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lowalk 안정권 CSO(Chief Sustainability Officer) 강연

2015년 7월 23일
지난 9일, 서울시NPO지원센터에서 진행 중인 ‘지속가능성 보고서 교육’의 보강을 위해 slowalk의 안정권 CSO님께서 친히 어필 사무실을 방문해서 강연을 해주셨습니다. 안정권 선생님은 생소한 CSO라는 직함에 대한 소개부터 시작해서 CSR과 CSV의 차이점까지 어필 구성원들의 쉼 없는 물음에 막힘 없이 시원하게 답해주셨는데요, 도시락을 주문하고 점심 시간도 아껴가며 마련했던 이 시간에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들이 오갔는지 함께 살펴보시죠!

 

1. slowalk의 CSO(Chief Sustainability Officer) 안정권

각종 언론을 통해 잘 알려진 CEO(Chief Exclusive Officer)외에도 COO(Operating), CFO(Financial)는 한번쯤 들어봤는데 CSO(Chief Sustainability Officer)라니, 기업조직에 또 다른 가지가 생긴건지 피어나는 궁금함을 뒤로하고 먼저 안정권 선생님이 어떤 과정을 통해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지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 처음보는(!) 안정권 CSO 명함

안정권 선생님은 학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기업의 환경과 관련한 CSR을 대학원에서 전공했습니다. 대학원 진학 당시만 하더라도 환경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적극적이지 않았고 CSR은 더더욱 생소한 주제였지만 꿋꿋하게 관심분야에 대한 공부를 하셨는데, 신기하게도 졸업할 때 즈음이 되자 CSR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어 회사에 들어갈 수 있었다고 합니다. 대한상공회의소의 CSR 관련 부서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하신 후, 한 국내 대기업의 산하 연구소에 최초의 CSR 전담 연구원으로 일하시기도 하셨다고 합니다. 

본 포스팅에 지속적으로 언급되는 CSR은 바로 이전 포스팅에도 다뤘는데요. 그래도 이 포스팅을 처음 보시고 개념이 생소한 분들을 위해 다시한번 관련 포스팅을 링크 해드립니다.

– SRI와 CSR촉진, 국회에서 길을 찾다

이후, 세계 최초의 표준 제정기관이자 ISO 9001(품질경영시스템), ISO 14001(환경경영시스템), ISO 22301(비즈니스연속성경영시스템) 등 경영시스템 표준을 최초로 개발했던 영국표준협회(The British Standards Institution)에서 심사원으로 일하며, 기업들의 CSR에 대한 심사를 하고 위해 인권, 노동, CSR, 환경 등에 관한 지표를 만들어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평가 하는 일을 하셨습니다. 

그 중에서 나이키의 공급사슬망 (Supply chain)에 속한 업체들을 현장 방문하여 심사 했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는데요, 나이키는 공급사슬망에서 노동인권을 준수하기 위해 협력업체들에게도 매 년 심사를 통해 평가를 통과한 경우에만 납품을 받고 있는데, 이러한 과정을 통해 공급망 전체에 인권 존중 의무가 확산되어 가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한편, 사회 전체에 CSR 논의가 확장되도록 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작은 조직에서 정말 ‘제대로’ CSR을 한다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 지 보여줄 수 있는 모델을 만들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었는데, 마침 CSR을 ‘제대로’ 하기 위해 오랫동안 고민해왔던 slowalk를 만나, 한국 최초의 CSO(Chief Sustainability Officer)로서 일을 시작하시게 되었다고 합니다.    

2. CSR 내부 정책결정 들여다보기

어필과 같은 NGO들은 기업인권 관점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지만, 이러한 여러 가지 활동과 기업에 대한 인권 실천 요구를 과연 기업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떤 의사결정을 내리는지에 대해서는 알기 어려운 것이 실정입니다. 안정권 선생님은 외부의 시선이 닿지 않는 기업의 사정에 대해 기업 내부의 인권 옹호자로서 간단하지만 송곳같은 지적을 해주셨습니다.

먼저, 시민단체들이 CSR과 관련하여 문제제기를 할 때 기업에 요구를 하는 사안들은 기업 입장에서는 현실적으로 거의 실현이 불가능한 일들인 경우가 많은데, 이런 요구를 무조건 수용하도록 하는 경우 기업은 더욱더 방어적이 되고 단체와 기업의 사이는 더욱 멀어질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을 해주셨습니다. 예를 들어 어필에서도 계속해서 문제 제기를 하고 있는 사안인 우즈벡 면화 사업에서의 아동강제노동에 대해서 회사에 “당장 공장 운영을 중지하라!”고 하면 거의 현실성이 없고 대화도 불가능한 요구로 받아들이는 반면, “CEO가 아동강제노동과 관련된 입장을 밝히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공개적으로 밝히라.”고 하면 현실적으로 실현가능한 요구가 된다는 것이죠. 또한, 기업의 최고의사결정자인 CEO의 공언, 약속이 있으려면 CEO에 대한 보고를 비롯해 기업 내부에서 아동강제노동에 대한 구체적인 행동과 노력이 선행될 수밖에 없다는 측면에서도 더 현실적이며 명확한 요구사항이라고 조언을 해주셨습니다.   

3. CSR, 어떻게 받아들이고 발전시킬 것인가

CSR이 사회의 보편타당한 가치로 받아들여지면서 많은 기업들이 전담부서를 꾸려 다양한 사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국내 대기업들도 사회공헌활동이라며 전세계를 대상으로 교육기부, 의료보건활동 등을 활발히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CSR 활동을 평가하는 기관, 단체들도 제각각 스스로의 기준을 정해 수치화하여 매년 우수기업을 발표합니다.

하지만 CSR이 어떤 맥락에서 논의가 되고 있는지에 대해서 살펴보는 것이 중요할텐데요,  많은 기업들이 그저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을 실행하고 홍보하는 것을 통해서 CSR을 실천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사회공헌만으로는 CSR을 잘 실천하는 책임 있는 기업인지 판단할 수 없다고 합니다. 기업의 사회공헌활동 뿐 아니라 그 기업의 실제 사업활동, 나아가 기업의 공급망을 통해 발생하는 모든 일들이 사회 전체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또는 얼마나 악영향을 끼치는지를 모두 고려하여 평가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관점을 제시해주셨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시민사회에서 더욱 열심히 기업이 환경적, 인권적으로 악영향을 끼치는 부분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이러한 내용이 기업의 CSR 평가에 반영이 되도록 요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제안을 해주셨습니다. 

   4. CSR과 CSV의 차이점은?

CSV(Creating Shared Value)는 마이클 포터(Michael Porter)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와 마크 크레이머(Mark Kramer) FSG 대표가 공동으로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2011년 1-2월호에 기고한 기사에서 처음 제시한 이후, 주목받고 있습니다. CSR과 CSV의 차이점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CSR 활동이 기업의 경영활동 전반에서 사회와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긍정적 영향을 최대화하는 모든 활동을 의미한다면, CSV는 기업의 경영전략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거나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전략적 활동을 통해 기업의 이윤을 추구하는 것을 가리킨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마이클 포터(Michael Porter), 출처 : 위키피디아(en.wikipedia.org) 

마이클 포터 교수는 CSV가 CSR을 대체하는 개념인것 처럼 설명했는데요. 이에 대한 반론 또한 만만찮습니다. CSR이 각 영어 철자가 나타내듯 기업의(Corporate) 사회적(Social) 책임(Responsibility)을 명확히 드러내는데 비해 CSV는 창의적(Creating) 공유(Shared) 가치(Value)와 같이 행위의 주체도, 목적도 없이 ‘좋은’ 의미만을 나열하고 있습니다. CSV 자체는 기업의 효율성 개념을 사회적 참여에 공헌하도록 하는 개념이지만 마이클 포터 교수가 CSV를 CSR의 진화된 개념이라고 설명하면서 기업이 마치 CSR을 넘어서 CSV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한다고 제시하며 많은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CSV를 먼저 도입한 유럽에서는 CSV는 기업의 구체적 행위에 대한 책임 없이 단순히 기업의 매출을 통한 구체적 수치상승을 나타낸다고 판단하여 기업입장에서 CSV도 추진하되 기업의 책임을 묻는 CSR 또한 병행해야 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하지만 미국과 한국에서는 CSV가 CSR을 대체하는 이론이라고 받아들이고 추진하고 있습니다. 각각의 용어와 기업 적용사례를 정확히 파악하여 균형있는 추진이 필요합니다.

  5. 강의를 마치며

본래 계획된 보강 내용과는 다른 내용으로 이야기를 듣게 되었지만, 안정권 선생님의 이야기와 기업의 속살을 들여다보는 듯한 강의를 듣다보니 두시간이 금방 지나가고 말았습니다. 안정권 선생님은 본래 보강 내용이었던 이해관계자 분석 강의는 가까운 시일내에 slowalk를 방문하여 함께 들을 수 있게 해주시겠다고 흔쾌히 약속을 해주셨을 뿐 아니라, 어필에 정기후원신청까지 추가해주셨습니다! 앞으로도 CSR 가치가 사회에 확산되고 기업들이 CSR을 유의미하게 이행할 수 있도록 하는 여정에, 안정권 선생님과 같은 든든한 후원자와 함께 어필도 더욱 힘차게 노력하도록 하겠습니다!

(어필 9.5기 인턴 박세호 작성)

최종수정일: 2022.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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