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부산대 법전원 공익인권법학회 초청 강의를 다녀오면서

2014년 9월 28일
* 어필의 이일 변호사는 지난 목요일 부산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공익인권법학회의 초청으로 특강을 하러 부산에 다녀왔습니다. 그날의 후기를 간략히 포스팅합니다. 어필은 1)공익변호활동 일반에 대한, 2)어필이 집중하고 있는 취약그룹(난민, 구금된 이주자, 무국적자, 인신매매 피해자, 해외 한국기업에 의한 인권침해 피해자) 자체와 3)그들에 대한 옹호활동에 관한 소개 및 설명을 요하는 대중강연의 요청이 있으면 언제든지 달려갑니다.

주제는 “공익인권변호사, 길을 찾다”

아직 새파란 젊은 변호사에 불과한 제가 공익변호사라는 타이틀을 받아든 이후로부터, 제 삶의 정직한 실질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해야하는 상황을 맞닥뜨리게 되는 때가 있습니다. 친구들을 만날때나, 기자들을 만날 때, 인턴들을 만나고, 활동가들을 만날 때가 보통 그런순간인데, 심지어는 의뢰인들을 만날 때도 그런 순간을 맞닥뜨릴 때가 있습니다. 기대하는 답변과 실제 모습 사이에서 내심에 복잡한 줄타기가 벌어지게 됩니다.

어쩌면 오늘도 그런 순간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 학회에서 요청받은 강의 제목은 “공익인권변호사, 길을 찾다”였는데요. 사실 저는 ‘공익’도 잘 모르고, ‘인권’도 잘 모르고, 더욱이 “길을 찾은” 사람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과연 어떤 이야기를 전달 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습니다. 오히려 법제에 대한 강의나, 특정 쟁점을 설명하는 강의라면 더 쉬울 수도 있는데, 이와 같이 방대한 주제는 사실 풍찬노숙(風餐露宿)하며 많은 경험과 관록이 축적된 인권활동가분들께서 하셔야 할 이야기들일텐데, 적잖이 고민이 되는 것이죠. 하지만 어떻게 되든 학생들이 학교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현장의 이야기들, 피부에 와닿는 고민들의 접점을 찾아 잘 전달해야했습니다.

한국 공익변호사 활동의 역사와 현황 개관, 그 맥락안 어필의 공익변호활동

강의시간1 (부산대학교 법전원 공익인권법학회 제공)

동아대 공익인권법학회, 그리고 법학전문대학원생이 아닌 분들까지 열성을 갖고 참여해주셨던 오늘, 1시간 남짓 진행된 강의시간을 통해서는 우선, 한국의 공익변호사 활동의 역사와 현황을 간략히 개관하였습니다. 개념을 확정하기 어려운 공익변호활동 자체의 정의는 건너 뛰고, 공익변호사라는 범주와 인물군이 한국사회의 변혁과정을 지나며 어떤 역사적 맥락 안에서 출현했고, 그 경과로 현재 어떤 형태의 옹호활동들이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설명하였습니다.

이후엔, 구체적으로 공익변호활동이 어떤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설명코자, 어필에서 주목하고 있는 5가지 취약그룹인 난민, 구금된 이주자, 무국적자, 인신매매 피해자, 해외 한국기업에 의한 인권침해 피해자들의 상황과,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권리를 옹호하기 위한 어필의 구체적인 옹호(Advocacy)활동의 양상들을 설명하였습니다. ‘아는’ 내용만 전달하고, 또 ‘구체적인 상황과 활동상’을 그려드리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라는 판단 때문이었습니다. 

강의시간2 (부산대학교 법전원 공익인권법학회 제공)

실제로, 모든 공익변호활동이 필요한 영역들이, 평범한 다수의 대중들이 맞닥뜨리는 일상의 삶에서는 경험치 못하는 모순들이 집적된 것들이어서 설명을 듣기 전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들이 많은데요. 더욱이, 어필에서 집중해서 공익변호활동을 펼치고 있는 대상들은 모두 국내에서 넓은 의미의 정치적 주체성을 인정받을 수 없는 ‘국내 거주, 해외 거주 외국인’들이기 때문에, 인종주의, 배타주의, 국민주의, 단일주의의 공고한 논리가 작동하고 있는 한국사회에서 ‘을(乙)’ 중의 ‘을’이기에 그들이 겪고 있는 모순은 더더욱 접해보기 어려운 이야기들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구체적인 쟁점과 옹호활동의 현황을 소개하기 이전에, 생소한 주제 자체를 설명하고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어떻게 옹호하고 있는가’를 설명하기 이전에, ‘난민이 도대체 뭔가’, ‘어떤 외국인이 구금된단 말인가’, ‘국적이 없는 사람들은 존재하는가’, ‘인신매매가 어떻게 규범적으로 문제되는가’, ‘해외 한국기업에 의한 인권침해를 당하는 사람들이란 도대체 누군가’를 우선 설명해야 하는 것입니다. 강제이주자(Forced Migrant)라는 큰 맥락을 먼저 그릴 필요가 있고, 섬처럼 분리된 지정학적 위치의 한국에서 눈을 돌려 국제적인 역학을 볼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의 강의에서도 위와 같은 일반적인 상황을 먼저 강의하고, 그 이후에는 구체적인 사례들, 그 의뢰인들이 처한 개인적 맥락의 이야기들을 설명하고 어떠한 형태의 옹호활동이 이뤄지고, 그 조력과정을 통해 어떤 결과들이 발생하는지를 강의하였습니다. 변호사들이 어떤 부분에서 어떤 형태로 일할 수 있는지를, 그리고 어필이 어떤 특장점을 가지고 그런 일들을 해나가고 있는지를 설명하는 것입니다.

정말로, 구체적인 이야기가 중요합니다. 이론이 아닌 삶의 결이 묻어 있는 이야기가 중요합니다. 타자에 대한 공감(sympathy)은 자기동일시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알고 있는데요. 전혀 겪어 보지 못했던 타자들인 외국인들의 상황에 대한 공감은, 그들이 똑같은 인간이며, 우리 모두 언제라도 같은 처지에 처할 수 있다는 상식적인 이해에서부터 출발하게 됩니다. 타자의 이야기에 공명하기 시작한다면 더 이상 타자가 아닌 것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이야기들을 들려드리는데에 주력했습니다.

강의시간3 (부산대학교 법전원 공익인권법학회 제공)

강의를 마치고 

강의를 마치고 난 질의응답시간에는, ‘한국의 난민 인정률이 저조한 이유는 무엇일까’, ‘구금이 지속되는 원인이 무엇인가’와 같은 쟁점에 관한 일반적 질문, ‘공익변호사들의 월급은 어떤가’와 같은 현실적 질문, 그리고 ‘공익인권변호활동을 수행하는데 있어서 굳은 의지나 결의가 차지하는 중요성이 얼마나 되는가’와 같은 넓은 질문까지 이어졌습니다. 충분한 답변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할 수 있는만큼 최선을 다해 설명을 해드렸습니다. 제가 그려드렸던 활동의 형태와 내용들이 실제로 공익변호사를 꿈꾸고 계시는 모든 분들께 약간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아쉽게도 다음날 오전에 있는 재판으로 인해 뒷풀이에 참석하지 못하고 강의를 마친 후 곧장 서울로 향했습니다. 친절한 한 학회원께서 전철역까지 스쿠터에 태워 배웅해주셔서 편하게 길을 찾아 돌아갔지만, 강의를 마친 후 참석자분들과 개별적으로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없어 너무나도 아쉽고, 한편 죄송했습니다. 앞으로 계속 같은 길 집중하다 보면 또 만나겠지요. 그 마음으로 아쉬운 마음을 약간 줄여봅니다. 강의기회를 주시고, 부족한 강의에 열정을 갖고 집중해 주신 부산대 공익인권법학회 분들을 포함하여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강의를 마치고 (부산대학교 법전원 공익인권법학회 제공)

최종수정일: 2022.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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