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3일, 여성가족부와 국제이주기구 IOM이 주관하는 2014 성매매방지 국제심포지엄이 열렸습니다. 이번 심포지엄의 주제는 ‘성착취 인신매매 근절을 위한 해외 각 도시의 민관 협력 모델’ 이었는데요. 캐나다, 미국, 인도의 인신매매 전문가들이 각국의 성착취 인신매매 관련 현황을 앞서 발표하고, 한국의 사례도 덧붙여 발표하는 순서로 진행되었습니다. 1년에 한번 열리는 대규모 심포지엄인데다, 평소에 보고서로만 접하였던 해외 사례를 분야별 전문가에게 직접 들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 없다고 생각한 어필의 장유연, 이근옥 인턴은 큰 기대를 안고 행사가 열리는 서울여성플라자 국제회의장으로 달려갔습니다. 😀
여성가족부 차관과 국제이주기구 IOM 사무총장의 환영사로 성대하게 막을 올린 ‘2014 성매매방지 국제심포지엄’!! 300석이 훨씬 넘는 자리가 가득 찬 광경을 보고, 성매매 방지에 대한 많은 이들의 높은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축사가 끝난 뒤, Global Centurion 대표 로라 레더러(미국)가 ‘성매매근절을 위한 지역사회 통합과 협력의 의미’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며 본격적인 심포지엄이 시작되었습니다. 연설에 앞서 그는 “우리 자신의 태도와 신념이 상업적 성착취를 정상화하고 여성을 대상화 하는 데에 기여하고 있지는 않은지를 솔직하게 성찰하지 않고서는, 어떠한 전술로도 성착취 인신매매를 근절할 수 없다”는 말을 하였는데 저는 이 말이 매우 인상깊었습니다.
이후 로라 레더러는 인신매매 예방(Prevention), 보호(Protection), 처벌(Prosecution)에 대해 지역사회 협력의 관점에서 발표를 이어나갔습니다. 대표적인 반인신매매 예방책으로는 반인신매매교육이 있는데. 그는 NGO가 개발한 교육 프로그램이 지역정부의 협조로 시민들에게 제공될 때 비로소 인신매매 예방 교육이 활성화될 수 있음을 강조하였습니다. 보호책으로는 자활과 재통합을 지원하는 보호시설의 수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이를 늘리고, NGO와 국제기구의 도움을 받아 인신매매 피해자들에게 보호시설을 홍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인신매매 가해자를 처벌하려면 우선 반인신매매법이 제정되어야 하는데, NGO의 지원을 잘 활용한다면 정책결정자들이 훨씬 수월하게 입법활동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 밖에도 로라 레더러는 수많은 인신매매 사건을 조사하고 감시하며 기소, 재판하는 데에 정부의 힘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NGO가 인신매매 의심사례 적발, 증거 확보, 재판시 방청하여 피해자를 지지하는 것 등의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였습니다.
기조연설이 끝난 뒤 캐나다와 미국, 인도의 발제자들이 보다 구체적인 해외의 민관협력사례를 발표하였습니다. 첫번째로 캐나다의 반인신매매 NGO인 ACT Alberta의 대표 안드레아 버크하트가 ‘청소년 성매매 예방을 위한 민관협력’을 주제로 흥미로운 사례를 발표하였는데요. 발표에 앞서 그는 캐나다의 인신매매 현황을 잠깐 소개하였는데, 캐나다는 팔레르모 의정서를 비준하여 형법에 모든 형태의 인신매매를 금지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2005년부터 2014년까지 단 35명만이 유죄판결을 받았다고 합니다. 어필을 포함한 반인신매매 NGO들이 팔레르모 의정서 비준을 위해 힘쓰고 있는 사실을 돌이켜 볼 때, 이 저조한 유죄인정률이 시사하는 바를 앞으로도 계속 고민해보아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발제자가 활동하는 액트 알버타는 연구 중심, 피해자 중심의 반인신매매 단체로서 알버타 정부의 지원 하에 지역사회의 여러 기관과 파트너십을 체결하여 인신매매 예방, 피해자 보호, 가해자 처벌을 수행하는 단체라고 합니다. 안드레아 버크하트는 인신매매 피해자들이 지역사회에서 도움을 받기 때문에 지역사회의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고 하였는데요. ‘민관협력’이라고 할 때 보통 떠오르는 이미지가 중앙정부와 민간영역의 협력인데 이러한 시야를 확장하여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액트 알버타는 청소년 인신매매 근절을 위해 청소년이 관련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파일럿프로그램 ‘YEP’을 실시한 바 있는데요, 캐나다 교육과정에 인신매매 내용이 없는 만큼 이러한 인권교육이 필요하다는 말이 인상깊었습니다. 또한 이 단체는 여성과 여아의 성착취 인신매매를 줄이기 위해 ‘에드몬튼 행동계획’을 실시하고, 에드몬튼시 정부, 지역 NGO, 인신매매 피해생존자, 사법당국의 협력으로 장기간 지역 내 인신매매 근절활동을 해오고 있다고 합니다. 그 밖에도 액트 알버타는 인신매매 피해자와 접촉할 가능성이 있는 은행, 호텔, 아파트에도 인신매매 교육 자원을 제공한다고 하는데요, ‘피해자 중심’이라는 기조가 현실이 될 수 있도록 엄청난 노력을 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절로 감탄을 하게 되었습니다 🙂
두 번째 발제자는 미국 연방지방법원 판사인 마고 브로디로, 그는 ‘성착취 인신매매 피해자 구조 및 지원을 위한 수사체계’를 주제로 발제를 하였습니다. 성착취 인신매매의 특성은 ‘감추어진 범죄’로, 쉽게 확인하기 어려우며 피해자를 확증하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피해자는 수사과정에서 진술을 꺼려하고, 물증은 해외에 있는 경우가 많아 조사가 어렵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는 인신매매사건의 가장 중요한 증거는 피해자이므로 수사 당국은 피해자와의 신뢰를 쌓는 것이 중요하며, 인신매매 범죄에 대한 충분한 교육을 통해 경찰과 검찰이 피해자를 식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하였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경찰은 피해자를 불법체류자로 간주하고 추방하게 되며, 성매매 피해자는 자신이 ‘죄인’이라는 기존의 생각이 굳어지고, 인신매매범은 피해자에 대한 권력과 통제를 강화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입니다.
마고 브로디는 수사과정에서 피해자의 증언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경찰의 자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하였는데요. 이 때 NGO가 피해자에게 쉼터, 의료 서비스, 법률 서비스 등 피해자와 가족에게 필수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경찰과 인신매매 피해자 사이의 문화적, 사회적, 언어적 장벽에 가교 역할을 하여 피해자들의 증언을 도울 수 있다고 하여 NGO의 역할을 강조하였습니다. 구체적으로, NGO는 피해자가 경찰에 답변하기를 꺼려하는 질문들을 피해자에게 먼저 함으로써 피해자의 심리 안정에 도움을 줄 수 있으며, 경찰이 놓친 피해자 정보를 수사관에게 전달하고, 피해자들이 경찰을 불신하지 않게끔 도와줄 수 있다고 합니다. 마고 브로디는 경찰은 인신매매 사건의 수사와 처벌을 위해 NGO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경찰과 NGO 사이에는 잠재적 갈등 요인 역시 존재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는 인신매매 확증적 증거의 예시와 수사 기법에 대해서도 언급하였습니다. 인신매매 피해자와 인신매매범의 비자나 여행기록 이외에도 인신매매가 금융범죄로서의 성격도 있는 만큼 <은행 거래 내역>, 피해자를 감금한 곳을 임대한 <임대차 계약서>, 인신매매범과 피해자가 소통한 각종 <통신기록> 등도 증거로 쓰여질 수 있다고 합니다. 또한 이러한 증거들을 찾기 위해 수사 당국은 금전 관련 수사, 출입국 기록 수사를 하여야 하며 기타 유용한 정보가 버려진 쓰레기통까지도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하였습니다. 판사이지만 기계적인 중립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권리를 최우선시하고 이를 돕는 NGO의 역할을 거듭 강조한 발제 내용이 인상깊었습니다.
세번째 발제자는 인도의 성매매 피해자 지원 단체 Sanlaap의 대표인 인드라니 신하이며, 그는 성매매 피해자의 경제적 자활과 사회 재통합 모델에 관하여 발제하였습니다. 인신매매 피해자들이 비로소 다시 일어서기 위해서는 사회 재통합 모델이 튼튼히 갖추어져 있어야 하지만, 한국에는 그러한 모델이 부재하기 때문에 저는 이 발제가 더욱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드라니 신하는 인신매매 피해를 치유하기 위해 Sanlaap에서 무용을 배운 것이 시초가 되어 무용수로서 경제적 자립을 한 사례, 판염 회사에서 천에 염색을 하며 창조적 활동을 한 사례 등을 소개하였는데요, 이러한 교육을 받은 피해생존자들은 독립적인 단체를 만들어 운영할 수 있도록 Sanlaap에서 지원을 한다고 합니다.
피해생존자들이 제작한 물건은 해외 각국으로 수출되고, 이들의 물건을 만드는 공장이 있을 정도로 마켓의 규모가 상당히 크다고 합니다. 내용 중 가장 인상깊었던 점은 Sanlaap이 피해자의 자활을 위한 기업을 만들 때 Sanlaap의 이름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었는데요, 인드라니 신하는 그 이유를 ‘성폭력과 성매매에 대한 사회적 낙인 때문에 ‘Sanlaap 출신’이라는 이유로 피해생존자들이 2차 피해를 입을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이다’라고 하였습니다. 이 말을 듣고 자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과정 전반에서 피해 여성들의 권리를 최우선시한다는 Sanlaap의 기조가 더욱 와닿았습니다. 인드라니 신하는 피해 여성이 목소리를 내게끔 동기 부여 프로그램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피해자가 말을 할 수 있도록 기다려야 할 것을 강조했습니다.
한국의 성매매 집결지 자진 폐쇄 사례를 끝으로 모든 발제가 마무리되었는데요, 1953년부터 2003년까지 60년동안 춘천역 근처에 있던 집결지 ‘난초촌’이 춘천시의 노력으로 자진 폐쇄된 케이스를 춘천시 복지국장 이세균이 발제하였습니다. 그의 발제에 따르면, 춘천시는 2011년, 집결지 강제철거를 시도하여 그 과정에서 업주와 성매매 피해 여성을 공무집해방해죄로 고소하는 등 다소 폭력적인 사태를 야기하였습니다. 하지만 2012년에는 난초촌 내에 상담소를 운영하며 피해여성을 대상으로 상담프로그램을 마련, 피해여성의 장래를 설계하는 것을 도왔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춘천시는 성매매 피해자의 자활을 지원하는 조례를 만들어 1인당 1천만원의 생계비와 150만원의 직업훈련비를 지원하고 거주이전비도 지원하였으며, 성매매 업주의 이주비용도 지원하였습니다. 발제자는 이러한 과정이 성매매 여성으로 하여금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 거듭나기 위한 조력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발제가 끝난 뒤, 참가자들이 원하는 발제자에게 질문을 하고 답변을 듣는 종합토론 시간이 마련되었습니다. 국제회의인 만큼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성착취 인신매매 관련 활동가들이 플로어에서 여러 질문을 하였습니다 😀 저는 어필이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팔레르모 의정서 입법활동과 관련하여, 캐나다의 안드레아 버크하트에게 캐나다의 인신매매범의 유죄인정율이 낮은 이유에 대해 질문하였는데요. 뒤이어 다른 활동가가 국내의 성착취 인신매매 관련 소송이 20건이 넘으나, 단 한건도 인신매매죄로 유죄판결을 받지 못한 점을 지적하며 캐나다의 지극히 낮은 유죄인정율마저도 부러울 정도라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안드레아는 ‘캐나다의 경찰들도 인신매매 수사 교육을 의무적으로 받지 않고 있으며, 인신매매를 담당하는 NGO의 숫자도 아직 부족하며 정부도 이를 생소한 이슈로 받아들인다’며 입법의 한계를 시사해 주었습니다.
이밖에도 비영어권 이주여성들의 통역 문제, 미국의 인신매매 피해여성이 신청할 수 있는 T비자 등 한국이 참고할만한 여러 유익한 질문들이 나왔습니다. 이어지는 질문과 답변들을 들으며 한가지 아쉬웠던 점은, 한국 역시 성착취 인신매매 근절을 위한 대열에 합류하기는 했으나 미국, 인도, 캐나다의 사례만큼 피해생존자의 권리를 최우선으로 세밀한 지원프로그램은 아직 부재하며 이에 단순히 집결지를 폐쇄한 사례가 ‘모범 사례’로 등장했다는 것입니다. 이는 국내의 성착취 인신매매 문제 해결을 위해 지역사회와 NGO, 중앙 정부, 사법부의 협력의 아직 거의 부재하다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캐나다와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도 인신매매의 수사와 가해자의 처벌이 완벽하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므로, 성착취 인신매매 피해자의 권리가 보호되려면 전세계적으로 더 많은 시도와 노력, 파트너십이 요구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기조연설에서 나온 바와 같이, 궁극적으로는 성착취 인신매매를 가능케 하는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인 사회분위기를 타파하는 것이 인신매매를 근절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어필 역시 인신매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더욱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 3회를 맞은 위 국제심포지엄이 성착취 인신매매 피해생존자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데에 효과적인 담론과 이야기들을 생산해나가는 토론의 장으로 더욱 발전해나가기를 바랍니다!:D
(7기 인턴 이근옥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