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의 연근해어업 선원이주노동자(E-10-2)제도 개편방안에 대한 시민단체의 입장
1. 평소라면 관심도 끌지못했을 ‘법안’ 하나가 연근해어업 관련업계와 선원이주노동자 인권단체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지난 2021년 3월 2일 해양수산부에서 입법 예고한 ‘한국수산어촌공단법안’이 그것이다. 더 구체적으로는 법안 제8조 [사업] 제①항제4호에 단 한줄 명시된 신설되는 ‘한국수산어촌공단’에서 “「선원법」에 따른 외국인선원의 인력수급, 고용관리에 관한 사업”을 수행한다는 내용 때문이다.
‘법안’대로 라면 그동안 해양수산부에서 수협중앙회로 위탁하고, 또다시 국내와 현지의 민간 송입・송출업체에 재위탁되어 운영되며 수많은 문제점을 야기하고 있는 연근해어업 선원이주노동자(E-10-2)의 현지선발 및 교육, 송출 및 송입, 국내 고용관리 등 전반을 해양수산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수산어촌공단’에서 담당하는 것이 된다.
해양수산부에서는 ‘외국인선원제’라 불리는 현행 연근해어업 선원이주노동자(E-10-2) 제도를 개편해야하는 이유로, ▲외국인선원 인권문제 ▲과도한 송출비용 ▲수협의 공공성 부족을 들고 있다. 한마디로 외국인선원의 인권문제와 과도한 송출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선박소유자단체인 수협은 공공성이 부족하여 그 해결을 기대할 수 없기에 신설하는 ‘한국수산어촌공단’에서 담당케하여 공공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2. 현재 연근해어업 선원이주노동자(E-10-2)에 대한 송출・송입・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수협중앙회 및 민간 송입업체(=관리업체)들은 당연히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관리주체가 바뀌면 혼란이 불가피하다. ▲인권문제는 대부분 원양어선에서 제기된 문제로 연근해어선과는 무관하다. ▲수협중앙회에 비해 전문성과 시스템 역량까지 떨어지는 공단이 맡으면 인력수급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공단 특유의 경직된 행정시스템으로는 현장의 요구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어렵다. ▲무단이탈 방지 등 선원관리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다. ▲민간이 공들여 확보한 시장에 해양수산부가 산하기관을 내세워 무임승차하려 한다. ▲해양수산부 퇴직자 자리를 보전(낙하산 인사를 위한 자리만들기)해주기 위한 것이다는 등의 주장을 펴며 반대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한마디로 현행 체계를 그대로 유지하여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시장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것이다.
3. 그러자 해양수산부에서 한발 물러선 것 같다. 해양수산부는 2021년 3월 22일자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외국인선원제도 개편방안의 주요내용은 ①현지선발과 ②현지교육 및 송출업무는 공공기관이 담당하지만, ③국내관리는 기존과 같이 수협과 민간업체가 담당하고 있는 민간중심의 현 체계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소위 현지에서 선원이주노동자를 선발・교육하고 국내로 보내주는 것 까지는 공단의 역할이고, 국내에 들어온 선원이주노동자를 관리하는 것은 기존과 같이 수협중앙회와 민간 송입업체(=관리업체)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송출업무와 송입・관리업무를 이원화시켜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로 ▲일선 수협과 민간업체가 담당하고 있는 국내관리는 체계적으로 이루어져 이탈율 방지에 효과가 있는바 민간중심의 현 체계를 유지하겠다는 것과 ▲국내관리는 지역조직도 없고 지구별 수협처럼 발빠르게 움직일 수도 없기에 공단이 할 수 없는 구조라고 밝혔다고 한다. 한마디로 법안따로 현실운영 따로 하겠다는 것이다. 법안에서는 공단의 사업으로 인력수급, 고용관리를 명시해 놓고는, 현실에서는 공단은 인력수급만 하고 고용관리는 현행처럼 위탁구조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4. 해양수산부의 연근해어업 선원이주노동자(E-10-2)제도 개편방안에 대한 선원이주노동자 인권네트워크의 입장
① 선원이주노동자 송출과 송입・국내관리를 ‘이원화’시키는 방안으로는 결코 연근해어업 선원이주노동자(E-10-2)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현재 선원이주노동자 1인당 1천만원이 넘는 과도한 송출비용의 문제는 현지의 민간송출업체 그리고 이와 파트너쉽을 맺고 있는 국내의 민간송입업체라는 구조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들 송출・송입업체는 한 몸이나 다름없는 구조다. 선원이주노동자들은 자신에 대한 관리비용을 자신이 납부하고 여기에 이탈보증금, 민간 송출・송업업체들의 이윤까지 보장해야 하기에 이 모든 금액이 포함된 송출비용은 계속 높아져 왔다. 이 높아진 금액을 현지 송출업체와 국내 송입업체가 나눠먹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 현 ‘외국인선원제’다.
그런데 현지 송출을 해당국가와 MOU를 체결하고 공공기관이 담당함으로써 송출비용을 없앴다고 치자. 그러면 계속 국내관리를 담당하게 될 민간 송입업체들은 어떻게 유지될 수 있을까? 국내 민간송입업체들이 받고 있는 것은 선주들로부터 1인당 월 1만원씩의 관리비가 전부인데 말이다. [예를들어 국내 연근해어업 선원이주노동자(E-10-2) 수를 1만명으로 잡고, 국내 송입업체수를 20개로 잡았을 때 1개업체당 관리하는 선원이주노동자 수는 평균 500명이 된다. 송입업체는 매월 500명×1만원=500만원의 수입밖에 없게 된다. 선원이주노동자 관리는커녕 업체 유지조차 어렵게 된다.]
이렇게되면 국내 민간 송입업체들은 다른 편법을 사용하여 선원이주노동자들을 갈취하던가, 아니면 관리를 맡긴 정부에 보조금(=지원금)을 요구할 수 밖에 없게 될 것이다. 선원이주노동자들이 또다른 착취구조에 놓이게 되던가, 아니면 쓸데없는 국가보조금 낭비로 귀결될 수 밖에 없다. 이렇듯 이원화 구조는 이후 더 많은 문제점을 야기할 수 밖에 없을 것임이 분명하다.
② 수협중앙회와 민간업체가 담당하고 있는 국내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져 이탈율 방지에 효과가 있다는 해양수산부의 진단은 잘못되도 한참 잘못된 진단이다.
해양수산부는 수협중앙회와 민간업체가 담당하고 있는 국내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져 이탈율 방지에 효과가 있다며 민간중심의 현 체계 유지를 밝히고 있다.
연근해어업에서 일하고 있는 선원이주노동자들의 이탈율은 ‘외국인선원제’로 운영되는 20톤이상(E-10-2)이건, ‘고용허가제’로 운영되는 20톤미만(E-9-4)이건 다른 업종에 비해 높다. 이탈율이 높은 핵심적 요인은 노동시간, 노동강도, 임금수준 등 노동조건이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는게 우리의 판단이다. 수협중앙회나 민간 송입업체들은 고용허가제 어업(E-9-4)과의 이탈율만 비교하지 고용허가제 제조업(E-9-1)과의 이탈율은 비교하지 않는다. 어업분야 이탈율이 높은 이유는 장시간・고강도 노동을 행하지만 육상처럼 연장・야간・휴일근무수당 등 그에따른 댓가가 제대로 지급되지 않는데 따른 요인이 크다. 관리의 문제가 아니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고용허가제 어업(E-9-4)보다 외국인선원제(E-10-2) 이탈율이 낮은 것은 체계적 관리때문이 아니라, 고용허가제 어업(E-9-4)에는 없는 이탈을 방지하기 위한 집문서+땅문서 담보 및 1인당 300만원~500만원에 이르는 이탈보증금 납부에 따른 원인이 크다고 보고 있다.
결국 심각한 인권침해이자 인신매매라 할 수 있는 강제적 조치들로 인해 이탈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을 가지고, 국내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져 이탈율 방지에 효과가 있다고 진단하는 것은 폭행 등 반인권적 방법으로 단기적 성적을 높인 체육지도자를 칭송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잘못된 진단이다. 잘못된 진단을 토대로 계속 국내관리를 담당하게 하는 것 역시 잘못된 방안이 될 뿐이다.
③ 연근해어업 선원이주노동자(E-10-2) 문제는 송출・송입・관리의 공공성 강화를 한 축으로 하고, 노동조건 개선을 또다른 축으로 해서 개편되어야 한다.
신설되는 ‘한국수산어촌공단’이 처음부터 송출・송입・관리의 역할을 제대로 해낼 수 있을지는 의문인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주요한 점은 그동안 ‘외국인선원제’ 운영에 있어 민간에의 위탁~재위탁으로 그 책임을 회피했던 해양수산부가 늦게나마 산하 공공기관을 통해 공공성 강화를 위한 첫발을 떼려고 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따라서 다소 시행착오가 있더라도 법안 따로 현실 따로인 이원화 추진 방안이 아니라, 처음부터 공공성 강화를 위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리고 연근해어업 선원이주노동자(E-10-2) 문제는 공공성 강화를 통해 송출비용 문제 해결은 가능할 수 있겠지만, 장시간・고강도 노동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 차별・보합제 배제 등 노동조건 개선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여전히 문제는 남게 된다. 이 역시 더 늦기 전에 개선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2021년 4월 12일
선원이주노동자 인권네트워크 (경주이주노동자센터, 공익법센터 어필, 공익변호사와함께하는 동행,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성요셉 노동자의 집, 이주와인권연구소, 한삶의집, (재)화우공익재단), 국제이주문화연구소,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사)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 아산이주노동자센터, 부천이주노동복지센터, 인천외국인노동자센터, (사)한국이주민건강협회 희망의친구들, 남양주시외국인복지센터, 성공회파주이주노동자센터 샬롬의집, 포천나눔의집, 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 아시아인권문화연대, 순천이주민지원센터, 외국인이주노동자인권을위한모임, 의정부EXODUS, (사)함께 하는 공동체, (사)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원불교 서울외국인센터, 한삶의집, 이주민센터 동행), 이주노동자평등연대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노동당, 노동사회과학연구소, 노동전선, 녹색당, 대한불교조계종사회노동위원회, 성공회 용산나눔의집, 민변노동위원회, 사회변혁노동자당, 사회진보연대, 이주노동자노동조합(MTU), (사)이주노동희망센터, 이주노동자운동후원회, 이주민방송(MWTV), 이주민센터 친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전국학생행진, 지구인의정류장, 필리핀공동체카사마코), 가톨릭노동상담소, 경산(경북)이주노동자센터, 국제민주연대, 난민인권센터, 두레방, 민주노총/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연맹, 부산지역일반노동조합, (사)시민환경연구소, 사회변혁노동자당 부산시당, 아시아의창, 외국인이주노동자인권을위한모임, 울산이주민센터(Ulsan Migrant Center), 이주민노동인권센터, 이주민방송 MWTV, 이주민지원공익센터 감동, 전국민주연합노동조합 시흥지부, 지구인의 정류장, 한국이주인권센터, 홈리스행동, 환경운동연합, 환경정의재단 (Environmental Justice Foundation, EJ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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