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책임투자와 시민사회의 만남

2012년 12월 28일

한국기업대응연대에서는 해외에서 한국에 베이스를 두고 있는 다국적 기업들이 인권침해를 하는 문제에 대해서 대응을 해오고 있습니다. 어필도 연대하며 대응하고 있는 이슈들이 바로 포스코의 인도 제철소 건설, 사조오양의 인도네시아 선원 학대, 우즈벡 목화 농장에서 아동강제노동에 연루된 조폐공사와 대우인터네셔널 등등 입니다. 그러나 기업들, 특별히 해외진출까지 할 정도의 대기업들을 상대하기란 정말 쉬운 일이 아닙니다. 아무리 찔러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 같은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얼마 전, 인도 제철소 건설과 관련하여 포스코를 대상으로 OECD NCP에 진정을 했는데, 피진정기관 중에 포스코의 투자자인 네덜란드 연기금 (APG)을 함께 진정했었습니다. 그러니 이번에는 반응이 조금 달랐습니다. APG에서 포스코 측에 관련 사항을 문의를 한거죠. APG의 박유경 수석 자문(Senior Investment Advisor – & Governance)께서도 어필 사무실에 직접 전화를 걸어주셨었는데요, 이것이 인연이 되어 한국에 오실 일이 있다고 하셔서 직접 모시고 말씀을 들어보고자 자리를 마련하게 된 것입니다. 

이 날 들은 이야기를 간단하게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저는 원래는 메인스트림 금융사에서 증권분석 일을 했었어요. 일을 할 수록 돈이 돌아가는 것과 함께 돈이 사람을 파괴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고, 앞으로 10년간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싶다고 생각을 하게 됬는데요, 때마침 터진 IMF 금융위기 때문에 격동기에 회사들이 망가지는 것을 보면서 더욱 그런 생각은 확고해졌죠. 그러던 중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금융계에 있던 사람들도 이런 것에 대해서 굉장히 회의적이었고, 특히 지속가능성, 거버넌스(Governance) 파트에서 일을 하시는 분들은 금융계 출신이 별로 없기 때문에 인권적인 접근을 제시하면 기존 금융권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소통이 안되는 경우가 많이 있었어요. 하지만 저는 저의 백그라운드를 바탕으로 “이건 비지니스 측면에서도 말이된다. 사례가 있다.”는 것을 금융적 언어로 풀어내기 시작했구요, 지금은 이런 지속가능성 및 거버넌스에 대한 고려를 하는 것이 오히려 메인스트림이 됐어요.

APG는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네덜란드 공무원 연기금 자체는 아닙니다. ABP가 네덜란드 공무원들의 연금을 직접 걷어서 운용하는 일차적인 책임이 있는 자산소유자이구요, 연기금에서 모든 자산을 운용할 수 없기 때문에 일부 혹은 전부를 다른 자산운용기관을 통해 운용을 하죠. 그래서 APG와 같은 자산운용기관에서는 자산을 투자를 해서 수익을 돌려주기 위해 일을 합니다. 그래서 어디에 투자해서 얼마나 수익을 내느냐는 중요한 문제인거죠.

하지만 APG에서 투자하는 기금들은 공공자금이기 때문에 투자의 성격이 중요하게 됩니다. 네덜란드 공무원 연기금은 선생님, 공공기관 직원들의 매달 월급의 20%씩을 연금으로 가져가는데요, 회사를 차린다고 해도 20%를 투자하면 파트너인데, 개인의 월급의 20%를 가져간다는 것은 수탁자 개개인들이 모두 파트너가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연기금은 개개인 수탁자에게 단순히 돈을 돌려줄 의무가 아닌, fiduciary duty (신임의 의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 등으로 번역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가 존재하는 것입니다. 이 fiduciary duty가 실질적으로 어떻게 행사되는지 예를 통해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예전에 네덜란드 뉴스 및 시사 프로그램에서 네덜란드에서는 연기금이 지뢰와 확산탄 생산에 관여한 기업들에 투자한 것을 고발한 적이 있었어요. 그 이후로 많은 시민들이 자신들의 연금으로 그런 곳에 투자를 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 격렬한 반응을 보였고 결국 네덜란드 연기금은 인명 살상 무기를 제조하는 회사에 일체 투자를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네덜란드 법으로도 금지가 되어 있어요.

그래서 저는 APG가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문제가 되는 회사의 주식들에 대해서 거부권을 행사함으로써 사회적 책임 투자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주로 아시아태평양 회사들에 대해서 모니터링을 하고 있는데요, 투자운용하는 사람이 어떤 회사의 주식을 사겠다고 할 때 방글라데시에 있는 그 회사 공장에서 일어난 화재 사건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준다든지, 미얀마 개발 프로젝트의 환경 문제에 대해서 코멘트를 준다던지 합니다. 그리고 이미 보유하고 있는 주식에 대해서 모니터링도 하구요, 정말 문제가 심각한 경우에는 CEO나 CIO에게 고발을 합니다. 그래서 결국 팔게 된 회사들의 주식도 있구요.

기업들이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비지니스에 타격을 입는 경우에 반응을 보이는거죠. 예를 들자면 홍콩에서 애플의 신제품을 발표하는 날, 애플 공장의 열악한 노동조건 때문에 일어난 문제들에 대해서 시위를 벌이며 불매운동을 시작하자 바로 잘못을 시인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처우개선을 하겠다고 발표를 했거든요.

그리고 특별히 한국 시민사회에 요청하는 것은 이슈를 찻잔 밖으로 끌어내달라는 거에요. 제가 아무리 어떤 기업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하고 싶어도 그것에 대해서 제가 직접 신문에 써서 주가가 떨어지면 결국 소송당할 수 있거든요. fiduciary duty가 양날의 칼로 작용하는 건데, 사회적 책임 투자를 해야하지만 동시에 우리에게 돈을 수탁한 사람들이 슈퍼마켓에 가서 물가 걱정 없이 장을 볼 수 있도록 그만큼의 수익을 돌려주는 것 또한 우리의 fiduciary duty이기 때문에 무작정 기업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접근할 수도 없는거에요. 

특히 한국 기업들은 외국 미디어 – Financial Times, Bloomberg, New York Times 등 같은데에 계속 이슈가 제기되는 것을 견딜 수가 없을 거에요. 이슈가 터지면 영어로 국제사회에 많이 알리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인도 시민사회가 굉장히 적극적인데요, 이슈가 터지면 영어로 번역해서 전세계에 돌리고, 결국 CNN에 보도가 되요. CNN에 보도되는 것을 보면 뭔가 큰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이거든요. 그리고 CEO에게 “you horrible company…”로 시작하는 메일이 하루에 600개가 도착해요. 그러면 바로 CEO한테 전화가 옵니다. 이런 일을 꾸준하게 포기하지 않고 해서 이슈 메이킹을 잘 한다는 점에서 한국 시민사회도 더 적극적으로 꾸준하게 활동을 하시기를 부탁드립니다.

OECD 진정도 효과적입니다. 한국에서는 그렇지 못한 상황이지만 유럽, 특히 네덜란드 NCP는 굉장히 적극적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활용을 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기업이 인권을 준수하도록 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지만 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얼마 전부터 납부의사와는 상관 없이 국민연금을 납부하기 시작하며 엄청나게 “아깝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앞으로 30년 후 국민연금을 실제로 수령이 가능할지에 대해서 심각한 의문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꼬박꼬박 국민연금 수령이 가능하더라도 그것이 다른 사람의 인권을 짓밟고, 환경을 파괴한 회사에 투자한 대가로 가능한 일이라면 그저 좋아할 일은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국민연금의 포트폴리오에도 관심을 가져야겠습니다. 불평 대신 조금만 관심을 갖고, 더 나은 방향으로 가기 위해 노력한다면 “지속가능한 투자”를 통해 수익이 나는 구조도 가능할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여러모로 안심하고 국민연금을 수령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신영 변호사 작성)

최종수정일: 2022.06.19

관련 활동분야

한국기업 인권침해 피해자 관련 글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