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K-물대포” 수출 장려하는 국제치안산업박람회 규탄 기자회견

2020년 10월 23일

 

“K-물대포” 수출 장려하는 국제치안산업박람회 규탄 기자회견

평화적 시위 탄압에 사용되는

시위진압 장비 수출 중단하라

 

  1. 오늘 (10/23) 오전 10시, 한국 시민사회단체는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서 “K-물대포” 수출을 장려하는 국제치안산업박람회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번 기자회견은 국가폭력에저항하는아시아공동행동, 국제민주연대, 기업과인권네트워크,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 인권운동공간 활, 인권운동사랑방, 전쟁없는세상, 참여연대, 피스모모가 공동주최했다.

 

  1.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지난 21일 시작된 제2회 국제치안산업박람회에서 평화적 시위 탄압에 사용되는 물대포, 차벽, 경장갑차 등 시위진압 장비들이 “치안한류”라는 이름으로 수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권침해에 사용되고 있거나, 사용될 위험이 있는 시위진압 장비를 국제치안산업박람회를 통해 홍보하고 수출하는 행위를 전면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1.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지난 주말 태국에서 민주화 시위에 나선 사람들을 해산하는 데 동원되었던 물대포가 국제치안산업박람회 참가 기업 중 하나인 ‘지노모터스’의 장비라고 밝혔다. 지노모터스가 2010년과 13년에 태국으로 수출한 물대포가 시위에 참여한 시민들을 조준했고, 이에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했다면서 “치안 한류” 사업의 일환으로 수출되는 각종 치안장비들이 언제든 각국 시민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1. 이어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지난 2015년 11월 민중총궐기 대회에서 경찰의 물대포 직사살수로 죽음에 이른 고 백남기 농민을 언급하며, 고 백남기 농민의 죽음은 물대포의 위험성과 잔혹성을 명백히 드러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비극을 낳은 물대포를 평화적 시위를 탄압하는 데 사용할 가능성이 상당한 국가에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수출하는 것은 한국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가지는 인권 책무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1. 고 백남기 농민의 유족 백도라지씨는 서면을 통해 “아버지 사건으로부터 5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지금, 다른 나라에서 똑같은 비극이 반복되고 있다”며 “살상 무기를 수출하는 부끄러운 짓을 당장 멈추기 바란다”고 촉구하는 한편, 태국의 시민들에게는 지지와 응원을 보냈다.

 

  1. 또한 기자회견에서는 태국의 민주화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학생운동가 네띠윗 초띠팟 파이살이 한국 정부와 시민사회에 보내는 서한이 낭독되었다. 그는 “살수차를 수출한 한국 정부 역시 태국 정부가 자행한 탄압에 책임이 있다”면서, “태국으로의 살수차 수출을 불허하고 민주화 운동이 요구하는 평화적 정권이양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태국 정부에 압력을 가해달라”고 한국 정부와 시민들에게 요청했다.

 

  1. 마지막으로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인권침해에 사용될 가능성이 높은 시위진압장비의 수출에 아무런 규제 체계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국제치안산업박람회를 개최하고 시위진압장비 수출을 장려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참가자들은 정부가 잠재적으로 인권침해에 사용될 수 있는 치안 장비에 대한 수출 규제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고, 규제가 마련될 때 까지 이러한 시위진압 장비의 홍보와 수출을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끝.

기자회견문

“K-물대포” 수출 장려하는 국제치안산업박람회 규탄 기자회견

평화적 시위 탄압에 사용되는

시위진압 장비 수출 중단하라

  지난 21일 시작된 제2회 국제치안산업박람회에서 평화적 시위 탄압에 사용되는 시위진압 장비들이 수출되고 있다. 경찰청과 인천시의 공동주최로 열린 국제치안산업박람회는 세계 각국의 경찰 및 민관 바이어를 초청하여 국내 치안 장비 생산기업이 직접 자사의 상품을 홍보할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치안 수출을 확대하고 “치안 한류”의 촉진을 꾀하고 있다. 그러나 “치안 한류”라는 화려한 슬로건 뒤에서는 물대포, 차벽, 경장갑차 등 시위탄압에 사용되는 시위진압 차량과 고무탄, 최루가스 발사기 등 인체에 치명적인 부상을 입힐 수 있는 시위진압 장비가 적극 홍보되며 수출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이 가운데 국제치안산업박람회 참가기업 중 하나인 ‘지노모터스’가 2010년과 2013년 태국으로 수출한 물대포가 최근 민주화를 요구하며 평화 시위에 참여한 시민들을 겨누고 있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드러났다. 지난 주말 태국 경찰은 시위에 나선 시민들을 강제로 해산하는 과정에서 물대포를 동원했고, 이에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물대포에 최루액이 섞여 몇몇 사람들은 심한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처럼 태국의 시민들을 무자비하게 탄압한 물대포가 소위 ‘민주화 선진국’ 한국에서 수출된 장비라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시위진압 차량 시장점유율 1위에 달하는 지노모터스의 시위진압 차량은 태국을 포함해 전 세계 20개국에 300대 가량이 판매되었다. 이중에는 아랍에미레이트(UAE), 시리아, 예멘 등 오랜 시간 분쟁을 겪고 있는 나라들과 인도네시아, 이란 등과 같이 집회시위의 자유, 표현의 자유가 제한된 나라들도 포함된다. 이는 “치안 한류” 사업의 일환으로 수출되는 각종 치안장비들이 언제든 각국 시민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뿐만 아니라, 오랜 시간 동안 인도네시아의 식민점령에 맞서 독립운동을 벌이고 있는 웨스트파푸아 사람들을 진압하는데 사용되어온 ‘신정개발특장차’의 경장갑차 역시 국제치안산업박람회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신정개발의 홍보자료와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2004년부터 가장 최근에는 2017년까지 인도네시아에 여러 차례 경장갑차 등 시위진압용 차량을 수출했다. 수출된 장비들은 독립 요구 시위에 나선 사람들을 진압하는 데 사용되었다. 일례로 2012년 인도네시아 경찰이 웨스트파푸아 독립운동가를 살해한 것에 항의하는 시위대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한국 신정개발이 수출한 장갑차가 동원되기도 했다. 전방향 교전성능을 탑재하고 있는 신정개발의 장갑차는 시위대에게 큰 위압감을 줄 뿐 아니라 언제든 사격을 실시할 수 있는 위험성을 내재하고 있다.

  이러한 기업들의 참여는 화려하게 포장된 치안산업박람회의 이면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시위진압 장비를 생산하는 기업들은 각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폭력과 인권침해에 기여하면서 이를 통해 배를 불리고 있다. 한국 정부는 치안산업박람회를 열어 이러한 기업들의 활동을 홍보하고, 수출 중개자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인권을 침해하고 신체에 치명적인 손상을 가져올 수 있는 각종 진압장비들이 돈벌이의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정부는 ‘치안한류’라는 이름으로 시위진압 장비를 홍보하는 행위를 중단하고, 인권침해에 악용될 수 있는 장비는 즉각 수출을 중단해야 한다.

  현재 태국 시민들은 정부의 불법체포와 대중교통 폐쇄를 비롯한 집회 방해, 물대포를 동원한 시위진압에도 불구하고 민주화를 요구하며 태국의 광장과 거리를 빼곡히 메우는 등 폭압에 저항하고 있다. 이들은 1987년 6월 항쟁으로 민주화를 이뤄낸 한국의 시민들에게 관심과 지지를 요청하고 있으며 K-Pop을 시위곡으로 채택해 부르고 있다. 이러한 태국의 시위대에게 물대포를 겨눈 것은 다름 아닌 “K-Cop”, “치안한류”라는 이름으로시위 진압 장비를 수출한 한국이다.

  한국의 시민들은 지난 2015년 11월 민중총궐기대회에서 경찰의 물대포 직사살수로 죽음에 이른 고 백남기 농민을 가슴 속에 묻어야 했다. 고 백남기 농민의 죽음은 물대포의 위험성과 잔혹성을 명백하게 드러냈고, 유족들과 인권활동가들의 지속적인 요구에 의해 한국에서 물대포의 사용은 잠정 중단된 상태이다. 국내에서도 물대포 사용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평화적 시위를 탄압하는 데 사용할 가능성이 상당한 국가에 이와 같은 장비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수출하는 것은 한국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가지는 인권 책무를 위반하는 것이다. 우리는 고 백남기 농민을 죽음에 이르게 한 물대포가 “치안 한류”라는 이름으로 둔갑해 수출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 이는 물대포와 공권력이 가한 잔인한 폭력을 함께 겪고 목격한 한국의 시민들이 국제사회에 갖는 책임이자 연대의 목소리이다.

  우리는 인권침해에 사용될 가능성이 높은 시위진압장비의 수출에 아무런 규제 체계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국제치안산업박람회를 개최하고 시위진압장비 수출을 장려하고 있는 사실을 규탄한다. 정부는 잠재적으로 인권침해에 사용될 수 있는 치안 장비에 대한 수출 규제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고, 규제가 마련될 때 까지 이러한 시위진압 장비의 홍보와 수출을 중단해야 한다. 또한, 인권침해에 사용되고 있거나, 사용될 위험이 있는 시위진압 장비를 치안 한류 사업이라는 명목으로 수출하고 촉진하는 행위를 전면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우리는 평화적 집회 시위의 권리를 침해하고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시위진압 장비의 위험이 사라질 때까지 각국의 시민들과 연대하며 규제없는 진압장비 산업이 “인권침해 산업”과 다름없음을 알려 나갈 것이다.

2020년 10월 23일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네띠윗 초띠팟 파이살 (태국 학생운동가, 병역거부자)의 메시지

  안녕하세요. 저는 태국의 인권활동가이자 출라롱콘 대학에서 정치학부 학생회장을 맡고 있는 네띠윗 초띠팟 파이살입니다.

  지난 10월 16일 전 세계는 태국에서 경찰이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평화적 시위대를 강제로 해산시킨 장면을 지켜보았습니다. 당시 경찰은 시위대를 저지하기 위해 물대포를 사용했을 뿐만 아니라 최루가스까지 동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300명이 넘는 의사들이 최루가스의 인체 유해성을 확인해주는 성명을 발표한 바가 있기도 합니다. 당국은 적법절차를 따랐다고 주장하지만, 헌법에 따르면 당국은 평화적 시위자들을 해산하는 데 폭력을 사용할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더구나 시위대 다수는 18세 이하의 청소년이었습니다. (이들 중 많은 수는 K-Pop 팬이기도 합니다)

  그날 현장에는 살수차 두대가 배치됐습니다. 저는 이 살수차가 2012년 ‘지노’라는 한국 기업으로부터 각 2천5백만 바트에 수입된 장비라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해당 살수차 기종은 65미터가 넘는 사거리와 12,000리터 이상의 물탱크를 탑재하고 있으며, 고주파 앰프를 탑재하거나, 염료를 혼합해 분사할 수 있기도 합니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겠지만 한국 정부는 결과적으로 태국 정부가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하는 학생들과 시민들을 탄압하는 데 일조하게 된 것입니다. 살수차를 수출한 한국 정부 역시 태국 정부가 자행한 탄압에 책임이 있습니다.

  한국 역시 자국에서 지난 2015년 현재 수감중인 전 대통령에 대한 항의 시위가 열리던 당시 살수차를 사용해 한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한 바 있습니다. 물대포는 보통의 (살상)무기만큼 강력하지는 않지만, 이것 역시 때때로 통제할 수 없고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한국 정부와 시민들에게 요청합니다. 인권과 민주주의의 편에 서서, 태국의 형제자매들에게 가해지는 잠재적 반인도범죄를 멈추도록 요구해주십시오. 태국으로의 살수차 수출을 불허하고 민주화운동이 요구하는 평화적 정권이양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태국 정부에 압력을 가해주십시오.

백도라지 (고 백남기농민 유족) 메시지

  안녕하세요. 백남기 농민의 딸 백도라지입니다. 지난달에 아버지 4주기를 치렀습니다. 10개월 넘게 병상에서 아버지가 사투를 벌이시던 모습이 눈에 선한데 시간이 어느새 이렇게 빨리 흘렀습니다.

  최근 신문 기사 등을 통해 태국에서 민주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태국 정부가 막무가내식으로 시위를 진압하고 있는 상황을 보고 정말 착잡했었는데, 거기에 물대포가 쓰인다고 하니..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저희는 정부와 경찰측에 물대포 완전 퇴출을 요구했었습니다. 저희 아버지가 다치시고 돌아가신 걸로 이미 물대포의 살상력이 충분히 증명이 되었습니다. 이는 분명 가족들과 아버지의 동지분들에게 가슴아픈 일이었고, 저희 가족들과 투쟁본부는 경찰측에 줄기차게 물대포 완전 퇴출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경찰은 잠정적 사용 중단이라는 답변만을 주었을 뿐입니다.

  저희 아버지 사건으로부터 5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지금, 다른 나라에서 똑같은 비극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태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물대포가 사용이 되고 있고, 정부에서는 ‘치안 한류’라는 이름으로 시위 진압 장비를 수출하고 있다고 합니다. 과학 수사 기법이나 범죄 예방 시스템 같은 것들은 얼마든지 다른 나라에 제공할 수 있지만, 살상 무기를 수출하는 것은 현대 민주 사회에서 용납하기 힘든 일일뿐더러, 거기에 ‘한류’라는 이름까지 붙이는 것은 후안무치한 짓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정부와 경찰은 살상 무기를 수출하는 부끄러운 짓을 당장 멈추기 바랍니다. 저희는 물대포로 인해 제2의, 제3의 사상자가 나오는 것을 절대로 바라지 않습니다.

  또한 태국 시민 분들에게도 힘내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한국에서도 많은 시민들이 태국의 상황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힘내시고 반드시 승리하시길 바랍니다.

최종수정일: 2022.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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