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더 나은 이야기-파키스탄의 임마누엘

2017년 1월 25일

1월 20일 서울 시청 근처에 있는 스페이스 노아에서(Space Noah) 열린 ‘2017 더 나은 이야기’는 어필이 정기적으로 주최하는 ‘난민의 이야기를 들음으로써 우리들이 더 나은 이야기를 살게 된다’는 모토하에 열리는 공개 토크 콘서트입니다. 이번에 진행 된 더 나은 이야기에서는 파키스탄에서 오신 임마누엘씨를 모시고 고국을 떠나야만 했던 이유와 난민으로 인정받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난민인정을 받은 후 한국에서 정착하는 시간동안 겪었던 어려움을 청중들과 공유하고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었습니다.

이번 더 나은 이야기는 난민일반에 대한 짧은 강의, 영상 시청 그리고 임마누엘씨의 한국어 스피치로 구성 된 1부와 임마누엘씨와 자유롭게 대화할수 있는 총 2부에 걸쳐서 진행이 되었습니다.

(임마누엘씨의 스피치에 앞서서 난민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는 이일 변호사)

<난민이란 누구인가>

1부에 앞서 어필의 이일 변호사는 난민은 ‘난(難)’을 피해 온 ‘피난민(避難民)’에서 파생된 단어로 박해와 어려움을 받아 고국을 떠난 사람들을 가르키는 말 이라기 보다는 고국으로 돌아갔을때 박해의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을 가르키는 단어라고 설명하였습니다. 이어 예전 우리나라에서도 김대중 전 대통령도 난민지위로 타국으로 떠났던 이야기를 덧붙이면서 난민으로서의 삶의 힘든점과 우리나라에서 난민으로 인정받기까지 힘든 점 그리고 문제점들도 간단하게 설명을 하였습니다. 그 중에서도 신청접수부터 난민신청후 그 결과를 통보받기까지 걸리는 긴 심사기간, 진실성을 가지고 이야기해도 종종 거짓말로 간주하는 우리나라 출입국 관리소의 문제점, 낮은 난민 인정률, 그리고 힘든 사회현상과 부족한 사회보장체계까지 이일변호사는 난민들의 입장에서 충분히 거론되어야하는 이야기들을 차근차근 설명해 주었고 “가장 취약한 사람들의 권리가 보장받는 사회가 보다 정의로운 사회”라는 뜻을 밝히면서 보다 나은 사회를 위한 메시지도 남겼습니다.

(직접 촬영한 영상에 대하여 간략하게 설명하고 있는 전영현 감독)

<2017 더 나은 이야기 임마누엘 편>

이번 ‘더 나은 이야기’를 위해 HRC; Human Rights Communication의Communicator 전영현 감독은 지난 여름부터 겨울까지 임마누엘씨의 한국 생활을 담은 영상을 제작했습니다. 전 감독이 담은 영상을 보며 한국의 생활에 적응하며 살아가고 있는 임마누엘씨와 그의 가족들 뿐만 아니라 그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 또한 엿볼 수 있었습니다. 전 감독은 미디어 특성상 실제로 난민을 촬영하게 된다면 좋은점도 있지만 나쁜점도 있다고 말하면서 난민들이 미디어에 노출되는 것을 꺼리시는 분들이 많다며 이는 본국에 있는 친척들이나 가족들에게 문제가 생길수 있는 가능성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되었던 영상에서는 임마누엘씨의 입을 통한 스토리텔링과 직접 내레이션에 참여하신 전 감독님의 진행으로 그 현실성과 진실성이 잘 드러났으며,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는 인천공항에서 막연한 표정으로 서 있었던 임마누엘씨와 현재 대한민국에서 살아가고 있는 임마누엘씨, 그의 가족들의 이미지가 대조되면서 잔잔한 감동을 전했습니다.

<“난민도 인격체 입니다”>

1부의 마지막 순서인 임마누엘씨의 강연은 한국어로 진행이 되어 특히 청중들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우선 파키스탄에서 기독교 목사로서의 삶의 어려움을 먼저 이야기 해주셨습니다. 종교적 소수자로서 주변 단체들과 무슬림 단체로부터 받은 살해협박과 거짓 증언으로 야기된 Fatwa [ref]흔히 ‘파트와’라고도 부르는데, ‘이슬람법에 따른 결정’을 가리킵니다. 그중에서도 임마누엘씨는 ‘신성모독죄’로 판결을 받았습니다. 그의 앞으로 발행된 파트와에는 ‘누구든 임마누엘을 살해하면 곧바로 천국으로 갈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었다고 합니다.[/ref] 발행, 그리고 경찰들에 의해 체포될 가능성이 아주 높았던 일까지, 임마누엘씨는 다양한 방면으로 고국을 떠날수 밖에 없었던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그가 박해를 피해 캐나다로 떠나려고 결심하고 난 뒤, 첫번째 경유지인 말레이시아에서 UN의 보호아래 있었지만, 여전히 미래가 보장되지 않고, 난민신청을 할 수 없어 불법체류자로 보내야 했던 시간들도 공유하여 주었습니다.

말레이시아에서 2년의 생활 후 캐나다로 건너가기 위하여 마지막 경유지인 대한민국에서 임마누엘씨는 가짜 여권을 소지하였다는 이유로 인천공항 21번 게이트 앞에서 대한항공 직원들에게 제지당한 뒤 송환 대기실로 옮겨졌다고 합니다. 눈 앞에 보이는 비행기만 타면 그토록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캐나다로 갈수 있었지만 본국으로 강제송환 당할 수 있다는 위협에 임마누엘씨는 눈앞이 캄캄했다고 합니다.

당시 임신한 아내가 앉아있던 메트리스를 빼앗고 임마누엘씨와 그의 가족들을 범죄자 취급하였던 송환 대기실 직원 중에는 만취한 상태의 직원도 있었다며, 한국에 처음 왔을 당시 좋지 않았던 기억을 말해주었습니다. 하지만, 어렵게 어필의 이일 변호사를 만나 난민인정을 받고 다행히 한국에서 살 수 있는 자격을 얻을 수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임마누엘씨는 난민인정을 받은 뒤에도 한국에서의 생활이 쉽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라고 밝혔습니다. 임마누엘씨는 딸 엘리사를 집에서 멀지 않은 초등학교에 입학시키려고 하였지만, 학교측에서는 처음에는 동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난민자녀와는 같이 공부할수 없다는 학부모들의 반대로 취소 할 수 밖에 없었던 사연을 이야기 해주었습니다.

임마누엘씨는 끝으로, 난민들이 다른 한국인들처럼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소망했습니다.

(청중들과의 대화시간)

<“그는 친절하였고 프로패셔널 해보였습니다”>

2부에서는 임마누엘씨, 이일변호사와 전영현 감독에게 궁금했던 점을 자유롭게 묻고 답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여러 질문들 가운데 첫 번째 질문은 임마누엘씨가 이일 변호사와 어필을 선택한 이유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임마누엘씨는 처음에 본인들을 도와줄수 있는 변호사와 그 단체를 인터넷으로 찾아보았지만 대부분 도와줄 수 없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임마누엘씨 이전에 어필로부터 도움을 받은 아프리카 소년에 대한 기사를 접한 뒤 어필에 연락을 했고, 어필에서는 이일변호사가 임마누엘씨를 안심시켜 주며 난민으로서 인정받을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임마누엘씨는 그런 이일변호사의 친절하고 프로페셔널한 모습에 자연스럽게 믿음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외국인으로서 한국에 살면서 느낀 한국 사회의 좋은 점과 어려운 점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는 임마누엘씨는 한국의 물가가 너무 비싸다며 입을 열었습니다. 또한 인구수에 비하여 영토가 작은 나라에서 모두가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다 보니, 보다 나은 직업과 윤택한 삶을 위해서는 그 만큼의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함을 안타까워했습니다. 한국에서 인종차별을 경험했던 적이 있었냐는 질문에는 특별히 외국인으로서 무시당한적은 없지만, 딸아이의 교육문제에서 드러난 것처럼 ‘이방인’에 대한, 그중에서도 난민을 바라보는 왜곡된 시선을 지적하였습니다.

더 나아가, 한국에서 난민제도에 관한 의견을 물어보는 질문에서는 난민신청을 하기도 어렵지만 하고 나서도 그 결과를 기다리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그 기간동안 일과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없어서 많이 불편하다고 말했고, 한국의 의료혜택을 이야기 하면서 난민으로 인정받기까지 정부의 의료혜택이 많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이는 본인뿐 아니라 난민결정을 기다리는 많은 난민 신청자들에게도 적용이 되는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끝으로, 캐나다처럼 무슬림 난민신청자를 가족들과 함께 받아준다면, 무슬림인들을 잠정적인 테러인자로 바라보는 시선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서, 이일 변호사에게 질문된 내용들 중 한국의 난민정책의 진정성과 앞으로의 방향 예측에 관한 질문에 이일 변호사는 일선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만 제도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는데는 아직 한계가 있다고 대답하면서 난민을 보호하려는 구체적인 노력과 더불어  아직 대한민국은 더 나은 난민정책을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대답했습니다. 더불어, 난민들의 경우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는 경우도 비일비재 하다면서 이들의 사정을 세세하게 고려하고 난민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의견을 반영하는것 또한 중요하다고 밝혔습니다.

마지막으로, 임마누엘씨의 첫째 딸인 엘리사에게도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점이 있는지에 관한 질문에 엘리사는 특별히 힘든 점은 없지만, 수학이 조금 어려울 뿐이라며, 한국어로 공부하는 것이 매우 재미가 있고, 훌륭한 의사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습니다.

 
 

(마지막 기념 촬영)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O&A 시간을 끝으로 2017 더 나은 이야기는 막을 내렸습니다. 이번 더 나은 이야기에서는 특별히 난민에 대하여 일반시민들의 의견과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제공 되었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그 중에서도 한 청중은 더 나은 이야기에 참석한 후 ‘오랫동안 감동이 이어졌다며, 특히 우리사회의 소외되고 핍박받는 난민들에게 애정과 무한한 관심과 도움을 주신 이일 변호사와 어필관계자들에게 존경과 신뢰를 보낸다’는 메시지를 남겨주셨습니다.

요즘 많은 사회에서 드러나는 님비현상(Not In My Backyard: 내 뒷마당에는 안된다)은 미국에서 주민들과 지방자치단체들이 자신들이 살고 있는 지역에 혐오시설 설치를 반대하는 지역이기주의를 나타내는 의미에서 파생된 말입니다. 이 말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에 혐오시설에 대한 반대를 나타내는 뜻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엘리사의 입학문제에서 드러난 것처럼 우리의 ‘이기심’으로 아직 우리사회에 우리와 다른 이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은 우리의 이야기가 될 수 있지는 않을까요? 그러하기에, 더 나은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로 남겨두려 합니다.

(Resource: http://hdflowerwallpaper.com/winter-flower-8-background.html)

<걱정말아요, 그대>

“기나긴 겨울의 밤 추위와 외로움, 계절을 견디며 봄을 틔우던 나무…긴잠을 자다가 깨어났을때 즈음 푸르른 새 잎사귀와 분홍빛 꽃을, 다시 새로운 시작…”

목숨의 위협까지 받으며 고국을 떠나야만 했던 임마누엘씨와 그의 가족들. 여전히 가야할 길과 한국에서의 삶이 마치 추운 겨울의 한 가운데 서 있는 느낌일지라도, 묵묵히 봄 잎사귀와 꽃을 틔우는 나무들처럼 임마누엘씨가 진정으로 지켜야만 했고, 포기할 수 없었던 것들이 반드시 그의 앞에 분홍빛 꽃처럼 틔워질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걱정말아요, 그대.

(Resource: 가수: 정준일, 제목:”새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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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기 인턴 이동규 작성)

최종수정일: 2022.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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