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들의 인권침해에 대응하는 방법 중에 하나는 한국 정부에 책임을 묻는 것입니다. 국가는 인권을 존중하고 보호하고 증진할 의무가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공기업이 인권을 침해한 경우에 한국 정부는 인권 존중 의무를 위반한 것이고, 한국 기업의 인권 침해에 대해 한국 정부는 인권 보호 의무 위반의 책임을 지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한국 기업이 외국에서 사업을 하면서 외국인들의 인권을 침해한 경우도 한국 정부에 인권 존중과 보호 의무가 있을까요? 예를 들어 조페공사나 포스코대우가 우즈베키스탄에서 현지 법인을 세워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목화를 구입해서 지폐나 천을 만드는 경우, 삼성물산이 인도네시아에서 대규모의 팜 나무 농장을 운영하면서 노동자들과 선주민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 삼성전자와 엘지의 하청회사가 멕시코에서 티비를 만들고 리모콘을 만들면서 멕시코 노동자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경우, 원양어선선사들이 송출회사와 함께 모집과정과 고용과정에서 이주어선원들의 인권을 강제노동에 가까운 수준으로 침해하는 경우에 한국 정부에 인권 존중 및 보호 의무 위반의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요? (아래 사진은 2017년 사회권위원회 심의에 참여한 한국 활동가들과 함께)
해외에 진출한 자국기업의 인권침해에 대한 국가의 인권 존중, 보호, 증진 의무를 (기업과 인권의 상황에서) ‘국가의 역외의무’라고 하는데, 이 의무는 2011년 “사회권의 영역에서 국가의 역외의무에 관한 마스트리트 원칙“에서 논의되었다가, 2016년 인권 협약의 유권해석이라고 할 수 있는 조약기구의 일반논평 제24호(25 단락 이하)에서 상당히 구체화 되었습니다(물론 과거의 사회권 규약 일반논평 제15호의 31, 33, 66 단락과 일반논평 제18호의 52, 67 단락과 일반논평 제19호의 54, 68 단락과 일반논평 23의 70 단락에서도 일부 찾아볼 수 있지만 말입니다).
사회권 위원회는 위와 같은 일반논평 이외에 체약국의 국가 보고서를 심의하면서도 기업과 인권의 영역에서 국가의 역외의무 위반을 이유로 관련 권고를 여러 건을 내린바 있습니다. 2011년 독일에 대한 최종견해(9~11 단락), 2016년 캐나다에 대한 최종견해(15, 16 단락),, 2017년 호주에 대한 최종견해(14, 15 단락).
물론 다른 조약기구들도 기업과 인권의 영역에서의 국가의 역외의무에 관련한 일반논평(대표적으로 유엔아동권리위원회의 2013년 일반논평 제16호)과 권고(2012년 독일에 대한 자유권 위원회의 최종견해 16단락, 2011년 노르웨이에 대한 인종차별철폐위원회의 최종견해 17단락)를 내기도 했고, 심지어는 7년 전인 2011년 한국에 대한 아동권리위원회의 최종견해 27단락에서는 다음과 같이 한국 정부에 권고하고 있습니다. .
1.강제된 아동의 노동력으로 생산된 상품들에 대한 수입을 방지하고 수입되는 상품이 아동 노동력을 착취한 것이 아닐 것을 요구하는 무역협정과 국내법 준수를 위해 상품의 출입을 감시할 것.
2.기업이 외국에서 사업을 할 때 아동의 권리를 존중하고 사업이 주민이나 아동의 권리 또는 인권에 관련된 영향 평가에 영향을 끼칠 때 사전에 충분히 동의 과정을 거친 외국 정부와 협력하도록 하는 조치를 취할 것. . 그렇기 때문에 기업과 인권 네트워크와 함께 해외한국기업의 인권침해를 감시해온 어필로서는 2017년 9월에 있었던 한국 정부에 대한 사회권 위원회의 심의(한국이 체약한 사회권 규약을 얼마나 잘 이행했는지 여부에 대한 심의)라는 기회를 놓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13기 및 13.5기의 최호연, 박인혜, 전지원, 반주영 인턴의 도움으로 부랴부랴 “사회권과 관련한 한국의 역외의무”라는 제목의 이해관계자 보고서를 제출을 했습니다. (아래 사진은 밤늦게까지 팍스로마나 사무실에 모여 다음 날 로비자료를 만드는 한국 활동가들).
그러나 사회권 위원회의 이 이슈에 대한 태도가 가장 진보적이고 포괄적입니다. 그 이유 중에 하나는 사회권 규약에서 무상초등의무교육에 관한 제14조를 제외하고는 영토에 관해서 언급을 하고 있지 않을 뿐 아니라, 체약국의 관할에 주소를 두어서 국가의 제어 내지 권한 안에 있는 행위자가 관할권 밖에서 활동을 하다가 인권 침해를 한 경우에 체약국이 수동적으로 있어도 된다는 것은 제2조(1)의 “당사국은……모든 적절한 수단에 의하여 이 규약에서 인정된 권리의 완전한 실현을 점진적으로 달성하기 위하여, 개별적으로 또한 특히 경제적, 기술적인 국제지원과 국제협력을 통하여……조치를 취할 것을 약속한다”는 규정과 양립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역외 국가 의무 위반에 관한 2017 사회권 이해관계자 보고서
위 파일에서 보고서 전문에서 확인하실 수 있는데, 위 보고서 I. 서론에서는 1) 한국의 역외 국가 의무, 2) 보고서에서 다룬 사안에 관한 조사 방법론과 3) 한국이 위반한 사회권 규정들에 대해서 서술했고, II. 본론에서는 앞에서 언급한 한국에 주소를 두었지만 해외에서 사업을 하면서 인권침해를 한 사례인, 1) 삼성물산(인도네시아), 삼성전자(멕시코), 포스코대우(우즈베키스탄), 원양선사의 인권침해와 2) 한국정부의 그러한 인권침해에 대한 연루 내지 부작위, 그리고 3) 한국정부에 대해 사회권 위원회가 내렸으면 하는 권고를 사안별로 다루었습니다. 그리고 III. 결론에서는 1) 기업과 인권과 관련한 한국 정부의 보고서를 반박하였고, 2) 본론에서 사안별로 제시한 권고안 외에 일반적이고 포괄적인 권고안을 제시했습니다. 아래 표를 보시면 보고서의 대강을 아실 수 있습니다.
우리의 목표는 사회권 위원회로 부터 관련한 권고를 받는 것인데, 보고서 내용이 권고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2017년 9월 20일과 21일 심의에서 위원들이 관련 이슈를 제기해야 합니다. 따라서 사전 혹은 심의 당일에 보고서를 가지고 위원들을 공식 또는 비공식적으로 로비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감사하게 법조공익모임 나우의 박애란 변호사님의 도움을 받아 역량강화 프로그램을 통해 김종철 변호사는 항공료와 체류비를 지원 받았습니다. 제네바 물가가 너무 비싸기 때문에 예전에는 가장 싼 씨티 호스텔이나 제네바 호스텔, 더 돈이 없으면 캠핑을 하면서 체류를 했지만, 이번에는 위 두 호스텔이 모두 예약이 찼고 날씨도 추웠기 때문에 구시가지에 하루 5만원을 주고 에어비엔비로 예약을 했습니다. (아래 사진은 제네바 구시가지에 있는 에어비엔비)
한국을 심의할 담당 위원은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에 사회권 위원회의 위원 중에서 앞에서 언급한 기업과 인권에 관한 일반논평 제23호의 초안자인 Olivier De Schutter에게 이메일을 보내서 보고서에 관해서 만나서 설명을 하고 싶다고 했는데, De Schutter교수는 자신은 한국 담당은 아니지만, 보고서에서 다룬 이슈에 굉장히 관심이 많기 때문에 비공식 브리핑에 참석하겠다고 하면서, Zdzislaw Kedzia와 Sandra Liebenberg 위원을 소개시켜주었습니다. 그래서 한국 심의 전에 위원들을 만나 보고서에 대해 설명할 기회를 여러 차례 얻었습니다.
심의 이틀 전 9월 18일에는 위원들에게 공식 브리핑을 했고(김종철 변호사의 2분 브리핑은 1:35:13부터 나옵니다), 다음 날인 19일 아침에는 Zdzislaw Kedzia와 Sandra Liebenberg를 만나 설명했고, 점심에는 비공식 브리핑을 했는데, 이때에는 Olivier De Schutter를 포함해 많은 위원들이 참석을 했습니다.(아래 사진은 사회권 위원회 심의 장면).
9월 20,21일 있었던 한국 심의 과정에서 위원들은 1)외국 팜오일농장에서의 아동노동과 목화농장에서의 강제노동에 연루된 한국기업 2)한국 원양어선에서의 착취, 3)국민연금과 수출입은행의 해외진출한국기업에 대한 무분별한 투자와 대출, 4)해외한국기업의 인권영향평가와 상당주의의무 이행의 부재 등 보고서 내용의 대부분에 대해 한국 대표단에 질의를 하였습니다. (여기를 보시면 위원들의 질의와 한국 대표단의 대답을 담은 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또 글로 정리된 것은 여기 혹은 자세한 스크립트는 여기를 보시면 됩니다).
심의 중 그리고 심의 후에도 어필의 김종철 변호사는 함께 갔던 시민 사회 대표단과 함께 좋은 권고를 받기 위해 팍스 로마나 사무실에서 위원들에게 전달할 문서를 만들었습니다. 위원들이 적절하게 질의를 할 수 있고, 한국 정부 대표단의 부적절한 대답에 대해 다시 질의를 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한국에 돌아온 뒤인 2017년 10월 10일 드디어 유엔 사회권 위원회의 권고가 나왔습니다. 한국의 사회권 규약 불이행과 관련해서 어필과 기업과 인권네트워크의 주장이 상당 부분 반영된 획기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데요.해외한국기업과 관련해서는 크게 3가지가 강조되었습니다(17. 18. 19. 74.단락에 강조되어 있습니다). 1. 해외한국기업의 상당주의의무(기업의 활동과 결정 관련해서 상당한 주의를 다해 인권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그 위험을 식별/예방/회피하고, 인권침해가 발생했을 경우 그 부정적인 영향을 줄이고, 그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의무)가 법적인 의무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그 상당주의의무는 그 한국기업이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공급망(하청업체, 공급업체, 가맹점)에서도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 2. 공공금융기관이 인권침해에 연루된 해외한국기업에 무분별하게 투자하고 융자하고 보조금주고 해외개발원조를 해서는 안된다는 것. 3. 해외한국기업에 의해 인권침해를 당한 사례들이 보고되고 있는데 한국은 여기에 눈감지 말고 일정한 조치를 취하고 이들이 사법적 혹은 비사법적인 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
추가적으로 외국에서 사업을 하는 기업이 저지른 인권침해에 대해서 해당 국가가 인권보호 책임을 져야한다는 내용의 일반논평 24호에 대해서 한국정부가 주목을 해야하고, 한국정부는 권고가 채택된 후 18개월 안에 어떻게 권고를 이행했는지 유엔 사회권 위원회에 알려야 합니다.
이주어선원과 관련해서는 착취, 나아가 강제노동이 있다는 것에 우려를 표하면서 이주어선원의 인권이 보호되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하면서 여기서도 3가지를 강조를 했습니다(30. 31. 36. 37 단락을 보시면 됩니다). 1. 이주어선원의 여권 압수되는 관행을 막을 것. 2. 이주어선원이 착취 당하고, 구금당하고, 폭행을 당하는 것에 대해 조사를 할 것. 3. 가해자를 제대로 처벌할 것
추가적으로, 어업 일반에 관해 (노동시간과 휴식, 휴게를 포함해) 노동조건의 기준을 낮추지 말라고 했고, ILO 강제노동협약 29호와 강제노동폐지 협약 105호를 비준하라고 했습니다.
한국에 대한 이번 사회권 위원회의 권고는 기업과 인권 영역에서의 국가의 역외 의무에 관한 가장 포괄적인 권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필은 권고를 받은 것에 만족하지 않고 한국 정부가 더 이상 국제적인 흐름에 거스르면서 해외에 진출한 한국기업의 인권 침해를 수수방관하지는 못하도록 위 권고를 가지고 옹호활동을 열심히 하겠습니다.
(김종철 변호사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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