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8월 27일 화요일, 공익법센터 어필에서 이전과 조금 다른 살롱드어필이 사이다에서 열렸습니다. 전쟁없는세상,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 기지촌여성인권연대에서 주로 군사주의와 군사기지를 중심으로 활동하며 지금은 녹색당 전국사무처장으로 활동 중인 박정경수 연사는 공익법센터 어필에서 무기와 평화, 그리고 전쟁과 떨어질 수 없는 난민과 한국의 연결점을 설명해주셨습니다.
우리는 전쟁을 누구의 시선에서 생각하고 있는가?
국가가 아닌 자본의 입장에서 전쟁과 관련된 투자를 하는 보드게임을 보여주며, <우리는 “전쟁”을 누구의 시선에서 생각하고 있나요?>라는 근본적인 질문과 함께 박정경수 연사는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단순히 한국에서 쓰이지 않는다고, 우리들과 밀접한 곳에서 쓰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방위산업이 되어버린 무기들은 세계 곳곳에서 생명을 앗아가고 있습니다.
예멘 북부의 예민한 국경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후티 반군은 포획한 한국 무기들을 유튜브 등 자신들이 관리하는 페이지에 게시합니다. 그중에는 K413 세열수류탄, 현궁, K4 고속 유탄 기관총 등 군대를 다녀왔다면 익숙할 수도 있는 무기도 보입니다. 실제로 해외 보고서 중 “예멘에서 한국산 무기가 쓰였다”라는 문구까지 있어, 직접 수출하지 않았더라도 한국 무기가 예멘 내전에 일조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정보가 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인지, 내전을 통해 발생하는 난민 문제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든 가해에 연루되었다는 의견은 찾기 어렵습니다.
이는 살상용 무기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닙니다. 한국은 현재 최루탄을 사용하지 않은 지 10년이 되었지만, 수출은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2011년 2월 중동 지역 바레인(Kingdom of Bahrain)에서 일어난 ‘아랍의 봄’, 국제 앰네스티(amnesty international)에 따르면 한국 업체들은 150여만 발 이상의 최루탄을 바레인에 수출했고 바레인은 매일 2,000발이 넘는 최루탄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이후 2014년 시민 단체들의 노력으로 바레인으로의 최루탄 수출은 중단되었지만, 터키에도 2016년까지 387만 발의 한국산 최루탄이 수출되었고, 지금은 ‘수출 금지 운동’을 피해 현지에서 최루탄을 생산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박정경수 연사는 산업의 측면뿐 아니라 정부의 측면에서도 이러한 무기 산업을 ‘성장동력’의 하나로 주목하고 있다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 당시 세계 방산 수출 17~20위인 한국을 2012년까지 7위로 끌어올리겠다는 포부와 함께, 이후 정권이 바뀌어도 방위산업을 성장동력으로 보는 시선은 바뀌지 않고 있습니다. 2014년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가격 경쟁력이 있는 카피 제품을 만들고,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아 소형무기 수출 전 세계 5위(1위 미국, 2위 이탈리아, 3위 브라질, 4위 독일)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한국은 민간인에 대한 살상률이 높은 특정 무기들을 금지하는 특정재래식무기금지조약(CCW)을 2001년에 가입했고, 현재까지 약 130개 국가가 서명한 무기거래조약(Arms Trade Treaty)을 2016년에 비준했습니다. 하지만 한국 국내법은 이에 따라 바뀐 것이 없습니다. 박정경수 연사는 따라서 무기거래조약이 만들어진 의의를 충분히 살리지 못했으며, 이 때문에 무기거래조약은 한국에서 실질적인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현재 대외무역법 19조에도 “국제 평화 및 안전 유지와 국가 안보를 위하여”라고 모호하게 명시해 이런 예측에 힘을 실어 주고 있습니다.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한국 전체 예산의 10% 정도가 국방 예산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담론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입니다. 정부 보고서에 한국은 해외 국가를 점령한 적이 없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무기 수출을 할 수 있고, 사우디아라비아(the Kingdom of Saudi Arabia), 아랍에미리트(UAE)에 무기 수요가 많다 등의 표현이 있음을 고려해 박정경수 연사는 해외 인권 탄압이나 전쟁에 한국이 적극적으로 개입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과 함께 복지 비용이 OECD 하위권인 것을 오히려 주목할 때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활동으로 4월 전 세계에서 함께 행동하는 세계군축행동의 날(GDAMS)에 참가하거나, 10월 무기 박람회(ADEX)에 대응하는 운동 등을 언급했습니다. 해외는 ‘죽음의 상인’이라고도 불리는 방산업체의 컨퍼런스를 반대하는 시위를 많이 벌이고, 호텔 등도 이런 컨퍼런스가 개최될 경우 이미지가 나빠져 반대하는 경우가 있지만, 한국의 경우는 오히려 환영을 받는다며 아쉬움을 표현한 박정경수 연사는 이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추가로 예멘의 경우 한국에 난민이 입국해 주목을 받았지만, 무기 수출량으로 보면 이라크로 수출한 무기가 압도적으로 많음에도 이야기되지 않는 모습에도 경종을 울렸습니다.
나가며
강연을 끝난 후, 강연을 들으셨던 분이 이런 질문을 하셨습니다. “무기가 당연히 사람을 죽인다는 것에 대한 공감은 없나요?”. 실제로 예멘에 진출한 한국 무기 자료를 찾은 군사 커뮤니티에서도 한국의 무기가 성능이 좋고 잘 팔린다는 등의 평가가 주를 이루었다고 합니다. 많은 사람이 무기를 통해 실제로 생명의 위협을 받은 적이 없어서, 우리가 사는 곳에서 쓰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무감각해진 모습에 저 또한 안타까움을 느꼈습니다. 이미 산업화한 방산 산업을 한꺼번에 바꾸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또한, 한 국가 혹은 한 산업만 무기 산업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투자를 철회한다고 하더라도 다른 기업이나 국가가 그 자리를 꿰찰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생명을 앗아가는 무기가 산업의 대상이 된다는 것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범국가적인 활동이 필요해 보입니다.
<글 내부 링크>
전쟁없는세상, 한국산 무기가 예멘 내전에 사용되었다는 사실, 알고 있나요? http://www.withoutwar.org/?p=14716
참여연대, [종합] 바레인 최루탄 수출 저지 캠페인 : 왜 한국의 최루탄이 바레인을 울리는가 https://www.peoplepower21.org/Peace/1145575
[작성자 공익법센터 어필 17기 인턴 박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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