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 자료] 난민신청 ‘접수거부’ 위법확인소송 선고 기자회견

2021년 4월 21일

난민신청 ‘접수거부’ 위법확인소송 선고 기자회견
– 1년 2개월 공항에 방치, 무엇을 위함입니까?-

○ 일시: 2021. 4. 21.(수) 14:00

○ 장소: 서울고등법원 앞 삼거리

○ 주최: 난민인권네트워크

○ 주관: 사단법인 두루, 공익법센터 어필


발언 1 : 사건의 경위 및 소송의 개요
(난민신청자의 소송대리인 사단법인 두루 이한재 변호사)

 

이 사건의 당사자 A씨는 본국에서의 박해로 인해서 생명에 위협을 느꼈고, 가족의 죽음을 눈앞에서 목격한 뒤 홀로 탈출했습니다. 한국을 거쳐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로 가는 티켓을 겨우 구했고, 2020년 2월 한국에 입국하여 인천국제공항에서 난민신청을 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당사자는 환승 티켓을 가지고 입국했다는 이유로 난민신청서도 접수하지 못했습니다. 난민신청을 하는 데에는 티켓의 종류와 입국의 자격, 심지어 여권이나 비자의 유무 등 어떠한 제한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 법적으로 명백합니다. 공항에서는 난민신청을 일단 접수하고 정식 난민심사가 필요한지 미리 판단할 수 있는 간이절차도 운영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출입국 당국은 그간 환승객이더라도 일단 절차를 개시하여 간이심사를 실시해 왔습니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이 당사자에 이르러서는 갑자기 입국 자격이 없으므로 난민신청서를 접수조차 할 수 없다고 이야기한 것입니다.

 

A씨는 난민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한국에서마저 쫓겨난다면 결국은 본국으로 송환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에게 본국 송환은 죽음과 같은 의미였습니다. 이미 본국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사망을 목격한 그는, 이대로 한국에서 출국당할 경우 목숨을 잃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난민 신청서 접수에서부터 가로막혔지만 곧바로 환승구역에서의 노숙생활이 시작된 이유였습니다.

 

다행히도 A씨는 UNHCR 핫라인을 통해 초기에 공익변호사들과 연결될 수 있었습니다. 변호사들은 A씨를 대리하여 난민신청서 접수거부가 위법하다는 점을 확인하는 소송 및 A씨가 환승구역에 구금되어 있으므로 일단 구금을 해제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비슷한 상황에 놓이는 대부분의 난민들은 적절한 절차를 거칠 기회도 없이, 알려지지 않고 장기간 고통받다가 더 이상 견딜 수 없을 때 출국하게 됩니다. A씨는 일찍부터 알려지고 소송도 진행할 수 있게 되어, 이런 점에서는 인천공항에 드물게 찾아오는 행운을 거머쥔 경우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씨의 고통은 빨리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로부터 시작된 A씨의 인천공항 43번 게이트 노숙 생활은 변호사들이 예상했던 것보다도 훨씬 더 장기간 이어졌습니다. 변호사들은 변호인 접견을 이용하여 사비로 생활비를 드리거나 마스크, 음식, 샴푸 등 생필품을 사가기도 하다가 체류가 너무 길어지자 SNS를 통해 모금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개인 SNS를 이용한 모금도 한계가 온 이후에는 온라인 미디어 ‘닷페이스’와 함께 프로젝트 펀딩을 진행했습니다. 여러 시민들의 응원으로 A씨는 1년 2개월을 버틸 수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A씨의 1년 2개월은 어떤 중범죄자가 받는 형벌보다 가혹했습니다. 바깥 외출이 불가능한 것은 물론, 매일 식사와 씻을 곳을 걱정해야 했으며, 모금액이 떨어지는 날은 수없이 굶기도 했습니다. 잠자리는 춥고 24시간 불이 켜져 있었으며, 코로나로 인해 텅빈 인천공항에서 대화할 상대도 없이 오랜 기간을 지내야 했습니다. 오랜 노숙 생활에 탈장 증세가 나타나 쓰러진 적도 있었습니다. 이 때에도 공익변호사들이 긴급상륙허가를 받아 공항 병원 진료를 받았을 뿐, 당국의 그 누구도 A씨의 건강을 책임지지 않았습니다. A씨는 그 뒤로 공항에서 나올 때까지 제대로 검사도 받지 못한 채 변호사들이 전달해 주는 진통제를 먹으며 버텼습니다.

 

이 상태가 1년 2개월이나 지속되었습니다. 다행히도, 인천지방법원 재판부는 “환승구역에서 사생활의 보호·의식주·의료서비스 등 인간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처우를 전혀 받지 못하”였다면서 “수용을 임시해제한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 결정으로 인해 A씨는 드디어 땅을 밟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결정은 단순히 A씨의 구금을 해제하는 것뿐만 아니라, 절차를 가로막아 공항에 방치하는 것만으로도 ‘구금’과 같이 취급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한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난민신청에 관한 행정소송이 오랜 기간 결론 없이 공전하는 와중에 빠른 결단을 내려주신 인천지방법원 인천지방법원 제1-2형사부에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오늘은 위 ‘인신보호’사건과 별도의 난민 관련 행정소송의 선고가 있었습니다. 이는 A씨가 환승객이라는 이유로 난민신청을 접수조차 해주지 않았던 것이 위법한지 밝히는 판결입니다. 그런데 이 판단은 지금보다 훨씬 더 빨리 종결될 수도 있었습니다. 국제적으로 입국자격의 여부는 난민신청 여부와 무관하다는 점이 거의 의심되지 않는 확립된 법리이기 때문입니다. 설사 이에 대한 국내법원의 판단이 필요했더라도, 이미 A씨는 작년 작년 6월 4일에 이 사건에서 승소했습니다. 한 사람이 비인도적인 환경에서 목숨을 위협받고 있는 가운데, 패소한 출입국 당국이 굳이 항소까지 해가면서 이 상황을 연장해야 했는지 의문입니다.

 

공항에 난민신청자를 가둬두고 더 이상 견딜 수 없어서 제발로 출국하도록 만드는 일은 지금까지 수없이 반복되어왔습니다. 출입국 당국은 다양한 편법적인 수단을 동원하여 난민신청의 길을 좁게 만들고 있습니다. 난민신청 ‘접수’자체를 거부하는 황당한 일이 그간 얼마나 있었는지 알 길이 없지만, 최소한 법정에서 다퉈진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A씨의 큰 희생이 있었지만, 첫 사례에서부터 우리 난민신청제도에 한 획을 긋는 좋은 판결이 이어져 다행입니다. 이번 사례를 통해 절차를 가로막고 공항에 방치하면 ‘구금’에 해당하며, 난민신청을 위해 입국 자격과 같은 특별한 ‘자격’을 요구할 수는 없다는 점이 확인되었습니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출입국 당국의 탈법적 난민제도 관행이 중단되고, 공항 난민신청자에 대한 인권침해의 현실이 개선될 것을 기대합니다.

 

 

발언 2:  법무부는 인간을 실험대상으로 삼는 것을 중단하고, 난민A씨에 사과하고 공항 난민제도 개선을 통한 근본적인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 (난민신청자의 소송대리인 공익법센터 어필 이일 변호사)

 

난민 A씨가 공항에서 실험대상으로 전락하여, 위법한 접수 거부 앞에 존엄함을 잃지 않으려 버텨 오신지 1년 하고도 2개월이 지났습니다.

 

홍콩에서부터, 최근 미얀마에 이르기까지 잔혹한 국가 폭력은 계속되고 이에 대한 연대의 목소리가 국내에서도 뜨겁습니다. Black lives matter부터 Stop Asian Hate까지, 소수자들에 대한 차별과 혐오, 그리고 그로 인한 폭력과 고통은 중단되어야 한다는 연대의 목소리가 세계를 뒤덮고 있습니다. 차별과 혐오에 대한 반대, 폭력으로부터 존엄을 지키기 위해 피난한 난민들의 사회적 자리에 대한 연대는 더 이상 먼 곳의 이야기가 아니라 한국의 시민들의 목소리입니다.

 

그러나, 한국의 법무부는 이러한 상황속에도 국가 폭력으로부터 피해온 난민들을, 남용적 난민이라고 낙인 찍어 난민혐오를 방치해왔습니다. 난민들에게 한국은 너희들을 환영하지 않는다고 가혹하게 밀어붙여 난민들이 스스로 사지로 떠나도록 내몰고 가스라이팅을 해왔습니다. 수많은 난민들, 이주민들을 대할 떄마다 듣는 얘기가 있습니다. “우리들에게 법을 지키라고 하지만 그 법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국제인권협약을 지키지 않는게 법무부 아닌가요” “기준도 없이 아무렇게나 말을 바꾸고 우리들을 한없이 조아리게 하는 법무부가 문제가 아닌가요”

 

국가폭력으로부터 피신 해온 난민 A씨는 아무런 잘못이 없습니다. 다만 그에게 잘못이 있다면 수많은 소수자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보다는 보이지 않는 곳에 가두는 거대한 시설사회인 한국. 소수자들에 대한 정의보다는 손가락질, 힘있고 가진자들에 대한 우대, ‘능력’을 증명하지 않으면 존재가치가 없다는 한국사회의 무서운 논리를 인종차별적 형태로 반복하는 법무부가 있는 국경으로 몸을 피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입니다.

 

난민A씨를 공항에서 그동안 만나고 연대를 조직해가며, 너무나 부끄럽고 죄송했습니다. 한국정부는 제네바에서 “대한민국의 난민보호에 관한 진정한 연대를 보여주겠다”라고 선언해왔습니다. “아시아 최초의 난민법 시행국가”라며 부끄러운 자랑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법무부는 지속적인 난민거부정책을 일관해왔고, 그것이 난민A씨에게 이르렀던 것입니다. 

 

난민 A씨의 당연한 요청은 “저는 돌아가면 위험하니 난민신청서류를 주세요”였고, 법무부는 이걸 지금까지 계속해서 거절해왔습니다. 사실 법무부는 이와 같은 처분이 위법한 것을 알았습니다. 그러나 1심에서 패소했음에도 항소했습니다. 항소심에서는 통상과 다르게 세금을 들여 변호사를 선임하기까지 했습니다. 바로 그러한 이유는 혹시나, 재판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으면 앞으로 국경에서의 위법한 난민거부가 더욱 용이해질까하여 난민 A씨의 안전과 권리를 담보로 그를 실험대상으로 삼았던 것입니다. 이와 같은 1년 2개월동안의 법무부의 실험은 위법하다고 오늘까지 두 차례에 걸쳐 사법부가 선언한 것입니다.

 

오랜시간 동안 난민거부정책을 펼쳐온 법무부에 대해 시민사회에서 공항에서 이러한 잔혹한 추방과 구금이 일어나지 않도록 요구해왔던 안들이 있습니다. 법무부는 난민 A씨를 실험대상으로 삼아 국경에서의 난민거부를 획책하려는 시도를 중단하고, 법률은 행정관행에 복종시키려는 계획을 중단하고, 대책ㅇ,ㄹ 마련할 것을 촉구합니다.

 

첫째, 법무부는 난민 A씨에게 사과하고, 대한 이번 판결에 대해 – 난민심사도 아닌, 공항에서 심사도 아닌, 접수조차 받아주지 않은 것 – 부당하게 상고하여 고통을 가중시키지 마라. 둘째, 공항 난민 신청절차를 개선하되, 부당한 불회부사유를 삭제하라.

셋째, 운수 업자인 항공사들 뒤에 숨어, 항공사들에 의한 부당한 인권침해에 눈감지 말고 직접 절차를 관리하라.

넷째, 국제사회 속 한국의 국격에 맞게 원칙적으로 회부결정을 통한 난민심사기회를 부여하라.

다섯째, 사법부의 판단을 구하며 이의를 하는 난민들이 공항의 송환대기실이나 환승구역에 구금되어 또다시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공항 밖에서 머물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라.

 

 

발언 3 : 당사자 발언문 (대독) (난민신청자의 소송대리인 사단법인 두루 이상현 변호사 대독)

 

* 아래의 내용은 당사자의 구술 내용을 한국어로 번역한 것입니다.  공항 입국자의 코로나-19 관련 격리 지침으로 인하여, 당사자가 오늘 현장에 직접 출석할 수 없었습니다.

 

저는 본국에서의 박해를 피해서 난민신청을 하기 위해서 한국에 왔습니다. 저는 쌍둥이 형제가 있습니다. 형제는 고향에서 살해당했습니다. 돌아가는 일이 두려운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무엇보다 돌아가면 살해당할 것이라는 점이 가장 두렵습니다. 이제 저는 인생에서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는 사람입니다. 저는 아이들이 다섯 있었습니다. 이제 어디에 있는지도 알 수 없는 이 아이들도 다시는 볼 수 없겠지요.

 

제가 인천공항에서 살아남은 것은 신의 도우심이 있었다고밖에 할 수 없습니다. 저는 본국에서의 일로 인해 미쳐버리거나, 두려움으로 모든 희망을 놓아버리지 않고, 음식을 구하고, 씻고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공항에서는 돈이 있어도 음식을 구하기가 힘들었습니다. 제 티켓과 여권을 (출입국당국이) 가져가 버렸는데, 물건을 사려면 티켓과 여권을 제시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한국 시민들에게 조국이 평화를 찾도록 도와주실 것을 간청합니다. 저는 눈앞에서 저의 형제와 다른 사람들이 죽어가는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저는 한국 시민들에게 저를 받아주실 것을 간청합니다. 저를 머물게 해주신다면 실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점을 약속합니다.

 

저는 기자회견 자리를 빌어, 모두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습니다. 제가 인천공항에 도착했을때부터 저를 자주 방문하고 도와주신 UNHCR, 인권단체들, 기자님들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저에게 매일 인사해 주시던 인천공항의 청소부 선생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제 인사를 받아주시고 미소지어 주시던 이름 모를 인천공항의 직원분께도 감사드립니다. 모두 감사합니다.

 

최종수정일: 2022.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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