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신매매와 현대판 노예제, 강제노동의 근절을 위한 각국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2015년 3월 26일 영국에서는 2015 현대판 노예법(2015 Modern Slavery Act)이 영국 의회를 통과한 후 여왕의 재가(royal assent)를 받아 발효되었습니다.[ref]http://www.legislation.gov.uk/ukpga/2015/30/contents/enacted 에서 법안 전문을 보실 수 있습니다. [/ref]
영국의 현대판 노예법은 보다 실질적이고 적극적으로 현대판 노예제도에 대응하기 위하여 기존에 존재하던 현대판 노예제와 관련된 법들을 한 곳으로 모아 정의를 하였고, 현대판 노예제에 대응하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으로 최고형량을 기존의 14년에서 종신형으로 증가시켰으며, 범법자의 재산을 철저하게 몰수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습니다. 또한 법원을 통해 노예제와 인신매매 관련 범죄가 발생하기 전에 예방명령과 위험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하였으며 효과적인 법의 시행을 위하여 독립적인 반노예위원(The Independent Anti-Slavery Commissioner)을 설치하여 관련 법이 잘 집행되도록 독려할 뿐 아니라, 현대판 노예제를 예방하고 피해자 보호, 범죄자 기소, 국내외 협력, 정보 수집을 위한 기구로서 역할을 하도록 하였습니다. 보다 적극적인 피해자 보호를 위하여 피해자가 부적절하게 처벌되는 일이 없도록 피해자가 활용할 수 있는 방어조항을 법 상에 명시하였으며, 배상명령을 통해 가해자에게 몰수한 재산으로 피해자가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였고, 아동 피해자에 대한 변호인에 관한 조항을 마련하여 아동에 경우 확실하게 재판 과정에서의 권리가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법이 영국에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던 외국인 가사노동자들에 대해 효과적으로 보호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그리고 주목할만한 점은 대기업들이 사업이나 공급망에서 노예제 혹은 인신매매가 없다는 것을 확실하게 하기 위하여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에 대해서 공개하는 조항이 추가가 되었다는 점입니다. 사실 이 조항은 미국의 캘리포니아 주에서2012년 1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캘리포니아 공급망 투명성 법률 (California Transparency in Supply Chains Act of 2010)에 착안한 조항입니다.[ref]어필에서도http://apil.tistory.com/1039를 통해 소개해드린 바 있습니다.[/ref] 영국의 현대판 노예법에 명시된 조항은 큰 회사가 현대판 노예제 근절을 위하여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에 대해서 공시를 하도록 하고 있다는 점에서 캘리포니아 공급망 투명성 법률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Transparency In Supply Chains Act
누가? 제품이나 서비스를 공급하고 내무부 시행령에 규정된 매출을 초과하는 회사가
무엇을? 회사가 공급망과 회사에서 노예제 및 인신매매가 발생하지 않도록 취한 조치 혹은 그러한 조치가 없었다는 것에 대해 명시하는 문서 – ‘노예제와 인신매매에 관한 문서’ (a slavery and human trafficking statement)를
어떻게 해야하나? 준비한 후 회사의 대표에게 승인을 받고, 공시를 해야한다.
‘노예제와 인신매매에 관한 문서’에는 어떤 정보가 포함될 수 있나?
- 회사의 구조 및 공급망의 구조
- 노예제와 인신매매에 관한 정책
- 노예제와 인신매매와 관련하여 회사와 공급망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실사절차 (due diligence process)
- 회사와 공급망에서 노예제와 인신매매가 발생할 위험이 있는 경우 위험을 평가하고 관리하기 위하여 취한 조치
- 회사와 공급망에서 노예제와 인신매매가 발생하지 않도록 취한 조치에 대한 평가
- 직원들에게 제공한 노예제와 인신매매에 관련 훈련
캘리포니아 공급망 투명성 법률과의 차이점으로 들 수 있는 것은 캘리포니아 법이 ‘제품(goods)’의 공급망에 대해서만 적용이 되고 있는 반면, 영국 법은 ‘서비스(service)’의 공급망에 대해서도 적용이 된다는 점입니다. 또한 캘리포니아 법에서는 캘리포니아에서 사업을 하고 전세계 총 매출액이 1억달러가 넘는 회사가 공시의무가 있었지만, 영국 법은 시행령을 통하여 공시의무를 갖게 되는 회사의 매출액에 대하여 정하게 되어있어, 2015년 5월 7일까지 영국 정부는 매출액의 규모에 대한 의견을 공청하고 있습니다.[ref]Open consultation-Modern slavery and supply chains, 12 February 2015, UK Home Office, https://www.gov.uk/government/consultations/modern-slavery-and-supply-chains[/ref] 공급망 모니터링 법률의 실효성에 관한 의문은 여전히 제기되고 있지만, 현대판 노예제 근절을 위한 법에서 회사에게 공시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조항이 마련된 점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유의미한 진보로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 조항이 논의될 당시, 굳이 반노예법에 추가하지 않더라도 개정된 영국의 회사법을 통해 공시의무를 부과할 수 있기 때문에 현대판 노예법에는 포함될 필요가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고 합니다. 개정된 영국의 회사법은 2013년 10월 1일부터 특정 회사들이 전략 보고서를 발간할 때 ‘인권 이슈’와 관련된 사항들을 포함하도록 하고 있어 여기에 공급망과 관련된 정보를 추가하면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조항이 굳이 현대판 노예법에 포함되었다는 것은 현대판 노예제 근절을 위한 회사의 역할에 대해 강조를 하고, 회사가 공개한 정보를 통해 소비자들이 보다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하고자 한 의지의 표명으로 보입니다. 영국 내무부장관의 말을 빌리자면 영국의 현대판 노예법은 범법자에게 ‘이 더러운 산업에 몸을 담근다면 기소되고 철창 속에 갇히게 될 것’이라는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가 될 수 있으며, 피해자들에게는 ‘혼자가 아니라 우리가 여기에 돕기 위해 있다’고 도움을 주는 메시지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ref]Modern Slavery Bill published, 10 June 2014, UK Home Office, https://www.gov.uk/government/news/modern-slavery-bill-published[/ref] 한국의 법 또한 인신매매 피해자들의 편에서 도움이 되고 가해자에게 엄중한 경고를 던지는 법이 될 수 있도록, 또한 회사와 소비자들이 함께 현대판 노예제 근절을 위하여 감당해야할 역할을 다하도록 하는 법이 될 수 있도록 어필도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정신영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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