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노예가 아닙니다. [사조오양 75호 인도네시아 선원들의 인권 침해 기자 회견]

2012년 7월 13일

2012년 6월 11일, 사조 오양 본사 앞에서 인도네시아 선원들의 인권 침해 사건에 관한 기자 회견이 열렸습니다. 이번 기자 회견은 한국 및 인도네시아의 시민 활동가들이 공조하여, 사조오양의 사과와 보상 및 한국 정부의 소극적 대처에 관해 항의하는 자리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인권 침해의 피해자였던 인도네시아 선원 2명이 수개월 동안 사조오양측으로부터 받았던 물리적, 언어적 폭력과 성추행에 관해 한국 사회에 직접 알리기 위해 참석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 해졌습니다.

이날 기자 회견에는 KBS를 비롯하여 각종 언론 매체들도 함께 했습니다. 국제 민주 연대 나현필 활동가의 기자 회견의 목적과 배경 설명을 시작으로, 기자 회견이 시작되었습니다. 이어서, 오양 75호에 탑승하여 인권 유린의 피해자가 되었던 인도네시아 선원 2명이 선상에서 자신들이 겪었던 한국 간부 선원들로부터의 가혹 행위에 대해 증언했습니다. 인도네시아-영어 통역가와 영어-한국 통역가 2분이 동원되어 선원들의 이야기를 전달했습니다. 인도네시아 선원들은 자신들이 수개월 동안 임금을 지급 받지 못한 채, 열악한 작업 환경에서 겪어야만 했던 인격적/물리적 학대에 관하여 증언하며, 사조오양과 한국 정부에 사과와 문제 해결을 촉구했습니다.

 

다음으로, 선원들로부터 마이크를 건네받은 인도네시아 이주 노동자 인권 단체인 ATKI Indonesia의 Retno씨가 사조오양 사건은 단순히 일회성의 사건이 아닌, 전반적인 인도네시아 이주 노동자들의 인권 침해 문제이며, 이는 또한 현대판 노예 문제이기도 하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특히 뉴질랜드에서 이번 기자 회견을 위하여 한국을 방문한 인도네시아 선원들의 어머니/이모라 불리우는 활동가 Elyana씨는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사조오양 측으로부터 받았던 감시 및 협박에 대해서 증언하여 기자 회견장에 있던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기도 했습니다.

한국 시민 활동가들 중, 어필의 김종철 변호사는 본 사건과 관련하여 인도네시아 선원들이 취할 법적 대응에 관해 상세히 설명했습니다. 또한 어필의 정신영 변호사의 사조오양과 한국 정부의 방만한 태도를 규탄하는 항의 성명서 낭독이 이어졌습니다.

본 기자 회견은 단순히 사조 오양 75호에 탑승한 인도네시아 선원 개개인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간 암암리에 행해져왔을 외국인 선원들의 인권 침해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의미있는 자리였습니다. 공익 인권 변호사 단체들인 희망을 만드는 법,  공감,  어필과 국제 민주 연대, 민주화를 위한 전국 교수 협의회, 사회 진보 연대, 에너지 기후 정책 연구소, 전국 민주 노동 조합 총 연맹 및 좋은 기업 센터가 모여 외국인 선원에 대한 최저 임금법률의 개정 및 정부의 철저한 감독과 해당 기업 및 책임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며, 다시 한번 한국 수산업계의 관련 회사들에 경종을 울렸습니다. “우리는 이주 노동자이지 노예가 아니다”라는 인도네시아 활동가 Retno씨의 외침이 마음에 무겁게 와닿았던 자리였습니다.

 <한국 원양 어선 오양 75호 인도네시아 선원 인권 침해 항의 성명서>

사조오양은 즉각 인도네시아 선원들에게 인권침해에 대해 사과하고 보상하라!

한국 선원들에 의한 폭력과 임금체불을 견디지 못한 인도네시아 선원들이 오양 75호에서 탈출한지 1년이 다 되어간다. 하지만 이 사태에 대하여 책임져야할 우리나라 대표 수산업체로 알려진 사조오양 측은 지금껏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으며 한국정부는 늑장대응을 하고 있다. 사조오양은 인도네시아 선원들에 대한 인권침해와 임금체불에 대하여 즉각 사과하고 보상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또한 한국어선에서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인권침해 의혹이 많았는데, 한국정부는 이번 기회에 사건에 대한 진상파악과 함께 책임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 재발방지를 위한 관리감독과 선원노동자에게 열악한 임금을 허용하고 있는 법률을 개정할 것을 촉구한다. 

작년 2011년 6월 19일, 뉴질랜드 해역에서 조업하던 오양 75호의 인도네시아 선원32명은 배위에서 한국인 선원들에 의한 각종 폭력, 그리고 회사로부터 임금체불 등을 견디다 못해 배가 뉴질랜드에 정박한 사이 집단 하선하였다. 이후 오양75호를 비롯한 한국 원양어선에서 인권침해에 대한 뉴질랜드의 오클랜드 대학 보고서가 발표되었고 뉴질랜드 언론은 연일 이 문제를 헤드라인으로 다루었다. 결국 2012년 3월 초, 수많은 외국원양어선 중에서 유독 한국 배에서만 문제가 발견되었다는 뉴질랜드 정부의 조사보고서가 발표되고 나서야, 그 동안 방관만 하고 있던 한국정부는 뒤늦게 합동조사단을 구성하여 조사를 시작하였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고 있는데도 이 문제의 핵심 당사자인 사조오양은 피해 선원들에게 사과나 보상을 하기는커녕, 체불 임금을 지급을 조건으로 선원들의 귀국을 종용하였다. 작년 8월, 뉴질랜드 현지에서 법적 대응을 위해 6명의 선원만 남고 나머지 24명의 선원들은 가족들의 생계 때문에 인도네시아로 돌아갔다. 귀국한 선원들은 자신들의 인력송출업체에 찾아가 체불임금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한국시민단체조사팀이 인도네시아에 가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송출업체는 사조오양측이 뉴질랜드에 남아있는 선원들이 돌아올 때까지 임금을 지급하지 말 것을 명령했다며 체불임금 지급을 거부하였다. 가족들의 생계 때문에 갖은 폭력과 성추행, 열악한 노동환경을 견뎌왔던 선원들이 사조오양의 이러한 행태에 느꼈을 절망감은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 뉴질랜드의 최저임금 규정을 어겼을 뿐만 아니라, 회사에 의해 가짜로 작성된 임금계약서가 존재하는 가운데, 실제로는 얼마 되지도 않는 임금조차 제대로 주지 않는 사조오양의 행태는 한국 수산업계의 대표로 불리기에는 너무나 반인권적이며 불법적인 기업의 모습이다. 

 

사조오양은 사건 초기부터 뉴질랜드 대학 연구팀과 선원들을 사설탐정을 고용하여 미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한국에서도 작년 8월에 바로 이곳 사조오양 본사 앞에서 있었던 기자회견 때, 사조오양 측 직원이 난입하여 플래카드 탈취를 시도한 전적이 있다. 사조오양에서 발생한 인권침해와 불법행위 때문에 뉴질랜드를 비롯한 국제사회에서 추락하고 있는 한국 원양어업에 대한 인식에 대하여 사조오양은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인가? 뉴질랜드에서 인도네시아를 거쳐 결국 이곳까지 와 있는 선원들 앞에서 사조오양은 반드시 답해야만 할 것이다.

한국어선을 관리하고 감독해야할 한국정부는 사건이 발생한지 1년이 지나도록 이 문제를 수수방관 해왔고 뉴질랜드 정부가 조사보고서를 발표하고, 미 국무부 인신매매 담당 대사가 관심을 가지고 나서야 뒤늦게 합동 조사단을 꾸렸다. 왜 한국정부는 이런 일이 발생하면 즉각 대응하지 못해 결국 선원들의 고통을 줄여주지 못하는가? 국제문제로 비화되어야만 관심을 가지는 척이라도 하는 한국정부의 태도 역시 우리를 부끄럽게 하고 있다. 또한 한국정부는, 한국 어선에서 일하는 선원에 대하여서는 최저임금법을 적용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외국인 선원의 경우 내국인 선원과 달리 최저임금을 고시가 아닌 단체협약에 의하여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는 외국인 선원들이 현실적으로 최저임금 결정과정에 참여하는 것이 불가능한 문제점이 있을 뿐 아니라 내국인 노동자와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차별이기도 하다. 즉, 한국 정부가, 원양어선에 타는 외국인선원에 대하여 저임금이라는 열악한 노동환경을 허용하는 왜곡되고 반인권적인 법률을 시행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시민사회는 한국 원양어선에서 온갖 고통을 당하고 사태 해결을 위해 뉴질랜드와 인도네시아에서 한국까지 찾아온 선원 및 활동가들과 함께 이들이 회사로부터 진정성 있는 사과와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사조오양은 선원들에게 즉각 사과하고 보상하라!

하나, 오양75호에서 일어난 인권침해를 정확히 조사하고, 가해자들에 대해 철저한 수사 및 처벌을 하며, 관리·감독을 해태 한 관련 공무원을 징계하라.

하나, 한국 정부는 한국어선에 일하는 외국인노동자들의 열약한 노동인권환경을 개선하고 다시는 유사한 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관련법과 제도를 기본적인 인권을 보장하도록 정비하라!

2012년 6월 11일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공익변호사그룹 공감/공익법센터 어필/

국제민주연대/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사회진보연대/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좋은기업센터

 

최종수정일: 2022.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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