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면 고문을 당한다고?: 중국 유엔고문방지위원회 심의 참가 후기

2015년 11월 19일

“돌아가면 고문을 당한다고?”

-유엔고문방지위원회의 중국 심의 참가 후기

    

“그들은 경제적인 이주민에 불과하고, 불법체류자이자 처벌되어야 할 범죄자입니다. 그래서 돌려보내는 것입니다. 그들은 난민이 아니고 강제송환금지 원칙을 남용하는 범죄자들입니다. 돌아가면 위험하다고 하는 그들의 말을 믿을 수 없습니다”

      최근에 유통되는 많은 미디어 기사들은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파리 테러’와 ‘시리아 난민들의 대량 유입에 관한 (잘못된) 보고’ 그리고 ‘체류자격 없는 외국인의 IS 지지 혐의’와 ‘아내를 살해한 외국인’에 관한 기사를 연결시키면서, 위의 말처럼, 마치 난민들은 불법체류자이고 따라서 잠재적인 범죄자이고 거짓말쟁이고 심지어 테러와 관련이 있다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이 참에 테러방지법을 만들 기세입니다. 

     

*중국에 대한 유엔 고문 방지위원회의 심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팔레 드 나시옹 

      그런데 위 말은 사실 2015년 11월 18일 유엔고문방지 위원회의 심의를 받으면서 중국 정부 대표가 중국에 있는 탈북자들을 두고 한 말입니다. 심의를 받는 그 날에도 베트남 국경에서 1살 짜리 아동도 포함된 9명의 탈북자들이 북한으로 강제송환 되기 위기에 처해 있었는데도 말입니다(VOA기사참조). 

      어필은 11월 17일과 18일 양일간으로 계획된 중국의 유엔고문방지 위원회 심의를 앞두고 “중국 내에 있는 탈북자들의 사는 법: 강제송환되거나 인신매매 되거나 무국적자가 되거나 Being Deported, Trafficked, or Stateless : Ways of life as North Koreans in People’s Republic of China” 라는 보고서를 위 위원회에 제출한 바가 있는데, 이 보고서의 내용이 심의 과정에서 논의될 수 있도록 로비하기 위해, 어필의 김종철 변호사는 위 중국 심의에 참여를 했습니다.

  

*같이 간 사람이 아무도 없어 셀카를 찍느랴 어쩔 수 없이 크게 나온 얼굴

 

위 보고서는 피난처와 어필이 공동으로 유엔 고문방지위원회에 제출을 했는데요. 그 과정에서 정보슬 전 인턴과 전수연 변호사가 초안을 작성했고, 김다애 전 연구원과 김단비 인턴이 교정을 봐주었습니다. 보고서 최종본은 아래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CAT_Report_North Korean Defectors_APIL.pdf

   위 보고서를 보시면 알 수 있지만 중국 내의 수 많은 탈북자들은 난민 임에도 불구하고 난민으로 보호를 받기는 커녕, 난민지위인정에 관한 심사도 받지 못하고 북한으로 강제송환되어 왔습니다. 그런데 북한으로 강제송환된 탈북자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수사를 받고 구금이 되는 과정에서 고문방지 협약에서 말하는 고문, 굴욕적이고 비인도적인 처우를 당하게 됩니다. 심지어는 처형이 된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정확하게 유엔 고문방지 협약 제3조가 금지하는 것입니다.

*유엔 건물 앞의 부서진 의자 

      그런데 중국내 탈북자들의 운명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탈북자들의 70%가 여성들인데 이들의 대부분이 강제결혼, 강제노동, 성착취와 성매매 등을 목적으로 중국 내에서 인신매매를 당합니다. 강제로 송환이 될 것이 두려워 이렇게 인신매매를 당하지만 중국 당국에 도움을 구할 수가 없습니다. 중국 정부의 탈북자에 대한 강제송환과 인신매매는 이렇게 연결이 되는 것입니다. 

게다가 중국 남자와 강제결혼 등으로 살면서 탈북 여성이 아이를 낳은 경우 그 아이를 ‘호구’에 올리지 않아, 사실상 무국적자가 되어 교육이나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합니다. 이렇게 탈북 여성이 낳은 아이가 무국적자가 되는 것 역시  탈북자에 대한 강제송환과 인신매매와 연결되어 있고, 무국적자로 그 아이들을 방치하는 것 자체가 고문, 비인도적, 굴욕적인 처우를 하는 것입니다.

11월 17일 심의과정에서 그루지아의 투구시(Tugushi) 위원이 어필의 위 보고서를 폭넓게 인용하면서 탈북자의 강제송환과 관련된 이슈를 제기해주었습니다. 그 위원은 “제출된 보고서에 따르면 탈북자에 대한 강제송환이 계속되고 있는데, 그들이 북한에 돌아가면 고문을 당하고 강간이나 심지어는 처형을 당함에도 불구하고, 왜 그들을 단지 경제적인 이주자로 보고, 북한과의 상호협정에만 근거해서 돌려보내는가? 북한과의 협정이 유엔 고문방지 협약을 위반하는 경우 협약을 지켜야 하지 않는가? 중국 공안은 탈북자 뿐 아니라 탈북자를 도와주는 사람에도 처벌을 하고 있는데, 탈북자들을 찾아내는 구체적인 수단에 대해 밝혀라” 라는 취지의 질문을 했습니다. 

  

*중간에 와이셔츠를 입고 있는 그루지아 출신의 투구시 위원 

      또한 미국 출신의 펠리스 기어(Gear) 위원도 탈북자의 송환 문제를 제기하면서 송환된 탈북자들이 강제낙태를 당하는 문제, 중국내의 탈북자들을 난민인정절차를 밟도록 하지 않는 문제를 제기하면서, 얼마나 많은 탈북자들을 매년 송환하는지 물어보았습니다. 또한 2013년 이후 인도적인 이유로 혹은 난민으로 중국에 머무는 탈북자들은 몇 명이나 되는지, 탈북자들의 송환과 그들이 겪는 위험에 대해 국제적인 모니터링을 할 의향이 있는지 여부를 물었습니다. 

    

그 외에도 위원들은 고문의 정의가 국내법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것, 티벳 정치범에 대해 고문을 하는 것, 미결수를 장기간 구금하는 것, 피구금자들의 가족들이 구금 사실에 대해 통보받지 못하는 것, 비밀 구금 시설을 운영하는 것, 인권 변호사들에 대해 보복하는 것, 정부가 변호사들의 자격을 취소하는 것, 구금과 관련한 공안의 잘못에 대해 처벌하지 않는 것, 가정 폭력에 대해 정부가 제대로 대처하지 않는 것, 불법적인 장기이식이 허용되는 것, 파룬궁에 대해 비인도적인 처우를 한 것 등을 유엔 고문방지협약 위반 사실로 들면서 질문을 했습니다.

 
 
그루지아의 투구시(Tugushi) 위원과 기어(Gear) 위원이 탈북자 강제송환 이슈를 문제제기 해서 반가웠지만, 인신매매와 무국적자에 대해서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아, 17일 세션을 마치고 투구시 위원에게 가서 어필의 보고서를  다시 주면서 다음 날 세션에서 당일 나오지 않았던 탈북자의 인신매매와 무국적 이슈에 대해 문제제기를 해줄 것을 부탁을 했습니다. 그런데 투구시 위원은 어필의 보고서를 봐서 그 이슈를 알고 있지만, 한정된 시간에 다룰 내용이 많기 때문에 다음 날 다루지 못할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다시 기어(Gear) 위원을 찾아갔지만, 그 분은 아예 회의장을 떠나서 그 다음 날도 오지 않는다고 하네요. 아쉬지만 탈북자 강제송환 이슈에 대해서 질문이 나온 것에 만족해야 했습니다.
 

 

*빨레 윌슨에 붙은 유엔 고문방지 위원회 심의가 열리고 있다는 안내문

 

원래 유엔 고문방지위원회 중국 심의는 빨레 윌슨(Palais Wilson)에서 하기로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김종철 변호사는 11월 16일 부터 18일까지 개최되는 ‘기업과 인권 포럼’에 참석하기 위한 빨레 드 나시옹(Palai de Nation) 출입증을 가지고 있었지만, 빨레 윌슨의 출입증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제네바에 가기 전에 필리핀 출장을 다녀오느랴 빨래 윌슨 출입증을 받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을 하다가 빨레 윌슨에서 일하시는 한국 officer의 도움을 받아 감사하게도 겨우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회의실에 들어가보니 아무도 없고 텅비어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알아보니 중국에서 사람이 너무 많이 와서 자리가 좁아 빨레 드 나시옹으로 갔다는 것입니다. 헐. 그래서 다시 부랴 부랴 빨레 드 나시옹으로 뛰어 갔습니다.
 
17일에는 주로 위원들이 중국 대표단들에게 질문을 하였다면 18일은 중국 대표단들이 위 질문에 대해 대답을 하고 이에 대해 다시 위원들이 질문을 하고 다시 중국 대표들이 대답을 하는 형식으로 진행이 되었습니다.
 
중국 심의에서 특이할 점 중에 하나는 중국의 특별행정구역(SAR)인 홍콩과 마카오가 함께 심의를 받는다는 것입니다. 홍콩과 마카오에 대해서는 난민과 고문 클레임을 주장하는 사람들에 대한 처우에 논의가 집중이 되었습니다. 이 날 회의장에는 김종철 변호사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두 사람들을 만났는데, 한 분은 예전에 한국에서 만난적이 있는 캐나다 인권 변호사인 David Matas입니다. 파룬궁 이슈 때문에 온 것 같습니다. 그리고 또 한 분은 홍콩에서 난민들을 위해 일하면서 획기적인 판결을 이끌어 냈던 Mark Daly 변호사입니다.
 
 
중국 대표단의 대답은 대부분 변명으로 일관되었고 탈북자 북송에 대해서도 앞에서 인용한 바와 같이 다음과 같은 대답을 했습니다. “탈북자들은 경제적인 이주자들이고 불법체류자들이다라면서 그들이 북한으로 돌아가면 고문을 당한다는 증거가 없다. UN의 인권조사위원회(COI)는 처음 부터 중국이 반대하였기 때문에 그 위원회의 보고서를 믿을 수 없고, 탈북자들의 말도 믿을 것이 못된다. 이에 대해서는 2015년 10월 13일자 가디언지를 보라”
 

  

*중국 대표단과 유엔 고문방지 위원회 의장인 Grossman

 
이러한 중국 대표부의 너무 뻔뻔한 대답에 기가 막혀서 숙소에 돌아와서 한국 신문 기사와 그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는데 중국 정부가 탈북자들에 관해서 말한 것과 비슷한 말이들이 실려있습니다.
 
우리 중에 중국 정부의 대답을 그래로 믿을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중국에 있는 탈북자들은 계속 강제로 송환이 되고 있고 송환된 그들은 고문에 해당하는 인권 침해를 당한다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지 않나요? 그렇다면 이렇게 생각하는 만큼 한국에 난민으로 와서 보호를 요청하는 사람에 대해 경제적인 이주자이기 때문에 불법체류자이고 잠재적 범죄자이고 심지어 테러범일 수 있다는 말을 함부러 하면 안되지 않을까요? 이들은 중국에 있는 탈북자들처럼 정말로 돌아가면 고문을 당할 수 있지 않을까요?
 
중국 정부는 중국내의 탈북자들을 고문을 당할 우려가 있는 북한으로 강제로 보내는 일을 멈춰야 하고, 한국 정부 역시 대부분의 난민들을 단순한 제도를 남용하는자나 잠재적인 범죄자 심지어 테러의 위험이 있는 자로 몰아가는 일을 멈춰야 합니다.
 
*어필의 김종철 변호사는 2015년 11월 23일~27일 열린 아셈 인권 세미나에 초대를 받아 스위스 몽트뢰에 가면서 2014년 11월 17일과 18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고문방지위원회 중국 심의에 참여한 것인데, 제네바에서의 체류비는 공익법조모임 ‘나우’에서 지원을 해주었습니다.
 
(김종철 변호사 작성)
최종수정일: 2022.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