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어필의 신곡(神曲)-9.5기 인턴 오리엔테이션으로의 여행

2015년 7월 24일

# 아직 여정을 시작하기전, 해맑은 어필 식구들

1. 인턴 오리엔테이션 지옥

7월 6일, 어필 인턴을 시작한지 일주일도 되지 않은 지금…아직은 일도 사람도 낯선 이곳에서 이 몸은 월요일 저녁, 컴컴한 사이다 앞에 섰노라. 새롭게 시작한 9.5기 인턴들과 죽은 고양이를 끝에 매단 기다란 지팡이로 우리를 인도해주는 김연실 감독을 길잡이 삼아 한여름밤의 어필 오리엔테이션 속으로 발걸음을 내딛누나. 

# 지옥의 시작어귀에서 만난, 길잡이가 되어 준 김연실 감독

<나는 보금자리를 잃고 방황하는 난민, 이주민, 인신매매 피해자와 함께하고 다국적 기업의 인권침해를 감시하는 어구여라. 이곳에 들어서는 자는 모두 함께 여정을 떠날 지어다>

사이다 입구 글귀를 보고 뜻을 몰라 혼란스러운 와중 김종철 변호사가 나타나 우뢰와 같은 우렁찬 목소리로 오리엔테이션의 시작을 알리며 나를 깨운다. 

# 제 1옥을 지키는 김종철 변호사

김종철 변호사는 어필이 추구하는 가치와 그 행동방법을 설명하며 단순히 비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대안을 추구하며 대안으로 행동하고자 어필에서 활동한다고 밝혔다. 난민신청자, 이주노동자 등 어필을 찾아오는 의뢰인의 절박함과 어필 조력의 결과가 가져올 무게를 생각한다면 스스로 무게를 짊어지기 힘들다고 설명하면서 인턴에서 함께 일하고 생활하는 동안 자신과 의뢰인 모두 웰비잉(well-being)으로 나아가기 위한 길을 제시하였다. 

제 2옥에 나는 왔도다. 2옥을 맡은 이일 변호사의 난민은 누구인가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하여 난민협약의 형성과 난민요건, 난민인정절차의 수고로움, 어려움을 이야기하니 쏟아지는 비에 후려갈기우는 영혼과 같이 인턴들의 표정이 일그러지는구나. 어필에서 이러한 난민을 지원하는 이유는 한국사회에서 가장 소외받고 조력을 받을 수 없는 취약한 계층이기 때문이다.

어필에서 맡은 난민사례와 그 쟁점에 대해 이야기하며 사실 난민을 도울 수 있는 방법에는 다른 난민지원단체에서 활동하듯 소송 외에도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강제송환금지와 같이 난민의 신변에 가장 큰 위협이 되는 과정에서 변호사의 도움이 가장 필요하고 직접 도울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 2 옥의 이일 변호사

제 3옥을 시작하는 엠마 연구원은 ‘나이로비 코드’ 이름의 연원을 묻는 질문으로 시작하는구나. 나는 대답하였다. ‘나이로비에서 체결되어서?’ 무시무시한 질문을 간단하게 넘어서니 난민지원절차로서의 윤리를 설명하기 시작하였다. 난민을 직접 대면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사례를 설명한 엠마 연구원은 나이로비 코드의 핵심은 다양한 관점에서 난민의 입장으로 바라보며 지원하는 고려해야 한다는 것임을 밝혔다.

# 나이로비 코드를 설명하는 엠마 연구원

제 4옥은 인신매매와 이주노동자에 대하여 지엘 연구원이 담당하여 최근 어필에서 진행하고 있는 원양어선 이주노동자 사례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하였다. 한국 원양어선에서 이주노동자로 일하는 인도네시아인의 폭행, 강제노동 등을 증언하는 영상 인터뷰 등 인권침해 지옥의 생생한 모습을 잘 전달해주었다. 

# 생생한 원양어선 이주노동자 사례를 설명하는 지엘 연구원 

현재 시각 밤 10시, 지옥의 가장 깊은 곳 답게 어둠과 육신의 피로는 더해지지만 다시 몸을 바로잡고 흐리터분한 눈을 비비며 마지막 시련을 준비하고저.  마지막, 제 5옥은 정신영 변호사의 기업인권과 무국적자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작년, 어필 자원봉사자를 통해 제작한 간단한 동영상을 통해 살펴본 무국적자는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국적과 시민권이 주어지지 않는 아동들의 삶과 규모를 알려주었다.

현대사회는 국가보다 다국적 기업의 인권침해사례가 크게 증가하고 있지만 이를 규율할 규범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이와 관련하여 어필에서 진행 중인 우즈벡 목화 아동, 강제노동 사례를 들며 기업인권침해 감시를 위한 국제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 흐려진 시야로 들어오는 마지막 지옥의 정신영 변호사

세시간이 넘도록 이어진 지옥의 오리엔테이션을 무사히 마쳤도다. 참혹하고 영겁의 비명소리 우거진 지옥을 상상하며 여정을 준비했지만 이야기와 웃음이 끊이지 않으니 어필 앞에서는 지옥도 그 힘을 잃고 시들고저. 각 지옥을 안내해주며 어필의 다양한 활동을 소개한 어필 식구 또한 지옥 여정을 도우니 앞으로의 발길에도 함께하기로 언약하였다. 도중에 쉬거나 다음날로 미루자는 악마의 유혹도 있었지만 미루면 결국 여정을 이어가지 못하고 영원히 지옥에 머물렀다는(!) 과거 순례자의 희생을 교훈삼아 모두 끝까지 함께 할 수 있었어라.   

2. 아발론의 연옥(燃獄)

저 높은 하늘의 반짝이는 별이 보이고

저 아래 도로를 밝히는 자동차들의 행렬이 보이는곳

늦은 밤, 연옥의 불을 간직한 걸스카우트 건물 가장 높은곳에 위치한 세미나실에 올라 어필 식구들의 연옥 일정이 시작되었다.

# 연옥에서의 시련을 예고하는 전주곡을 연주하는 엠마

연옥에서는 보드게임 아발론을 통해 서로의 역할을 추리하고 불신과 음모를 몰아내어 정죄하여 천국으로 갈 기회를 엿보아야 한다. 끝없는 모략과 시기, 위장으로 스스로를 단련하고 수행하며 상대방의 빈틈을 노려 정체를 밝히고 악마의 앞잡이들을 색출해내야 한다. 오리엔테이션 일정 중 가장 철학적이며 난해한 연옥에서의 여정을 설명할 수사가 떠오르지 않아 아래의 사진들로 대신하고자 한다.

아발론의 연옥으로 밤을 지새울 것이라는 끔찍한(!) 예언은 현실이 되었다. 기어이 밝아오고야 만 아침을 보며 이어질 천국으로의 여정을 대비하여 생존자들은 아침 햇살로 지옥의 어둠에 익숙해진 눈을 단련시킨다.

# 해 질때만 보던 노을을 아침에 보는 신기함

   3. 창경궁 후원의 천국

다음날 아침, 어둠 깊숙한 사이다의 지옥과 걸스카우트 빌딩 연옥에서 생존한 자들만 지상에 도착하여 창경궁 후원의 천국에 들어 갈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씻지도 못한 김종철 변호사의 모습에서 후광이 비치는 건 치열했던 연옥의 수련 덕이고저.

# 후광이 안보인다고요? 믿으세요!

창덕궁 후원길에 동행하고자 또 한명의 어필 식구가 함께하였다. 스토리대로라면 천국의 입구에서 안내하며 함께 여정을 시작할 예정이었지만 천국의 그리핀이 게으름을 부려 후원이 닫히기 전 간발의 차이로 합류한 정규황 변호사가 그 주인공이다.# 그리핀 엉덩이에 불내고 달려왔습니다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자들을 위한 건배

창경군 후원 여정과 점심 만찬을 끝으로 1박 2일의 인턴 오리엔테이션은 모두 마무리되었다. 사이다에서의 어필 오리엔테이션 지옥부터 밤을 하얗게 새운 빌딩 높은 곳의 아발론 연옥, 여름날의 싱그러움으로 넘치는 창경궁 후원까지, 별을 보며 시작하여 해를 보기까지 오리엔테이션에 함께한 모든 사람들이 어필을 중심으로 돌고있었다.

(어필 9.5기 인턴 박세호 작성)

최종수정일: 2022.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