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단원고-시리아 청소년 공동 사진전 ‘서울, 자타리를 만나다’

2015년 2월 16일

어느 해건 특별하지 않은 때가 있겠냐마는, 2014년은 가슴 아픈 사건들이 많아, 잊을 수 없는 한 해였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세월호 사건이 있습니다. 어느덧 세월호가 침몰한지 300일이 지나고, 간사하게도 다시 분주한 일상에 익숙해질 때 즈음, 한 전시회 소식을 들었습니다. 바로 <서울, 자타리를 만나다> 전인데요. 안산 단원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사진 수업을 진행하고, 그 결과물로 사진 전시회를 꾸민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단원고 학생뿐 아니라 시리아 난민들이 살고 있는 요르단의 자타리 난민촌에서도 사진 수업을 진행하고 있어, 만날 순 없지만 단원고 학생들과 자타리 난민촌 아이들 사이에 사진을 통한 교류까지 담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공익법센터 어필은 난민, 구금된 이주자, 무국적자, 인신매매 피해자, 해외 한국기업에 의한 인권침해 피해자를 옹호하는 단체로, 우리의 아픈 이야기와 난민의 이야기가 만나는 그 전시에 가보지 않을 도리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마침 전시회가 열리는 장소도 어필 사무실이 자리한 안국동이라니요! 얼른 가야죠. 그리하여 추위가 누그러진 어느 날 점심, 함께 식사를 한 후에 전시가 열리고 있는 57th 갤러리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이 주관하는 <서울, 자타리를 만나다> 전시는 취약한 상태의 아동 보호를 위해 H.E.A.R.T (Healing the Education through the Art) 사업을 수행하고, 그 결과물을 나누기 위한 전시입니다. 모양은 다르고 사는 곳도 멀지만, 한국의 단원고 학생들과 요르단의 자타리 캠프에 있는 시리아 아이들이 각각 사진을 통해 자신의 감정과 이야기를 표현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한국에서는 곽윤섭 한겨레 사진기자가 지난해 8월부터 사진수업을 진행하였으며, 시리아에서는 2013년부터 프랑스 출신의 사진작가 아그네스 몬타나리가 사진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는데요. 마지막에는 서로의 사진과 이야기를 공유하고 대화를 나누기까지 이른 것입니다. 

단원고 학생들의 이야기와 난민캠프 아이들의 이야기는 사뭇 관련이 없고 별개의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나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라는 주제 아래 각자가 표현한 이야기로, 그리고 서로의 사진을 보고 대화를 나눔으로써, 다른 삶이지만 한편 이어져 있음을 확인하게 된 것 같았습니다. 

 

[사진] 아이들은 ‘나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라는 주제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물론 단원고와 자타리 캠프는 지역도 맥락도 다르기 때문에, 사진의 주제는 같아도 아이들의 시선은 서로 다른 지점들이 있었습니다. 세월호라는 아픈 사건을 통해 친구와 선생님을 잃은 단원고의 학생들은 보다 관계에 집중한 사진들이 많았습니다. 친구와 자전거를 타고 오가던 길,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을 때 친구를 찍었던 사진, 가족들의 신발이 나란히 놓여진 풍경, 학교 교실 한구석의 모습처럼 ‘관계의 일상’을 포착한 시선이 두드러졌습니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는 예전 말처럼, 난 자리에 떨구어진 시선이 느껴져, 사진을 보는 내내 마음 한 구석이 시큰거렸습니다.

반면 자타리 캠프는 시리아 내전 이후 요르단에 조성되어 지금은 세계 최대 규모의 난민촌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여러 난민캠프가 그러하듯, 하나의 도시를 이루어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난민캠프에서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시리아 내전의 종식과 본국으로의 평화로운 귀환은 요원하게 느껴질 것입니다. 때문에 자타리 캠프에 있는 아이들의 사진은 난민캠프에서의 일상에 관한 것들이 많았습니다. 비록 내전으로 인해 피신을 하였으며 생활이 녹록치 않다 하여도, 이곳에서도 여전히 삶은 이어지고 있음을 이야기하고 유사한 방식으로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에 큰 가치를 두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난민이라는 특수한 상황과 또한 난민캠프라는 공간적 제한 안에서 캠프 바깥의 삶, 고국에서의 삶을 그리면서, 하늘을 나는 새처럼 자유로이 살고 싶은 소망 역시 한켠에서 읽을 수 있었습니다.

공통점이라고 한다면, 결국 ‘일상’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난 자리의 일상이든, 혹은 공간이 바뀌어 다시 구축하는 일상이든, 문화도 국가도 서로 다른 아이들이 생각하는 소중함은 모두 일상에 토대를 두고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일상을 다시 살펴보고, 다를 것 없어보이지만 또 새로이 살아가는 하루의 소중함을 발견하는 사진 찍기. 예술을 통한 회복이란 결국 예술의 언어를 빌려 현재 서 있는 자리를 바라보는 것에서 출발하나 봅니다. 

 

[사진] 진지하게 사진을 감상하고 있는 어필 식구들

 

[사진] 자타리 캠프의 아이들과 단원고 학생들 개별 사진 이외에도, 

서로의 사진을 보며 코멘트를 하고 대화를 나눈 흔적들도 볼 수 있었습니다.

두 개 층에 걸친 작품을 다 볼 즈음에서는, 관객이 직접 ‘나의 가장 소중한 것’을 적어볼 수 있는 섹션이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어쩐지 티켓이 좀 길다 싶었는데, 반을 쭉 찢어 자신의 이야기를 적는 것이었네요. 어필 식구들도 마련된 의자에 앉아 묵묵히 자신의 이야기를 적어내려갔습니다. 제 소중한 것에 관한 이야기를 적어보려니, 유언을 쓰는 기분이랄까요. ‘소중하다’고 부를 사람과 일이 많구나 싶어 참 감사했습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 소중한 관계/소중한 터전/소중한 공동체를 잃게된 이들의 슬픔을 헤아리는 것은, 제 것이 소중한 만큼 너무나 중요한 일임을 생각해보게 됩니다. 

 

[사진] 벽면을 가득 메우는 다양한 사람들의 ‘소중한 것’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들.

  사진의 좋은 점 중 하나는, 제 일상의 풍경을 되돌아보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 전시처럼 나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찍으라고 한다면, 제 카메라는 어디를 향할까 어떤 일상을 담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아마 이 전시를 보며 어필 사람들과 나누는 안국동의 일상도 그 중에 하나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구요. 🙂

또 다른 사진의 좋은 점은, 어떤 풍경이나 사람을 사진에 담는다고 해서 그 소중함이 닳거나 슬픔에 파묻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소중함과 의미가 더 깊어진다는 데 있습니다. 전시와 같은 기회를 통해 그 마음이 전달되기도 하구요. 단원고등학교, 혹은 자타리 난민캠프의 자리에서 시작되었지만 전시를 보는 이들의 마음에까지 애틋함과 소중함이 전해져와서, 마음 한 켠 아프기도 했지만 부디 애도의 시간과 회복의 시간을 잘 보내기를 진심으로 바라게 되었습니다. 

며칠 남지 않았지만 <서울, 자타리를 만나다> 전, 어필 강력 추천합니다!   

 

[사진] 어필 식구 대출동! 때마침 어필을 방문해주신 김예원 변호사님께서 함께 해주셨습니다.

   

<관련 기사>

1. 경향신문, 시리아 난민촌의 사진작가, 단원고를 만나다, 심진용 기자, 2015년 2월 5일 기사,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www&artid=201502052132521&code=940100

2. 한겨레, 그래도, 그러니까, 그들은 사랑을 찍었다, 곽윤섭 선임기자, 2015년 2월 5일 기사, http://photovil.hani.co.kr/special/407336

  <전시 정보>

– 전시 명: 단원고-시리아 청소년 공동 사진전 ‘서울, 자타리를 만나다’

– 전시 일정: 2015년 2월 6일 ~ 2월 18일 (휴관 없음) 오전 11:00 ~ 저녁 7:00

– 전시 장소: 57th 갤러리 (서울시 종로구 율곡로 3길 17)

(8기 인턴 류수경 작성)

최종수정일: 2022.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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