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거리며 짓다, 정의를 | 20년 7월] #6. 어필의 사랑을 전하고 싶습니다 – 정수지 아랍어통역연구원

2020년 8월 5일

공익법센터 어필. 제가 가장 사랑하는 곳입니다. 누군가 얼마만큼 좋아하냐고 묻는다면, 측정할 수 없을 만큼 좋아한다고 말하겠습니다. 50m 줄자로도, 100m 줄자로도, 아니, 500m 줄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깊이는 잴 수 없을 것입니다. 누군가 왜 좋아하냐고 묻는다면, 해가 뜨고 질 때까지 제 말을 들어줄 수 있는지 물어보겠습니다. 모든 순간이 이유이기에 전부 말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어느 해의 봄. 어필에서 사회생활의 첫 발을 내디뎠습니다. 학교가 아닌 회사라니! 제가 가진 재능을 티끌까지 끌어 모아 보여드려야 할 것만 같았습니다. 그때의 제 마음은 뾰족뾰족 세모난 모양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였을까요. 모난 제 마음이 둥글둥글해졌다고 느끼게 된 것이. 
 
    한 여름 땀을 뻘뻘 흘리며 음식을 싸오신 난민분의 얼굴을 뵈었을 때였을까요. 
    난민분이 본국에 돌아가면 체포되어 고문을 당할까봐 밤을 지새우는 변호사님을 바라볼 때였을까요.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생일 파티를 위해 몰래 엽서를 쓰며 두근두근 거렸을 때였을까요. 
    끝이 보이지 않는 난민신청절차에 목 놓아 우셨던 난민분의 눈물을 보았을 때였을까요.
    감기에 걸려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저를 위해 변호사님이 병에 담긴 생강차를 건네주셨을 때였을까요.
    함께 밥을 먹고, 일을 하고, 진로고민도 나누는 인턴 분들이 있어 참 행복하다고 느꼈을 때였을까요. 
    생활고로 힘겹게 사시면서 병원에 동행해주어 고맙다고 다 녹아내린 초콜릿을 쑥스럽게 내민 난민분의 손을 바라보았을 때였을까요. 
    파란만장한 난민분의 삶이 너무 가혹해서 ‘도대체 왜!’ 라고 속으로 마구 외쳤을 때였을까요.
    난민인정 승소 소식에 모두가 날뛰듯 기뻐하고, 축하하며, 함박웃음을 지었을 때였을까요.
 
     아마 모든 순간이었을 것입니다. 
 
    어느덧 어필과 함께한지도 2년 반이 되었습니다. 몇 달 전부터 마음의 준비를 했는데도 막상 떠나려니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런 저를 잘 아는 한 친구가 어느 날 이렇게 말해주었습니다. “네가 그랬던 것처럼 누군가도 어필의 사랑이 필요한 걸 거야. 그리고 이제 네가 받았던 사랑을 어필이 아닌 곳에서 나누어 주면 되는 거야.” 그 말을 듣는 순간, 너무나 아름다운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어필의 다섯 변호사님들, 팀장님, 인턴분들, 난민분들과의 오랜 추억을 기억하며, 어필의 사랑을 전하고 싶습니다. 
 
(공익법센터 어필 정수지 아랍어통역연구원 작성)
최종수정일: 2022.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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