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롱드어필1 후기] “인간이 인간을 사고 파는 것에 관하여” 인신매매 

2012년 9월 11일

[제 1회 살롱드 어필 후기] “인간이 인간을 사고 파는 것에 관하여” 인신매매    

살롱드 어필, 이름부터 심상치 않죠?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그런 살롱이 아닙니다 ^^ 프랑스에서의 살롱은 젊은 작가들과 지식인들, 그리고 현실을 바꾸려는 꿈을 꾸는 자들이 주로 커피하우스에서 함께 어우러져 사회가 나아갈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역동적인 공론 플랫폼이었다고 합니다.

이에 어필에서도 인신매매를 주제로 하여 9월 7일 안국동 오감까페에서 인신매매를 주제로 하여 첫 번째 역동적인 공론 플랫폼이 열렸습니다. 이번에 강사로 오신 말씨 박사님(Dr. Marcelina orque)은 필리핀에서 인신매매가 가장 많은 지역인 잠보앙가(Zamboanga) 에서 인신매매 피해 아동 쉼터인 탱클로 부해이 센터(Tanglaw Buhay Center) 프로그램 코디네이터, 그리고 서부 민다나오주립 대학에 있는 평화와 개발 센터(Peace and Development Center) 의 디렉터로 활동하고 계시는데요, 잠보앙가는 필리핀 인신매매 방지법 통과 이후 처음으로 유죄판결이 났던 곳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말씨 박사님은 이전에 필리핀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아동인신매매 단체(PACT, ASIA-Acts)의 대표로도 계시면서 오랫동안 피해 아동들의 어머니 역할을 하시면서 아동인신매매 방지를 위해 활동해오셨는데, 얼마 전 어필이 필리핀을 방문했을 때 인연이 되어 초청하게 되었습니다.

  말씨 박사님이 한국에 오신다는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박사님의 일정에 맞추느라 애매한 대낮 2시에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오셨습니다. 대학에서, 로스쿨에서, 사법연수원에서 그리고 여러 단체에서(두레방, UNHCR, 국제실종착취아동센터, Hope be restored 등) 다양한 분들이 참여한 가운데 살롱드어필이 시작되었습니다. 딱딱한 분위기의 회의실이나 강당이 아닌, 다소 좁지만 편안하고 따뜻한 카페에서 음료수를 마시며  이야기를 하니 소통이 한층 더 쉬워진 것 같았습니다.

간단하게 돌아가면서 자기 소개를 마친 후 어필의 어진이 변호사님이 이번 세미나를 열게 된 배경을 먼저 간단히 설명해 주었습니다. 우리나라는 2002년도부터 미국무부의 팁리포트(Trafficking in Persons Report)에 의해 인신매매관련 사법처리 및 피해자 보호 등에서 1등급 국가라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하지만 형법상 영리목적의 약취 유인죄로 처벌되는 사례는 아주 드물고, 특히, 두레방의 보고에 따르면, 형사 고소된 필리핀 여성 피해 사건(15건이내) 중에 성매매 목적의 인신매매죄로 처벌된 사건은 하나도 없었다고 합니다. 단순히 ‘성매매알선’으로 해당 업소의 업주만 기소되어 경미한 벌금형에 그치고 있다는 것입니다. 피해자 보호와 관련해서도 인신매매피해자여성들도 범죄자로 치부되고 있고, 안전 또는 체류자격의 문제로 여성들이 인신매매범들의 처벌을 위해 피해사실을 신고하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합니다. 또한 뉴질랜드 바다에서 한국원양어선에서 강제노동, 무임금과 같은 노동착취 목적의 인신매매가 발생했지만, 제대로 처벌이 안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이번 2012년 팁리포트에서도 “한국은 모든 형태의 인신매매를 금지하는 국제규범에 따른 포괄적인 인신매매에 관한 법률이 없어서 인신매매 사범에 대한 수사 및 기소에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함과 동시에 포괄적인 인신매매방지법을 제정할 것을 권고하였습니다. 그래서 어필은 UN 인신매매 방지 의정서 기준을 따라 인신매매를 정의하고 피해자의 인권 보호가 중심이 된 포괄적인 입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현재 해외 입법 사례 연구를 하던 중에 필리핀 인신매매방지법도 살펴보게 되었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필리핀 인신매매 방지법에 인신매매 의정서를 반영한 참 흥미로운 조항들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는데, 예를 들어, 인신매매범죄에 국제결혼, 입양, 성관광,무장활동을 위한 아동 모집까지 포함시키는 구체적이고 폭 넓은 조항을 담고 있었습니다. 또한  높은 형량, 인신매매법 이행과 모니터링을 위한 기관 설립에 대한 조항, 강제노동에 대한 폭넓은 정의, 피해자의 동의 여부는 상관 없는 것, 그리고 인신매매 피해자가 처벌받지 않는 등 UN 인신매매 의정서를 반영하여 시민단체들이 참여하여 만든 이상적으로 만들어진 법 같다고 하였습니다. 비록 필리핀에서 이런 이상적인 인신매매 방지법이 잘 이행되고 있지 않는 어려움이 있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최소한의 기준을 만들기 위해 또, 그렇게 제정된 법의 이행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하고 있는 말씨 박사님과 필리핀 시민단체들에게 배울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하였습니다.

2기 인턴 박수지씨가 통역을 하여 말씨 박사님의 강의가 시작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필리핀에서 2003년 인신매매 방지법이 통과되기까지 과정에 대해 간단히 말씀해 주셨고, 바로 필리핀 인신매매방지법에서 인신매매의 정의부터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셨습니다.

특히 피해자의 자발적인 동의가 존재하는 한 인신매매죄로 성립되기 어려운 우리나라와는 달리,피해자의 동의나 인지 여부는 무관 하다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또한 인신매매의 피해자가 아동이라면 인신매매범이 어떠한 수단을 사용하든지 상관이 없다는 점과 아동의 정의가 “18세 이하 혹은 18세 이상이지만 신체적 혹은 정신적 장애나 질환으로 인해 학대, 방치, 착취 혹은 차별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거나 돌볼 수 없는 사람”들도 포함하기 때문에, 말씨가 코오디네이터로 있는 아동보호시설에도 정신적 장애로 20살이 넘은 피해자 2명이 아동으로 간주되어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강제노동과 노예제의 정의에, 유인, 폭력, 협박이나 위협, 위력이나 강압 뿐만 아니라 자유의 박탈, 권력이나 도덕적 우위의 남용, 부채 또는 기만을 이용해 사람으로부터 노동력이나 서비스를 착취하는 행위도 포함하여 정의하는 것. 그리고 성매매의 목적으로 인신매매된 사람으로부터 성매매를 소비하거나 이용한 자가 처벌 받는 것. 정부기관들과 3개의 NGO 단체 대표들로 구성된 인신매매반대연대협회(Inter-Agency Council Against Trafficking, IACAT)라는 곳에서 법의 이행에 대한 모니터링을 하는 것 또한 인상적이었습니다.

20년이라는 높은 징역에 해당하는 행위 중에, 성매매, 포르노그래피, 성착취, 강제노동, 노예제, 비자발적 예속 혹은 채무 노예로 만들기 위하여 외국인에게 혼인을 구실로 사람을 소개하거나, 혼인을 제안하거나 혼인한자, 관광이나 여행을 진행하거나 기획한 자, 타인을 입양하거나 그 입양 절차를 지원한 자, 그 밖에 필리핀 또는 해외에서 일어나는 무장활동에 이용하기 위해 아동을 모집, 운송 혹은 입양하는 자 등 다양하고 포괄적이며 구체적인 조항들을 소개해주셨습니다. 온누리교회의 Hope be restored (인신매매관련 NGO) 에서 오신 에디변 목사님은 필리핀 법에는 포르노그래피가 명확하게 언급되어 있는 것을 보시고, 우리나라도 인신매매방지법을 만들게 되면 성착취의 정의 안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인신매매의 피해자가 아동일 경우, 목적이 성매매, 포르노그라피, 성착취, 강제노동 혹은 채무 노예일 경우, 인신매매의 행위가 조직적으로 이루어 지거나 대규모로 이루어 질 경우, 인신매매범이 존속, 부모, 형제자매나 후견인, 혹은 인신매매 피해자에게 권력을 행사하는 사람, 혹은 공무원일 경우, 인신매매 피해자가 군인 또는 사법종사자와의 성매매를 위해 모집 되었을 경우, 인신매매범이 군인 또는 사법종사자일 경우, 인신매매로 인해 피해자가 사망하거나 정신 이상, 불구, 혹은 HIV/AIDS 감염으로의 피해를 입을 경우에는 가중 처벌에 해당되어 종신형이라고 합니다. 

피해자 보호와 관련하여 인신매매를 당한 사람들은 피해자로 간주되고, 인신매매를 당한 사람들은 인신매매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범죄를 저지르거나 인신매매범의 명령에 따랐다는 이유로 처벌받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쉼터지원, 상담, 법률 서비스, 의료서비스 또는 심리치료 서비스, 취업기술훈련, 교육 지원, 본국송환, 소송비용지원 등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증인 보호 프로그램(Witness Protection Program)을 신청할 경우 보안이 되는 안전한 쉼터에서 일정액의 생활비를 받는다고 합니다. 비록 정부의 지원이 부족하여 잘 이루어지고 있지는 않지만.

그 밖에 법 집행 과정에서의 어려움도 말씀해 주셨는데, 현지 공무원들과 경찰의 인신매매 가담, 경찰의 수사에 대한 지원 부족 및 부패, 알선업체 및 죄질이 경미한 범죄자만 체포, 유죄판결 비율이 낮은 것과 미결 상태로 계류 중인 많은 소송들, 일관성 없고 불충분한 인신매매 피해자 식별 및 피해자 보호/지원 노력, 폭력조직의 협박 및 돈을 줘서 소송을 포기하게 하는 등 여러 가지 어려움에 대해서 말씀해 주셨습니다. 필리핀에서는 법 집행의 어려움이 있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단체들의 인신매매방지법을 제정하기 위한 수년간의 옹호 활동과, 인신매매방지법이 통과되고 제정되는 과정에서의 모든 노력들을 통해 인식제고가 굉장히 많이 되었다고 합니다. 또한 제정된 이후에도 학교와 마을차원에서 인신매매를 예방하고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만들기 위한 지속적인 캠페인과 교육으로 2011년 한해 동안 핫라인 콜센터를 통해 7000건이 넘는 신고가 접수 되고, 약 70건의 소송 접수 및 11명의 인신매매 피해자들의 본국 송환으로 이어졌다고 합니다.

이스라엘에서는 아이를 낳게 할 목적으로, 레바논에서는 테러에 가담시킬 목적으로, 사우디에서는 비자발적인 구걸행위목적으로, 필리핀에서는 성관광 목적으로 인신매매범죄가 처벌되고 있다면, 우리나라에서 고려해야 할 인신매매의 목적, 수단, 행위는 어떠한 것들 것 있을지. 또 어떻게 효과적인 피해자 보호가 가능할지. 다시 한번 고민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제1회 살롱드 어필의 하이라이트는 3.5기 인턴 진유선씨가 직접 기지촌 등을 다니면서 찍은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신매매에 관한 영상이었는데요,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보실 수 있습니다. ^^

필요하신 분들을 위해 강의자료와 필리핀 인신매매방지법 요약본도 첨부하였습니다. (번역은 4기 인턴 박효주, 권민지, 이대통번역 대학원의 고윤희 님께서 수고해주셨습니다.)

 제 1회 살롱드어필 최종 HANDOUT

제 2회 살롱드 어필도 기대해주세요! ^^

살롱드 어필 참석하고 후원 뿐만 아니라 난민판례분석을 해주시기로 하신 오신환 시보님 감사합니다! ^^ 

(참고로 만원을 들고 계신 분은 현재 어필에서 실무수습을 하고 계시는 안홍균 시보님이시고요, 그 옆에 계신 분이 오신환 시보님이십니다. ^^) 

(변호사 어진이 작성)

최종수정일: 2022.06.19

관련 활동분야

인신매매 피해자 관련 글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