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근해 외국인선원의 인권 침해 실태(“이주민과 함께” 방문 후기)

2012년 6월 20일
외국인 선원들의 인권 침해에 관한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하기 위해 어필의 김종철 변호사가 2012년 6월15일 부산으로 내려갔습니다. 오양 75호의 인도네시아 피해자들과 함께 일해온 연대 단체들이 그 날 중요한 간담회를 개최하고 있었지만, 방송에 누군가가 출연하는 것이 인도네시아 선원들에게 도움이 될 거 같아서 아쉬움을 뒤로 가고 내려 갔습니다.

난생 처음 화장이 아닌 분장을 하고 ‘KBS 시사인 부산’이라는 프로그램 녹화를 마친 김종철 변호사는 오래 동안 부산에서 외국인 선원들과 함께 일해온 ‘이주민과 함께‘라는 단체를 방문했습니다(단체 이름이 참 마음에 듭니다. 마치 ‘늑대와 춤을’처럼요)

인권위 연구 용역 사업으로 연근 해 외국인 선원의 인권 실태를 조사 중인 ‘이주민과 함께’의 부설 ‘이주와 인권 연구소’의 이한숙 소장님과 김사강 박사님, 그리고 상담실장으로 일하고 계신 김그루님을 만나 이야기를 했고 외국인 선원들의 문제에 대해 많이 배웠습니다. 소장님은 한마디로 현 외국인 선원 도입 제도는 예전에 현대판 노예제도라는 평판을 가졌던 ‘산업연수’제도와 별반 다를 바 없다고 강조하셨습니다(주1)

아래에 배운 내용을 간단히 정리해 보았습니다.

우선 외국인 선원들에게는 최저임금법이 적용이 되지 않는다는 것 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최저임금법에서 선원에게는 선원법이 적용된다고 하면서 아예 적용을 제외 시켰기 때문에 적용이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선원법에서는 한국인 선원의 경우에만 국토해양부장관의 고시로 정한 최저임금의 적용을 받도록 하고, 외국인의 경우에는 선박소유자 단체와 선원노동자단체가 단체협약으로 정한 최저임금을 적용 받도록 하였습니다.

그런데 노동조합협회가 과연 외국인 선원들을 대표해서 선주협회와 최저임금에 대해 제대로 협상을 할 수 있을까요? 이것은 마치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인 선원들은 고정 급여 이외에 성과급을 비율에 따라 받는데(이것을 ‘보합’이라도 합니다), 한국 선원들의 성과급은 외국인 선원들에게 고정급을 준 다음에 그 나머지를 가지고 잡은 고기의 양을 기준으로 정해지기 대문에, 외국인 선원들의 급여가 늘어나면 늘어날 수록 그 만큼 한국인 선원들의 몫이 줄어들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인 선원들이 외국인 선원들의 입장에서 그들의 최저임금에 관해 선주와 협상하리라는 것은 전혀 기대할 수 없는 일입니다(노동조합협회는 외국인 선원들이 특별 조합원이라고 하는데, 조합은 외국인 선원들의 유입을 허용하는 대가로 1명당 5만원 씩을 선주로 부터 받고 외국인 선원에게 허울 좋은 특별 조합원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연근 해에서 조업을 하는 외국인 선원 노동자의 평균 월급은 104만원 정도입니다(그리고 원양어선을 타는 경우에는 그 보다 더 적은 임금을 받습니다. 연근 해에서 일하는 외국인 선원은 임금을 비교할 육지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있지만, 원양어선에서 조업을 하는 외국인 선원의 경우 한국에 한번도 오지 않고 출신국에서 조업하는 곳에 갔다가 다시 출신국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더 낮은 임금을 받습니다. 이들의 최저임금은 대략 미화 200불~800불 정도입니다).

그런데 연근해에서 일하는 외국인 선원들의 인권침해의 문제는 여기서 시작됩니다. 외국인 선원들은 육지에서 일하는 자신의 친구들이 자신들 보다 더 나은 근로 조건에서 훨씬 더 많은 임금을 받고 일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이로 이해 외국인 선원들은 선박에서 이탈해서 육지로 가고 싶어합니다. 그리고 선주들은 외국인 선원들이 언제든지 사업장을 이탈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 인신매매 내지 강제노동의 범주에 들어갈 만한 잘못을 저지르는 것입니다.

육지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외국인 선원 보다 왜 너 나은 근로 조건에 있느냐고요? 왜 훨씬 더 많은 임금을 받느냐고요? 우선 배가 육지에서 떠나기 때문에 관리, 감독이 힘들어 배 안에서 부당한 처우가 일어나기 쉽습니다. 많은 외국인 선원들이 한국 선원들과의 차별 대우를 받았다고 호소합니다. 일이 끝난 후에도 외국인 선원들만 남아서 잡일을 처리 한다 든지, 잠자리는 선박에서 시끄러운 곳만 준다 든지 말입니다. 또한 선원의 경우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고 선원법이 적용이 되어 근로조건이나 임금에 있어서 취약한 상태에 있는데, 어선에서 일하는 선원들은 선원법 중에서 ‘시간외 근로’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아 한층 더 취약합니다. 즉 아무리 오래 일해도(선원들은 고기가 많이 잡힐 때는 며칠이고 잠도 못 잔 채 24시간 일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초과 수당을 받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미 최저임금에서 차이가 나버린 임금이 시간외 근로수당에서 더 크게 차이가 나는 것입니다. 그러니 배를 이탈하지 않는 것이 쉽겠습니까?

그 다음으로 선주들은 육지 외국인 노동자들과 임금과 노동조건의 차이 때문에 생기는 이러한 사업장 이탈을 어떻게 막는가 하면, 선원들에게 고용 기간이 끝난 다음에 주겠다고 하면서 정기적으로 임금을 주지 않거나, 임금을 통장에 입금을 하지만 통장을 고용 기간이 끝나면 주겠다고 합니다. 심지어는 선주가 여권을 빼앗고 돌려주지 않습니다. 그런데 체불 된 임금을 받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계속 노동을 해야 하는 상황, 여권을 빼앗겼기 때문에 사업장을 떠날 수 없는 상황, 임금이 들어가 있는 통장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계속 하기 싫은 노동을 해야하고, 심지어는 가혹행위를 당하면서도 멈출 수 없는 상황. 이런 상황을 만들어 내는 것이 강제노동이고 인신매매입니다. 물론 선주의 입장에서는 외국인 선원이 조업을 하다가 이탈을 하게 되면 손해가 큰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선원들이 물건이 아니고 노예도 아니라면 선원들은 언제든지 자신이 싫어하는 일을 멈출 권리가 있고 배를 떠날 자유가 있습니다. 따라서 선주는 강제노동이나 인신매매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외국인 선원들이 일을 계속하도록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근로조건을 개선하거나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주는 방식으로 말이죠.

그런데 외국인 선원들이 배를 떠나지 못하고 가혹행위를 당하면서 열악한 근로조건에서 일을 계속할 수 밖에 없는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이번 오양 75호에서도 드러난 것과 같이 한국에 오기 위해서 송출업체들에게 준 이탈보증금과 관리비 때문입니다.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고액(약 500~1000만원 정도)의 이탈보증금과 관리비를 내고 왔기 때문에, 그 보증금을 찾지 못하게 될 까봐, 관리비를 이미 지급하였기 때문에 외국인 선원들은 강제노동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물론 강제노동의 수단으로 배에서 선원들을 물리적으로 가두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1~2년 전에 감천항 쪽에 배가 육지에 들어올 때 선원들이 머무는 공동숙박 시설이 있었는데 거기서 감금, 폭행이 있었다는 보고가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송출업체에서 이탈 보증금을 받는 것이 인신매매 내지 노예노동으로 이어짐에도 불구하고 송출업체를 통제하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송출업체는 대한민국의 관할이 미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송출업체가 이러한 식의 착취를 할 수 없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선원법은 송출업체의 인신매매 내지 강제노동에 연루되는 것을 무력화 시키기에는 너무 부족합니다. 아니 부족할 뿐 아니라 선원법에서 최소한으로 규정한 송출업체를 규제하기 위한 규정도 지침에서 완화 시켜 버립니다. 예를 들어 선원법에서는 선원의 ‘요청’이 없으면 임금을 송출업체에게 지급할 수 없도록 하고 있는데, 선원관리지침에서는 (선원의 요청이 없어도) 선원의 ‘서면 동의’가 있으면 송출업체에게 임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인신매매 내지 노예노동의 상황을 만드는 송출업체에 국내에 있는 선원관리업체나 선주들이 관여되어 있다는 것입니다(오양 75호의 인도네시아 선원들이 이용한 송출업체와의 인터뷰에서 위 업체 사람들은 보증을 요구하는 것이 한국의 업체가 그렇게 요구했기 때문이라고 한 바 있습니다). 예를 들어 (원양어선의 경우)선주가 송출업체를 대리점 형식으로 운영하여 고액의 이탈보증금을 외국인 선원에게 받게 하거나, 송출업체가 이탈 보증금 이외에 관리비 명목으로 외국인 선원들로 부터 돈을 받아 송입업체(선원관리업체) 등과 나눠 갖는 것입니다.

오양 75호 사건도 그렇고 연근 해의 외국인 선원의 인권 실태도 그렇고 어선에서의 가혹행위와 열악한 근로조건도 문제이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구조적으로 인신매매 내지 강제노동을 가능하게 만드는 구조입니다. 임금 차별과 근로 조건의 차별 때문에 외국인 선원들은 어선을 이탈하려는 강한 유혹을 갖게 되고 그것을 막으려고 선주, 송입업체, 송출업체는 임금을 체불하거나, 여권의 압수하거나, 고액의 관리비를 미리 받거나, 이탈 보증금 받는 등의 방식을 사용하게 됩니다. 그리고 외국인 선원들은 선박에서 가혹행위와 열악한 처우를 당하면서도 임금을 받지 못할 까봐, 여권이 없어서, 이미 고액의 관리비를 냈기 때문에, 이탈 보증금을 떼 일까 봐 사업장을 나가지 못하고 계속 일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우선 선원법이 제대로 이행이 되어야 합니다. 또한 어선의 선원들에게도 선원법이 적용되도록 해야 합니다(지금은 어선원들에게 선원법이 적용되지 않는 부분이 많이 있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선원법이 개정되어야 합니다. 그 개정의 방향은 외국인 선원들의 경우 ‘외국인’으로서 그리고 ‘선원’으로서, 특히 ‘어선원’으로서의 취약성이 충분히 고려되어야 하며, 외국인 선원의 노동이 인신매매 내지 강제노동이 되지 않도록 선주, 송입업체, 특히 송출업체를 규율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 개정 과정에서 선원의 포괄적인 ‘권리 장전’이라고 불리우는 ILO 해사노동협약의 비준과 이행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주1)외국인 선원들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과거 산업연수제도에서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의 역할을 지금은 수협 중앙회가 한다고 합니다. 그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연근 해에서 일하는 외국인 선원이 한국 선박에서 일하게 되는 과정이 설명이 되어야 합니다. 우선 선주들이 필요한 외국인 선원의 수를 수협에 요청을 하면 그것을 모두 합쳐서 수협 중앙회에서 외국인 선원의 도입 규모를 정하게 됩니다(그 후 임금과 근로조건은 선주협회와 선원노동조합협회의 합의로 결정을 하게 되지요). 외국인 선원이 한국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반드시 송출업체와 선원관리업체를 거쳐야 하는데, 선원관리업체들의 선정도 수협이 정합니다. 선주는 여러 선원관리업체 중에 외국인 선원을 받을 선원관리업체를 선정합니다. 선정된 선원관리업체는 다시 수협에 송출업체를 추천하여 승인을 받습니다. 그리고 선주에게 배정된 외국인 선원의 숫자 만큼 송출업체에게 모집을 해달라고 요청을 합니다. 그러면 송출업체가 현지에서 외국인 선원들을 모집을 해서 한국에 입국시키기 위한 절차를 진행합니다. 외국인 선원이 한국에 입국한 후에는 선원관리업체가 인수인계를 받아 제반 절차를 진행합니다. 수협은 한국에 입국한 외국인 선원에 대해 3일 동안 교육을 합니다(수협은 외국인 선원으로 부터 16만 8천원을 받고 위 교육을 한다고 합니다). 이와 같이 교육을 받는 외국인 선원은 선주의 선박에서 일을 하게 되고, 선원의 관리는 선원관리업체라고 불리는 송입업체가 담당합니다.

(김종철 작성)

 

최종수정일: 2022.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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