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걸 주의하셔야 합니다’ -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 강의를 마치고

2015년 9월 1일

어필의 이일 변호사는 불볕더위가 한창인 8월 3일 박세호, 박소현 인턴과, 이상덕 변호사와 함께 영종도에 위치한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산하기관 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에 방문하여 센터에 머물고 있는 난민신청자들을 대상으로 한국의 난민제도, 난민신청 절차 및 난민심사 준비의 유의점 등에 대해 강의를 하고 돌아왔습니다.

출입국 외국인지원센터는 이런 곳입니다

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는 ‘난민신청자인 시설 이용자에 대한 숙식, 의료 등 기초 생계지원, 한국어, 한국사회 이해, 법질서 교육 및 직업훈련 등 한국사회 적응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 운영’을 주된 목적으로 하고 있는 시설입니다. 난민들이 박해의 위험을 피해 고국을 떠나 공항 입국심사대를 통과하고 한국에 도착하여 보호를 요청 할때 단속하는 얼굴이 아니라 보호하는 얼굴로 처음으로 맞닥뜨리게 되는 대한민국 정부가 가진 따뜻한 표정입니다.

2013년 말, 2014년 초 개청 과정에서 일부 논란, 우려의 시각도 있었지만 이로부터 약 1년 반정도 지난 지금, 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는 비록 민간주도시설, 지역공동체기반시설이 아닌 한계, 입소허가의 절차 및 기준 등의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음에도, 여러 공무원분들의 성실한 수고로 한국에 도착한 난민신청자들의 정부주도 Reception Center로서, 난민법에 기초한 난민지원시설로서 박해의 위험을 피해 한국에 도착한 난민들의 초기 생계지원시설로서의 역할을 묵묵히 수행해나가고 있습니다. 

여러분, 이런걸 주의하셔야 합니다

통계상 95%의 난민신청이 거절되는 형국에서 난민들에게 난민인정절차에 대해 소개한다는 것, 한편 정부와 일정 거리를 두고 있는 단체의 활동가가 정부시설 내에 거주하고 있는 난민신청자들에게 현행 제도에 대한 비판적 평가를 놓치지 않으면서 강의를 한다는 것, 정부시설내에 초청된 강사가 누구인지 몰라 경계심을 갖고 있을 분들에게 신뢰를 주면서 강의를 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간단치 않았습니다. 고심끝에 잡은 강의의 제목은 “Some points of Korea’s RSD procedure”였습니다. 전체 제도의 개요와 제도적 한계를 설명하고, 신청서 작성과정과 인터뷰 과정에서 주의해야할 점들에 집중하여 난민신청자들에게 실용적인 도움을 주자는 것이었습니다.

다양한 문화권에서 온 난민들이 강의를 들어야 했기에 질의응답까지 1시간 30분정도 소요된 강의는 한국어->영어로 하되, 영어->아랍어 통역을 통해 진행되었습니다. 한 장소에서 동일한 내용이 다양한 언어로 전달되고 소통되는 것을 보는 것, 그것도 임산부부터, 나이가 지긋하신분까지, 살던 곳에 공통된 경험이 전혀 없으면서도 그런 점이 무색하게 함께 해맑게 웃으며 뛰어노는 어린 아이들이 함께 하였습니다.

올해 초 난민신청자들의 자녀들이 적법하게 초등학교에 들어가 교육을 받으려 할 때 ‘난민 아동들이 우리 자녀들과 함께 수업을 듣게 할 수 없다’라는 일부 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출입국지원센터 직원분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인근 초등학교 입학이 거부되어 가슴아픈 사연이 언론에 보도된 적이 있었습니다. 어린 아이들도 어느새 피신을 온 한국에도 자신들을 환영하지 않고 돌아가라며 거부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아버렸던 것입니다.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5/03/31/0200000000AKR20150331072100065.HTML)

난민에게 ‘되돌아가라’는 말은 성립될 수 없는 모순입니다. 그들은 갈 곳이 없어서 떠나온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들이 가장 많이 접하게 될 정서가 바로 ‘되돌아가라’라는 것이라는데 고통의 씨앗이 있습니다. 강의를 마칠 즈음 이일 변호사는 부득이하게 난민인정이 거부될 통계적 가능성에 대비하여 ‘PLAN B’ 역시 준비해야한다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그러자 한 난민분께서 ‘PLAN B가 도대체 무엇이냐’며 질문을 하셨습니다. 책임질 수 있는 능력 밖의 답변, 과도한 희망섞인 이야기는 할 수 없어 안타까웠지만, 모순을 해결해 드릴 수 없어 안타까웠습니다.

열심히 강의를 들으셨던 많은 분들에게 남은 심사과정에서 부디 좋은 결과가 있어서 떠나야 할 객(客)이 아닌 함께 관계할 친구로 거주할 수 있도록, 강제송환을 면하고 한국에서 안전한 피난처를 찾으실 수 있기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강의를 마무리하였습니다.

최종수정일: 2022.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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