사가지고 갔습니다. 그런데 선물을 준비 안했으면 민망할 뻔 했습니다. 가는 곳마다 환대를 받았고 선물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박닌 노조 연맹은 부천 한국노총과 정기 교류가 있어서 여러 분들이 한국에 이미 다녀간 경험이 있었습니다. 베트남 전통술 몇 잔을 주고 받으며 조사팀은 박닌 노조 연맹 집행부와 금새 친해졌습니다.

[통 덕 탕 대학교] 이 대학교 노동관계 학과 학장님과 독대하시는 유정 팀장님

베트남 노총(VGCL)이 세운 대학인데, 베트남 최초로 노사관계에 관한 학과를 만들어, 외국 교수들을 초청해 한 학기씩 관련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또 내년 3월에는 미국의 코넬 대학교와 함께 노사관계에 관한 국제 컨퍼런스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베트남의 노사관계, 특히 노조는 모두들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대놓고 이야기 하기에는 약간 민감한 주제입니다. 그래서인지 변화의 필요성에서는 암묵적인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지만, 변화의 방향과 속도에 대해서 이해관계자들의 생각이 조금씩 다른 것 같았습니다. 이 대학도 나름의 방향과 속도로 조심스럽게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노조의 변화가 가장 필요한 지점은 뭐고 왜 민감하냐고요? 간단히 말씀드리면, 노조가 노동자들에 대한 대표성이 부족하고 회사에 대응할 무기를 잘 갖추고 있지 않다는 것이 가장 아쉬운 부분입니다. 그런데 이것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결사와 집회의 자유를 보장해야 하는데, 이 자유를 제대로 보장할 때 베트남 사회주의 체제를 위협할 수도 있어, 함부로 이야기 하기가 조심스러운 것입니다.

[Better Work] 여유롭게 Better Work의 안내 책자를 보고 있는 유정 팀장님. 

국제노동기기구인 ILO와 월드뱅크 그룹 중에 하나인 국제금융공사(IFC)가 파트너쉽을 맺어 운영하는 프로그램인데, 글로벌 공급망이 국내/국제 노동기준을 준수할 수 있도록 평가(assessment)를 하고 비준수 사항이 발견되면 개선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을 합니다. 주로 유명 buyer들이 가입 하여 자신들에게 생산품을 공급하는 기업들로 하여금 평가를 받도록 하는데, 여기에 해당하는 베트남 진출 한국 기업들은 90여개 정도 된다고 합니다. 평가는 2명의 advisor가 2일에 걸쳐서 진행을 하는데, 특이한 것은 방문 일시를 고지하지 않고 불시에 조사를 한다는 것입니다. 45분 이내에 공장 문을 열지 않으면 평가에서 불적격 판정을 받는다고 합니다. 단지 평가만 하는 것이 아니라 PICC(Performance Improvement Consultative Committee)라는 채널을 통해 노조와 경영자측과 함께 협의하여 비준수로 평가된 부분을 개선해나가는 서비스도 함께 합니다.

[도 치 박사님과 미팅] 도 치 박사님으로 부터 감동을 받은 조사팀

이러한 방문 조사의 유익 중에 하나는 용감하고 지혜로운 활동가들을 만나 배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번 베트남 방문 조사에서도 마찬가지 인데요. 저희는 도 치 박사님을 먼저 논문을 통해서 알고 연락을 했습니다. 아주 치밀한 논리로 베트남 노조와 정부 그리고 당과 기업의 관계에 대해서 분석을 하신 글에 매료가 되었거든요. 박사님을 만나서 물어보고 싶은 것이 많았지만, 특히 이렇게 민감한 구조적인 이슈에 대해서 그렇게 비판적으로 이야기를 하면 위험하지 않는가 하는 것과 어떠한 이력을 가지고 계시기에 이렇게 일을 하시는가 하는 것이 제일 궁금했습니다. 도 치 박사님은 예전에 노동부에서 일하신 후에 호주로 건너가서 공부를 하고 돌아와 사회적 기업 형태의 리서치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또 늘 위험을 느끼지만 그렇다고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노동자들의 삶이 나아지지 않는다고 하시면서도 넘어서는 안되는 한계를 알기 때문에 자신이 계속 이 일을 하기 위해서는 그 한계 안에서 조심스럽게 움직일 수 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더 오래 이야기를 나눌 수 없어서 아쉬워지만 짧은 시간 동안에도 저희들은 많은 통찰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ILO 사무실] 하노이에서의 마지막 일정으로 ILO를 방문한 조사팀

저희들은 앞에서 언급한 단체 이외에도 국제이주기구(IOM)와 미국대사관 그리고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법무법인을 방문했고, 한인상공인 교류가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진다고 평가받는 빈증성 한인상공인연합회 실무자와 한국 영사관의 노무관을 만났습니다. 대사관과 코트라 그리고 삼성전자에도 공문을 보내 면담을 요청했지만 대사관과 삼성전자는 바쁘다고 만날 수 없다고 하였고, 코트라는 두번씩이나 요청했지만 묵묵 부답이었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미팅 중에 하나는 ILO였습니다. 시민단체 출신이어서 그런지 대화가 잘 통했고, 저희의 조사가 아주 시의적절하고 흥미로운 시도라고 응원을 해주었습니다. 특히 베트남의 경우 노조 조직율이 굉장히 높고 노동법도 비교적 잘 되어 있기 때문에 노조의 역량을 강화하면 아주 건설적인 노사관계가 될 것이라고 하면서, 급격하지는 않지만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저희 조사팀도 이번 베트남 방문 조사를 정리하면서 한국 기업의 노동권 침해 사례가 위치한 베트남 노사관계의 구조를 평가할 수 밖에 없을 텐데,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ILO를 만나 이야기를 하면서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히는 것 같았습니다.

[하노이 시장] 노점 상인들을 단속하는 공안들을 등지고 침묵 시위하는 조사팀

만나는 사람들 마다 이야기하는 것 중에 하나가 베트남 공무원의 부패였습니다. 뇌물에 대한 법정형은 높히 규정이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무원들은 뇌물을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받은 뇌물을 서로 나누어 가져 뒷 탈을 없앤다고 합니다. 2014년 투명성 기구(TI)는 베트남의 부패지수가 전세계 174개국 중에서 119위라고 합니다(참고로 한국은 OECD 34개 회원국 중에 27위). 저희들이 만나본 사람 중에는 부패와 관련해서는 뇌물을 주고도 문제가 해결 안되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 사람도 있는 반면, 세금 같은 경우에는 뇌물을 주고 탕감을 받는 경우가 흔하다고 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하노이 성요셉 성당] 보고서의 방향에 대해서 심각하게 논의 중인 유정 팀장님과 김종철 변호사

10일 동안의 조사를 통해 계속 드는 생각은 이번 조사를 기초 삼아 더 잘 준비한 후에 2015년에는 심층적인 조사를 하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이번에는 주로 NGO 활동가와 학자들과 노조 집행부 그리고 일부 정부 관료들을 주로 만났는데, 다음에는 한국 기업측과 노동자들 그리고 기업 주변의 주민들을 많이 만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희가 베트남에 있는 동안 한국과 베트남 사이에 FTA가 체결이 되었고, 2014년 통계를 기준으로 한국이 외국인 투자자 중에서 가장 많은 베트남 투자를 하고 있는 나라이므로, 베트남 진출 한국기업의 인권 침해 실태에 대한 심층 조사의 필요성은 어느 때 보다 크다고 할 것입니다. 12월 29일 보고서 발표회를 위해 이번 방문 조사를 잘 정리하고 그것을 기초로 어떻게 계속해서 대응할 수 있을지 모색 해보겠습니다.

(김종철 변호사 작성)

최종수정일: 2022.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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