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를 상대로 NCP에 진정하다

2012년 10월 9일

공익법센터 어필이 국제민주연대, 공감, 희망법, 좋은기업센터 등과 함께 속해서 활동하는 ‘해외한국기업응연대’에서 2012년 10월 9일 인도의 National Alliance of People’s Movement, 네덜란드의 Fair Green and Global Alliance와 함께 포스코를 상대로 한국과 네델란드와 노르웨이의 NCP(국가연락사무소)에 진정을 제기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삼성동 포스코 앞에서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기자회견 현장)   

포스코는 인도의 오릿사 주 파라딥 항구 근처의 자갓싱푸르라는 곳에서 대규모 제철소(1년에 1200만톤 이상을 생산하는 규모의 제철소)와 그에 부대하는 발전소와 항구 등을 짓기 위해 오릿사 주정부와 2005년에 MOU를 체결하였습니다. 그 MOU에 따라 오릿사 주정부는 포스코를 위해 포스코가 필요로 하는 약 16㎢의 토지를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포스코가 제철소 등을 지으려고 하는 지역)   

그런데 포스코가 제철소 등을 지으려고 하는 그 지역은 대부분(75% 정도)이 삼림인데, 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그 삼림에 의존해서 베텔 바인이라는 식물을 경작하거나 그 삼림에서 나오는 캐슈넛을 팔아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오릿사 주정부가 제철소를 지으려는 지역을 포스코에게 넘기기 위해서 그 지역에서 수 세대 동안 삼림에 의존하여 살아가는 사람들도 쫓겨날 수 밖에 없습니다.

(베텔바인, 오랫동안 주민들에게 꾸준한 수익을 안겨다 주었던 작물, 이 밭에 들어갈 때에는 신발을 벗고 들어가 경외심을 표시해야 한다)

오릿사 주정부는 토지수용법에 따라 적법하게 토지를 수용하였으므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오릿사 주정부의 위 토지 수용은 삼림권보호법(Forest Right Act 2006)을 위반한 것입니다. 왜냐하면 위 법에 따르면 삼림에 의존해서 3세대(75년) 이상 살아가는 거주민(소위 전통삼림지역거주민)들이 있는 경우, 이들이 속한 마을의 의회의 유효한(사전에, 정보를 주고, 자유로운 상태에서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데, 오릿사 정부는 마을 의회의 유효한 동의를 받는 절차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오릿사 주정부는 거기에는 삼림도 없고, 전통삼림지역거주민도 없고, 마을 의회의 유효한 동의 절차도 거쳤다라고 항변하고 있지만, 이러한 주장은 Saxena 위원회 보고서, Meena Gupta 위원회 다수 보고서에 근거가 없음이 밝혀졌습니다).

*삭세나 위원회 보고서  Appendix B – Saxena Commitee Report

*미나쿱타 위원회 보고서 요약   Appendix C – Executive Summary of Meena Gupta Report

오릿사 주정부가 땅을 포스코에 넘겨주는 과정에서 일어난 불법은 삼림권보호법 위반만이 아닙니다. 실제로 그 지역에 있는 수 많은 사람들은 포스코 프로젝트 때문에 (보상을 받는다고 하더라도)자신들이 삼림에서 쫓겨나는 것을 반대하며서 지난 5년간 투쟁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오릿사 주정부는 이들의 평화적인 시위를 최루탄, 고무총, 경찰봉 등을 사용해서 진압해 왔습니다. 폭력적인 진압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상해를 입고 체포되었고 심지어 사망한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체포된 사람들 중에는 매를 맞고 고문을 당한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07년 11월 29일에 평화로운 시위를 하는 마을 사람들은 폭탄과 칼과 치명적인 무기를 가진 500여명의 깡패의 공격을 받았는데, 500미터 안에 경찰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들은 수수 방관 하였고, 수십명의 마을 사람들이 상해를 입었습니다.

  그런데 포스코는 “그래서 어쩌라고?”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내가 토지 수용하는게 아니라 오릿사 주정부가 하는 것이고, 토지 수용에 반대하는 주민들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인권 침해가 일어났다고 해도 내가 저지른 것이 아니지 않은가?”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포스코는 인권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도 그 과정에서 영향을 받는 주민들과 어떠한 실질적인 협의도 없었으며, 심지어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삼림권보호법 하에서 특별한 보호를 받는 지정부족 및 기타 전통삼림지역거주자라는 것을 부인하거나 인식하지 못했습니다. 16평방 킬로미터에 해당하는 지역을 넘겨받아야 하고 그 토지와 삼림에 의존해서 살아가던 수천 가구를 이주시킬 수밖에 없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제대로 된 인권영향평가가 없었습니다. 또한 오릿사 주정부가 포스코 프로젝트를 반대하여 벌이는 시위를 폭력적으로 진압하고 그에 따라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포스코는 자신의 역량을 사용해서 오릿사 정부의 그러한 인권침해를 막거나 경감하지 않았습니다. 오릿사 정부가 그렇게 반대하는 주민들을 폭력으로 진압하면서 까지 토지 수용을 하려는 것이 포스코 프로젝트 때문인데 말입니다.   

(2010년 포스코 프로젝트의 영향을 받는 자갓싱푸르 딩키아 마을을 방문 조사하고 나오는 한국인 활동가들은 마을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는 오릿사 주정부 경찰에 체포되어 경찰서에서 몇 시간 동안 억류를 당하였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다국적기업에 관한 OECD 가이드라인의 아래의 여러 조항들을 위반한 것입니다

*개정된 다국적기업에 관한 OECD 가이드라인에 대해 평가http://www.apil.or.kr/819

-다국적기업은 인권을 존중해야 한다. 즉 다른 사람의 인권을 침해하지 말아야하고, 자신이 연루된 인권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에 대처해야 한다(4장 1항).

-다국적 기업은 인권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는 여성, 아동, 선주민 등과 같이 특정 집단의 인권을 존중하기 위해 특별히 더 신경을 써야 한다(4장1항 관련 주석)

-다국적기업은 자신의 활동(작위와 부작위 포함) 범위에서 인권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야기하거나 기여하는 것을 피해야 하고, 그러한 (부정적인) 영향이 발생한 경우 이에 대처해야 한다(4장 2항).

-기업이 인권에 부정적인 영향을 야기하거나 야기할 수도 있을 때 그 영향을 중지하거나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기업이 인권에 부정적인 영향에 기여하거나 기여할 수도 있을 때 그 영향을 중지하거나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하고, 남아있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 최선의 역량을 사용해야 한다(4장 2항 관련 주석).

-다국적 기업은 위험요인을 감안한 상당주의 의무를 시행해야 한다(2장 A조 10항)

-상당주의 의무는 단순히 기업자체에 발생하는 물질적인 위험를 파악하고 관리하는 것을 넘어선다(2장 A조 10항 관련 주석)

-다국적기업은 사업규모, 운영의 맥락과 성질, 그리고 인권침해 위험요소의 중대성에 따라 적절하게 인권 상당주의 의무를 수행해야 한다(4장 5항)

-다국적기업은 지역공동체에 중대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프로젝트나 기타 기업활동에 관한 계획과 의사결정에 있어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이 고려될 수 있는 의미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이들 모두를 참여시켜야 한다(2장 A조 14항).

이렇게 포스코는 자신이 직접 인권 침해를 하지는 않았다고 하지만 인권에 관한 OECD 가이드라인에 위반하였습니다. 그런데 포스코는 인권에 관해서만 OECD 가이드라인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 환경에 관해서도 위반하였습니다.   

(포스코 프로젝트로 영향을 받는 딩키아 마을의 평화로운 모습)

포스코는 연간 1200만톤을 생산하는 규모의 제철소와 전용 발전소와 항구시설을 건설하면서도 간이 환경영향평가만을 실시했는데, 이는 연간 1200만톤이 아니라 400만톤에 대한 영향평가만을 한 것입니다. 또한 환경영향평가에 관한 환경보호법(1986)은 일 년 동안 수집한 자료를 근거로 포괄적인 환경영향평가를 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포스코는 두 달여 동안에만 자료를 수집하였고(따라서 이것은 환경보호법이 예정하는 간이 환경영향평가에도 미치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왜냐하면 간이 환경영향평가라도 최소한 한 계절 동안 수집한 자료에 근거하고 있도록 하기 때문입니다), 그 두 달도 환경보호법상 환경영향평가가 금지되어 있는 몬순 기간이었습니다. 게다가 환경영향평가를 한 이후 그 보고서를 지역자치 의회에 제공하지 않았고, 프로젝트에 영향을 받는 모든 사람들에게 자신의 의견을 펼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공개심의 장소는 관련 마을들에서 15킬로미터나 떨어진 곳에서 열렸으며, 심의가 열리 바로 전날 바로 그곳에 경찰력이 배치되어 프로젝트를 반대하는 마을 사람들이 심의에 자유롭게 참여하지 못하게 되기도 하였습니다.

따라서 포스코는 환경과 관련해서도 아래의 OECD 가이드라인을 위반하였습니다.

-다국적 기업은 위험요인을 감안한 상당주의 의무를 시행해야 한다(2장 A조 10항)

-상당주의 의무는 단순히 기업자체에 발생하는 물질적인 위험를 파악하고 관리하는 것을 넘어선다(2장 A조 10항 관련 주석)

-다국적기업은 지역공동체에 중대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프로젝트나 기타 기업활동에 관한 계획과 의사결정과 관련하여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이 고려될 수 있는 의미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모든 관련 이해관계자들을 참여시켜야 한다(2장 A조 14항)

-다국적기업은 반드시…기업활동이 잠재적으로 환경 및 건강과 안전에 영향을 미치는 것에 관한 적절하고, 측정가능하고, 입증가능한 정보를 시의 적절하게 대중들에게 제공해야 한다(6장 2a항)

다국적기업에 관한 OECD가이드라인은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다국적기업이 지켜야 할 실체적인 규범만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고, 그것을 위반할 경우 어떻게 다툴 것인지에 관한 절차적인 조항들도 있는데,그것이 바로 각국의 국가연락사무소(NCP, National Contact Point)에 진정을 하는 절차입니다.

그래서 앞에서 말한 ‘해외한국기업응연대’는 인도와 네덜란드 단체와 함께 포스코를 상대로 NCP(국가연락사무소)에 진정을 제기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 NCP 진정은 포스코를 상대로 한 것만은 아니고 포스코에 투자를 하고 있는 노르웨이 정부연기금(GPFG)와 네델란드 연기금(ABP, APG) 함께 피진정인으로 삼았습니다. 또한 한국 NCP 뿐 아니라 네델란드와 노르웨이 NCP에도 동시에 제기하였습니다.

*NCP 진정서 영어본 참조  OECD Guidelines Specific Instance_POSCO_ABP_GPFG_2012-09-10

이것이 크게 2가지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하나는 포스코에 투자하는 네델란드와 노르웨이 연기금도 자신의 역량을 사용해서 포스코가 연루된 인권 침해를 방지하거나 경감하는 노력을 하지 않았으므로 개정된 가이드라인 위반 혐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저희들은 이번 NCP 진정으로 OECD 가이드라인과 그에 따른 NCP 진정절차가 투자자들이 투자를 함에 있어서 윤리적인 고려를 하도록 하는 ‘사회적 투자’ 운동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관련 한겨례신문 2012년 10월 9일자 기사 참조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554873.html 

이번 진정이 갖는 두 번째 의미는 이번 진정으로 한국 NCP가 2012년 5월에 개정된 가이드라인을 적용하여 함께 이 진정 사건을 처리하게 될 노르웨이와 네델란드의 NCP 수준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추고 진정절차도 그에 맞게 개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국의 NCP는 전문성도 독립성도 갖추지 못한 채 그동안 8건의 진정을 받아 그중 1개에 대해서만 권고를 하였고, 어떤 진정은 3년이 넘도록 아무런 결정도 하지 않고 있는 것도 있습니다. 최근 국가인권위원회가 NCP 개혁을 권고하였지만 그 권고를 이행하려는 아무런 가시적인 움직임도 없습니다. 이번 진정을 통해 한국 NCP가 이번 진정을 처리하면서 조직적인 면이나 진정을 처리하는 절차 면에 있어서 공정성과 전문성을 갖춘 기관으로 탈바꿈 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관련 권고문에 관한 기사 참조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01&aid=0005308526

최종수정일: 2022.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