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어업이주노동자 노동착취, 인권침해 실태고발 내용 철저히 조사하고 근본적 개선책 마련하라

2020년 10월 13일

어업이주노동자 노동착취, 인권침해 실태고발 내용 철저히 조사하고 근본적 개선책 마련하라!

– 적반하장으로 면피하려는 일부 사업주, 사업주 주장만 그대로 싣는 언론 유감
– 정부와 사업주, 이주노동자의 기본적 인권과 노동권을 제대로 보장해야

 

지난 10월 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 현장에서는 강은미의원과 참고인으로 나온 동티모르 노동자 아폴리씨가 섬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의 충격적인 노동착취와 인권침해 실태를 고발하였다. 우선, 국가인권위원회의 ‘어업 이주노동자 인권실태 1차 모니터링 결과 보고서’를 강의원이 공개하였는데 이는 2020년 7월 6일부터 9일까지 군산 개야도 및 고군산군도 등 서해안 섬 지역의 고용허가제(E-9비자) 어업이주노동자 63명(개야도 49명, 고군산군도 1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내용이다. 노동시간은 하루에 12시간, 휴식은 0.7시간, 휴일은 한달 평균 0.1일, 월평균 노동시간은 359.9시간에 달했다. 휴일이 하루도 없다는 응답이 90.5%였고, 87.7%는 비가 오거나 태풍이 와서 배타고 나가지 못하더라도 그물 손질 등 다른 일을 한다고 답했다. 노동시간으로 계산하면 월 최저임금은 최소 약 309만원이어야 했지만 실제로 받는 월 임금은 약 188만원에 불과했다. 또한 노동자 개인이 갖고 있어야 할 여권과 외국인등록증을 사업주가 갖고 있는 사례가 6건이고 통장을 가져가서 보관하고 있는 경우도 23건에 달했다. 욕설과 폭언은 69.8%, 계약서 상의 일이 아닌 다른 일 강요 27%, 외출이나 출도(섬 바깥으로 나갔다오는 것) 제한 22.2%, 조업 중 식사 미제공 7.9% 등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기가 막힐 정도이다.

 

참고인으로 나온 아폴리씨는 이런 실태를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섬을 ‘탈출’하다시피 해서 빠져나왔다. 평상시 사업주들의 동의 없이는 배 표도 살 수 없었는데, 단체들의 도움으로 겨우 우여곡절 끝에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는 큰 용기를 내어 국감장에 나왔다. 임금과 근로조건의 열악한 실상, 다른 사업장으로의 불법적 파견, 자유롭게 섬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인권침해, 배에서 식사가 제대로 제공되지 않아 초코파이로 버틴 사연 등을 생생하게 증언하였다. 또한 자기만의 문제가 아니므로, 한국 정부가 이주노동자 실태에 관심을 가져 모든 이주노동자의 근무여건이 개선되고, 계약서대로 식사 시간, 휴식 시간, 휴일이 있어야 하며 월급이 정상적으로 지급되어야 한다고 호소하였다.

 

이러한 처참한 실태 고발과 절박한 호소에 대한 응답은 당연히 철저한 조사와 근본적인 개선책 실시이다. 그러나 일부 사업주들은 마치 아무런 잘못이 없고 자기들은 잘해주었는데 이주노동자들이 사실을 왜곡한다며 적반하장 격으로 항변을 하고 있다. 일례로, 회식사진을 제시하면서 자기들이 식사 제공을 했다고 하는데, 문제제기된 것은 어선 조업 중에 식사 대신 초코파이나 빵을 줘서 노동자들이 고통받았다는 것이다. 장시간 배를 타고 일하는 고된 노동 상황에서 밥조차 제대로 못 먹은 걸 회식 사진으로 면피해서는 안될 것이다. 또한 계약서에 정해진 일터가 아닌 다른 사업장에서 일을 시킨 것을 구두로 합의했다고 하는데 이 역시 어불성설이다. 모든 권한을 사업주가 가지고 있고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절대적인 갑과 을의 상황에서 어떻게 사업주의 지시를 이주노동자가 거부한단 말인가. 사업주의 일방적인 지시에 어쩔 수 없이 따른 것을 마치 합의한 것마냥 포장해서는 안된다. 그리고 보너스를 지급했다고 주장하는 부분도 정해진 일 외에 다른 일을 시킨 것에 대한 것이 아니라, 4년 10개월 간의 체류기간 만료 시에 주어야 할 퇴직금 일부를 지급한 것일 뿐이다. 심지어 섬에서 못 나가게 제한해서 사실상 섬에 가두어 놓은 것을 외출 일정 조율 정도로 표현하고 있는데, 사업주의 동의 없이 이주노동자에게 여객선 표를 팔지 않았다는 것은 매표소 직원도 인정했던 부분이다.

 

자기의 이해관계, 권리가 중요하다면 다른 이의 인권도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 쉬지 않고 부려먹고 임금은 조금만 주고 자기 일터 아닌 이곳저곳에서 일하게 하며 여권, 신분증, 통장은 돌려주지 않고 더욱이 마음대로 섬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는 것이 강제노동이 아니고 무엇인가. 노동부장관조차 “유감스럽다”며 사업주의 외국인고용법 위반을 조사할 것이고 근로감독을 진행하고 있다고 답변을 했는데, 정부는 도대체 과거부터 지금까지 이런 현실에 대해 무엇을 했단 말인가. 무엇보다, 사업주들이 아무런 책임지는 자세도 없이 반발하는 것이 말이나 되는가. 부끄러운 줄을 알아야 한다.

 

더욱이 전북일보, 파이낸셜뉴스와 같은 일부 언론들도 사업주 주장을 사실관계에 대한 정확한 확인 없이 일방적으로 받아쓰고 있는 상황이다. 인터넷 상에서 검색 몇 번만 해보아도 관련 자료들이 있고, 국가인권위의 어업노동자 실태조사나 선원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가 발표한 어선원이주노동자 실태조사 자료 등으로 객관적 현황을 파악할 수 있으며, 심지어 개야도 실태조사 결과자료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런 내용은 의도적으로 외면했다. 많은 수의 피해 당사자들이 버젓이 존재하고 있는데 그들의 증언부터 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한국사회는 이주노동자, 특히 취약한 농업, 어업 이주노동자의 무권리 비인권 현실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님을 인식해야 한다. 참혹한 실상이 제기되면 특정 사업주나 지역의 문제로 가두고 형식적인 조사와 껍데기뿐인 대책을 발표하고 슬그머니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이주노동자 전반의 문제로 보고 철저하고 근본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어업이주노동자의 기본권을 보장하도록 법제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사업주는 있는 법부터 제대로 지켜 이주노동자의 기본적 인권과 노동권을 제대로 보장해야 한다. 전국의 이주·인권·노동·시민사회 단체들은 두 눈을 부릅뜨고 똑똑히 지켜볼 것이며 끝까지 대응할 것이다.

 

2020년 10월 13일

공익법센터 어필, 국제이주문화연구소, 두레방, 민변노동위원회, 이주노동희망센터, 이주민센터 친구, 성공회 용산나눔의집, 아시아평화를향한이주MAP, 이주민방송MWTV, 민주노총, 전국학생행진, 노동당, 이주노조, 녹색당, 노동전선, 사회진보연대, 이주노동자운동후원회, 사회변혁노동자당, 대한불교조계종사회노동위원회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부천이주노동복지센터, (사)한국이주민건강협회 희망의친구들, (사)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 아산이주노동자센터, 아시아인권문화연대, 남양주시외국인복지센터, 순천이주민지원센터, 외국인이주노동자인권을위한모임, (사)모두를위한이주인권문화센터, 원불교서울외국인센터, 의정부EXODUS, 인천외국인노동자센터, 파주이주노동자센터 샬롬의집, 포천나눔의집, 함께하는공동체)

이주인권연대(경산(경북)이주노동자센터, 경주이주노동자센터, 아시아의 창, 울산이주민센터, 이주민과 함께, 이주민노동인권센터, 이주와 인권연구소, 지구인의 정류장, 한국이주인권센터)

광주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광주민중의집, 광주비정규직센터, 광주외국인복지센터, 광주외국인노동자센터, 광주이주민건강지원센터, 공익변호사와 함께하는 동행, 공공운수노조 광주전남지부,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금속노조 광주자동차부품사 비정규직지회, 사회진보연대 광주전남지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법률원(광주사무소), 전남노동권익센터)

대구경북 이주노동자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연대회의(성서공단노조, 대구이주민선교센터, 이주와가치, 북부이주노동자센터, 민주노총대구지역본부, 민주노총경북지역본부, 민중행동, 대구사람장애인자립지원센터, (사)장애인지역공동체, 경산장애인자립센터, 인권운동연대, 대경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땅과자유, 지구별동무, 무지개인권연대, 녹색당대구시당, 노동당대구시당, 노동당경북도당, 정의당대구시당, 진보당대구시당)

이주노동자 인권을 위한 부산울산경남 공동대책위원회(부산가톨릭노동상담소, 김해이주민인권센터, 민주노총부산본부, (사)이주민과함께, 사단법인 희망웅상, 사회변혁노동자당부산시당, 울산이주민센터, 양산외국인노동자의집)

최종수정일: 2022.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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