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한국NCP개혁방안 국회토론회

2015년 7월 7일

네이버에서 연재중인 웹툰 ‘송곳’을 아시나요? 송곳은 외국계 기업이 운영하는 대형마트에서 상품을 진열하고 계산하는 일을 하는 평범한 사람들이 부당해고에 맞서 노동조합을 설립하는 이야기입니다. 송곳은 다국적기업의 부당해고와 노조파괴, 그에 맞서는 조합원들의 사실적이고 인간적인 면을 그리는 것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일어났던 실제 다국적기업를 상대로한 싸움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 최규석 작가의 ‘송곳’ 단행본

작품에 등장하는 다국적 유통업체 ‘푸르미’는 프랑스에서는 근로자와 노동조합의 활동을 잘 보장하지만 한국에서는 여느 한국기업과 다를 바 없이 근로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다국적기업의 횡포앞에 근로자들은 노동조합을 통해 다국적기업과 맞서지만 각종 물리적 억압, 인격모독, 조합원에 대한 회유 등으로 앞길은 험난하기만 합니다.

하지만 생각을 바꿔 노동조합을 통한 문제해결 뿐만 아니라 기업의 사회책임, 기업윤리의 측면에서 접근하여 푸르미가 본사를 두고있는 프랑스 정부의 자국기업에 대한 감독, 시정 권한과 의무는 없을까요? 이러한 발상의 전환과 다국적기업의 사회책임 강화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을 위해 지난 7월 2일, 전순옥 국회의원 주최로 국회의원회관에서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 한국연락사무소(NCP)개혁방안 국회토론회’가 열렸습니다.

# 사진 1. 땡볕속에 토론회가 열린 국회의원회관으로 향하는 어필 인턴들 

어필에서는 정신영 변호사가 첫번째 발제를 맡아 ‘국제적 동향으로 살펴본 한국연락사무소 개혁의 이유’에 대해 발표하였고 정보슬, 김수연, 박세호 인턴이 함께 다녀왔습니다. 본 포스팅 내용은 토론회 자료집과 토론회 발제자, 토론 내용 및 질의응답을 종합하여 작성하였습니다. 

# 사진 2. 토론회 첫번째 발제를 맡아 발표 중인 어필 정신영 변호사     1.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

(들어가기에 앞서,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과 NCP에 대한 설명은 이전 포스팅을 참고하시면 간략한 설명을 볼 수 있습니다.)

– 2014년 파리 NCP 연례 미팅 참가 

1976년 OECD에서 처음 제정된 가이드라인은 2000년도 개정을 통해 각국에 NCP(National Contact Point, 국가연락사무소)를 설치하여 가이드라인의 위반 사항에 대해서 누구나 진정을 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였습니다. 진정이 이루어진 사안에 대해서 NCP에서는 조사 및 중재를 진행하게 되며, 중재가 이루어지지 않고 기업의 가이드이라인 위반이 계속되는경우 NCP는 해당 기업에 가이드라인 존중과 이행 권고(Recommendation)을 내릴 수 있습니다. 이 권고가 사법적인 강제절차는 아니지만 정부가 해당 기업과 위반에 대한 의견표명이라는 점에서 국제인권구제절차에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기본적으로 가이드라인은 다국적기업이 자발적으로 가이드라인을 준수할 것을 기대하는 구속력없는 권고이지만, 다국적 기업의 인권침해에 대한 구제책을 얻기 어려운 상황에서 NCP 제도는 피해자를 지원하는 노조 및 시민단체에 의해 활발하게 활용되어 왔습니다. 

실제로, 어필이 속한 기업인권네트워크에서도 2012년 포스코의 인도 제철소 건설 프로젝트에 대해 인도, 네덜란드, 노르웨이의 시민단체들과 함께 한국, 네덜란드, 노르웨이 NCP에 진정을 제기한 바 있으며 2014년 말,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우즈벡 면화를 사용하고 있는 국내기업 및 투자자에 대해서 한국 및 노르웨이 NCP에 진정을 제기한 바가 있습니다. 

관련 포스팅은 아래와 같습니다.

– 포스코를 상대로 NCP에 진정하다(1)  – 포스코를 상대로 NCP에 진정하다(2)  – 대우 인터내셔널과 조폐공사를 상대로 NCP에 진정하다

# 사진 3. 토론회 사회를 맡은 황필규 변호사, 전순옥 의원, 정신영 변호사

포스코 사례에 대해서 한국 NCP는 2013년 6월, 이 사안이 인도당국의 법적 판단으로 해결할 사안이므로 1차 평가 이후 추가 조사 없이 종결하겠다는 결론을 내렸는데, 이러한 결론은 포스코에 대하여 1%미만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노르웨이 연기금 및 네덜란드 연기금이 포스코의 제철소 프로젝트에 대해서 인권실사를 실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린 노르웨이 및 네덜란드 NCP와 너무나도 대조되는 결론이었습니다. 이에 한국 NCP의 결론은 한국 NCP가 ‘기능적 동등성(Functional Equivalence)을 훼손한 것이며, 포스코의 주장을 편파적으로 수용한 편파적 판단으로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이날 토론회 사회를 맡은 황필규 변호사 또한 한국 NCP의 결론과 같이 국내법의 범위 안에서만 가이드라인의 준수를 모색한다면 NCP가 활동할 수 있는 곳은 무인도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하였는데, 결국 NCP가 1차 평가에서 적합성(admissibility) 판단에 있어서 지나치게 높은 기준을 제시하는 것을 통해 NCP의 접근성에도 심각한 제약을 가져올 수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습니다.    

2. 한국 NCP의 현황

2000년 6월,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에 관한 이사회에서 가이드라인을 개정하면서 가입국인 한국에도 국내연락사무소(NCP) 설치를 결정하였습니다. 이후, 같은 해 12월, 산업자원부 외국인투자실무위원회에 NCP가 설치되었지만 이후 10년이 넘는 기간동안 한국 NCP에 제출된 진정처리에 대한 어떠한 사항도 공개하지 않고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몇 번의 주관부처 이전을 거쳐 대한상사중재원이 한국 NCP 사무국을 운영하면서 현재의 독립적 홈페이지가 2014년 1월부터 운영중이지만, 여전히 홈페이지에는 한국 NCP 사무국이 OECD에 제출한 한국 NCP 보고서나 OECD NCP 연례회의 참가보고서 등 OECD 관련 제출 문서를 찾아볼 수 없음은 물론이고 진정처리와 관련하여 진정사례는 매우 제한적인 경우만 찾아볼 수 있는 실정입니다. 이 날 토론회 자료에는 진정사례 총 수, 피진정기업 업종, 처리기간, 처리결과 발표문서 등의 자료에 대해 한국 NCP개혁을 위한 모임에서 정보공개 청구 등의 절차를 통해 수집한 자료가 공개되었는데, 이의 일부를 아래에 공유합니다.   – 한국 NCP 홈페이지 바로가기

※ 2001 ~ 2014. 7월, 한국 NCP 진정관련 자료 (출처: 한국 NCP개혁을 위한 모임)

구분 

주요내용 

 진정 건수

총 19건 

 2001 ~ 2010년(OECD 가이드라인 개정 전) : 15건

2011 ~ 2014년 7월(개정 후)                : 4건

 진정 주제

노    동 : 13건

정보공개 : 2건

인    권 : 2건

알수없음 : 2건 

 진정 주체

노      조 : 14건

노조, NGO : 5건 

 피진정기업 업종

제조

의류 : 6건

식음료 : 2건

1차금속 [ref] 고로, 전기로, 압연 및 기타 가공설비를 갖추고 각종 금속광물, 금속스크랩 또는 찌꺼기를 제련·정련·용해·합금처리·주조·압출·압연 및 연신·금속표면처리 및 기타 처리하여 각종 1차 형태의 금속제품 및 주물제품을 생산하는 산업활동을 말한다. 출처 : 한국표준산업분류 [/ref] : 2건

화학 : 1건

금속가공 : 1건

의약품 : 1건

자동차 : 1건

기타 : 1건

 광업

2건

알수없음

1건

 절차 처리기간

평균 7.6개월

 최장 37개월

최단 1개월

2013년 정부위원 4명, 민간위원 4명으로 구성된 한국 NCP위원이 위촉되어, 2014년 첫 공개활동을 시작하였습니다. 하지만 한국 NCP가 리드 NCP로 등록된 사례는 2014년 말까지 총 15건이며 그중에서도 단 3건에서만 진정을 통한 논의가 이루어졌습니다. 이와 같이 한국NCP는 진정에 있어 투명하지 못하고 오랜 기간동안 매우 제한적인 진정만을 처리하는 등 매우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 NCP의 구조와 관련하여 공정성에 대한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 되었습니다. 8명의 위원이 4명의 정부위원과 4명의 민간위원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4명의 민간위원 모두 산업통산자원부 산하 공공기관이거나 정부출자 연구기관 소속으로 공정성과 투명성이 보장받지 못한 위원들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제출하는 OECD 보고서에는 한국 NCP 위원이 독립전문가들로 구성된 것으로 보고하고 있습니다.

※ 한국 NCP 정부위원 및 민간위원 현황 [ref] [정보공개청구자료]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에 따른 대한민국 국내연락사무소관련, 정부위원 및 민간위원 현홍과 민간위원 위촉과정. 2014. 8. 4. [/ref] (출처: 한국 NCP개혁을 위한 모임)

No.

구분 

소속 

지위 

비고 

 1

정부위원

산업통상자원부 

국장

위원장 

 2

정부위원

산업통상자원부

과장

간사 

 3

정부위원

고용노동부 

팀장

 

 4

정부위원

환경부 

과장

 

 5

민간위원

산업정책연구원 

이사장

CSR 연구기관

 6

민간위원

한국표준협회 

전무

CSR 국제표준(ISO 26000)담당기관 

 7

민간위원

KOTRA 

단장

해외진출기업 CSR 지원 

 8

 사무국장

대한상사중재원 

본부장

중재 

이와 같이 한국 NCP는 노동계와 시민사회의 참여를 완전히 배제하고 있는데, 이는 NCP 구성에 노동조합과 사용자 단체 등 이해당사자의 참여가 보장되고 있는 해외 NCP들의 사례와 대비되는 구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3. 한국NCP 실효성을 위한 법안마련의 필요성 및 법안 내용

(1) 한국 NCP 법안마련의 필요성

이러한 한국NCP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하여 희망법의 김동현 변호사는 규범적 차원에서 NCP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의 제정을 통해 NCP 운용에 보다 실효성을 더하도록 하자는 제안을 하였습니다. 이에 NCP가 법안에 의하여 설치되어 운용될 수 있는 근거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제시하였습니다.

# 사진 4. 한국 NCP  법안마련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희망법의 김동현 변호사

먼저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과 OECD 이사회 결정은 이에 가입한 각국 정부에게는 국제조약에 준하는 사항으로 구속력 있는 규범으로 한국정부의 NCP 설치의무가 인정됩니다. 2011년 제정된 가이드라인은 가입한 각국이 국가연락사무소를 설치해야하는 구속력 있는 의무(shall set up NCP)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Adhering countries shall set up National Contact Points to…

또한 현재 운영되고 있는 한국 NCP가 산업통상자원부 부처에서 운영되고 있고 사무국은 대한상사중재원에 민간 위탁되고 있기 때문에 지나치게 정부, 기업측 입장을 대변하고 장기적 업무수행방향을 설정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한국 NCP 조직개편, 의견제시를 통한 권고적 효력 보호 등 한국 NCP의 민주적 정당성과 조직 운영의 절차적 안정성을 위하여 그 설치가 법률에 근거할 때 더욱 안정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설사 한국 NCP 설치 법안마련의 법적의무가 없다 하더라도 이와 유사한 사례에서 법률을 마련한 경우가 보다 나은 국제관행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1993년 유엔총회에서 채택된 파리원칙에 따라 한국에서 ‘국가인권위원회법’이 마련되었고, 남극조약 및 환경보호에관한의정서 시행과 관련하여 ‘남극활동 및 환경보호에 관한 법률’을 입법하였듯 유엔 결의에 대해 개별 국가에게 어떠한 구속력 있는 국제법적 의무를 부여하지 않았지만 국내 법률을 제정한 사례가 충분합니다. 이에 따라 다국적기업의 사회적 책임 및 인권보장과 관련하여 정부에 설치의무가 부여되어 있는 NCP의 설립과 운영을 법률로 제정하여 기업의 인권침해를 감시하고 국제적인 선도모델을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2) 법안에 담아야 할 내용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 제정될 한국 NCP 법안에 담겨야 할 내용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제언을 하였습니다.

  • 2011년 OECD 가이드라인 개정을 통한 인권존중책임의 범위를 확장하여 공급 사슬망(Supply Chain)에서 발생하는 문제에도 다국적기업이 책임을 다해야 하는 내용 등 보다 상세한 규정이 필요합니다.
  • 또한 한국 NCP 위원 구성에서 현재 산업부장관의 요청으로 위촉되는 위원 외에도 노동단체, 사용자단체, 시민단체가 추천 하는 사람 등 다양한 이해당사자가 함께 참여하도록 해야합니다.
  • 현재 한국 NCP는 사무국 업무가 민간으로 위탁되고 있지만, NCP의 실질적 집행력을 담보하기 위해서 사무국이 정부 내에 존재하거나 일본과 미국과 같이 행정부 공무원이 사무국을 담당하는 방안 등을 마련해야 합니다.
  • 현재 한국 NCP 홈페이지에 게시된 자료, 문서를 살펴보면 작성주체, 기한 등과 관련하여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아 문서의 신뢰도를 낮추는 문서가 많습니다. 이의신청 반려, 조사, 1차 평가 및 조정·주선·중재와 관련하여 보다 전문적이고 행정적인 절차를 거쳐 작성 될 수 있도록 세부적인 운영지침을 구체화 할 필요가 있습니다.
  • 한국 NCP의 투명한 운영과 진정처리를 위해 위와 같은 진정처리과정을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OECD에 제출하는 연간보고서 또한 홈페이지에 게시하도록 명시하여야 합니다.

4. 종합토론 및 질의응답

종합토론시간에는 발제에서 듣지못했던 다양한 이야기가 추가되었습니다. 특히 OECD 가이드라인이 제정되고 각국의 NCP가 설치, 운영되는 상황에서 서강대 이상수 교수는 NCP 운영과 관련하여 법률을 제정한 국가 사례가 덴마크, 이탈리아 소수에 지나지 않는 만큼 법률제정을 통해 기업인권과 관련하여 한국이 기업과 인권 분야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한다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 박진서 해외투자과장은 NCP 활동의 대상이 되는 다국적기업 및 한국 기업의 해외진출 현황 자료를 제시했고 NCP 역할 및 근거 규정과 관련하여 산업통장자원부의 고시를 통한 현행 규정이 바람직하다는 의견과 NCP 관련 법률이 입법화 될 경우 NCP에 진정신청, 조사, 자료제출에도 그에 맞는 엄격한 증빙자료가 필요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하였습니다.

#사진 5. 토론회가 끝난 후 기념활영 

포스팅 처음에 웹툰 ‘송곳’을 이야기하며 궁금했던 사항에 대해 간단하게 돌아볼까요. 프랑스계 다국적기업 푸르미가 한국에서 벌이는 반인권적 부당해고와 노조탄압에 대해 NCP를 통해서는 안타깝게도 프랑스 정부의 감독책임을 묻거나 시정명령은 불가능합니다. 다만 한국, 프랑스 시민단체가 함께 연대하여 한국과 프랑스 양쪽 NCP에 진정신청을 통해 OECD 가이드라인 존중과 이행권고를 받아낼 수는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대로 이러한 이행권고가 강제적 효력은 없지만 푸르미가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대형마트를 운영하는 다국적 유통업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언론을 통해 기업을 압박하여 이행을 촉구 할 수 있을것입니다.

기업의 국가간 경계가 크게 허물어지고 기업의 해외진출이 매우 활발한 지금, 이와 같이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과 이를 준수할 것을 감시, 판단하는 NCP의 존재는 멀리있는 것이 아닙니다. 충분한 토론회를 통한 의견수렴과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으로 기업의 인권 존중 책임 구현에 선도적인 역할을 하는 한국 NCP의 앞으로의 활동을 기대해봅니다.

(어필 인턴 9.5기 박세호 작성)

최종수정일: 2022.06.19

관련 활동분야

한국기업 인권침해 피해자 관련 글 더 보기