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설 자리가 없다·1]사회·경제적 사각지대 방치

2011년 7월 15일
[경인일보=홍현기기자]20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난민의 날이다. 올해는 난민협약 채택 60주년을 맞은 해라 그 의미가 더욱 크다. 인천은 인천국제공항으로 인해 난민의 출입이 가장 많은 곳이다. 이와 맞물려 현재까지 난민 신청자 3천260명의 90%가 인천과 경기도 등 수도권에 거주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인천 영종도에는 2013년 6월부터 난민 신청자를 위한 임시거주지인 인천공항출입국지원센터(가칭)가 운영될 예정이다. 이에 경인일보는 3차례에 걸쳐 인천지역 난민의 삶을 살펴보고 제도적 보완점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 주 

  /홍현기기자 hhk@kyeongin.com

# 사례1=”재판 인지대를 낼 돈도 없어요.” 

지난해 생계 대책이 막막한 상황에서 수해까지 당해 어려움을 겪었던 난민신청자 아탐 레비 아네스(50·부평구 십정동)씨(경인일보 2010년 10월25일자 23면 보도)가 하소연을 늘어놨다. 그는 고등법원 난민인정소송에서 패소한 뒤 항고하려고 했지만 송달료와 인지대를 낼 돈이 없어 아직 항고장을 접수하지 못하고 있다. 소송을 진행중인 난민신청자는 일할 수 있는 권리가 없다. 스리랑카에 있는 어머니가 부쳐주는 돈으로는 부인과 아이까지 3식구가 먹고 살기도 빠듯하다. 그는 “스리랑카에서 무슬림이라고 정권에 위협을 당했다”며 “본국에도 돌아갈 수 없고 한국에서는 생계 대책이 없다”고 울먹였다.

# 사례 2= 자유 찾아 왔지만… 

버마에서 온 티알 쿠(32·여·부평구 산곡동)씨는 2004년에 난민 신청을 한후 5년만인 2009년에야 난민 지위를 얻을 수 있었다. 5년동안 그에게 주어진 출입국관리사무소와의 인터뷰 기회는 단 2번 뿐이었다. 아버지가 미얀마에서 반군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정권이 그녀의 가족을 위협하자 혈혈단신 한국에 온 그녀는 일할 권리도 주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5년을 버텨야 했다. 비자 없이도 일을 시켜주는 곳을 찾으러 인천과 경기도 각지를 전전했고, 영어학원, 휴대전화 조립공장 등 일할 수 있는 곳이라면 가리지 않고 일을 했다.

쿠 씨는 “아플 때는 의료보험 등 아무런 지원책이 없는 상황에서 비싼 병원비까지 내느라 힘든 하루하루를 보냈다”고 말했다.

난민 신청자 및 인정자들이 사회적·경제적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다. 난민 신청자는 한국에 오는 순간부터 생계에 대한 불안에 휩싸이게 된다. 당장 먹고사는 문제를 마련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법무부가 학계와 시민단체에 의뢰해 난민신청·인정자 39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56.9%가 돈이 없어 식사를 거른 적이 있었다고 답하기도 했다.

법무부가 지난 2008년 출입국관리법을 개정해 난민 신청 이후 1년이 지나면 일할 권리를 주는 것으로 규정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초기 생계대책을 마련할 방법은 없는 상황이다. 또한 난민인정소송을 진행하면 재판중이라는 이유로 취업을 할 수 없다.

난민신청자들은 난민 인정 판정을 받을 때까지는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않아 비싼 병원비를 감당해야 하는 어려움도 겪게 된다. 이에 따라 ‘난민은 아플 권리도 없다’는 자조섞인 농담까지 난민신청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난민인권센터 김성인 사업국장은 “난민신청자들은 난민협약에서 말하는 인간다운 삶은커녕 생존의 문제에 부딪치고 있다”며 “난민을 위한 조속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종수정일: 2022.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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