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한 외국인이 한 국가에 자신을 국적국으로 송환하지 말고 국제협약에 따른 보호를 해줄 것을 요청하는 행위를 ‘비호신청(Seeking Asylum)’이라고 부릅니다. 특히 가장 전통적으로는 1951년 난민협약에 따른 보호를 구하는 경우, 혹은 고문방지협약과 같이 강제송환금지원칙의 범위를 넓힌 인권협약에 따른 보호를 구하는 경우가 있는데, 전자를 난민협약에 따른 보호, 후자를 보충적 보호(Complementary protection)이라고 보통 부르곤 하며, 국내의 난민법은 전자에 대해 난민인정을, 후자에 대해 인도적체류지위부여를 하는 방식으로 이를 해결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도 법률전문가가 아닌 난민신청자들의 의사는 ‘난민으로든, 인도적 체류로든 나를 보호해달라”는 비호신청을 하는 것인데, 실무상으로도 난민신청서를 작성하여 제출하면, 주위적으로 난민여부를 검토하고, 예비적으로 인도적체류지위부여 여부를 검토한후, 난민불인정결정(동시에 인도적체류지위 거부결정)을 하는 형태의 결정이 1차 행정청의 심사와, 2차 난민위원회의 이의신청단계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처분은 실질적으로 ‘난민인정처분’, ‘난민불인정처분(그러나 인도적체류허가처분)’, ‘난민불인정처분(그리고 인도적체류허가거부처분)’의 형태로 이뤄지지만 형식적으로 처분서에는 인도적체류허가거부여부에 대한 판단이 기재되어 있지 않았고, 결국 거부처분에 대한 처분성을 인정하기 위한 ‘신청권’의 존부가 일견 명확해보이지 않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따라서 실무상 난민불인정처분은 법원에서 다툴 수 있었지만, 난민인정까지는 아니더라도 인도적체류지위부여가 부득이해보이는 사례군의 경우 법원에서 소위 ‘인도적체류거부취소’를 다투는 방법이 없었습니다.
서울행정법원의 판결
특히, 이런 문제는 시리아, 예멘 등 국가정황만 고려해도 인도적체류지위가 부득이한데, 출입국에서 타사고려로, 혹은 자의적인 징벌적 의사로 단순불인정결정을 해서 송환의 위험을 임박하게 된 사례의 경우 법원에서 다투기에 난점이 있어 난민재신청 외에는 직접적인 방법이 없었습니다. 어필의 이일 변호사는 단순불인정결정을 받은 시리아 난민 A를 위해서 주위적으로 난민불인정결정 취소를, 예비적으로 인도적체류허가거부처분 취소를 구했는데, 서울행정법원은 2018. 12. 7. 예비적 청구를 인용하였고, 법원 보도자료를 통해 주말부터 보도가 되었습니다.
난민법 제2조 제3호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은 사람”(이하 “인도적체류자”라 한다)이란 제1호에는 해당하지 아니하지만 고문 등의 비인도적인 처우나 처벌 또는 그 밖의 상황으로 인하여 생명이나 신체의 자유 등을 현저히 침해당할 수 있다고 인정할 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사람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법무부장관으로부터 체류허가를 받은 외국인을 말한다. |
위 판결은 법리적으로 설명하면 다소 복잡하지만, ‘비호신청권’에 근거하여 ‘인도적체류허가신청권’의 존재를 긍정하고, 이에 시리아의 국가정황을 고려하여 ‘인도적체류허가거부처분’이 위법하다는 판단을 내려 취소한 최초의 하급심 판결입니다.
위 판결의 현실적 의의
그동안 소위 ‘인도적체류허가’도 받지 못한 난민들의 경우 – 특히, 시리아 또는 예멘과 같은 항구적 분쟁이 계속되는 국적국에서 피신하여 비호를 구한 경우에 많은 실익이 있을 것입니다 – 이 행정청의 위법, 부당한 결정을 법원에 구제를 요청할 수가 없었습니다. 논리적, 법리적, 비교법적으로는 당연했으나 이를 다퉈서 사법적 구제를 요청할 길이 열린 것입니다. 향후, “고문 등의 비인도적인 처우나 처벌 또는 그 밖의 상황으로 인하여 생명이나 신체의 자유 등을 현저히 침해당할 수 있다고 인정할 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사람”에 대한 행정청의 처분도 법원의 판단으로부터 자유로운 영역을 주장할 수 없습니다. 이 사건 판결 취지를 존중하는 행정당국의 보다 적법, 정당한 난민인정실무를 촉구합니다.
(이일 변호사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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